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현재로 역사여행 ③정림사지 오층석탑·왕릉원·서동공원과 궁남지

초여름의 바람을 따라 걷는 부여 사비길

화려함보다 단아함으로 마음을 머물게 하는 곳, 부여다. 1500년 전, 사비 백제가 지향했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미학은 초여름으로 향하는 푸른 생명력과 만날 때 비로소 그 깊이가 선명해진다. 요란한 풍경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줄, 사비 백제의 고요한 찬란함을 따라 세 가지 풍경을 제안한다.

부여 시내의 활기찬 일상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며 시야가 탁 트이는 경계점에 서게 된다. 바로 정림사지다. 현대의 건물들 사이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은, 방문객들이 복잡한 도심에서 백제의 정적인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법 같은 통로가 되어준다.

절터 정중앙에는 국보 제9호인 오층석탑이 당당히 서있다. 이 탑은 차가운 석재를 사용하면서도 목조 건물의 정교한 구조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어 ‘석탑의 교과서’라 불린다. 층마다 지붕돌의 끝이 살짝 들려 있는 모습은 백제 특유의 단아한 세련미를 보여준다.

석탑의 교과서

사실 이 탑의 1층 탑신에는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멸망시킨 후 새긴 승전 기록이 남아 있어, 한때 ‘평제탑(백제를 평정한 탑)’이라 불리는 아픈 역사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1500년이 지난 지금, 이 탑은 굴곡진 역사를 버텨낸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자 백제 예술의 결정체로 당당히 빛나고 있다.

석탑 주변으로는 당시 정림사의 위엄을 짐작게 하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중문, 탑, 금당, 강당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일탑일금당 구조는 군더더기 없는 백제의 질서 의식을 상징한다. 현재는 건물들이 사라지고 터만 남았지만, 남아있는 거대한 초석들을 통해 당시 정림사가 얼마나 압도적인 규모의 국가 사찰이었는지 상상해 볼 수 있다. 탑 뒤쪽에서는 고증을 거쳐 복원된 강당과 그 안에 모셔진 보물 제108호 석조여래좌상을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불상이 백제가 아닌 고려 시대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림사가 백제 멸망 후에도 고려 시대까지 수백년간 법등을 이어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사찰 내부에 조성된 작은 인공 연못은 일본 정원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던 백제의 빼어난 미감을 재현해, 맑은 햇살 아래 관람객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왕릉으로 향하는 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이 길은 부여에서 가장 조용히 숲의 호흡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솔향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둥글게 솟은 왕릉의 능선과 그 뒤를 감싸는 산세가 어우러져 완벽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왕들의 영면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숲은 오직 바람 소리와 새소리로만 이곳을 채우고 있다.

고요한 찬란함, 부여의 초여름

왕릉을 걷다 보면 백제 토목 기술의 정수인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묘)의 형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돌을 정교하게 쌓아 방을 만들고 입구를 낸 이 구조는 추가 매장이 가능하다는 실용성과 함께 백제인들의 앞선 건축 기술을 증명한다. 둥글게 솟은 왕릉의 능선은 그 뒤를 감싸는 지형과 어우러져 방문객에게 완벽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왕릉원 바로 옆으로는 백제의 수도 사비를 방어하던 외곽 성벽인 나성과 능산리 사지가 나란히 자리한다. 이곳은 백제 예술의 결정체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가 발견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건물이 사라지고 초석만 남은 빈터에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 설치된 투명 복원 안내판을 통해 당시 사찰이 얼마나 장엄한 규모였는지 직관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판 위의 흰 선과 실제 지형이 겹쳐지는 순간, 1500년전의 화려했던 사찰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왕릉원 산책의 마무리는 숲 한쪽에서 조용히 관람객을 맞이하는 의자왕의 가묘이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은 당나라로 끌려가 타국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 훗날 그 후손들과 부여군이 당나라 낙양의 묘역에서 흙을 가져와 이곳에 가묘를 조성하고 비석을 세웠다.

