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김명수 내란 방조’ 정황 포착

무인기·2차 계엄 알고도 방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작전’을 보고받았다. 김 전 의장이 12·3 내란 사태를 알고도 막지 않은 근거로 볼 수 있다. 김 전 의장 수사를 위한 합참 전·현직 관계자들 수사는 끝났다. 마지막 퍼즐인 김 전 의장만 남은 셈이다.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하 평양 작전)’을 두고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김용대 전 드론사령관의 진술은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 때부터 엇갈렸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보고를 받았다거나 작전을 몰랐다는 등 이른바 책임 떠넘기기가 한창이었다.

엇갈린
진술들

김 전 사령관은 2024년 6월 평양 작전에 대비해 무인기 전투실험 단계부터 합참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전투실험은 무인기를 개조해 삐라(전단)를 담을 전단통을 달아 날리는 내용이었다. 김 전 사령관은 이뿐만 아니라 합참에 문서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을 상대로 한 작전’이라고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다르다. 같은 해 6월 전투실험 보고는 받았으나 평양 작전과 직결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에야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으로부터 평양 작전을 보고받았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평양 작전을 보고받은 시점을 2024년 10월 이전이라고 봤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이 김 전 의장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한 한 축이기도 하다.

내란 특검팀은 평양 작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결론 냈다. 김 전 의장 말대로 합참의장이 보고받지 못한 채 진행됐다면 절차적 하자가 있는 불법 작전이다.

내란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의장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애초 진행됐으면 안 되는 작전이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라고 했다.

김 전 사령관은 합참에 사전 보고·승인받은 정상 작전을 강조하는 반면 김 의장은 ‘기획’ ‘준비’ 단계가 아닌 ‘시행’ 단계에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외에도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2024년 9월 이전 평양 작전과 관련해 대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신 전 실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드론사로부터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보고받고도 안 막아
합참 관계자들 수차례 문제 제기에도 침묵

김 전 사령관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평양 작전에 관여했던 한 드론사 장교의 진술 때문이다.

이 장교는 “같은 해 9월까지 합참과 작전 수립과 관련한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내란 특검팀에 진술했다. 3개월여 전인 2024년 6월 김 전 사령관이 “V(대통령)에게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며 “합참과 국방부는 보고 라인에서 배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도 내란 특검팀은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10월19일 북한이 추락 무인기 사진을 공개한 뒤 드론사가 합참에 언론 대응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따르면 드론사에서 “이번 작전에서 드론사가 합참을 패싱했다고 생각해서 사이가 서먹해진 것 같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한다.

내란 특검팀은 드론사가 북한 무인기 작전 계획을 작성한 대통령 보고용 ‘V 보고서’ 문건도 확보했다. 이 보고서에는 ‘정전협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는데 합참과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의견이 적혀있었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이 이 보고서를 김 전 장관과 윤석열씨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팀은 평양 작전이 합참을 패싱하고 김 전 장관 혹은 윤씨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김 전 사령관과 수차례 만난 사실도 파악했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이정엽)의 심리로 이날 진행된 윤씨와 김 전 장관의 일반이적 등 혐의 1심 결심공판에서 윤씨에게 징역 30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내란 특검팀은 같은 달 10일 별도로 분리해 진행하고 있는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의 재판에서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사실상
불법 작전

내란 특검팀은 최후 변론에서 “이 사건 범행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 방첩사령관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한반도에의 전시 상황을 작출하려 한 반국가·반국민적 범죄”라며 “범죄의 중대성,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위해가 발생하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이 심히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한 점, 국가적 혼란과 군기 문란이 초래된 점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팀은 윤씨 등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할 목적으로 평양 작전을 단행했다고 보고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겼다. 내란 특검팀은 피고인들이 북한 도발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상황에서 공식 보고 체계를 벗어난 군사작전으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 재판은 재판 내용에 군사상의 기밀이 많아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선고공판은 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 전 사령관은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 “여 전 사령관이 6월부터 무인기 작전을 알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드론사 파견 방첩대를 통해 여 전 사령관이 해당 작전 기획 단계부터 면밀하게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여 전 사령관이 내란 특검팀 조사에서 해당 작전에 대해 “드론사 작전이라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여 전 사령관은 해당 작전을 사전에 인지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검증
할까?

내란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사령관이 육사 동기인 만큼 작전 관련 별도로 소통하거나 공식 지휘 계통 외에 여 전 사령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여인형 메모’를 제시하는 등 방첩사 관여 여부도 들여다봤다.

두 사람의 상반된 진술은 종합특검팀에서 다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부터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8일 안찬명 전 합참 작전부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5일에는 강동길 전 해군참모총장(전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는데, 강 전 총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계엄군 헬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언론 보도로 접한 뒤 이상함을 느끼고 계엄실무편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전 장관과 김 전 의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대면 보고를 진행하며 편람을 직접 건네고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강 전 총장을 노려보는 등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종합특검팀은 또 김 전 의장이 편람을 들여다봤지만 별다른 말 없이 강 전 총장에게 다시 돌려줬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의장 등은 계엄 선포 과정에서 군 지휘 체계를 통해 관련 지시를 전달하거나, 위법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합참 실무 간부들은 종합특검탐 조사에서 “(계엄 관련) 문제 제기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은 당시 합참 관계자들을 추가 조사해 군 내부에서 실제 어느 수준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또 김 전 장관 등의 영향력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내란 당시 ‘추가 병력 투입’ 의심
작전통제권 있는데 철수 지시 안 해

종합특검팀은 특히 계엄 선포 전후 합참 내부 보고·전파 체계와 군 수뇌부의 상황 인지 시점, 계엄 관련 지시가 군 내부에서 어떻게 전달·이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팀이 김 전 의장 조사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이른바 ‘2차 계엄’ 준비 의혹도 있다. 구체적으로 종합특검팀은 윤씨가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 이후에도 군에 추가 병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후속 조치를 검토했는지, 또 합참이 이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최근 전·현직 합참 관계자 조사 과정에서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후 합참에 추가 병력 투입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장은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이 선포돼도 작전통제권은 합참에 있다”는 참모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진술에 따르면 이 참모는 내란 당시 김 전 의장에게 ‘군령권(병력 지휘권)이 합참에 있으니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군인에게 적법하게 복귀 명령을 내리라’는 취지로 조언했다.

종합특검팀은 내란 당시 군 서열 1위로서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가진 김 전 의장이 자신의 지휘 없이 병력이 위법하게 국회와 선관위에 침입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김 전 의장이 병력 지휘권을 갖고도 그 권한을 저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종합특검팀은 또 합참의 ‘계엄 실무 편람’ 등에 따라 계엄 상황에서 계엄사령관이 갖는 권한은 군사경찰과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일 뿐, 군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합참의장에게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김 전 의장이 합참 내부적으로 이 같은 법률 조언을 직접 받았다면, 계엄 당시 작전을 제지할 권한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생각이다.

추가 투입
검토했나

한편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제2조 제1항 제2호)에 명시된 ‘드론을 이용한 평양 침투’ 의혹 등 외환 혐의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드론사가 2024년 10~11월 평양 등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이른바 평양 작전이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봤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사령관이 지휘 체계상 직속 상급자인 합참을 ‘패싱’했다고 의심, 이 전 본부장을 수차례 조사했으나 지난해 11월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