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류지선 진주교대 교수

‘작심 발언’ 5년 만에 입 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수가 70명 남짓한 지방 국립대에서 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채용 과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교수가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교수가 맞닥뜨린 건 교육부의 방임, 교수 사회의 폐쇄성, 학생의 무관심,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안일한 판단 등 숱한 벽이었다. 모두가 소리를 낸 교수에게 말했다. “당신은 제3자”라고.

진주교대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일요시사> 1579호,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5318)은 2020년 11월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일로, 당시 채용 과정에서 면접 심사에 들어간 류지선 진주교대 교수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시발점은 지원자였던 A 교수의 전공이 지원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전공 적부’ 문제였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를 지원 요건으로 내걸었다. 미술교육과에서 채용하려던 교수 전공은 ‘도자’ 분야였는데, A 교수는 학사(초등교육), 석사(초등교육 미술), 박사(디자인) 등의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다.

A 교수는 2018년 폐교한 대학에서 도예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원 자격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시 채용에서 류 교수는 면접 심사위원 가운데 1명이었다. 진주교대는 전공 적부와 서류 심사를 거쳐 1차로 5명의 지원자를 선발한 후 면접에서 최종 1명을 뽑는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A 교수는 1차 심사에서 무난하게 5배수 안에 들었다. 류 교수는 1차 심사 과정은 알지 못한 채 면접 심사에 참여했고 이때 지원자 5명의 학사-석사-박사 전공을 확인했다.

류 교수는 “심사위원들에게 나눠준 자료를 보는데 A 교수의 전공이 지원 자격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당시 교무처장에게 (A 교수의) 전공 적부에 관해 물었고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류 교수가 심사에 참고했던 지원자 전공 관련 문서를 보면 A 교수의 전공 부분에 ‘?’ 표시를 해둔 흔적이 있다.

류 교수는 모든 심사 항목에서 A 교수에 1점을 줬다. 그는 “(1점을 준 걸로) 징계를 줄 거면 주라고 했다. 전공이 지원 요건에 맞지 않는, 애초에 면접에 올 수 없는 지원자에게 제대로 된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저 기본 점수를 주는 대신 류 교수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류 교수는 “(당시) 교무처장 등이 일단 점수(최저 기본 점수라도)를 주라고 했는데, 그랬으면 아무 조치 없이 넘어갔을 듯하다. 그나마 내가 1점을 주면서 면접 심사를 더 진행할 수 없었기에 A 교수의 전공 적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졌다”며 “하지만 1차에서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이 그대로 재조사에 참여했다. 그럼 결과가 바뀌겠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A 교수는 최종 합격했고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류 교수는 “전공 적부나 서류 심사에서 점수가 매겨지면 면접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전공 적부는 학과에서 선정된 2명의 교수가 심사한다. 그 2명이 (지원자의) 전공이 자격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기자님이라도 우리 학교 미술교육과에 교수로 들어올 수 있다”며 자조했다.

이후 류 교수는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관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처음에는 전공 적부만 눈에 들어왔는데 논문이나 전시 경력 등에서도 하자가 있는 게 보였다. 특히 A 교수의 박사 논문은 학교의 교수 채용 공고가 나기 몇 달 전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채용 과정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석
전공 적부 문제 삼으며 ‘1점’ 줬다

논문 자료를 모아놓은 사이트 DBpia를 확인한 결과 A 교수가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의 발행 시기는 2020년 8월로 확인된다. 진주교대 미술교육과 채용 절차는 2020년 11월에 시작됐다.

A 교수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광주대는 이후 류 교수의 문제 제기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교수의 연구 부정 여부를 판단하는 곳으로,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리는 기구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제보자(류 교수)와 피조사자(A 교수)의 문제 제기, 절차상 하자 등으로 무려 3년5개월가량 지속됐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그사이 결과도 여러 차례 뒤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넘어갔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최종적으로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 아니다’라고 판정했는데, 류 교수가 반발한 것이다.

