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지역갈등서 진영 갈등으로

6·29 선언 39주년, 대한민국 정치의 변신과 숙제

올해는 1987년 6·29 선언이 발표된 지 39주년이 되는 해다. 6·29 선언은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역사적 사건이었다. 국민은 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쳤고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권위주의 체제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후 대한민국은 6공화국 출범과 함께 수많은 선거를 치르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켰고 정권교체 역시 자연스러운 정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성장한 만큼 정치적 갈등도 함께 진화했다. 1987년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오랫동안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 구도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선거 때마다 지역별 투표 결과가 승패를 결정했고 정당 역시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특정 지역
기반 성장

4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갈등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지역주의는 약해졌지만 그 자리를 보수와 진보의 진영 갈등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이제 7공화국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6공화국이 지난 39년 동안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우리 정치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6·29 선언이 바꾼 대한민국 정치= 1987년 6월 대한민국은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었다. 전국적으로 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확산됐고 학생과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다. 당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었다. 국민 스스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집권 세력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6·29 선언이 발표되면서 대한민국 정치의 방향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6·29 선언의 가장 큰 의미는 권력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돌려줬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대한민국 정치가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운영됐다면 이후에는 국민의 선택이 정치권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렸다. 정권은 국민의 표로 만들어지고 국민의 표로 교체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6·29 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체제 전환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민주화가 곧바로 국민 통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권위주의 체제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정치 경쟁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지역별 정치 동원이 더욱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들은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게 됐지만 정치권은 지역을 기반으로 표를 모으는 전략을 선택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지역주의 정치의 등장이다.

지역주의는 어떻게 형성됐는가= 지역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과 정치 발전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형성된 결과였다. 경제개발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했고 정치권은 이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했다. 경제적 차이는 정치적 정체성으로 발전했고 지역은 곧 정치적 선택의 기준이 됐다. 지역주의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었다.

특히 영남과 호남의 대립 구도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더욱 강화됐다. 영남은 국가 산업화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고 호남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런 경제적 경험은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남은 보수 정당의 기반이 됐고 호남은 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성장했다. 지역 정체성과 정치 정체성이 결합하면서 한국 정치의 독특한 구조가 형성됐다.

민주주의와 정치적 갈등 함께 진화
점점 더 갈라지는 보수와 진보 진영

정치권 역시 지역주의를 적극 활용했다. 선거 때마다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등장했고 정당은 특정 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정책 경쟁보다 지역 동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지역주의는 정치권과 유권자가 함께 만들어낸 정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 선거는 지역 구도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남긴 시대정신= 1987년 대통령선거는 지역주의 정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민주화 세력이 김영삼과 김대중으로 분열되면서 표가 갈라졌고 결국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 결과를 보면 지역별 투표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남은 김영삼을 중심으로, 호남은 김대중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민주화 이후 첫 직선제 선거는 역설적으로 지역주의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영삼정부와 김대중정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헌을 남겼다. 김영삼은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며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고 김대중은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그러나 두 지도자가 남긴 정치적 유산 속에는 지역주의 역시 존재했다.

두 사람 모두 특정 지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발전과 지역주의 정치는 동시에 존재했다.

그럼에도 두 지도자의 역할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들은 지역주의 정치의 수혜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함께 보여줬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전국 정당 건설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김영삼 역시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정치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정치환경은 여전히 지역주의의 영향력이 강했고 완전한 극복은 쉽지 않았다.

노무현의 도전, 지역주의에 맞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등장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는 부산 출신 정치인이었지만 부산에서 여러 차례 낙선하며 지역주의의 벽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대부분 정치인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택할 때 노무현은 오히려 지역주의에 맞서는 길을 택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지역주의 극복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그를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는 호남이었지만 대통령 후보는 영남 출신이었다. 이는 과거의 지역구도를 흔드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출신 지역보다 정치적 가치와 비전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지역보다 이념과 정책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한 것이다.

직선제 후
갈라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역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행정수도 이전 역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는 특정 지역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다. 물론 정치적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를 흔들고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든 공로만큼은 한국 정치사에서 분명하게 기록될 것이다.

