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두 번의 탄핵과 한 번의 계엄, 청년 세대를 불안으로 밀어 넣은 정치가 결국 업보를 돌려받았다. 청년이 극우·극좌라는 극단의 영역으로 나뉘면서 정치 양극화는 물론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한 것이다. 극우·극좌는 상대를 향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 그 틀을 깨는 건 한 사람이 새로 태어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진보적인 목소리로 기득권에 저항하던 운동권 청년’은 옛말이 됐다. 대한민국이 초고속 성장을 이룬 지금, 청년들은 불공정, 미래 불확실성, 젠더 이슈, 무한 경쟁 등 온갖 갈등이 중첩된 삶을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불만이 정치적 제도와 기득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극우·극좌라는 과잉 반응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닿지 못할 평행선
청년들이 극단적인 정치에 매몰되는 이유는 “역시 내가 옳았어”라는 자기 확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같은 성향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을 바라보는 색안경은 짙어진다. 극우에 있어 극좌는 “대한민국 공산당화에 앞장서는 사람”이며 극좌에 있어 극우는 “민주주의를 무너트리는 척결 대상”으로 정의된다.
해외는 정치 양극화가 가져온 결과를 극단으로 보여준다. 지난 2월 프랑스 남동부 리옹에서 좌파 정치인 반대 시위에 참석한 우파 청년 활동가가 좌파 진영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가한 집단폭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미국서는 보수 논객이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찰리 커크가 연설 도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극우화로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 중 하나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다. 미국의 경우 자국 내 이민자들이 표적이 됐고, 유럽 역시 난민과 외부 세력이 극우의 먹잇감이 됐다.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국가를 비롯한 성별, 나이 더 나아가 사회적 지위까지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는 두 번의 보수정권이 퇴진하면서 차곡차곡 갈등이 쌓였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청년 극우 세력을 결집하는 등 청년 세대를 반으로 가르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평이다.
물리적 대치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월 발생한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그 예시로, 당시 경찰은 현행범으로 붙잡은 90명 가운데 20대와 30대가 51%(46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과거에 비해 최근 청년들이 극우화됐다”는 주장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권현서 경제사회연구원 미래센터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2030 남성의 극우화’라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상을 설명하기보다는 낙인 찍기에 가깝다”며 “물론 서부지법 사태처럼 폭력과 불법 행위가 있으면 법률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소수의 일탈을 전체 세대의 성향으로 일반화하는 건 문제의 원인을 가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1찍’은 종북좌파 ‘2찍’은 내란범?
쉴새 없이 생산되는 혐오 콘텐츠
‘청년 극우 세력’과 달리 ‘청년 극좌 세력’이라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청년이 극우화되는 현상과 별개로 소위 말하는 ‘운동권 청년’들이 사라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예전만큼 대자보를 찾아보기 어렵고 민중가요에 맞춰 행진하는 ‘학생운동’이라는 말도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한 청년 정치인은 “과거보다 탄압받는다고 느끼는 일이 적어지니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잊혔을 것이다. 이제는 최루탄을 던지면서 싸우는 일이 없지 않은가. 평화로운 일상에서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년들이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지난 계엄 사태 때 거리로 나온 수많은 응원봉을 기억해 달라”며 “그들만의 방법으로 민주화를 지키고 있다. 과거와 방법이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다”고 덧붙였다.
정치 스펙트럼 중 가장 왼쪽으로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과 촛불행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반미주의를 내세우는 극좌 세력으로 ‘적폐 청산’ ‘보수 정권 퇴진’을 주장한다.
대진연은 지난 5월 주한 미국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이 해산을 요구하자 대진연 회원들은 도로 위에 누워 “주한 미군 철수”라는 구호를 외치고, 연행되는 호송차 안에서도 ‘주권 모독 브런슨은 이 땅을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반발했다.
청년들의 정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데에는 SNS 등 온라인의 역할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영에 상관없이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고 알고리즘은 청년을 한쪽 편에 가둔다. 그 안에서 소통하는 청년들의 소속감은 극대화되고, 이들은 분노, 풍자, 조롱 등 즉각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유·생산한다.
정치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정 집단을 결집하기 위해 세대, 성별, 지역 등을 이용하고, 특히 탄핵 정국 이후에는 서로를 겨냥한 프레임을 씌워 불안감을 자극한다는 이유에서다.
드러눕고 때려 부수고...격해지는 시위
‘미래의 한 표’ 위해 방관하는 정치인
지난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극우라는 것은 국민의힘에 없다. 오히려 극좌가 민주당에 많이 있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과거 미 문화원을 점거한 사건을 거론했다.
이 밖에도 “반미, 친북, 종북 등 여러 가지 폭력적 세력과 손을 잡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느냐” “북한 친화적이며 좌파식 선동을 일삼는 더불어민주당이야말로 먼저 해산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이어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좌파에게 나라가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읍소 전략’을 택했다.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컷오프로 출마를 포기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보수의 붉은 심장이 파란색으로 물들고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사회주의 포퓰리즘에 장악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민주당도 지난해 치러진 조기 대선을 앞둔 당시 국민의힘을 향해 “보수인 척도 안 하는 수구 이익집단, 폭력배 본성을 드러냈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는 “사회 변화, 혁명이 다 청년들로부터 시작됐는데 지금 청년 세대 중 일부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일부는 극우화되기까지 했다”며 청년 세대들이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서울 잘사는 청년은 극우’라는 취지의 기사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청년 갈라치기”라며 뭇매를 맞은 일도 있었다.
미래가 두렵다
전문가들은 이 청년들이 40대, 50대, 60대가 됐을 때 비로소 진짜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인구 절벽으로 고령층의 한 표가 사회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에서 양극단으로 굳어진 세대가 정치를 극한의 교착 상태로 몰고 갈 것이란 점에서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날을 세우는 청년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공존하는 형국이다.
중간이 사라지면서 협치와 대화도 사라지고 있다. ‘혐오의 청구서’를 오롯이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우리 모두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hypak28@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