류 교수는 법원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를 제기했고 지난달 말, 1심 결과가 나왔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은 ‘각하’였다. 류 교수에게 소를 제기할 자격, 즉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니 소송 내용에 관해서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결정이다. 다시 말해 류 교수는 이 소송이 진행된다 해도 어떤 이익도 손해도 보지 않는 이른바 ‘제3자’일 뿐이라는 뜻이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작업실에서 류 교수를 만났다. 그는 1심 판결이 나온 후 1주일 정도 멍해 있었다고 말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류 교수는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감정을 맡길 수 있게 해달라는 (원고 측) 요청을 받아줘서 적어도 결론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됐다”며 “피고 측에서 변론 내내 줄기차게 주장한 (나에게는) 원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도
안 나서

이어 “재판부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더라도 ‘논문 내용에는 하자가 있다’는 한 문장만 덧붙여 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재판부가 공공의 이익이나 공공 제보를 지나치게 좁게 판단한 듯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그래도 저작권위원회의 판단이 있기에 계속 싸울 힘이 생겼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과 그가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12편의 다른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류 교수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항소심, 대법원까지 가보겠다고 했다. 그는 “원심과 항소심에서 각하된 사건이 대법원에서 법리 오인으로 뒤집힌 사례도 몇몇 있다. 형사 고소도 준비 중이다. 끝에, 끝까지 가도 안 되면 책을 써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박제’해 두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후 5년3개월 동안 류 교수는 수많은 벽에 마주해야 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학교(진주교대)는 침묵했고 광주대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는 방임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했다. 교수들은 뒤에서는 ‘비분강개’한다면서도 앞에 나서질 못했다. 학생은 무관심에 가까웠다.

류 교수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팩트가 명백하고 진실이 존재하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대로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제도를 악용하는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 정책의 취지가 얼마나 오염돼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류 교수는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한 상태였다. A 교수의 전공 적부 문제나 논문 표절 의혹을 교육부에도 알렸다. 대학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로서 관리, 감독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복붙(복사-붙여넣기)’이었다. 조치가 아니라 민원의 전달자 역할만 했다는 게 류 교수의 주장이다.

저작권 위반
인정했지만…

류 교수는 “교육부에 민원을 넣으면 학교로 내려보내 답변하라고 지시한다. 그러고 학교가 답변하면 그걸 다시 민원인에게로 보낸다. 그러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운운한다. 자율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아나? 대학은 자율성이라는 취지를 내부 부패를 감추는 무기로 쓰고, 교육부는 방임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본질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교수 채용에 막강한 권한을 발휘하는 학과장 순서를 계산하고 심사에 들어갈 교수를 고르는 과정을 철두철미하게 계획하는 이들은 아무리 제도를 손질해도 막을 수 없다. 그러니 교육부나 수사기관, 사법부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확실하게 단죄해서 제도를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 교수와 함께 채용에 참여했던 지원자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류 교수는 “지원자 가운데 딱 1명만이라도 나서줬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몇몇 지원자에게 문의한 적이 있는데 ‘다른 학교에도 계속 (교수직에) 지원해야 하기에 나서고 싶지 않다’는 답변을 동일하게 받았다”고 토로했다.

A 교수의 논문과 비교, 감정한 논문 저자들에게 문의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류 교수는 “한국저작권위원회 결과를 보고 (저작권 위반이라고 나온) 11편의 논문 저자 가운데 일부에게 연락했는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그들(지원자, 논문 저자)도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동조자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류 교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방법은 교대를 나오는 것뿐이니까, 학생들에게 대학은 일종의 (교사가 되기 위한) ‘학원’ 정도로 전락했다. 커리큘럼도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져 있고 학점을 이수하면 임용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다 보니 애석하게도 학생이 학교에 애착이 없고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교·교육부·수사기관·사법부까지
민사 1심서 ‘자격 없다’ 각하 결정

하지만 류 교수를 가장 분노하게 한 주체는 역시 진주교대였다. 친소 관계에 따라 처분이 달라지는 학교의 태도가 상황을 여기까지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류 교수가 기자에게 “(진주교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교수를 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자학하듯이 말한 것도 그 연장선처럼 보였다.

