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교육감 선거, 왜?

누가 나온 지도 모르고 투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 곳은 신경전이 대단하다.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격을 불사하면서까지 승기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난 판이 있다. 바로 교육감 선거다. 매번 그랬듯 이번에도 ‘깜깜이’로 치러질 상황이다.

오는 3일에 진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선거인 만큼 여야는 선거 결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압승을 거둬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막판 뒤집기를 꾀하고 있다.

선거 코앞
후보 난립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8일)을 앞두고 열린다. 선거 자체가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이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 의석수는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회 권력까지 여당이 틀어쥐게 된다면 정부발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이정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출범한 만큼 국민의 지지가 탄탄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언저리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은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전승’ ‘전패’ 등의 압도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비율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공천을 진행하는 등 이른바 선거 체제 초기에는 민주당이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심지어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분이 계속되면서 당을 추스르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냉혹한 평가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판세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한 건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고부터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판의 금언이 이번 지방선거 상황에 적용되고 있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싹쓸이’를 언급하던 목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여야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나섰다. 군소 정당 후보가 있긴 하지만 1대 1 구도라고 해도 무방한 대진표다.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지도와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정 후보는 선거 초반 오 후보를 크게 앞서 나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20%p 이상의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전국 시도 교육 수장 뽑는데
매번 역대 최고 무관심 기록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현재 기준으로 오 후보와 정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다. 일부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방적인 싸움이 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시장 선거판이 까 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최대 격전지로 올라선 상황이다.

판세가 요동치면서 선거판의 분위기는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막판으로 갈수록 다급해진 후보들이 이런저런 의혹을 던지기 때문. 선거에서는 긍정적인 이슈보다 부정적인 게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막판 뒤집기를 노리거나 미묘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후보로서는 네거티브 공격이 가장 먹히는 전략일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교육감 선거만큼은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을 비롯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총 4227명을 뽑는다.

이 가운데 교육감은 16명이다. 16개 시‧도 각 지역의 교육 수장을 뽑는 것이다. 광역단체장과 맞먹는 위상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자체는 늘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곤 한다. 서울시만 해도 선거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단일화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당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진보 단일 후보, 보수 단일 후보 등으로 치러지는데, 말 그대로 ‘교통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진영끼리
단일화 논란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는 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김영배‧류수노‧윤호상‧조전혁 후보가 나왔고 진보 진영에서는 정근식‧한만중‧홍제남 후보가, 중도 진영에서는 이학영 후보가 선거를 뛰고 있다.

각 진영의 후보들은 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보 진영은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주관한 단일화 경선에서 정근식 후보를 추대했다. 정 후보는 현재 서울시 교육감이다. 하지만 한만중 후보가 불복해 독자 출마했고, 홍제남 후보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보수 진영도 단일화가 요원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단일화 기구인 ‘서울‧경기‧인천 좋은교육감후보 추대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단일화 경선을 거쳐 윤호상 후보를 추대했지만 류수노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 출마했다. 이후 류수노 후보와 조전혁 후보가 진행한 별도 단일화 경선에서는 류 후보가 이겼다.

하지만 조 후보가 불복하고 후보로 등록했다. 김영배 후보는 시민회의 경선 등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출마했다.

심지어 보수 진영은 퀴어‧동성애 논란으로 후보 간 입장 차가 확연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행된 보수 진영 후보들 간의 기자회견에서는 조전혁 후보가 내건 ‘퀴어‧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김영배 후보는 “학교 내 성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올바른 성 인식을 갖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차별금지법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정작 논란을 일으킨 조 후보는 “현수막은 검증되지 않은 급진적 교육 콘텐츠 전반에 대한 반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4년마다
반복되는데

윤호상 후보는 현수막에 대해 “교육감 (선거)에 나온 사람이라면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선인데 왜 그런 내용을 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공교육 현장에서 동성애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류수노 후보는 “동성애 교육 반대 현수막은 특정층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해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진보, 보수 진영에서 8명의 후보가 모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지역은 관심도가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도 교육감은 전국 기준 70조원이 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집행하고 초‧중등 교육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교육 소통령’이라는 별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로 치러지는 배경에는 현행 선거제도가 있다. 올해로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 20년을 맞았다. 이번 선거가 직선제 도입 이후 5번째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있고 기호도 없다. 투표용지에 표기되는 후보들의 이름도 지역별로 순환 배열되면서 기호나 정당을 보고 찍는 유권자에겐 말 그대로 ‘깜깜이’인 것이다.

여기에 보수‧진보 진영 후보가 난립하고 단일화 과정에 진통이 많은 점, 대입 정책과 큰 관련 없는 정책의 남발 등이 유권자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번 선거 때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항상 그때뿐’이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이런 흐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지난 2024년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때다.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아 사퇴하면서 치러진 선거에 진보 진영 후보로 정근식 현 서울시 교육감, 보수 진영에서 조전혁 후보, 윤호창 후보 등 3명이 출마했다. 승자는 정 후보였다.

