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제대로 걸린 김세의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6.01 11:27:44
  • 호수 1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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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흥하고 입으로 망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기자 출신으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해 온 김세의는 정치‧연예계 의혹을 공격적으로 제기하며 ‘사이버 레커’의 상징이 됐다. 높은 화제성과 함께 사생활 폭로와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비판을 받아오던 중 배우 김수현과 고 김새론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AI 음성 조작, 카카오톡 대화 조작으로 논란이 정점에 달했다. 결국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김세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세의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사와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친 후 2004년부터 2018년까지 MBC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이후 MBC 정상화위원회는 김세의 전 기자가 “과거 재직 시절 뉴스 리포트에 사용한 인터뷰 다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기자에서
유튜버로

정상화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기자는 실제 취재 현장에서 확보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음성을 가져와 방송 화면 속 인물이 말한 것처럼 조작했다”며 “매장 고객으로 나온 사람은 고객으로 위장한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세의가 참여한 리포트 다섯 건을 조사한 결과 “리포트 5건은 2011년부터 2016년에 걸쳐 있으며, 리포트에 사용된 인터뷰 13개 중 7개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8년 MBC를 퇴사한 후 변호사 출신 강용석 등과 함께 보수 성향의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운영을 시작했다. 가세연은 개설 직후부터 기존 언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보수 진영 시각에서 정치 현안을 다루는 듯했지만 동시에 연예인과 정치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의 사생활 의혹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충격 단독’ ‘충격 영상’과 같은 문구를 포함한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은 채널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정치권과 연예계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 화법은 구독자들을 빠르게 끌어모았고, 동시에 거센 비판 여론도 함께 따라붙었다.
김세의는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힘을 주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더러운 정치인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년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서류 및 적격성 심사를 통해 김세의를 최고위원 후보에서 제외했다.

2024년에 재도전했지만 또다시 출마 자격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해당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영상이 있었고 과거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점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발언과 태도가 당내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로 언급됐으며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과거 발언이 당내 분열을 야기하게 할 수도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가세연의 자극적 영상들은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서 곧 조회 수와 후원금으로 연결됐다. 특히 연예인 관련 폭로는 가세연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다. 각종 사생활 의혹과 루머, 확인되지 않은 정황들이 실시간 방송으로 쏟아졌다.

실제로 김세의와 가세연은 다수의 정치인·기업인·연예인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고,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법정 공방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논란은 채널의 화제성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인 향해 “죗값을 치러야지”
폭로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폭력

2023년 고(故) 이선균 배우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던 당시, 김세의는 자신의 채널에서 관련 방송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당시 가세연은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과 온라인상 루머, 언론 보도 등을 결합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의 방송을 반복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단정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장면이 이어졌다.

특히 방송에서는 이선균의 사생활과 관련된 추정성 발언과 조롱 섞인 표현까지 등장하며 논란을 키웠다. 가세연은 ‘충격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 2개를 연이어 공개하면서 자극적 제목과 섬네일을 통해 클릭을 유도했다. 영상에는 이선균으로 추측되는 남성과 유흥업소 여성의 통화 16분43초 분량을 포함, 여성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으며 김세의는 “굉장히 재미난 일정이 앞으로 준비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적 통화 내용을 무분별하게 공개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었지만, 해당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했다. 여기에 특정 대학 학생을 유흥업소 종사자로 언급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영상이 공개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선균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사망 이후 마약 투약 혐의보다 사생활 망신 주기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을 김세의가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고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러나 김세의는 “선을 넘었다”는 비판에도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이런 방식으로 죄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도 해당 영상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언급하며 “더 이상 범죄자가 숨진 채 발견되면 피해자로 미화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자극적인 방송을 위한 당사자 동의 및 사실 검증 없는 무분별한 통화 녹음 공개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일부 유튜버들이 1300만 유튜버 쯔양(박정원)이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것을 빌미로 협박하고 금품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가세연은 관련 녹음 파일을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했다.

이후 쯔양 측은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았던 성폭행 피해 사실까지 직접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쯔양의 법률 대리인은 “원래 피해 사실을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협의도 없이 ‘가로세로연구소’가 지난 10일 유튜버 ‘구제역’ 등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고, 본의 아니게 저희 쪽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방송에서 추측했던 부분과 진실, 사실관계가 좀 다른 부분들이 있었고 쯔양도 어느 정도 해명을 해야 하는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되는 오해나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의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생활
상품화

이어 “전혀 사실관계 확인이나 예고가 없었고, 저희가 알게 된 건 방송하기 거의 5분 전 정도였다”며 “방송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쯔양이 직접 해명 영상을 올린 이후에도 가세연은 추가 해명을 요구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가세연 측은 쯔양의 영상을 두고 “감정 호소 여론 선동 영상”이라고 평가하며 추가 해명을 강요했고, 이후 무리한 의혹 제기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유튜버 대도서관(나동현) 사망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한 영상에 대해서도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고인을 이용하지 말라”라는 비판이 일었다. 영상의 섬네일에는 대도서관과 이재명 대통령, 대도서관의 전처인 유튜버 ‘윰댕(이채원)’의 사진이 함께 담겨있었다.

