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외의 선택 한성숙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6.15 13:25:22
  • 호수 1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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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 청문회 문턱 넘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약 20년 만의 여성 총리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네이버 CEO 출신인 한 후보자는 AI·혁신 성장 분야의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지만, 다주택 보유와 거액 자산 등은 인사청문회의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기업 경영과 장관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인정받으며 총리 후보로 낙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7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리직에 오르면 2006년 한명숙 전 총리 이후 약 20년 만의 여성 총리가 된다. 애초 국무총리 후보로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지명 이유는
실무형 리더

하지만 지명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관측이 많았던 한성숙 장관이 최종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유력 후보군이 아닌 한 장관이 지명된 것과 관련해,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 장관은 본인이 고사했고, 강 실장의 경우 후임 비서실장이 마땅치 않은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 왔으며 충남 아산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을 지낸 중진 의원 출신 정치인이다. 대통령 전략 경제협력 특사로 활동하며 외교·경제 분야 경험을 쌓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비서실장 취임 이후에는 차기 대선 주자로도 거론됐다.

5선 중진 의원인 정 장관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40년 넘는 인연을 이어온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 인사로 평가받는다. 초대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중대범죄 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 작업을 주도해 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후보자의 임기는 길어야 내년 3월 정도까지일 것”이며 “강 비서실장이 올해 말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면 자연스럽게 총리를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정 장관은 오는 10월 예정된 공소청 출범과 검찰개혁 마무리를 자신의 손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는) 정보기술(IT) 기업 대표와 중기부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적 과제인 AI(인공지능) 대전환을 차질 없이 완수하고 대한민국 모두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관으로서 속도와 성과, 현장을 강조하며 중소 벤처와 소상공인 등 모두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치 달성,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실질적 성과를 창출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총리 지명과 관련해 “일할 사람으로, 그냥 일만 할 사람을 뽑았다”며 “우리 내각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 전력 질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한 장관이 적격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을 두고 집권 이 대통령이 2년 차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민생 경제와 혁신 성장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가 지난 1년간 장관직을 수행하며 능력이 검증됐고, 꼼꼼한 일 처리와 안정감, 기획력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첫 여성 기업인 출신 총리 후보자
디지털 경제·AI 전환 완수 적임자

민간 기업 대표이사(CEO) 출신이자 중기부 장관으로 실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한성숙 후보자를 통해 이정부 2기 내각의 기조를 ‘실용’과 ‘성과’로 분명히 한 셈으로, 정치권에서는 무난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또 NHN 국내 담당 총괄 대표이사를 지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지낸 하정우 전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과 함께 정부의 ‘네이버 인사’로도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취임 후에 중기부 정책 기조를 기존의 ‘보호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 정책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다. 국민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창업 인재 육성 프로젝트로 추진된 이 사업은 대대적 홍보와 국민적 관심으로 6만3000여명이 신청해 정부 공모 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행정 혁신을 통해 신청 서류를 50% 이상 감축하고 AI 기반 기술평가 체계를 도입했으며, 중소기업 통합 지원 플랫폼과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 구축을 추진했다. 직급보다 실제 업무를 중시해 실무자와 직접 소통하고 사무관의 이메일에도 직접 답장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는 국내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함께한 IT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1989년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IT 전문 매체인 <월간 PC 라인>의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포털 사이트 엠파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검색사업본부장으로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엠파스는 타 사이트의 데이터를 함께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로, 2002년 포털 순위 4위와 접속량 9위를 기록하며 국내 포털 검색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엠파스 재직 당시, 포털이 제공하는 성인 콘텐츠가 음란물을 대량 유포하고 있음에 따른 대대적인 수사 결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등)으로 벌금 1000만원과 몰수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 후보자는 검찰의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1년 뒤 2006년 10월 정식 재판 청구를 취하하면서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엠파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되며 네이트와 통합된 이후 한 후보자는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자리를 옮긴 뒤 네이버의 서비스본부장과 총괄이사를 지냈다. 이후 2017년 대표이사(CEO)에 선임되며 2022년까지 5년간 매출 6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검색 포털 중심 기업이었던 네이버를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키고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 개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폐지와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폐지 등 포털의 사회적 책임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 플랫폼 신뢰도 회복에 나섰던 결단 또한 우수 경영 사례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경제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검증 대상
최고 부자

당시 한 후보자는 29억8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급여 12억원 이외에 상여금 16억8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억400만원 등을 총합해 그에게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공개됐다.

