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피 말리는 정청래 갈지자 행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대표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속내를 알 수 없다. 당정 갈등에 불을 붙이면서도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외치니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듯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도화선이 바짝 타들어 간다. 오늘 공개 회의에서는 무슨 말을 할지, 모두가 정 대표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을 향해 여러 차례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했을 때 당과, 야당이었을 때 당이 달라야 된다” “야당은 창을 잘 찔러야 하지만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 등 포용과 통합을 강조했다. 사실상 여당의 수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쓴소리와 더불어 내부 갈등과 연대·통합 실패를 향해 회초리를 든 셈이다.

쌓이는
오해들

곧이어 ‘순방 패싱’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9박10일간의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 대통령의 환송 행사에 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자리하지 않은 것. 대신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대통령의 의중이 김 총리를 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음 날인 10일 문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나왔다.

이날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마친 뒤 이같이 말하며 “평소 스윙보터는 있어도 고정불변한 중도층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며 “국민의 마음, 민심을 살피는 자세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항상 필요한 우리의 기본 자세여야 한다. 민주당과 이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깊이 국민의 마음을 새기는 자세를 항상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발언이었지만 그동안 당청 관계가 부드럽지 않았던 탓에 논란으로 번졌다. 앞서 정 대표는 검찰개혁을 놓고 청와대와 충돌했으며 ‘전 당원 1인1표제’ 등 차기 전당대회 룰 손질을 놓고 친명(친 이재명)계와 거칠게 다퉜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말에 곧바로 친명계의 반발이 쏟아졌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어마어마한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통해 “(오는 8월 전당대회는) 정청래 대 김민석과 송영길, 이런 식의 경쟁 구도였는데 그분들은 친명이니 친청(친 정청래)과 친명 구도로 된다”며 “‘정권은 짧다’ 이것은 사실 거의 탄핵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과거에 어떤 대통령에 대해서 탄핵이 있을 때 (거론했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거듭 정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전당대회) 구도가 이쯤에서 완전히 전환됐다. 정청래 대 이재명 대통령으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련의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들이 쭉 이어지면서 이것이 그러면 진심이었구나. 그러면 이제 대통령하고 맞먹자는 거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대변인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항간에 회자되는 그런 의도로 말했을 거라고는 감히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잽 던지고 푹 숙이고 ‘무한반복’
“우리 모두 친명” 안 통하는 이유

강 수석대변인은 “많은 매체나 언론에서 자의적으로 곡해해서 해석하는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다”며 “전체적 맥락을 보면서 ‘우리가 잘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왜곡하거나 곡해하는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나 지도부나 마음은 동일하다”며 “아마 전당대회가 있다 보니 그것을 곡해해서 해석하신 분들이 계시는데 그것을 지양하자고 말씀드렸다. 전당대회를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르고 싶은 열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가운데 지난 13일 이 대통령은 순방 중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에는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란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며 “집권여당은 신념을 버리지는 않되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여당은) 대결과 배제보다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깨고 나가야 한다면 깨지는 이들에 대한 배려, 공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렸다. 정 대표는 논란이 될 만한 발언 대신 외교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을 ‘월드 클라스’며 치켜세우는 등 한껏 자세를 낮췄다.

또 대통령 시계를 언급하며 당정 갈등 의혹을 불식시켰다. 그는 ‘정 대표가 최근 대통령 시계를 자주 사용한다’는 취지로 작성된 한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제가 이 대통령 시계를 차고 있는 걸 마치 요즘 차고 다니는 것처럼 기사가 많이 났었다. 예전부터 찼는데 마치 지금 꿍꿍이가 있어서 차는 것처럼 보도하면 가짜 뉴스 아니냐”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 역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언론이나 유튜브가 좀 과장된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반청(반 정청래), 반명(반 이재명), 이런 것들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내부 사정은 그렇지 않은데 외부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무 과장되게 단어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정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그동안 정 대표가 단 한 번이라도 이 대통령의 뜻을 꺾은 적이 있었느냐”라며 “이견을 조율하는 데 있어 당연히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이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은 대체로 이 대통령의 뜻을 따르고 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면전서 공격
아물 틈 없다

최근 정 대표는 몸을 낮추고 ‘친명 선언’ ‘당정 원 팀’을 외쳤지만 친명계의 반발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견제와 통합’을 번갈아 외친 탓에 어느 쪽이 진심인지 알기 어려워진 탓이다.