비록 몸은 돌아오지 못했으나 흙으로나마 고국으로 돌아온 군주를 기리는 공간이다. 5월의 고요한 숲길 끝에서 마주하는 이 비석은 여행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다음 여행지는 백제 무왕 때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 궁남지다. 부여 서동공원 내에 위치한 이곳은 연못 주변의 수양버들이 연둣빛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7월의 화려한 연꽃 축제도 유명하지만, 초여름의 생동감이 시작되는 이맘때의 궁남지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연못 중앙의 섬에 세워진 포룡정은 궁남지의 상징이다. 무왕의 어머니가 이곳에서 용과 교류하여 서동을 낳았다는 설화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섬으로 이어지는 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은 궁남지 관람의 하이라이트다. 다리 양옆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연못 풍경은 백제 왕실 정원의 기품을 그대로 보여주며, 가장 완벽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자 내부에 앉으면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천장 아래 걸린 현판들은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이의 기록을 전해준다.

포룡정 주변으로는 궁남지의 백미인 수양버들 구간이 펼쳐진다. 산들바람에 춤추는 버드나무 가지와 시원하게 솟구치는 분수 소리는 연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현재 연못을 가득 채운 초록 식물들은 7월의 화려한 연꽃을 준비하며 특유의 싱그러운 연둣빛 장관을 이루고 있다.

궁남지의 백미

공원 한쪽에는 성인 키의 몇 배가 넘는 대형 그네가 설치돼있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그네를 타다 보면 백제 무왕 ‘서동’이 가졌을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하다. 연못가에 세워진 서동과 선화공주의 조형물은 서동공원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국경을 초월한 위대한 사랑의 서사가 흐르는 공간임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webmaster@ilyosisa.co.kr>

 

<여행 정보>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문의: 041-832-2721

-부여 왕릉원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왕릉로 61, 운영 시간: 하절기(3~10월) 09:00~18:00, 동절기(11~2월) 09:00~17:00
※설·추석 당일 휴무, 문의: 041-830-2890​​

