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기획 - 우리 30대는 지금…> ④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이 전한 고립 청년들의 질문들

“길 잃은 청춘들 일상으로 안내하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여기 제가 와도 되는 곳인가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를 찾은 고립 청년들이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이다. 취업난과 관계 단절,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방 안으로 숨어들던 청년들은 어느새 30대가 돼있었다. <일요시사>는 김옥란 센터장을 만나 30대 고립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업난과 주거 불안, 관계 단절과 번아웃이 겹치며 청년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와 단절된 채 방 안에 머무르는 ‘고립 청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번 사회와 멀어진 청년들은 다시 관계를 맺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다음은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

▲고립 위기에 놓인 19세부터 39세까지 청년들의 회복을 돕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단순히 취업만을 목표로 두기보다 신체·정서·관계·자립 회복을 함께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고립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30대 청년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몇 년 전만 해도 센터를 찾는 청년들은 20대 중후반이 많았다.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거나 학업 경쟁에서 실패했다고 느끼는 친구들, 가정 문제로 길을 잃은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30대 초·중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

과거에 고립된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던 청년들이 시간이 지나 30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관련 기관이나 지원센터 자체가 많지 않아 도움을 요청할 곳을 몰랐던 경우도 많았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청년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더 있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센터를 찾는 30대가 늘고 있다.

-센터에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 왔을 텐데 30대 고립 청년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특징이 있다면?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다. 사회에 나가면 결국 사람과 부딪혀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고립의 원인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학업 경쟁이나 취업 실패 문제가 컸다면 지금은 정신 건강 문제, 경계선 지능, 희귀질환, 온라인 범죄 노출 등 훨씬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만 익숙해진 청년들이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사기 등에 노출되는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마약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계속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30대 고립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관계 단절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만 결국 사람과 연결되지 못하는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고립이 더 깊어진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과거를 떠올리면 우울하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한 세대라고 본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여전히 “하면 된다”는 식으로 청년들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30대 고립 청년 많아져”
외롭게 나이 든 청년들

예전에는 사회적인 기회도 많았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여러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관계 문제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싶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센터를 찾는 이들의 실제 이야기도 듣고 싶다. 기억에 남는 30대 청년들의 상담 사례가 있다면?

▲굉장히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그중 한 청년은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다가 괴롭힘을 겪고 무너진 사례다. “잠깐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뒀지만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3~4년 동안 고립 상태로 이어진 경우다.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대인관계 문제로 회사를 그만뒀던 한 청년은 센터에서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배웠다. 이후 다시 연구원으로 취업했고 지금도 연차까지 내고 센터에 방문해 다른 청년들을 격려해 주고 있다. 도움을 받던 사람이 다시 누군가를 돕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30대는 치열하게 20대를 버텨왔지만 점점 기회가 줄어들었다. 특히 고립 상태를 경험한 30대는 취업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배제된다.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순간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특히 중요한 건 ‘순차적인 일자리’다. 지금 고립 청년들 중에는 대졸자도 많다. 능력이 부족한 친구들이 아니다. 다만 경력 공백이 길고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회가 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업을 하려고 해도 “그동안 뭐 했느냐”는 질문 앞에서 대부분 막힌다.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취업을 요구하기보다 작은 경험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기회”
과거 우울하고 미래는 불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사람도 중요하다. 저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안전한 공간’과 ‘환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외롭고 힘들 때 갈 수 있는 공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가 있어야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많은 청년들이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지금 청년들은 자기 삶 자체를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고 느낀다. 요즘은 ‘노웨딩’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굉장히 많다.

결혼식과 신혼여행, 주거 비용까지 모든 게 부담이다. 문제는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청년들은 지금 AI 시대, 경쟁 사회 속에서 “내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집 문제와 노후 문제, 건강 문제까지, 모든 게 동시에 밀려온다.

-대한민국 사회가 지금의 30대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 가운데 바뀌어야 할 부분은?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고립될 수 있다. 사고를 당하거나 아프거나 실패를 겪으면 누구든 사회와 단절될 수 있다. 청년들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한 세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먼저 시대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전 세대는 노력하면 어느 정도 기회가 따라오는 사회를 경험했지만 지금 청년 세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 구조 자체가 달라졌는데 여전히 과거 기준으로 청년들을 판단하면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라 회복할 기회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끝으로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큰지도 알고 있다. 실제로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 것조차 두려워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청년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으면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가 사람을 통해서일 수도 있고 어떤 공간을 통해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기 삶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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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