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 선거판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처음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앞섰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D-6 현재 한동훈 후보가 중심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후보 상승세인 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동탄의 이준석 데자뷰 아니나”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금 한동훈의 상황은 2년 전 이준석과 꽤 닮아 있다. 이준석 역시 국민의힘 대표까지 지냈지만 결국 당내 권력투쟁 속에서 밀려났고, 연고도 거의 없던 동탄으로 내려가 3자 구도 승부를 택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은 “결국 거대 양당 벽을 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이준석은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했고, 마지막 순간 뒤집기에 성공했다. 출구조사까지 뒤집으며 당선된 장면은 아직도 정치권에 충격으로 남아 있다.
한동훈도 비슷하다. 그는 윤석열정부 초반 핵심 상징이었고, 국민의힘 대표까지 올랐다. 그러나 결국 당내 갈등 속에서 밀려났고 지금은 무소속으로 부산 북갑에 나와 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이 ‘박근혜 키즈’였다면, 한동훈은 ‘윤석열 키즈’라는 평가를 받는다.
둘 다 보수 진영이 만든 스타였지만, 결국 보수 권력 내부 충돌 속에서 당 밖으로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강한 팬덤 정치 기반을 갖고 있다. 이준석은 2030 남성층 중심의 강한 온라인 지지세가 있고, 한동훈 역시 지금 “팬덤당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집력이 강하다. 특히 한동훈 지지층은 감정 결속이 강하다. ‘버림받았다’는 피해 의식과 ‘그래도 한동훈이 보수 미래’라는 기대감이 함께 섞여 있다.
물론 상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동탄은 젊은 층 비율이 높고 정당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인 반면, 부산 북갑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결국 보수 표가 한동훈과 박민식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동탄 모델 복제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한동훈이 박민식을 넘어 보수 주도권까지 흡수할 경우 폭발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한동훈은 이준석을 상당히 연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왜 이준석이 창당까지 갔는가”를 유심히 보는 것 같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에서 밀려난 뒤 개혁신당을 창당했고, 단기간에 당을 키우며 원내 진입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준석의 선택은 ‘창당의 완성’보다는 ‘보수 재편의 변수’로 더 자주 해석된다.
한동훈은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창당 대신 무소속의 길을 택했다. 당을 새로 만드는 순간 조직·자금·인재·지역기반을 모두 새로 구축해야 한다. 반면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회의원이 된 순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동훈은 ‘당을 만들지 않고도 보수 대선주자로 복귀하는 길’을 계산했을 것이다.
한동훈에게 이번 부산 북갑 선거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사실상 ‘정치 생존 테스트’나 마찬가지다. 만약 여기서 승리하면 단숨에 보수 진영 차기 주자 반열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당이 흔들리거나 지도부 책임론이 커질 경우, 한동훈 복당론은 급속히 힘을 받을 수 있다. 한동훈은 ‘무소속 승리→복당→차기 당권→2030 대선’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패배하더라도 한동훈 정치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경우에는 이준석 모델을 더 본격적으로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즉 창당이다. 이미 한동훈 주변에는 온라인 팬덤 기반과 정치적 결집력이 어느 정도 형성돼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끝까지 받아주지 않거나, 복당 문을 닫아버리면 한동훈 역시 독자 세력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동훈은 복당형 시나리오와 창당형 시나리오를 동시에 열어놓고 움직이는 듯하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인물이 오히려 이준석이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둘 다 윤석열정부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두 사람은 결국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다. 둘 다 보수 개혁 이미지를 갖고 있고, 2030 세대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기존 국민의힘 주류와 충돌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모두 ‘2030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이준석 입장에서는 한동훈의 복귀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동훈이 부산 북갑에서 살아 돌아와 국민의힘으로 복당하면, 보수 대선판 중심축이 다시 흔들린다. 지금까지 이준석은 보수 개혁과 세대교체의 거의 유일한 상징처럼 움직여 왔는데 한동훈이 비집고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론 주목도, 팬덤 규모, 대중 인지도에서 한동훈 역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입장에서도 이준석은 부담스러운 존재다. 이준석은 이미 창당·총선·원내 진입·대권 도전까지 한번 경험했으며 정치적 생존력도 검증됐다. 특히 동탄 승리는 단순한 지역구 승리가 아니었다. “개인의 정치적 능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징이었다.
한동훈 역시 지금 부산 북갑에서 바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지금 보수 진영 내부 갈등은 단순한 계파 싸움이 아니다. 사실상 ‘2030 보수 대선 선발전’이 조용히 시작된 것에 가깝다.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 복귀를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한동훈이 살아 돌아오면 현재 당 지도부 권력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역시 비슷한 이유로 한동훈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엔 향후 4년 보수 정치 핵심은 결국 ‘한동훈 VS 이준석’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부산 북갑과 동탄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2030 대선을 향한 전초전이다. 한 사람은 창당을 통해 보수 재편을 시도했고, 다른 한 사람은 무소속 생환을 통해 국민의힘 복귀를 노리고 있다. 한 사람은 ‘창당해 키워 돌아오는 길’을 선택했고, 다른 한 사람은 ‘밖에서 살아남아 다시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결국 같은 대선이다.
진보 진영은 아직 차기 주자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원래 집권 세력은 대선 직후 차기 주자가 빨리 나타나기 어렵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현 권력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권 잠룡들은 대체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하지만 보수는 다르다. 권력을 잃은 순간부터 곧바로 차기 대선 경쟁이 시작된다. 지금 부산 북갑과 동탄이 단순한 지역 정치가 아니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한동훈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거창한 대선 담론보다는 ‘우선 살아남는 것’이다. 이준석도 그랬다. 이준석은 먼저 동탄에서 살아남았다. 한동훈 역시 지금은 부산 북갑 승부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리고 복당해야 한다. 한동훈은 복당형 시나리오보다 창당형 시나리오가 훨씬 어렵다는 걸 이준석을 통해 이미 학습했다.
2년 후 치러지는 2028 총선에서 한동훈과 이준석 중 누가 보수의 키를 잡을지 벌써부터 궁금한 이유는, 이 둘이 2030 대선의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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