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이한 전 후보의 유세 중 ‘음료 테러’ 사건이 본인이 직접 기획한 자작극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치권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개혁신당은 ‘영구 복당 금지’ 등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며 파문 진화에 나섰으나, 당 공천 시스템은 물론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정이한 전 후보를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선거운동 중 발생했던 음료수 테러 사건이 정 전 후보와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남성이 공모한 자작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앞서 경찰은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일, 정 후보 선거사무소로 사용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사건 발생 전 피의자와 통화한 기록을 확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27일 부산 금정구 구서동 출근길 유세 현장이었다. 당시 정 전 후보 캠프 측은 지나가던 차량의 운전자 A씨가 욕설과 함께 음료수를 투척했고, 이를 피하려다 넘어져 뇌진탕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사안을 ‘정치 테러’로 규정했다.
그는 당시 퇴원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일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명백한 폭력”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 쌓인 갈등과 분노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정치는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풀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 전 후보는 목에 깁스를 한 채 유세 현장에 나타나 동정 여론을 이끌었다. 심지어 체포된 피의자를 위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후보가 지지율을 위해 스스로 정치 테러를 연출한 한국 정치사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개혁신당이 받은 충격은 더욱 크다. 정 전 후보는 국회의원실 선임비서관, 국무총리비서실 사무관을 거친 정책 전문가로, 지난해 9월 당 중앙 대변인으로 발탁되며 기대를 모았던 ‘젊은 피’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가 지선 이후 당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힌 불명예스러운 인물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개혁신당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수사가 시작된 직후 온라인으로 탈당계를 제출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잠적했다.
이에 대해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당의 단죄를 피하려는 비겁한 ‘꼼수 탈당’”이라며 격분했다.
개혁신당은 즉각 최고 수준의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은 전날 공식 입장을 통해 ▲자체 진상조사단 가동 ▲무관용 법적 대응 ▲영구 복당 금지 처분 등을 약속했다.
천 원내대표는 “사실관계가 드러나는 대로 강력한 형사 고발은 물론, 막대한 규모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단행할 것”이라며 “꼼수 탈당으로 책임을 면하려는 행태에 끝까지 법적·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중대한 선거범죄다. 당은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모든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동시에 당 자체의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드러나는 사실관계에 따라 정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고 덧붙였다.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이번 사태로 개혁신당은 ‘공천 검증 실패’라는 치명적인 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가 그간 꾸준히 정치권의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인사 검증 실패를 지적한 만큼, 이번 사안을 두고 기존 정당들을 향했던 그의 ‘송곳 비판’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헌정사상 유례없는 정치 테러 자작극의 전모가 드러날지, 정치권 전반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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