네이버는 한 후보자에게 상여금 16억8000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로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단계적 전환 등 회사의 주요 서비스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창작자 보상 강화를 통해 이용성 생산 콘텐츠(UGC)·동영상 서비스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으며, 글로벌 콘텐츠 및 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의 재산은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검증대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약 440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고액 자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외에도 동생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 불법 증축에 따른 건축법 위반 의혹, 본인과 모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을 받았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가장 먼저 거론될 쟁점은 재산과 다주택 보유 문제가 될 것이 유력하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 신고 때에는 223억15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내각 최고 부자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토지 6억7418만원, 건물 97억4116만원, 예금 65억191만원, 증권 51억3617만원 등이다.

지난 8일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지난 5월6일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185㎡(전용면적 151㎡) 한 채를 52억원에 매도했다. 해당 거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일이었던 지난달 9일을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그리고 같은 달 27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2006년 10월25일 해당 아파트를 22억5000만원에 사들여 20년가량 보유하다가 지난 5월 52억원에 거래하며 29억5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전용면적 151㎡는 지난 3월 60억원, 지난 5월 56억원 등에 거래된 바 있어 한 후보자는 시세 대비 4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0억7463만원에 분양받았던 전용면적 54.66㎡,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오피스텔 또한 지난해 실거래가 대비 9억원 낮은 15억원으로 매각에 나섰다. ‘고가 매물’이 쟁점이 될 청문회를 대비해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에 속도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선관위 사태
쇄신 카드?

매각을 진행한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역삼동 오피스텔 외에도 한 후보자는 “경기도 양평의 단독주택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단독주택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 보유 주택 4채 가운데 실거주 중인 삼청동 주택을 제외하고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으로는 테슬라 2166주, 팔란티어 580주, 애플 894주, 엔비디아 466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네이버 주식 8934주는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네이버가 이 대통령이 구단주였던 성남FC에 광고비로 39억원을 집행한 것을 두고 한 후보자가 관여했는지가 여부가 또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이 이재명을 위한 성남FC 뇌물공여자인 네이버의 대표 출신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두고 “국민 우롱하는 내로남불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대미문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와중에, 오직 당권 장악에만 몰두하며 자리를 비운 김민석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인물이 이 대통령이 그토록 악마화하고 비난해 왔던 다주택자”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며 ‘용지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여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정작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후보자에게는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세운 기준에 따르면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기는커녕 용지 복사도 맡겨선 안 되는 자격 미달 후보”라고 강조했다.

양도세 유예 종료 전 30억 차익
국힘 “내로남불 다주택자 인사”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지금이 총리 교체를 전면에 내세울 때인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사태의 철저한 규명과 수습은 뒤로한 채 인적 쇄신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은 민심의 요구와 완전히 동떨어진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대국민 사과, 무너진 선거 행정 시스템 신뢰 복원”이라며 “신임 총리 지명과 별개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고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8일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하면서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이하는 전환적인 시기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지명 소감을 전했다.

