무더위를 이기는 여름 여행 ①밀양관아·밀양 영남루·진장올래

초여름 햇살 아래 만나는 밀양의 매력

초여름 볕이 강해지기 전, 밀양은 걷는 맛이 살아나는 도시다. 오래된 관아에서 하루를 열고, 누각 위 풍경으로 시야를 넓힌 뒤, 한옥 감성 카페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면 혼자 떠난 여행도 단단한 흐름을 갖게 된다. 걸음마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밀양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경남 밀양 원도심 쪽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곳은 밀양관아다. 관광지의 화려한 인상보다 도시의 결을 먼저 읽고 싶을 때 이 장소가 유난히 잘 맞는다. 넓게 비어 있는 마당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건물은 시선을 어지럽히지 않고 오늘 하루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도시가 품고 있는 세월의 깊이

여행에서는 첫 장소의 인상이 유난히 중요하다. 처음부터 동선이 복잡하거나 감상이 과해지면 오히려 하루 전체가 쉽게 흐트러지는데 관아는 그런 부담이 없다. 행정 중심지였던 자리에 서서 건물과 마당의 관계를 천천히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가 세월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 그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식 관광 정보는 이곳을 ‘밀양관아지’로 소개한다. 관아는 지방 수령이 공무를 보던 공간인데, 밀양의 관아 역시 임진왜란 이전부터 존재했다. 1592년 전란으로 전각들이 불타는 아픔을 겪은 뒤 새로이 역사를 썼다. 기록에 따르면 1599년에는 영남루 경내에 지은 초옥에서 집무를 이어갔고, 1611년 원유남 부사 시절에 이르러서야 본래 자리에 다시 건물을 세웠다. 오랫동안 관청으로 사용되다가 여러 행정 용도를 거친 뒤 2010년 마침내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관아의 중심인 동헌 ‘근민헌’을 비롯해 함께 복원한 서헌과 내삼문 같은 부속 건물들이 경내에 정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둘러보면 눈앞의 건물이 단순한 복원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건물 사이 간격, 문을 통과하는 순서, 마당의 개방감까지. 행정과 생활이 공존하던 구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옛 관아의 정취를 음미하는 즐거움이 한층 더 구체적으로 와닿는다.

밀양관아의 매력은 역사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 서면 밀양 원도심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오래된 시가지가 이어지고 조금만 걸으면 다음 코스로 잡아둔 영남루 쪽으로도 동선이 무리 없이 이어진다. 밀양관아는 단지 ‘볼거리 하나’라기보다 하루의 기준점을 세워주는 장소에 가깝다. 여행 첫머리에서 공간의 밀도를 낮게 잡아두면 이후 만나는 풍경이 더 깊게 다가오는데 관아가 딱 그런 역할을 한다.

관아에서 걸음을 옮겨 영남루에 닿으면 분위기가 단숨에 달라진다. 앞선 코스가 밀양의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면, 영남루는 도시를 넓게 펼쳐 보게 만드는 자리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누각의 규모다. 높이 솟은 기둥과 깊게 드리운 처마가 선사하는 그늘은 아래쪽 공간의 공기를 한층 진하게 만들고 계단을 오르기 전부터 새로운 높이의 풍경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름난 누각은 많지만 영남루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순간과 위에 올라 바라보는 순간의 차이가 또렷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혼자 여행할 때 이런 장소가 좋은 이유는 말없이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보폭을 맞출 필요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천천히 둘러봐도 공간이 주는 힘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밀양의 숨은 명소들

영남루의 진짜 매력은 역시 조망에 있다. 누각에 올라 난간 쪽으로 다가서면 밀양강이 먼저 크게 들어오고 강을 따라 펼쳐지는 시가지와 나무, 물길의 굽이가 차례로 눈앞에 가득 펼쳐진다. 강변은 시원하게 열려 있고 누각이 자리한 절벽의 높이는 아래 풍경을 한층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래서 영남루에서는 사진을 몇 장 찍은 뒤에도 금세 자리를 뜨기 어렵다. 멀리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물가와 도시의 간격, 초여름 나무의 결, 강 쪽으로 흐르는 바람의 방향이 계속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풍경을 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라도 이곳에서는 잠깐 멈춰 서게 된다.

