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대담> ‘정치 9단’ 박지원에게 전후좌우 정치를 듣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5.26 12:44:23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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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어게인 국힘, 곧 사라질 것”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국민 간도 보고, 당원 간도 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 간도 보는 간동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수 태진아씨의 노래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까지’를 인용하면서 “남북이 서로 왕복·소통하면서 살면 그게 평화”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만 83세의 고령이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왕성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그를 만나 현 정국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의장 선거 낙선 이후 차기 총선 출마 다짐을 밝혔다. 향후 정치활동 방향을 설명한다면?

▲제가 제 출마 여부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지역구(전남 해남·완도·진도)와 호남·서울에 계신 많은 분께서 박지원이 없는 정치는 좀 삭막했을 텐데, 앞으로 더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한번 출마해서 국회의장에 도전해 보라는 지역구 주민의 의견도 많았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도 세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그래서 도전해 보면 어떨지 생각해 보고는 있다. 정치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명심·청심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진 않다. 갈등 최소화 해법이 있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너무 잘하신다. 이 대통령을 탓하는 국민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밖에 없다. 민주당의 지방선거·총선·정권 재창출은 이재명정부 최대의 개혁·혁신이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에서 하루빨리 명심·청심 소리가 없어질 정도로 단결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국면인데도 개헌을 시도하고,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내란 청산이다.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년 동안 개헌에 올인하신 분이다. 그래서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5·18 민주화 운동을 헌법 전문에 추가하는 문제를 설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윤 어게인 세력이 반대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반대했다. 민주당은 중단 없는 내란 청산·개혁·개헌을 위해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역사의 흐름을 중시해서 던졌다.

-보수 진영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할 명분이 없어 헤매다가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논란·개헌 이슈가 나오자 결집하는 게 아니겠는가?

▲글쎄…. 그게 보수가 단결하는 요인이 됐을지 의심스럽다. 선거가 되면, 항상 진영 논리·지역주의로 회귀하는 게 우리의 악·폐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킨 이후 대선에서도 이 대통령은 49.42%를 득표했고,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41.15%를 득표했다.

만약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얻은 8.34%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보수·지역주의의 벽이 그렇게 높은 게 아니겠는가? 영남 유권자는 일시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시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지·옹호하시는 분들이다. 투표 결과는 바람직한 역사로 흘러갈 것이다.

-평택을 재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후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합당 논의는 안 나오는 건가?

▲그러진 않을 것이다. 사실상 “지방선거 후 논의하자”는 식으로 합당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혁신당 조국 대표다. 너무 성급했는데, 좀 더 큰 그릇으로 멀리 봤어야 했다. 민주당·혁신당의 통합 논의를 위해 양당 사무총장이 만나는 날 오전에 평택을 재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저는 물론, 민주당에서도 조 대표가 꼭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는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평택을에서는 진보당 김재연 대표가 이미 선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못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저는 조 대표가 트러블 메이커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든 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지지도가 높다. 승리를 위해서는 단일화해야 한다.

울산시장 선거 단일화는 이미 합의가 됐고 이제 평택을만 남았다. 저는 김용남 후보가 앞서고, 조 대표가 선거에서 실패하리라고 본다. 만약 실패하면 혁신당과 조 대표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진보 여권의 미래에도 안 좋다. 그래서 조 대표가 양보하는 게 혁신당·조 대표의 미래에 좋다고 본다.

-일각에선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부산 북갑 하정우 후보 관련 ‘오빠’ 발언 논란이 중도층 이탈이나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정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실수했으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하셨다. 정 대표는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재빠르게 사과했다. 그런데 내란 세력은 인정도 안 하고, 반성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한다. 민주당답게 사과를 잘한 것이다.

저는 영향이 있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역동적·공격적으로 선거운동 하니까 눈에 띈 것이다. 부산 북갑에서도 이미 하 후보가 1위로 정해졌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 한 후보 간 단일화는 안 될 거고, 한 후보는 3위가 될 거라고 본다.

“너무 성급한 조국의 출마…트러블 메이커로”
“장동혁 막말…최순실 질타한 청소부 생각나”

장 대표는 어쨌거나 국민의힘 대표로 공천 관련 옥새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전한길씨에게 공천을 줄지는 몰라도, 한 후보에게는 안 준다고 했다. 장 대표 눈에는 한 후보가 정 대표보다 더 미운 것이다.