국무총리로 임명되면 “먼저 당면한 민생경제 비상 상황을 타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AI로 가속화되는 산업 재편과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AI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혁신을 가속화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 부처가 전체적으로 하는 것이 서류 줄이기 관련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장관 재직 당시 중요하게 추진했던 행정 혁신을 언급했다. “데이터를 잘 연결하면 굳이 국민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어 속도감 있게 처리하면 국민에게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느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관련한 것은 청문회에서 성실히 답변드리겠다”며 대답을 아꼈다. 한 후보자는 자신이 정치인 출신이 아닌 점에 대해 “저는 모든 총리가 시대에 맞춰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에게 요구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해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문재인정부 때 총리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윤석열정부 때는 한덕수 전 총리로 모두 정치계 혹은 고위 관료 출신으로 주목받는 인사들이었으며, 이정부 첫 총리인 김민석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한 후보자가 이전 총리들과 비교해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소설과 아이돌 그룹 노래를 한 대목씩 인용하며 총리직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달라진 시대
과감한 도전

지명 소감 막바지에 “제가 두 가지를 읽고 싶어서 적어 왔다”며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김애란 소설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로,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는 문장이 기억났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요즘 코르티스 팬이어서 노래를 듣고 있는데, ‘(‘REDRED’의 가사 중) 도가니 사리기 red, red, 신호등 바뀌었어 green, green, 넘어가 울타리 green, green’이라는 가사가 와닿았다”며 “몸 사리지 않고, 신호등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 것에 맞춰서 과감하게 울타리 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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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시작은 코인 교육방이었다. 20억원의 투자 피해를 입힌 ‘코인스쿨 리딩방 사기 사건’은 결이 다르다. 코인스쿨 강사 권원재의 본명은 김민균. 그는 직접 제작한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끌어들여 투자를 권유했다. 결국 70여명의 피해자들은 2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민균이 해외로 도망치자 경찰은 수사를 중지했다. 김민균은 가상 인물 ‘김승호’를 내세워 사설 해외 선물 HTS에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피해자들은 “피의자 한 명이 도망갔다고 국내 공범과 자금 흐름 수사까지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피해자 측에 “2024년 8월2일 피의자 김민균은 미국으로 출국했고, 출국 후 현재 연락두절되고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교육방이 리딩방으로 이어 “김승호의 구글 아이디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사이버 국제공조를 통해 가입자 내역을 회신받았으나,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는 등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피의자 김민균의 소재 발견 시까지 수사 중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수사 부실을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은 김민균의 도주가 아니라, 선물투자에 성공한 김승호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했는지, 누가 그 계정을 운영했는지, 코인스쿨의 실제 운영진과 자금 흐름이 어디까지 연결됐는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이 김승호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코인스쿨 일당의 조직적 범행 가능성을 더 강하게 수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인스쿨은 처음부터 리딩방을 표방하지 않았다. 코인스쿨은 ‘공학도 출신 50억대 트레이더 권원재’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회원을 모았다. 권원재는 코인 강사이자 멘토처럼 등장했고, 회원들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코인 매매를 배웠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투자를 맡기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방이었기 때문에 의심이 적었다”고 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권원재는 실체를 드러냈고, 본명은 김민균이라고 밝혔다. 