해당 영상에서 김세의는 대도서관의 사망이 지난 3월 가수 휘성의 사망과 유사하다며 대도서관의 사망에 이 대통령과 중국이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김세의와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은 결국 배우 김수현과 고(故) 김새론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점을 찍었다. 사건은 지난해 김세의가 김새론의 사망에 김수현이 연관돼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김새론과 오랜 기간 교제했다는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후 김세의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유튜브 방송과 기자회견을 통해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 음성 녹취 파일 등을 공개하며 사망 원인 또한 김수현 측의 채무 변재 압박 때문이라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의혹을 확대‧재생산했다.

당시 공개된 내용은 대중에 큰 충격을 안겼다. 김세의 측은 김새론의 생전 음성이라고 주장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수현 관련 폭로 내용을 제시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흥행으로 인기의 정점을 누리던 김수현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광고 위약금을 지불해야 했음은 물론 활동 전반에 여파가 번졌다.

김수현은 지난해 3월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새론과의 교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교제 시점은 김새론이 성인이 된 이후였다고 반박했다. 미성년자 교제 의혹을 포함한 각종 폭로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김세의와 김새론의 유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조작의 절정
김수현 저격

특히 가장 큰 쟁점은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과 음성 녹취 파일이었다. 지난 2025년 3월 가세연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김수현이 지난 2016년 김새론에게 ‘보고 싶다’ ‘안고 싶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찰은 고인이 2016년 ‘알 수 없음’으로 표시된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 캡처 사진에서 대화 상대방을 ‘김수현’으로 변경하는 등 총 일곱 부분을 편집‧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이 아닌 제3자와 고인 사이의 대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사람 간의 대화로 편집해 고인의 미성년자 시절 김수현과 교제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5월에는 “김수현과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성관계했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김새론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며 “고인이 15세 때 이미 김수현과 교제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파일이 AI(인공지능) 보이스 생성 기술을 이용해 임의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강남경찰서가 지난 14일 검찰에 낸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경찰은 김수현이 고인의 미성년자 시절부터 교제한 사실이 없고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이 그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유튜브 수익 등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검증 없이 허위의 사실을 배포했다고 봤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세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협박, 강요미수 등이다.

구속된 김세의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법원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심사 후 그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들을 향해 “구속영장 청구서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 사실로 범벅이 돼있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 정리도 안 된 엉터리 서류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너무 의도되고 급조한 구속영장 신청과 청구”라며 구속영장 청구에 관여된 검사와 경찰관들을 법 왜곡죄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의혹 팔아 키운 채널의 끝은…
구속 엔딩과 다가올 300억 소송

특히 문제가 된 음성 파일에 대해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조차 AI 조작 여부 판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김수현 측이 사적으로 의뢰한 민간업체만 조작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한민국 경찰은 국과수를 부정하고 김수현이 의뢰한 민간업체를 믿겠다는 것인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지난달 2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가로세로연구소(김세의)가 김수현에 대해 제기한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객관적 증거에 기반해 진실을 밝혀주신 수사기관의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수현은 1년 전 기자회견에서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꼭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며 “김수현의 지난 1년은 오직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었다. 마침내 법이 정한 절차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증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김수현 측이 김세의를 상대로 ‘3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김수현의 법률 대리인인 고상록 변호사는 지난 28일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 사건 발생 직후 소가를 추산해 120억원으로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했으나, 현재 수사기관에 제출한 피해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손실만 약 300억원 정도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손해를 재산정해 청구 금액을 높이고, 피고들의 대상과 범위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의의 조작 부인에 대해서도 고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국과수 감정 보고서가 공개되거나 그 내용이 확인된 사실은 없다”며 “기술적인 판정 불가가 곧 진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수현은 기존에 진행 중이던 1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 외에도 김세의의 자산까지 미리 묶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5년 20억원 상당의 가세연 후원 계좌와 40억원 상당의 김세의 소유 아파트 2채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당 신청을 각각 지난해 5월과 6월에 모두 인용한 바 있다.

김세의의 구속이 연예계와 관련한 논란을 넘어 더 큰 사회적 파장을 키우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이른바 ‘사이버 레커’ 전반에 대한 경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의혹과 루머를 실시간으로 확대 재생산해 온 유튜브 생태계가 처음으로 강한 사법적 제재를 마주하게 됐다.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사실 확인 없는 정보 제공, 자극적 섬네일의 주제가 된 당사자들은 실시간 여론 재판으로 혐오의 대상이 됐다.