영남루는 밀양강 절벽 위에 자리한 대표 누각이다.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손꼽힌다. 현재의 건물은 1844년 밀양부사 이인재가 다시 세웠으며 능파각과 침류각 같은 부속 공간, 편액과 계단형 통로의 구성까지 함께 봐야 이곳의 진가가 드러난다. 단순히 크고 유명한 건축물이 아니라, 건물의 배치 자체가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는 점이 특별하다. 1931년 조선 16경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는 명성도 괜한 말이 아니다.

여행의 순서로 보면 영남루는 중간 코스에 가장 잘 어울린다. 관아에서 도시의 역사적 결을 먼저 짚은 뒤 이곳에 오르면, 누각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밀양이라는 도시를 가장 넓은 시야로 다시 읽게 만드는 장면이 된다. 오전에 와도 좋지만 햇빛이 조금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면 난간 너머 풍경이 한층 길게 남는다.

영남루에서 충분히 바람을 맞고 내려왔다면 마지막은 진장올래에서 마무리하는 편이 좋다. 진장 청년거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카페로, 골목 안쪽에 자리한 덕분에 분위기가 부산하지 않다. 고즈넉한 정취를 풍기는 진장올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생각보다 작은 공간들이 겹겹이 이어져 있어 몸의 긴장이 금세 풀린다. 화려한 대형 카페보다 손이 닿는 거리의 아늑함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잘 맞는다.

진장올래는 잠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다. 오히려 온종일 이어졌던 여행 일정의 막바지,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여행의 끝이 늘 거창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진장올래는 혼자만의 시간을 음미하며 지나온 하루를 조용히 정리하기에 더없이 알맞은 장소다.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뒤편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이다. 뒷문을 지나면 한옥 감성이 살아 있는 아늑한 별채가 펼쳐지고, 좌식 의자와 방석이 놓여 있어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이 덜하다. 실제로 주문 공간에 머무를 때와 뒤편 자리에 앉았을 때의 분위기가 꽤 다르다.

앞쪽이 카페의 기능에 가까운 자리라면 안쪽은 잠시 머물며 호흡을 가다듬는 방에 더 가깝다. 혼자 온 여행자에게 이런 분리감은 꽤 중요하다. 노트를 꺼내 일정을 정리하거나 사진을 정리할 수도 있고, 창밖을 보며 쉬는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감성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장소 자체가 이미 차분한 속도를 갖고 있어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제격이다.

휴식처 그 이상

먹을거리에서도 진장올래의 개성이 드러난다. 대표 메뉴인 구황작물빵은 부담스럽게 묵직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남는 포만감이 있어 늦은 오후 무렵 찾아오는 출출함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정성 가득한 커피나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이면 온종일 부지런히 걸어 다닌 뒤 밀려오는 여행의 피로를 차분하게 눌러주는 훌륭한 간식이 된다.

진장올래는 빈집을 재활용한 진장 청년거리 안에서 시니어 바리스타와 청년 매니저가 함께 운영한다. 덕분에 카페의 분위기가 단순히 ‘예쁜 곳’에 머물지 않고 오래된 동네와 지금의 시간이 나란히 놓인 자리로 다가온다. 여행 끝에 들르는 카페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하루의 인상을 정리해 주는 공간이 되려면 음료 한잔 외에도 장소 자체에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진장올래는 바로 그 점에서 마지막 코스로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webmaster@ilyosisa.co.kr>

 

<여행 정보>

-밀양관아(밀양관아지)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중앙로 348, 운영 시간: 09:00~18:00, 문의: 055-351-2239

-밀양 영남루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중앙로 324, 운영 시간: 09:00~18:00, 문의: 055-359-5590

-진장올래 주소: 경상남도 밀양시 진장1길 32, 운영 시간: 11:00~19:00
※매주 수요일 휴무, 문의: 055-352-6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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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