-서동공원과 궁남지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문의: 041-830-2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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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단독] 코인스쿨 20억 사기 사건, 가상인물 ‘김승호’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시작은 코인 교육방이었다. 20억원의 투자 피해를 입힌 ‘코인스쿨 리딩방 사기 사건’은 결이 다르다. 코인스쿨 강사 권원재의 본명은 김민균. 그는 직접 제작한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끌어들여 투자를 권유했다. 결국 70여명의 피해자들은 2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김민균이 해외로 도망치자 경찰은 수사를 중지했다. 김민균은 가상 인물 ‘김승호’를 내세워 사설 해외 선물 HTS에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피해자들은 “피의자 한 명이 도망갔다고 국내 공범과 자금 흐름 수사까지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피해자 측에 “2024년 8월2일 피의자 김민균은 미국으로 출국했고, 출국 후 현재 연락두절되고 소재가 불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교육방이 리딩방으로 이어 “김승호의 구글 아이디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사이버 국제공조를 통해 가입자 내역을 회신받았으나,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는 등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피의자 김민균의 소재 발견 시까지 수사 중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수사 부실을 주장했다. 사건의 핵심은 김민균의 도주가 아니라, 선물투자에 성공한 김승호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했는지, 누가 그 계정을 운영했는지, 코인스쿨의 실제 운영진과 자금 흐름이 어디까지 연결됐는지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이 김승호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코인스쿨 일당의 조직적 범행 가능성을 더 강하게 수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인스쿨은 처음부터 리딩방을 표방하지 않았다. 코인스쿨은 ‘공학도 출신 50억대 트레이더 권원재’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회원을 모았다. 권원재는 코인 강사이자 멘토처럼 등장했고, 회원들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코인 매매를 배웠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투자를 맡기는 구조가 아니라 교육방이었기 때문에 의심이 적었다”고 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권원재는 실체를 드러냈고, 본명은 김민균이라고 밝혔다. 또 코인스쿨 내부에서 활동한 모범 학생 ‘하모닉우치’ 계정도 김민균과 동일 인물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피해자들은 “권원재는 친절한 선생님, 하모닉우치는 실력 좋은 졸업생처럼 역할을 나눠 연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럴싸한 외부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을 받은 교육기관처럼 오인하게 만든 결정적 장치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4년 3월28일 김민균은 법무법인 아리율에서 만난 피해자들 앞에서 “1인 다역을 했다”며 스스로 실토했다. 그는 “다들 아시지 않느냐. 권원재, 하모닉우치, 김민균은 동일 인물이다. 하모닉우치 계정은 제 본래 핸드폰”이라며, 코인스쿨 안에서 ‘친절한 멘토(권원재)’와 ‘고수익을 인증하는 열혈 졸업생(하모닉우치)’ 역할을 홀로 연기하며 회원들을 속여왔음을 자인했다. 권원재 본명 김민균으로 확인 투자 프로그램으로 리딩 사기 코인스쿨은 단순 오픈채팅방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받은 위촉증명서에는 소속 ‘교육 7기수’, 부서 ‘교육’, 상호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 ‘오단혁’이 기재돼있다. 피해자들은 “코인스쿨은 김민균 개인이 취미로 만든 방이 아니라 상호와 교육 기수, 위촉 체계를 두고 운영됐다”고 말한다. 코인스쿨과 연결된 홈페이지에는 권준상·오단혁이 비타민 주식투자 대표자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 홍보도 있었다. 권원재는 과거 보도자료성 기사에서 ‘전업투자자 양성 전문가’로 소개됐다. 법무법인 아리율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노출됐다. 피해자들은 “법무법인 자문 계약과 언론 홍보가 코인스쿨을 합법적이고 검증된 교육기관처럼 보이게 만든 장치였다”고 주장한다. 교육방 내부에서는 ‘졸업생 신화’가 만들어졌다. 코인스쿨 측은 “2023년 모든 기수를 통틀어 목표 금액 달성자와 10억원 이상 달성자 등 졸업자가 63명”이라는 취지로 공지했다. 일부 계정은 고수익 인증을 올렸다.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 “300만원으로 300만원 벌었다” “3시간 동안 360만원 벌었다”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회원들을 해외 선물 프로젝트로 유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민균은 해당 교육방 공지를 통해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는 소수만 진행하며, 하모닉우치와 참여한다”고 직접 바람을 잡았다. 이어 김민균이 운영하는 팀 소속(바람잡이)인 ‘양희철’ ‘김다름’ ‘만불챌린지’라는 유저 등이 총동원됐다. 이들은 “권원재만 따라하면 월 수익 억 단위는 평균”이라며 우상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피해자들과 만난 김민균은 “바람잡이들도 있었고, 과장되게 광고를 한 것은 진짜 저희가 잘못한 게 맞다”고 실토했다. 법무법인 회유 정황 사기 사건은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권원재는 2024년 김승호를 코인스쿨의 제자이자 해외 선물로 성공한 투자자로 소개했다. 단순히 이름만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권원재가 직접 김승호의 카카오톡 계정을 전달해 주며 회원들에게 소개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시드 불리기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코인스쿨 교육방에서는 “신청만 오늘 1시까지 받는다” “추첨은 순차적으로 진행 중” “프로젝트 승률은 100%”라는 취지의 공지가 올라왔다. 참여 희망자에게는 기존 기수와 닉네임, 목표 시드, 프로젝트 진행 동안의 각오를 적게 했다. 피해자들은 “절박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한다. 김승호는 프로젝트방에서 나스닥 선물 종목 NQH24, NQM24를 두고 매수·매도 리딩을 지시했다. “포지션: 대기” “포지션: 매수” “17540 부근 1계약” “17500 부근 1계약 추가 예정”이라는 식의 안내가 이어졌다. 