또 코인스쿨 내부에서 활동한 모범 학생 ‘하모닉우치’ 계정도 김민균과 동일 인물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피해자들은 “권원재는 친절한 선생님, 하모닉우치는 실력 좋은 졸업생처럼 역할을 나눠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럴싸한 외부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을 받은 교육기관처럼 오인하게 만든 결정적 장치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4년 3월28일 김민균은 법무법인 아리율에서 만난 피해자들 앞에서 “1인 다역을 했다”며 스스로 실토했다. 그는 “다들 아시지 않느냐. 권원재, 하모닉우치, 김민균은 동일 인물이다. 하모닉우치 계정은 제 본래 핸드폰”이라며, 코인스쿨 안에서 ‘친절한 멘토(권원재)’와 ‘고수익을 인증하는 열혈 졸업생(하모닉우치)’ 역할을 홀로 연기하며 회원들을 속여왔음을 자인했다. 권원재 본명 김민균으로 확인 투자 프로그램으로 리딩 사기 코인스쿨은 단순 오픈채팅방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받은 위촉증명서에는 소속 ‘교육 7기수’, 부서 ‘교육’, 상호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 ‘오단혁’이 기재돼있다. 피해자들은 “코인스쿨은 김민균 개인이 취미로 만든 방이 아니라 상호와 교육 기수, 위촉 체계를 두고 운영됐다”고 말한다. 코인스쿨과 연결된 홈페이지에는 권준상·오단혁이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 홍보도 있었다. 권원재는 과거 보도자료성 기사에서 ‘전업투자자 양성 전문가’로 소개됐다. 법무법인 아리율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노출됐다. 피해자들은 “법무법인 자문 계약과 언론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된 교육기관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였다”고 주장한다. 교육방 내부에서는 ‘졸업생 신화’가 만들어졌다. 코인스쿨 측은 “2023년 모든 기수를 통틀어 목표 금액 달성자와 10억원 이상 달성자 등 졸업자가 63명”이라는 취지로 공지했다. 일부 계정은 고수익 인증을 올렸다.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 “300만원으로 300만원 벌었다” “3시간 동안 360만원 벌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회원들을 해외 선물 프로젝트로 유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민균은 해당 교육방 공지를 통해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는 소수만 진행하며, 하모닉우치와 참여한다”고 직접 바람을 잡았다. 이어 김민균이 운영하는 팀 소속(바람잡이)인 ‘양희철’ ‘김다름’ ‘만불챌린지’라는 유저 등이 총동원됐다. 이들은 “권원재만 따라하면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이라며 우상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피해자들과 만난 김민균은 “바람잡이들도 있었고, 과장되게 광고를 한 것은 진짜 저희가 잘못한 게 맞다”고 실토했다. 법무법인 회유 정황 사기 사건은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권원재는 2024년 김승호를 코인스쿨의 제자이자 해외 선물로 성공한 투자자로 소개했다. 단순히 이름만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권원재가 직접 김승호의 카카오톡 계정을 전달해 주며 회원들에게 소개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코인스쿨 교육방에서는 “신청만 오늘 1시까지 받는다” “추첨은 순차적으로 진행 중” “프로젝트 승률은 100%”라는 취지의 공지가 올라왔다. 참여 희망자에게는 기존 기수와 닉네임, 목표 시드, 프로젝트 진행 동안의 각오를 적게 했다. 피해자들은 “절박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프로젝트방에서 나스닥 선물 종목 NQH24, NQM24를 두고 매수·매도 리딩을 지시했다. “포지션: 대기” “포지션: 매수” “17540 부근 1계약” “17500 부근 1계약 추가 예정”이라는 식의 안내가 이어졌다. 또 다른 방에서는 “포지션: 매도” “2계약 추가” 등의 지시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김승호의 리딩을 따라 들어갔다가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손실이 커지자 김승호는 ‘담보금’을 강조했다. “든든한 담보금은 엄청난 수익금을 안겨준다” “청산되면 내 사비로 보상하겠다” “제발 안전한 담보금을 준비해 달라”는 식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이 대목을 ‘담보금 가스라이팅’이라고 표현한다. 손실 위험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피해가 속출하자 고소인들은 김민균에게 “김승호 본명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유해달라”고 강요했다. 이에 김민균은 “12월에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본명인지 가명인지 나도 모른다. 가진 것은 텔레그램 아이디뿐”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버는 코인스쿨의 수장이 투자금이 걸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설계자 김승호의 인적 사항조차 모른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피해자들은 “김민균이 범행이 발각되자 모든 책임을 가상의 인물인 김승호에게 떠넘기기 위해 기획한 시나리오”라고 확신하고 있다. 선상 파티 호화 도피 가장 충격적인 쟁점은 피해자들이 이용한 거래 플랫폼의 실체다.