-만약 한 후보가 낙선하면 그의 정치 생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저는 그를 일컬어 덜 익은 땡감이고, 낙화할 거라고 말했는데 결국 낙화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전에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책을 내서 많이 팔았지만,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을 선택했다.

한 후보는 간동훈이다. 국민 간도 보고, 당원 간도 보고, 윤석열 전 대통령 간도 봤다. 그런 정치는 성공하지 못한다.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당원 게시판 사건에 한 후보 가족이 관련된 것은 사실이잖은가. 인정한 후 잘못했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딱 검사답게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안 한다. 검사는 인정·사과하면 피고인이 무죄가 되니까 안 한다. 한 후보는 딱 검사다. 그래서 간동훈이고, 정치를 못하는 것이다.

한 후보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족수 200명을 채운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한 후보는 간만 보지 말고, 선명하게 윤 어게인은 안 된다면서 건전한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 차기 당 대표·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국민의힘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 건전한 보수 세력과 진짜 보수 세력을 새로 만들겠다고 하면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후보에겐 그런 배짱이 없다. 탈당·창당할 배짱도 없고, 윤 어게인을 반대하지도 못한다. 발은 담가놓고 입으로만 다른 소리를 하면 안 된다. 간 보면 안 된다.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을 일컬어 이재명이라고 지칭하는 등 발언이 강해졌는데….

▲자기 말대로 뭐 하고 자빠졌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특검에 소환돼 소리를 질렀을 때, 청소 아주머니가 최씨를 질타하자 국민이 아주머니에게 박수를 쳤다. 장 대표가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가? 장 대표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의 분열·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우리 국민과 역사가 무서운 심판을 내릴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역사를 생각하면서 민심을 존중하라고 말씀하셨다. 정치인은 내 생각이 아니라 민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셨다. 국민은 다음 달 4일 아침 내란을 옹호하면서 윤 어게인 노선을 걷고 있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것이다. 이것이 역사다.

-유럽·미국에서 강경 우파가 제도권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선 흐름이 다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윤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은 각각 다르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을 일으킨 사람들을 빨리 정리·손절해야 현재도 미래로 간다. 이들과 같이 가면 국민이 따라가지 않는다. 미국 보수·한국 보수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북한은 민주기지론 등 남한 혁명통일론을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북한은 3대 세습을 했다. 제가 김정일을 만났을 때, 그는 김일성의 유언을 얘기했다. 김일성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 제재를 해제 받아서 인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에게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통해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저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제가 그로부터 두 달 후 다시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용순 당시 조선노동당 대남 당당 비서 배석하에 김정일과 와인을 마시면서 3시간30분 동안 면담했다. 미리 김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저는 한 번 더 물었는데, 김정일은 그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김정일은 중국·러시아·일본은 늘 한반도를 병탄해 식민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제일 두려워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조야의 여러 지도자에게 미국이 북한을 월맹만큼 대하면 월남이 되고, 중국만큼 대하면 중국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화하던 북…윤·바이든 때문에 친러로”
“남북은 1991년 UN 동시 가입 이후 이미 두 국가”

이렇듯 북한은 충분히 친미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잘못해서 친러 국가가 됐다. 김정은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북한은 지금이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돼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월남 파병을 결정해서 경제 부흥의 기회로 만들었던 것과 똑같이 하고 있다.

러시아 병사들은 대체로 1200달러를 받는데 북한은 100달러 받고, 러시아로부터 식량·에너지·생활필수품 등 국가 경제사업 관련 지원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 부족한 ICBM 기술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최근 북한이 굶어 죽는다거나 석유 등이 없다는 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김정은은 미국이 적대적으로 대하진 못할 것이다. 무섭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북은 지난 1991년 따로 UN에 가입했는데 그때 이미 두 국가가 됐다. 김정일·김정은은 이미 제가 북한에 갔을 때도 꼭 대한민국·한국이라고 불렀다. 남북 관계는 이념을 떠나야 한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현실로 인정하되, 공식적 인정은 하지 않아야 한다. 비핵화를 지지하기보다는 군축하면서 핵 사용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북한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잘 유지했다. 두 국가론은 큰 문제가 아니다. 가수 태진아씨의 노래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두산 천지까지’처럼, 서로 왕복·소통하면서 살면 그게 평화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생존 본능 극대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옛날 같으면, 쌀·비료 지원 등이 통했겠지만 지금 북한은 풍족하다. 그래서 계속 대화를 제안하면서 서로 이익이 되는 일부터 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잘 뚫을 것이다.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과 연을 맺고 있는 미국 CIA(중앙정보국) 전직 고위직을 만났다.