류 교수는 “한 교수가 학회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그게 표절로 드러났다. 그 문제는 학회가 아니라 우리 학교에서 처리했고 해당 교수는 연구비를 토해냈다. 또 한 강사가 수업 과정에서 문제를 저지르자 직접 고발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왜 이 문제에 있어서는 광주대의 처분만 기다리면서 침묵하나. 우리 학교에서만큼은 결국 친분이 처분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게 광주대의 역할이라고 하자. 그럼 진주교대에서 학위를 받은 A 교수의 석사 논문 문제는 어떤가. 석사 논문을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자 학교는 ‘표절 검증 시한이 지났다’면서 외면했다. 학내 규정도 A 교수가 석사학위를 받은 시기에서 딱 1년 뒤로 슬그머니 바꿨다. 검증 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이 사건에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다. 변호사 비용 등 5년 동안 들인 돈만 해도 수천만원에 이른다. 이제 그만하라면서 말리는 주변 사람들도 끊어냈다. ‘외곬’이라는 말을 들어도, 외로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아직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

류 교수는 “법원은 나를 제3자로 판단했지만 나는 채용 과정에서 심사위원이었고, 실력 있는 교수를 뽑아야 할 의무와 좋은 동료 교수와 지낼 권리가 있는 학교 관계자다. 정말 내가 제3자인지 잘 생각해 봐줬으면 한다”며 그리고 “차라리 모르면 몰랐을까,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을 묵인하는 동조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끝에 끝까지
책이라도 쓴다