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배포한 HTS 프로그램은 공식 증권사를 흉내 낸 ‘이베스트프로(ebest pro)’였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이베스트프로 HTS는 정교한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환율까지 표기하며 제도권 프로그램처럼 위장했으나, 안내란에는 “1원 인증 없이 가상계좌가 발급된다”고 명시했다. 금융 보안 절차상 정상 증권사라면 결코 쓸 수 없는 표현이다. 또 피해자들이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및 거래 횟수 30회~50회를 채워야 출금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걸어 출금을 원천 차단하고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김민균은 교육 영상을 통해 이베스트프로 MTS·HTS 주문 창을 가리키며 “지정가 진입하고 정리하는 것 진짜 어렵지 않다”며 “진입할 때는 다른 것 다 보실 필요 없이 매수와 매도만 기억하면 된다”고 현혹했다. 차트 숫자와 매수·매도 열이 조작되는 ‘모의 투자’용 사설 서버 프로그램을 두고, 피해자들에게는 마치 실제 해외 선물 시장에 자금이 진입하는 것처럼 철저히 교습해 의심의 싹을 잘라낸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 정보(WHOIS)에 따르면 ‘ebestpro.org’ 도메인은 2024년 초 프로젝트 시작 전인 2023년 9월15일에 선제적으로 생성돼있었다. 애초부터 출금해 줄 생각 없이 가짜 사설 프로그램과 교육 영상까지 치밀하게 사전 기획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법무법인 아리율도 조직적 개입 및 수습에 조력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개최된 대면 미팅에는 주범 김민균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아리율 ‘형사사건 전문 TF팀’ 소속의 박 모 사무장이 전면에 나섰다. 박 사무장은 피해자 대표들 앞에서 “저희는 이 친구(김민균)를 방어(변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가 경찰 조사 내용을 수시로 피드백 줄 테니 검증 대조할 시간을 한 달만 달라” “실제 피해자만 따로 모아 폐쇄적인 방을 새로 파고 기존 통합방은 폭파해라”라며 사태 축소와 피해자 분열을 종용했다. 피의자 도주로 멈춘 수사 남은 공범들 어디 숨었나 특히 박 사무장은 수사기관을 폄하하며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 의지를 꺾으려 시도했다. 그는 “김민균이 사기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멘털이 약해 자살할까 봐 아침저녁으로 통화한다”며 동정론을 유발했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100% 수사 중지가 될 것 같다. 사이트나 대포통장 주인은 어차피 못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피해 추정 금액을 15억 안팎으로 잡고 재정 상태를 확인한 뒤 원금의 50~60% 선에서 합의안을 제시하겠다”며 구체적인 액수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그러면서 “총 결정권자인 위에 형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은 사람을 안 믿는다. 만약 고소가 계속 진행된다면 그분은 저를 위해 돈을 쓰실 거고, 저희가 ‘관여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 돈을 쓰실 것”이라며, “고소를 계속하면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승호가 가상 인물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김승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김승호가 유령이라면 코인스쿨 측이 모든 혐의를 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코인스쿨 측은 “우리도 김승호에게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민균은 피해자들에게 “김승호를 함께 고소하자”고 제안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마치 코인스쿨도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 완전범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고소인 측 대표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초동수사를 맡았던 김모 경위의 대처 미흡과 부실 수사, 직무유기로 인해 김민균의 해외 도주가 가능해졌다”며 “김민균이 해외 도주를 준비 중이라고 계속 알렸고 출국금지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제대로 수사하라고 계속 추궁했다. 김민균이 도주하면 사건이 유야무야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민균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건은 멈췄다. 해외로 도피한 김민균의 행적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김민균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Bitget) 행사에 참석하고 VVIP 웰컴 기프트와 요트 파티 사진을 SNS에 올렸다. 수사 중지 끝난 사건? 제보자에 따르면, 코인스쿨 일당들의 최종 접속 IP 주소는 국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로 확인됐다. 김민균이 도피 후에도 국내에서 자금을 세탁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공범 세력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내의 ‘진짜 몸통’과 배후 세력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하다”며 “김민균이 도망쳤다면, 분당에서 서버를 돌리며 우리 돈을 삼킨 진짜 몸통은 누구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