또 다른 방에서는 “포지션: 매도” “2계약 추가” 등의 지시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김승호의 리딩을 따라 들어갔다가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손실이 커지자 김승호는 ‘담보금’을 강조했다. “든든한 담보금은 엄청난 수익금을 안겨준다” “청산되면 내 사비로 보상하겠다” “제발 안전한 담보금을 준비해 달라”는 식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이 대목을 ‘담보금 가스라이팅’이라고 표현한다. 손실 위험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피해가 속출하자 고소인들은 김민균에게 “김승호 본명이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공유해달라”고 강요했다. 이에 김민균은 “12월에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본명인지 가명인지 나도 모른다. 가진 것은 텔레그램 아이디뿐”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연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버는 코인스쿨의 수장이 투자금이 걸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설계자 김승호의 인적 사항조차 모른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피해자들은 “김민균이 범행이 발각되자 모든 책임을 가상의 인물인 김승호에게 떠넘기기 위해 기획한 시나리오”라고 확신하고 있다. 선상 파티 호화 도피 가장 충격적인 쟁점은 피해자들이 이용한 거래 플랫폼의 실체다. 김승호라는 가상 인물이 배포한 HTS 프로그램은 공식 증권사를 흉내 낸 ‘이베스트프로(ebest pro)’였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이베스트프로 HTS는 정교한 인터페이스와 실시간 환율까지 표기하며 제도권 프로그램처럼 위장했으나, 안내란에는 “1원 인증 없이 가상계좌가 발급된다”고 명시했다. 금융 보안 절차상 정상 증권사라면 결코 쓸 수 없는 표현이다. 또 피해자들이 출금을 요구하면 “수수료 및 거래 횟수 30회~50회를 채워야 출금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걸어 출금을 원천 차단하고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김민균은 교육 영상을 통해 이베스트프로 MTS·HTS 주문 창을 가리키며 “지정가 진입하고 정리하는 것 진짜 어렵지 않다”며 “진입할 때는 다른 것 다 보실 필요 없이 매수와 매도만 기억하면 된다”고 현혹했다. 차트 숫자와 매수·매도 열이 조작되는 ‘모의 투자’용 사설 서버 프로그램을 두고, 피해자들에게는 마치 실제 해외 선물 시장에 자금이 진입하는 것처럼 철저히 교습해 의심의 싹을 잘라낸 것이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 정보(WHOIS)에 따르면 ‘ebestpro.org’ 도메인은 2024년 초 프로젝트 시작 전인 2023년 9월15일에 선제적으로 생성돼있었다. 애초부터 출금해 줄 생각 없이 가짜 사설 프로그램과 교육 영상까지 치밀하게 사전 기획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법무법인 아리율도 조직적 개입 및 수습에 조력한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개최된 대면 미팅에는 주범 김민균뿐만 아니라, 법무법인 아리율 ‘형사사건 전문 TF팀’ 소속의 박 모 사무장이 전면에 나섰다. 박 사무장은 피해자 대표들 앞에서 “저희는 이 친구(김민균)를 방어(변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가 경찰 조사 내용을 수시로 피드백 줄 테니 검증 대조할 시간을 한 달만 달라” “실제 피해자만 따로 모아 폐쇄적인 방을 새로 파고 기존 통합방은 폭파해라”라며 사태 축소와 피해자 분열을 종용했다. 피의자 도주로 멈춘 수사 남은 공범들 어디 숨었나 특히 박 사무장은 수사기관을 폄하하며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 의지를 꺾으려 시도했다. 그는 “김민균이 사기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멘털이 약해 자살할까 봐 아침저녁으로 통화한다”며 동정론을 유발했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 100% 수사 중지가 될 것 같다. 사이트나 대포통장 주인은 어차피 못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피해 추정 금액을 15억 안팎으로 잡고 재정 상태를 확인한 뒤 원금의 50~60% 선에서 합의안을 제시하겠다”며 구체적인 액수로 피해자들을 회유했다. 그러면서 “총 결정권자인 위에 형이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은 사람을 안 믿는다. 만약 고소가 계속 진행된다면 그분은 저를 위해 돈을 쓰실 거고, 저희가 ‘관여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계속 돈을 쓰실 것”이라며, “고소를 계속하면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는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승호가 가상 인물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김승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김승호가 유령이라면 코인스쿨 측이 모든 혐의를 그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코인스쿨 측은 “우리도 김승호에게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민균은 피해자들에게 “김승호를 함께 고소하자”고 제안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마치 코인스쿨도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 완전범죄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고소인 측 대표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초동수사를 맡았던 김모 경위의 대처 미흡과 부실 수사, 직무유기로 인해 김민균의 해외 도주가 가능해졌다”며 “김민균이 해외 도주를 준비 중이라고 계속 알렸고 출국금지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제대로 수사하라고 계속 추궁했다. 김민균이 도주하면 사건이 유야무야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민균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건은 멈췄다. 해외로 도피한 김민균의 행적도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김민균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Bitget) 행사에 참석하고 VVIP 웰컴 기프트와 요트 파티 사진을 SNS에 올렸다. 수사 중지 끝난 사건? 제보자에 따르면, 코인스쿨 일당들의 최종 접속 IP 주소는 국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로 확인됐다. 김민균이 도피 후에도 국내에서 자금을 세탁하고 서버를 관리하는 공범 세력이 실존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국내의 ‘진짜 몸통’과 배후 세력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하다”며 “김민균이 도망쳤다면, 분당에서 서버를 돌리며 우리 돈을 삼킨 진짜 몸통은 누구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