이어 “주변 교수나 학생들이 나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전혀 정의롭지 않으며 흠결이 많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정의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다. 채용의 공정성이라는 너무나 기본 중의 기본 상식이 훼손된 사안이다. 최소한의 상식이 바로 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학생들 덕분에 있는 자리라는 거다. 그렇기에 대학에서는 학생의 수업권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학생들은 도덕적이고 실력 좋은 교수에게 교육받아야 하고, 대학은 그런 교수를 뽑아 양질의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학생의 수업권에 눈 감고 있는지, 나는 이 부분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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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시작은 코인 교육방이었다. 20억원의 투자 피해를 입힌 ‘코인스쿨 리딩방 사기 사건’은 결이 다르다. 코인스쿨 강사 권원재의 본명은 김민균. 그는 직접 제작한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끌어들여 투자를 권유했다. 결국 70여명의 피해자들은 2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민균이 해외로 도망치자 경찰은 수사를 중지했다. 김민균은 가상 인물 ‘김승호’를 내세워 사설 해외 선물 HTS에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피해자들은 “피의자 한 명이 도망갔다고 국내 공범과 자금 흐름 수사까지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피해자 측에 “2024년 8월2일 피의자 김민균은 미국으로 출국했고, 출국 후 현재 연락두절되고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교육방이 리딩방으로 이어 “김승호의 구글 아이디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사이버 국제공조를 통해 가입자 내역을 회신받았으나,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는 등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피의자 김민균의 소재 발견 시까지 수사 중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수사 부실을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은 김민균의 도주가 아니라, 선물투자에 성공한 김승호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했는지, 누가 그 계정을 운영했는지, 코인스쿨의 실제 운영진과 자금 흐름이 어디까지 연결됐는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이 김승호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코인스쿨 일당의 조직적 범행 가능성을 더 강하게 수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인스쿨은 처음부터 리딩방을 표방하지 않았다. 코인스쿨은 ‘공학도 출신 50억대 트레이더 권원재’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회원을 모았다. 권원재는 코인 강사이자 멘토처럼 등장했고, 회원들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코인 매매를 배웠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투자를 맡기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방이었기 때문에 의심이 적었다”고 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권원재는 실체를 드러냈고, 본명은 김민균이라고 밝혔다. 또 코인스쿨 내부에서 활동한 모범 학생 ‘하모닉우치’ 계정도 김민균과 동일 인물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피해자들은 “권원재는 친절한 선생님, 하모닉우치는 실력 좋은 졸업생처럼 역할을 나눠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럴싸한 외부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을 받은 교육기관처럼 오인하게 만든 결정적 장치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4년 3월28일 김민균은 법무법인 아리율에서 만난 피해자들 앞에서 “1인 다역을 했다”며 스스로 실토했다. 그는 “다들 아시지 않느냐. 권원재, 하모닉우치, 김민균은 동일 인물이다. 하모닉우치 계정은 제 본래 핸드폰”이라며, 코인스쿨 안에서 ‘친절한 멘토(권원재)’와 ‘고수익을 인증하는 열혈 졸업생(하모닉우치)’ 역할을 홀로 연기하며 회원들을 속여왔음을 자인했다. 권원재 본명 김민균으로 확인 투자 프로그램으로 리딩 사기 코인스쿨은 단순 오픈채팅방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받은 위촉증명서에는 소속 ‘교육 7기수’, 부서 ‘교육’, 상호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 ‘오단혁’이 기재돼있다. 피해자들은 “코인스쿨은 김민균 개인이 취미로 만든 방이 아니라 상호와 교육 기수, 위촉 체계를 두고 운영됐다”고 말한다. 코인스쿨과 연결된 홈페이지에는 권준상·오단혁이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 홍보도 있었다. 권원재는 과거 보도자료성 기사에서 ‘전업투자자 양성 전문가’로 소개됐다. 법무법인 아리율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노출됐다. 피해자들은 “법무법인 자문 계약과 언론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된 교육기관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였다”고 주장한다. 교육방 내부에서는 ‘졸업생 신화’가 만들어졌다. 코인스쿨 측은 “2023년 모든 기수를 통틀어 목표 금액 달성자와 10억원 이상 달성자 등 졸업자가 63명”이라는 취지로 공지했다. 일부 계정은 고수익 인증을 올렸다.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 “300만원으로 300만원 벌었다” “3시간 동안 360만원 벌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회원들을 해외 선물 프로젝트로 유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민균은 해당 교육방 공지를 통해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는 소수만 진행하며, 하모닉우치와 참여한다”고 직접 바람을 잡았다. 이어 김민균이 운영하는 팀 소속(바람잡이)인 ‘양희철’ ‘김다름’ ‘만불챌린지’라는 유저 등이 총동원됐다. 이들은 “권원재만 따라하면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이라며 우상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피해자들과 만난 김민균은 “바람잡이들도 있었고, 과장되게 광고를 한 것은 진짜 저희가 잘못한 게 맞다”고 실토했다. 법무법인 회유 정황 사기 사건은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권원재는 2024년 김승호를 코인스쿨의 제자이자 해외 선물로 성공한 투자자로 소개했다. 단순히 이름만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권원재가 직접 김승호의 카카오톡 계정을 전달해 주며 회원들에게 소개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코인스쿨 교육방에서는 “신청만 오늘 1시까지 받는다” “추첨은 순차적으로 진행 중” “프로젝트 승률은 100%”라는 취지의 공지가 올라왔다. 참여 희망자에게는 기존 기수와 닉네임, 목표 시드, 프로젝트 진행 동안의 각오를 적게 했다. 