정치 중립 외치며 직선제 도입
그들만의 리그 전락한 지 오래

관심을 끈 부분은 투표율이었다. 당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최종 투표율은 23.5%에 그쳤다. 보궐선거의 한계라고 하기엔 이날 함께 치러진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곡성군수 등 4개 기초단체장 선거의 투표율은 53.9%에 이르렀다.

지방선거 때는 광역단체장 등 관심도가 높은 선거에 묻어가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직선제의 도입 배경인 정치적 중립 부분도 이미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당 표기도 없고 기호도 없지만 보수 진영 후보는 빨간색, 진보 진영 후보는 파란색 유세 복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낙 관심도가 낮으니 드러낼 수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정당 표를 등에 업으려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두드러진다. 국민의 관심이 없으니 조직 표를 많이 동원하는 쪽이 유리하다. 대표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선거보다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 수가 월등하게 많이 나오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6~8회 시도교육감 선거 무효투표율은 평균 4.3%였다. 광역단체장 선거 평균(1.97%)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제6회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효투표율이 11.5%에 달했다. 무려 59만표 이상이 무효표로,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썼다.

선관위가 2022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과반에 못 미친 43%였다. 광역단체장 선거(74.1%)는 물론 기초단체장(71.3%) 선거보다도 낮았다.