검증 없는
의혹 장사

그 중심에 있었던 김세의는 AI 조작 문제까지 일으키며 ‘사이버 레커’식 방송의 위험성을 더욱 드러냈다. AI 조작이 흔해질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은 일일이 진위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진실 규명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조작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법적 근거와 전문 인력,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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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나왔으니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 외부보다는 내부가 더 시끌벅적한 모양새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야당을 심판한 민심의 절묘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지방선거를 뒤흔든 두 이슈, 주식과 부동산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광역단체장 12 대 4.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시‧도지사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5대 12(당시 17개 시‧도)로 완패했던 4년 전 지방선거 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문제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민주당의 완승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핵심 지역인 서울을 빼앗겼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맞는 선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여 동안 60%대를 상회했다. 말 그대로 민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실제 선거 초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싹쓸이’를 예견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15 대 1, 16 대 0 등의 결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달랐다. 민주당이 12곳에서 승리해 표면상으로는 국민의힘을 압도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보수 궤멸 얘기까지 나왔던 국민의힘은 텃밭을 지키고 서울도 수성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19 대 95(무소속 13)로 선방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국민의힘이 마냥 졌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1.15%p, 표 차로 따지면 6만여표였다.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 후보는 이 대통령의 ‘샤라웃’을 받은 이른바 ‘명픽’으로 불렸다.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내용으로 정 후보를 언급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정 후보는 박주민 의원, 전현희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잔뼈가 굵은 의원을 상대로 한 경선에서 이겼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힘 오 시장과 크게 벌어졌다. 20%p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장 당선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광역단체장 12곳 이기고도 서울 내주면서 ‘반쪽 승리’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였다. 오 시장과의 격차가 줄기 시작했고 선거가 임박해서는 오차범위 이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사전투표를 거쳐 본투표 당일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방송 3사는 정 후보 51.4%, 오 시장 46%로 민주당이 무난하게 서울을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오 시장의 신승이었다. 서울 송파구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부실 선거’ 논란까지 벌어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서울에서의 패배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이기고도 웃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실상 패배’라는 아쉬운 탄식이 나왔다. 심지어 이 대통령조차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부동산이 표심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이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등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9일에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다주택자가 누리고 있던 사실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의 글도 썼다.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1만 시대를 바라볼 정도로 폭등했다. 어떤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이틀이면 장을 말아 올리는 역대급 ‘불장’에 개미들은 빚을 내서까지 진입했다. 6만 표로 당락 갈려 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경제의 가장 기본으로 알려진 수요-공급의 원리다. 이정부의 정책도 그 방향으로 설계돼있다. 다주택자를 옥죈 것도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려는 의도였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수요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매물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고 수요는 많아졌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너도나도 빨리 집을 사려고 달려든 것이다. 매물이 줄어드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집값은 올랐다. 매매 시장의 움직임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고 세입자는 ‘날벼락’을 맞았다. 동시에 월세가 폭등했다. 집을 사기엔 호가가 너무 높았고 세입자로 살기에도 팍팍해졌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구조였다. 20~30대의 상황은 더 암울했다. 근로소득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대출은 막아둔 상태였고, 대출이 된다 해도 서울에 집을 사기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시세가 높아졌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만진 이들은 20~30대가 아니었다. 주식 폭등도 영향 적었다 한 주식 투자자는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는 모두가 돈을 버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나도 돈을 벌 것으로 생각해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실제 인생을 바꿀 정도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은 대부분 상급지로 이사 간다. 이미 상대적으로 상급지에 사는 사람이 최상급지로 가는 거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정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은 자치구는 25개 중 10곳이다. 정 후보는 15곳에서 이기고도 승리하지 못한 셈이다. 오 시장이 이긴 자치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크게 상승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송파‧광진‧영등포‧양천‧강동‧동작‧중‧용산‧서초‧강남구에서 정 후보에 앞섰다. 이 중 서초와 강남을 제외한 8개 지역구는 이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구 중 성동‧마포구만 빼고 오 시장이 이긴 지역이 일치하는 것이다. 성동구는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부동산 표심’이 당락을 갈랐다고 봐도 될 정도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자산 투표 경향이 결과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산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집이나 주식 등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비중이 큰 강남권이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정부가 출범 이후 내놓은 대출 규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다주택자 압박, 보유세 개편 시사 등의 정책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구가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들의 표심이 오 시장에게 집중되면서 정 후보는 석패했다. 집값에 반응한 선택 많았다 이, 취임 1주년서 “정상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선거에는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서 눌러 놓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평했다.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임대를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오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세 매물의 급격한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그대로 오 “참사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어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고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참사’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