피해자들은 “절박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프로젝트방에서 나스닥 선물 종목 NQH24, NQM24를 두고 매수·매도 리딩을 지시했다. “포지션: 대기” “포지션: 매수” “17540 부근 1계약” “17500 부근 1계약 추가 예정”이라는 식의 안내가 이어졌다. 또 다른 방에서는 “포지션: 매도” “2계약 추가” 등의 지시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김승호의 리딩을 따라 들어갔다가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손실이 커지자 김승호는 ‘담보금’을 강조했다. “든든한 담보금은 엄청난 수익금을 안겨준다” “청산되면 내 사비로 보상하겠다” “제발 안전한 담보금을 준비해 달라”는 식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이 대목을 ‘담보금 가스라이팅’이라고 표현한다. 손실 위험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피해가 속출하자 고소인들은 김민균에게 “김승호 본명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유해달라”고 강요했다. 이에 김민균은 “12월에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본명인지 가명인지 나도 모른다. 가진 것은 텔레그램 아이디뿐”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버는 코인스쿨의 수장이 투자금이 걸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설계자 김승호의 인적 사항조차 모른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피해자들은 “김민균이 범행이 발각되자 모든 책임을 가상의 인물인 김승호에게 떠넘기기 위해 기획한 시나리오”라고 확신하고 있다. 선상 파티 호화 도피 가장 충격적인 쟁점은 피해자들이 이용한 거래 플랫폼의 실체다.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배포한 HTS 프로그램은 공식 증권사를 흉내 낸 ‘이베스트프로(ebest pro)’였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이베스트프로 HTS는 정교한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환율까지 표기하며 제도권 프로그램처럼 위장했으나, 안내란에는 “1원 인증 없이 가상계좌가 발급된다”고 명시했다. 금융 보안 절차상 정상 증권사라면 결코 쓸 수 없는 표현이다. 또 피해자들이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및 거래 횟수 30회~50회를 채워야 출금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걸어 출금을 원천 차단하고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김민균은 교육 영상을 통해 이베스트프로 MTS·HTS 주문 창을 가리키며 “지정가 진입하고 정리하는 것 진짜 어렵지 않다”며 “진입할 때는 다른 것 다 보실 필요 없이 매수와 매도만 기억하면 된다”고 현혹했다. 차트 숫자와 매수·매도 열이 조작되는 ‘모의 투자’용 사설 서버 프로그램을 두고, 피해자들에게는 마치 실제 해외 선물 시장에 자금이 진입하는 것처럼 철저히 교습해 의심의 싹을 잘라낸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 정보(WHOIS)에 따르면 ‘ebestpro.org’ 도메인은 2024년 초 프로젝트 시작 전인 2023년 9월15일에 선제적으로 생성돼있었다. 애초부터 출금해 줄 생각 없이 가짜 사설 프로그램과 교육 영상까지 치밀하게 사전 기획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법무법인 아리율도 조직적 개입 및 수습에 조력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개최된 대면 미팅에는 주범 김민균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아리율 ‘형사사건 전문 TF팀’ 소속의 박 모 사무장이 전면에 나섰다. 박 사무장은 피해자 대표들 앞에서 “저희는 이 친구(김민균)를 방어(변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가 경찰 조사 내용을 수시로 피드백 줄 테니 검증 대조할 시간을 한 달만 달라” “실제 피해자만 따로 모아 폐쇄적인 방을 새로 파고 기존 통합방은 폭파해라”라며 사태 축소와 피해자 분열을 종용했다. 피의자 도주로 멈춘 수사 남은 공범들 어디 숨었나 특히 박 사무장은 수사기관을 폄하하며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 의지를 꺾으려 시도했다. 그는 “김민균이 사기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멘털이 약해 자살할까 봐 아침저녁으로 통화한다”며 동정론을 유발했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100% 수사 중지가 될 것 같다. 사이트나 대포통장 주인은 어차피 못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피해 추정 금액을 15억 안팎으로 잡고 재정 상태를 확인한 뒤 원금의 50~60% 선에서 합의안을 제시하겠다”며 구체적인 액수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그러면서 “총 결정권자인 위에 형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은 사람을 안 믿는다. 만약 고소가 계속 진행된다면 그분은 저를 위해 돈을 쓰실 거고, 저희가 ‘관여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 돈을 쓰실 것”이라며, “고소를 계속하면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승호가 가상 인물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김승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김승호가 유령이라면 코인스쿨 측이 모든 혐의를 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코인스쿨 측은 “우리도 김승호에게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민균은 피해자들에게 “김승호를 함께 고소하자”고 제안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마치 코인스쿨도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 완전범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고소인 측 대표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초동수사를 맡았던 김모 경위의 대처 미흡과 부실 수사, 직무유기로 인해 김민균의 해외 도주가 가능해졌다”며 “김민균이 해외 도주를 준비 중이라고 계속 알렸고 출국금지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제대로 수사하라고 계속 추궁했다. 김민균이 도주하면 사건이 유야무야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민균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건은 멈췄다. 해외로 도피한 김민균의 행적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김민균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Bitget) 행사에 참석하고 VVIP 웰컴 기프트와 요트 파티 사진을 SNS에 올렸다. 수사 중지 끝난 사건? 제보자에 따르면, 코인스쿨 일당들의 최종 접속 IP 주소는 국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로 확인됐다. 김민균이 도피 후에도 국내에서 자금을 세탁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공범 세력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내의 ‘진짜 몸통’과 배후 세력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하다”며 “김민균이 도망쳤다면, 분당에서 서버를 돌리며 우리 돈을 삼킨 진짜 몸통은 누구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