이번에도
또 넘어갈듯

교육감 선거가 진영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듭되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번에도 나오고 있다. 직선제를 없애자는 의견부터 아예 정당 추천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까지 내용은 다양하다. 모두가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미 끝물에 접어들었다.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4년 뒤에나 다시 나올 것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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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김민석 당권 도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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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몰고 온 ‘책임론 후폭풍’과 당권 경쟁이 맞물린 탓이다.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민석 국무총리가 곧바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의 복귀는 단순한 정치 행보가 아닌 당의 체질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꾸겠다는 일종의 기획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함에 따라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도 공식화됐다. 이재명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그는 “제 다음 임무는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고 이정부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었던 몸 풀기 김 총리는 한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시사한 만큼 당원 주권과 민심을 앞세워 존재감 키우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후보자 지명 직후 김 총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에 돌아가 이재명정부의 시대정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 저는 대통령님께 총리직 사임과 민주당 복귀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으로 ‘대한민국의 황금시대’를 제시했다. 김 총리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은 우리 역사의 골든 에이지, 즉 황금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뉴딜 시대, 스웨덴의 복지국가 건설 시대처럼 대한민국을 대체 불가의 선도 국가로 우뚝 세우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그 첫 문을 열고 있다. K-민주주의 부활, 코스피 1만 임박, 글로벌 AI 허브 추진, 한류 열풍. 이 모두가 K-황금시대의 징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능한 여당, 유능한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총리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을 확고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민주당 백만 당원의 사명”이라며 “국정 성공·총선 승리·연속 집권의 3대 과제를 달성하려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거머쥔 강력한 실용 연합 민주당이 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과 당원 주권 강화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가진 집권 민주당의 각성과 긴장,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김대중에서 노무현, 문재인을 거쳐 이재명에 이르는 민주당 역사의 교훈은, 당정 일체와 민생 실용 확장 노선만이 성공과 연속의 길이란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는 거대 여당의 고삐는 물론 2028년 총선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17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 총리를 민주당에 투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지도부의 지방선거 결과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차기 총선 또한 정 대표 체제로 치른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다음 목표 유능한 민주당 만들기” 이미 계산 끝난 권력 투쟁 플랜 이 대통령이 직접 김 총리를 언급해 ‘김민석 투입설’을 뒷받침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 대해 “이제는 또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여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언급한 것.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김 총리의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해도 적정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이정부의 첫 번째 총리로 내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회복을 진두지휘한 김 총리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 1년 이정부의 성과는 사실상 김 총리의 성과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8월 전당대회는 사실상 ‘정청래 심판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심판론과 청와대에 맞서는 정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당정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격전지를 탈환하지 못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선거 운동 초반만 하더라도 ‘15대 1 압승’ 등 민주당이 낙관에 젖은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당 역시 책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내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우리 당은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며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청 갈등, 조국혁신당 합당 무산 등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 대표와 각을 세우며 친명(친 이재명) 입장을 대변해 왔던 인물이다.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정 대표를 향해 사퇴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호남 지역의) 일반적인 여론을 들어보면 ‘정청래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며 “당 대표 연임 반대 운동을 하겠다. 이 시각부터 당 대표에서 끌어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날을 세웠다. 사면초가 정청래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직접 묻는 듯한 발언도 지도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승패는 판단 주체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이겨야 하는 곳에서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국민들의 경고”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전국적인 승리”라고 자평한 것과 달리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제사가 끝난 뒤 먹고 즐기고 놀 생각만 하면 되겠느냐”며 “마음을 내려놓고 겸손한 자세로 죽을 힘을 다하는 것과 딴마음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고 2~3일은 저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집권당일 때와 야당일 때는 대응 양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 성찰할 것은 성찰하겠다고 공과를 냉철히 진단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대체 불가 대한민국, 대체 불가 대통령의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며 “당정청 간 원 팀, 원 보이스를 더욱 강화해서 일 잘하는 지방정부와 함께 일 잘하는 이정부의 성공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의 한 발언이었다. 그는 “야당이 야당다울 때 지지하고 여당이 여당다울 때 국민은 항상 선택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곧 하늘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친명계의 공분을 샀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밝히며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당원에 대한 도리”라며 정 대표를 겨누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문진석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 언어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우리 당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직격했으며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김유정 전 의원은 “이런 이야기는 사실은 야당이 하는 얘기다. ‘해보자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기다렸다” 광폭 행보 민주당이 내전을 벌이는 동안 김 총리는 전방위로 보폭을 넓혔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흘간의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했는데, 통상 환송 행사에 매번 참석하던 정 대표 대신 김 총리가 나타나면서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정부 출범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매번 자리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빠지고 김 총리가 등장하면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사안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서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 국무총리의 참석은 장기간 순방 일정 수행에 따른 내각 차원의 업무지시 및 당부사항 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호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권리당원 3분의 1이 분포한 호남은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앞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 대표가 가장 많이 찾은 곳 역시 전북이다. 김 총리는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을 찾아 “지금은 다시 긴장하고 혁신해야 하는 시기”라며 “호남이 지방 주도 성장과 케이(K) 황금시대를 만드는 데 있어 중심이자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다시 해석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치 백수 18년 동안 전국을 유람해 보니 전북 익산이 그렇게 좋더라.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얼마 전 익산에 조그마한 집을 하나 구했다”고 말해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밝히기도 했다. 거세지는 ‘심판론’ 휘청이는 지도부 “권리당원 잡아라” 앞다퉈 호남으로 김 총리는 ‘유능한 민주당’을 앞세워 여의도 내 스킨십도 늘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조정식 신임 국회의장을 만나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대만큼 입법의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당의 입법 추진에 대한 아쉬움 표현했다. 앞서 이 대통령 역시 입법 속도를 지적한 만큼 이정부 하반기에는 당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 적임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국회의장은 김 총리에 대해 “이정부의 집권 플랜을 설계하고 1기 내각을 이끌면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으로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춘 중진 의원으로서, 향후 국회 복귀 시 우리 국회와 정치가 한발 더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친명계의 환영 속 복귀 준비를 마친 김 총리가 ‘이재명 후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정부 출범 이후 김 총리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에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현재 김 총리의 체급은 이 대통령이 키워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24년 김 총리가 최고위원 도전을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당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그를 많이 도와줬다. 라이브 방송에서 ‘김민석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는 말 한마디에 1위를 굳히던 정봉주 전 의원을 꺾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궈낸 결과물로 당원을 설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당권 신경전이 날카로운 만큼 정 대표와 김 총리의 표심 끌어안기 행보 역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대표를 향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당은 일촉즉발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김 전 부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쨌든 간에 지방선거를 패배했다. 사실상 패배하고 나서 거기에 대한 정리를 하는 게 우리 집권여당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집행부(행정부)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거기에 대한 괴리감이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에서는 1년간 열심히 청와대에서 일한 집행부에게 다소의 불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 지도부를 저격했다. 친명계 총공격 ‘이 대통령이 김 총리의 리더십을 칭찬한 것이 차기 당권에 대한 명심이라는 해석’이라는 질문에는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덕담과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 김 총리가 확정적으로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결정은 안 하셨지만, 세간에서 그렇게 다 해석하는 모습에서 조금 힘을 실어주기 위한 덕담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저는 볼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잠룡, 송영길 행보는? 보궐선거를 통해 인천 연수갑에 당선된 송영길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그는 호남을 돌며 김 총리와 마찬가지로 핵심 인사와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 송 의원은 자신의 역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정청래 대표의 거취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지난 9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정부 2년 차, 더 과감한 개혁이다’ 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청 관계는 같이 공동 운명체로 책임지는 것”이라며 “정당은 국민 눈높이나 민심을 잘 반영할 존재로서 민심이 관료 사회에 갇혀있지 않게 대통령을 설득하고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서로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는 전당대회가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포용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불필요한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긴밀한 신뢰로 협력해 개혁을 추동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며 “모든 개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권여당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