친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대통령이 달리는 동안 우리는 혹여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았나. 어제 한 말이 다르고 오늘 하는 말이 다르다. 하나가 되자고 하면서 분열의 목소리를 낸다”고 비판했다. 이어 “엔진이 두 개인 자동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에 필요한 건 하나의 엔진이다. 대통령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당이 하나가 돼서 제대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 대표의 ‘정권은 짧다’ 발언을 겨냥한 듯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유한하다”고도 말했다. 강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정 대표는 정면만 응시한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정 대표가 간헐적으로 잽을 날리면서도 봉합을 시도하는 이유는 여당 대표가 가진 정치적 숙명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 대표는 정부를 공격하기만 하는 야당에 비해 위치도, 책임감도 다르다. ‘견제-협력-견제’ 행보는 단순한 변덕이 아닌 본인의 당권 연임 명분을 다지는 동시에 여당으로서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당정 간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는 점이다. 과거 정사치를 돌아보면 당정 갈등은 선거 패배로 이어졌고 정부 레임덕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친명계는 오는 8월, 지방선거 책임론을 필두로 전당대회서 정 대표를 주저앉히기 위한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헌 의원은 “지금은 개인의 정치 여정보다 이정부 성공을 우선에 둬야 할 때”라며 “정 대표 불출마와 함께 안정적 전당대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희 의원은 “연임 도전을 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사퇴하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적절하지 않느냐”며 “지금 (정 대표가)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도 밝히지 않고 계속 대표 위치에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라고 직격했다.

이건태 의원 역시 정 대표의 연임 도전에 대해 “명분은 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당원의 평가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 정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은 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혁신적인 ‘실용 정부’ 기조와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심’을 강조하며 “일부 언론에서 친청파가 어떻고 친석(친 김민석)파가 어떻고, 저도 알 수 없는 악의적 갈라치기에 골몰한다”며 “계파로 명명되는 것을 반대하고 싫어하지만 저는 굳이 구분한다면 당원파고 개혁파”라고 설명했다.

춥고 외로운
당 대표 숙명

이어 “민주당은 모두 이정부 성공을 바라는 친명”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당원과 지지자는 모두 당원 주권 당원파고 개혁파”라고 강조했다.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다. 아직 두 달이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 생채기를 내기 시작하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는 얼마나 큰 혈투가 벌어질지 당원들도 저마다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부터 적용되는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인1표제를 관철시킨 정 대표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1인1표제가 시행됨으로써 이제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인 당원주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며 “1인1표제가 시행되면 당내 계파가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차례 내홍을 겪었지만 1인1표제를 향한 친명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칠기만 하다.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용민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핵심은 공천권을 온전히 당원에게 돌려주는 것인데, 이번 보궐선거는 정 대표가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전부 전략공천했다”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 나가는 당 대표가 다음번 대선의 교두보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게 중요한 전제”라며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드리는 것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1표제 보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와 충돌한 김남희 의원은 온라인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전현희·김남희 “다양한 목소리 반영되는 의사결정 구조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언급한 후 “1인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며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전대 앞두고 높아지는 압박 수위
“바로 사퇴” 쏟아지는 당내 직격탄

이에 김 의원은 “당 대표라면 당 의원들 이름을 공개적으로 저격하기 전에 적어도 소통을 하셔야 하지 않나”라며 “당 대표님이 공개적으로 비난하신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공개적인 사과와 해명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실명이 언급된 전현희 의원은 “당 대표가 왜 존재하지도 않는 ‘1인1표제 훼손죄’를 만들어 자당 소속 의원들을 실명으로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당의 분열을 초래하는지 그 의도는 짐작되나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를 둘러싼 전방위 공격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친청계가 날을 세웠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최근 당원 주권 정당, 당원 1인1표제를 흔들고 의심하고 정쟁화하려는 주장이 많다”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까지 이어온 민주당 당원 주권 발전 역사를 그 누구도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의원 역시 “1인1표제는 한 사람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며, 이 원칙을 지키는 게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난 18일 정 대표가 유럽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면서 당정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날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고 이 대통령은 “수고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관성 없는 정 대표의 모습에 민주당원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새로 유입된 당원이 보기에 정 대표의 행보는 위태로운 줄다리기 같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켜온 ‘코어 지지층’이다. 정 대표를 향한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코어 지지층보다는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느낀, 분노에 기반한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정 대표가 1인1표제라든가, 반발이 있을 것 같은 내용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기존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에서는 여전히 정 대표의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저는 ‘나 같으면 연임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야 정 대표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철석같이
믿는 구석

박 의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지금 상황에서 정 대표는 곧 죽어도 (전당대회에) 나갈 것 같다”며 “제가 광주 시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해보니 ‘인위적으로 누구 당 대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또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정 대표가 나오면 국민과 당원이 심판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갈등 완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계속되기 때문에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