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단식도 했고, 맹폭도 하고 있다. 창당 3년이 채 안 된 개혁신당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개혁신당의 현실적 목표는 왜 득표율 5%일까? 개혁신당이 보수 재편의 국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5%에 달려 있다.
개혁신당은 6·3 지방선거에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등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총 7명을 출마시켰다. 개혁신당 일각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룬다. 이들의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1~3%대를 형성하고 있다.
1~3%
개혁신당이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출마시키며 갖는 현실적인 목표는 후보들의 인지도 상승과 당 홍보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장 충실했던 후보는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와 조응천 경기도지사 후보였다.
부산 MBC·KNN·CBS·KBS 등 방송사들은 각각 1회씩 총 4회의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만 초청해 양자 토론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지난달 8일부터 14일까지 총 7일 동안 단식에 나섰다. 박 후보는 지난달 11일 정 후보의 단식농성 장소를 위로 방문했고, 지난달 14일에는 전 후보가 정 후보를 위로차 방문했다. 이로써 정 후보의 지명도는 크게 올랐다. 정 후보의 단식은 시그널링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만하다.
시그널링 효과는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보·특성 등을 상대방에게 신뢰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난도·고비용의 행동을 취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정 후보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면서 자신과 개혁신당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단식’이란 고난도·고비용 시그널링을 선택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개혁신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조 후보는 당의 뒷받침까지 받아 국민의힘 양향자 경기도지사 후보를 맹폭하고 있다.
조 후보는 지난달 25일 “양 후보가 선거 공보물에 본인의 학력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전략경영박사라고 표기했는데 해당 박사 과정은 실제로는 없다”며 “양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양 후보는 국민의힘 입당 전까지 개혁신당에 몸을 담았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같은 날 조 후보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양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천 원내대표는 양 후보를 일컬어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유례 없는 역대급 사기극을 벌였다”면서 “공보물에서는 자신을 AI 전략경영박사라고 소개해 놓고,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에서는 경영학박사라고 소개해 같은 공보물 안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불가능한데도 7명 출마…인지도 상승·홍보 목적?
7일간 단식·양향자 공보물 맹폭·고발…낙수 효과?
반면 양 후보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조 후보와 개혁신당은 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양 후보를 함께 공격하면서도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양 후보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 이는 인지도가 있는 조 후보를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경기도지사 선거에 투입해 거대 양당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고, 적은 비용으로 당의 메시지를 확산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프라임타임 효과를 노린 셈이다.
프라임타임 효과는 대중의 관심이 높고, 미디어의 자원이 집중되는 최대 전장에 진입해서 거물급 행위자들과의 전면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과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말한다. 개혁신당의 당세가 미약해서 민주당·국민의힘과 동등하게 다투기 어렵다.
따라서 일부러 최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인 경기도지사 선거에 인지도 있는 조 후보를 투입해 상대방의 급소를 타격하고 알리는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를 내세워 양 후보의 급소를 타격하는 것이 유세 트럭 수백대를 동원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천 원내대표도 직접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투표용지 총 7장에 투표해야 한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란 최상위 선거의 시그널링이 기초의원 선거까지 낙수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투표 행태 단절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이 리스크가 작동하는 지점은 크게 ▲분할 투표 심리 ▲골목길 조직력의 한계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 등으로부터 비롯된다.
설령 정 후보의 단식과 조 후보의 급소 타격에 공감하는 유권자라고 할지라도 광역·기초의원 투표 시에는 “소수 정당 의원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을 느낀다. 따라서 정 후보·조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광역·기초의원 투표를 할 때는 거대 양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표심 파편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선에도 적용되는 유권자 사표 방지 심리는?
갑작스러운 보수 재편 미리 준비…과연 현실로?
아울러 광역·기초의원 선거는 동네 단위로 구석구석 훑어야 하는 철저한 진지전이다. 개혁신당은 창당 후 아직 3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개혁신당도 ‘선거비용 100만 원’이라는 유인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후보들을 모집했다. 골목길 조직력의 한계를 실감한 고육지책이었다.
특히 지역구 선거에서는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는 양당제를 부른다”는 뒤베르제 법칙이 일정 부분 작동한다. 그 배경에는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있다. 개혁신당에는 현재 ▲기초자치단체장 1명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25명 등이 소속돼있다.
그나마 그 기초자치단체장 1명도 국민의힘에서 공천 탈락해 지난달 7일 개혁신당에 입당한 후 출마한 개혁신당 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 후보다. 이 때문에 개혁신당도 현실적 목표를 지금보다 더 많은 광역·기초의원을 배출하는 것으로 뒀다.
현실적으로는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의석 배분 대상이 되는 정당득표율을 5% 이상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표로 보인다.
이는 개혁신당이 야심차게 발매해 3000원에 판매하는 지방선거 후보자 핸드북의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대체로 광역·기초의원 선거 방법론이 집중적으로 제시돼있다. 서술을 통해 집중적인 조언을 하는 사람도 성남시의원·경기도의원으로 연이어 당선된 적 있는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과 서울 서대문구의원으로 당선된 적 있는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이다.
이들의 조언은 골목길 하나하나를 훑어 지방의회 거점을 만드는 풀뿌리 조직 구축 전략으로 요약된다. 이는 유권자의 사표 방지 심리를 지역 밀착 활동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다.
이들이 골목길 하나하나를 모두 살펴보는 방법을 권당 3000원에 제시한 이유는 결국 최소 기반 확보 전략으로 수렴된다. 국민의힘의 장기적 약화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 재편 국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미리 구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3000원 속뜻
개혁신당은 갑작스러운 보수 재편 상황을 언젠가 올 수 있는 현실로 상정하고, 그때 태울 인물과 조직을 담을 노아의 방주를 준비하는 양상이다. 물론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개혁신당이 보수 재편 국면에 대비해 대안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ctzxp@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