문재인과 이재명이 이어받은 변화=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도 지역주의를 흔들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한국 정치가 본격적으로 지역주의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등장은 민주당이 더 이상 특정 지역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는 여전히 호남에 있었지만 지도자의 출신 지역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 정치의 기준이 지역에서 가치와 정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거제 출신이다. 과거 지역주의가 강하던 시절이라면 민주당 후보로 영남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은 문재인을 영남 정치인으로 보지 않았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개혁 정치인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지역보다 정치적 가치가 더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경북 안동 출신이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출신 정치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층은 그의 출신 지역보다 정치적 메시지와 정책 역량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과거 같으면 출신 지역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됐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지역보다 진영과 가치가 더 중요한 정치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도 지역주의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 국민의힘 역시 지역주의 극복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오랫동안 영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유지해 왔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국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영남 표만으로는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역시 확장성과 중도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지역주의만으로는 더 이상 승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이다. 윤석열은 국민의힘에서 성장한 정치인이 아니다. 오랫동안 검찰 조직에서 활동한 인물이었고 정당 정치 경험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그를 영입했고 대선후보로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역보다 승리가 중요했고 출신보다 확장성이 중요했다.

지역주의
진영주의

이 역시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특정 지역의 정치적 계보보다 대중적 경쟁력을 우선시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지역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치적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지역보다 전국, 혈통보다 경쟁력, 고향보다 확장성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호남 갈등은 정말 사라졌는가= 그렇다면 영·호남 갈등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선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지역별 투표 성향은 존재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 역시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다만 과거처럼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젊은 세대일수록 지역 정체성은 크게 약해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자신을 영남 사람이나 호남 사람으로 인식하기보다 직업인과 시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 진학과 취업 과정에서 지역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지역적 경계도 많이 희미해졌다. 부모 세대가 가졌던 지역 감정을 자녀 세대는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도 지역주의를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특정 지역 표심을 분석하고 지역 기반 조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반복된다. 지역주의는 약해졌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 정치의 주인공이었던 지역주의가 이제는 조연 정도의 위치로 내려온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갈등 구조가 채우기 시작했다.

지역주의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진영주의= 지역주의가 약해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진영주의다. 과거에는 영남과 호남이 정치적 대립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보수와 진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상대 진영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으며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적 경쟁이 정책 중심이 아니라 정체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진영에 속하느냐가 무엇을 주장하느냐보다 중요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지역주의는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진영주의는 전국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서울에도 보수가 있고 진보가 있으며 영남에도 진보가 있고 호남에도 보수가 존재한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갈등이라는 점에서 진영주의는 지역주의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정치권 역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 지역 정체성 크게 약해져
제거 대상? 국가 발전도 한계 직면

문제는 진영주의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타협과 협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진영주의가 강해질수록 상대를 협상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국회는 대립의 공간이 되고 정치는 설득보다 공격이 우선되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진영주의가 가진 가장 큰 위험성이다.

왜 진영 갈등은 더 위험한가= 지역주의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갈등이었다. 그러나 진영주의는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된다. 정치뿐 아니라 언론, 교육, 문화, 노동, 외교, 안보 문제까지 진영의 시각으로 해석된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보수와 진보가 전혀 다른 현실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사실관계보다 진영 논리가 우선시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공간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같은 뉴스를 보고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와 SNS 알고리즘은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만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반대 의견은 틀린 의견이 아니라 적대적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현상도 발생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 이를 해결하기보다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 진영을 공격할수록 지지층이 결집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통합보다 대결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갈등이 정치적 자산이 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점점 피로해진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나= 6·29 선언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 군사정권 시대를 끝냈고 평화적 정권교체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국민의 정치적 참여 수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한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선거만으로는 부족하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 됐다.

필자는 앞으로의 정치가 경쟁보다 통합에 더 많은 가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경쟁해야 하지만 국민은 분열돼서는 안 된다. 선거는 승패가 갈릴 수 있지만 국민은 계속 함께 살아가야 한다. 민주주의의 목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정치 역시 그 원칙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특히 AI 시대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계파에 속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지역주의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 이제는 진영주의를 극복해야 할 차례다. 그것이 6·29 선언 이후 민주주의가 도달해야 할 다음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합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상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상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대의 변화를 상징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필자는 그 답이 국민 통합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가치가 바로 통합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십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지역주의의 시대를 넘어선 정치인이다.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민주당의 대통령이 됐고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적 지지를 기반으로 집권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지역주의 극복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지역주의를 넘어 진영주의까지 극복하는 일이다.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도, 민주화도 이뤄냈다. 정보화에도 성공했고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치의 만족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진영 갈등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국가 발전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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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