그는 김정은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테니 너무 성급하게 대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관련 대화를 했다고 하니, 기대해봐야 할 것이다.

-이재명정부로까지 이어지는 거시적 햇볕정책 흐름과 현재 북한 노선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에는 상투적인 방법이 있는데, 이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저는 우리 민족·남북 관계가 두 가지 측면에서 불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 1994년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이 남북 정상회담을 할 뻔했다. 직전에 김일성이 죽으면서 불발됐다. 그때 남북 합의가 있었다면, 이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 큰 사람들이니 통 큰 합의를 했을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방북을 시도했다. 진전시켰다면 뒤로 물러날 수 없었다.

-김일성 사망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비상경계령을 선포했던 이유는?

▲그때, 민주당 이부영 당시 의원이 조문 사절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여당 민주자유당은 물론이고, 우리 민주당도 다 반대했다. 나중에 미국에 가보니, 데이비드 브라운 당시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가는 게 옳았다고 말했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러니 이 모양이다.

-독일의 동방 정책 및 동독 붕괴 과정과 우리 햇볕정책 및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구조 안착 시도 상황의 차이점은?

▲차이가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서독이 동독에 얼마나 퍼줬는가? 게다가 지금은 김정은이 잘 살고 있다. 퍼주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일각에선 북한을 혁명의 동력을 상실한 늙은 혁명 국가로서 폐쇄적 생존에 집착한다고 평가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다. 왕래하면서 소통하면 되는데 소통이 안 된다. 그게 제일 큰 문제다. 남북은 이미 지난 1991년 UN에 동시 가입하면서 두 국가가 됐다. 이후 잘 지내왔다. 지금 잘 지내지 못해서 적대적으로 바뀐 것인데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헌법 개정도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와 달리 북한은 헌법 개정 과정이 중요하지 않고, 결과가 중요하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채택한 이유 중에는 미국의 참수 작전을 회피하려는 목적도 포함됐겠는가?

▲글쎄. 미국이 전쟁하려면 뭔가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에서는 가져갈 게 없고 북한은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스위치를 누르면 다 죽는다. 북한 미사일은 이미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원전에 다 정조준돼있다. 한 발이라도 맞으면 우리도 끝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공격받지 않는다. ICBM도 이미 미국까지 간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축하·덕담 한마디.

▲30년 동안 성장해 온 <일요시사>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으면서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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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나왔으니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 외부보다는 내부가 더 시끌벅적한 모양새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야당을 심판한 민심의 절묘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지방선거를 뒤흔든 두 이슈, 주식과 부동산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광역단체장 12 대 4.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시‧도지사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5대 12(당시 17개 시‧도)로 완패했던 4년 전 지방선거 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문제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민주당의 완승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핵심 지역인 서울을 빼앗겼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맞는 선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여 동안 60%대를 상회했다. 말 그대로 민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실제 선거 초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싹쓸이’를 예견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15 대 1, 16 대 0 등의 결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달랐다. 민주당이 12곳에서 승리해 표면상으로는 국민의힘을 압도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보수 궤멸 얘기까지 나왔던 국민의힘은 텃밭을 지키고 서울도 수성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19 대 95(무소속 13)로 선방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국민의힘이 마냥 졌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1.15%p, 표 차로 따지면 6만여표였다.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 후보는 이 대통령의 ‘샤라웃’을 받은 이른바 ‘명픽’으로 불렸다.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내용으로 정 후보를 언급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정 후보는 박주민 의원, 전현희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잔뼈가 굵은 의원을 상대로 한 경선에서 이겼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힘 오 시장과 크게 벌어졌다. 20%p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장 당선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광역단체장 12곳 이기고도 서울 내주면서 ‘반쪽 승리’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였다. 오 시장과의 격차가 줄기 시작했고 선거가 임박해서는 오차범위 이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사전투표를 거쳐 본투표 당일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방송 3사는 정 후보 51.4%, 오 시장 46%로 민주당이 무난하게 서울을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오 시장의 신승이었다. 서울 송파구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부실 선거’ 논란까지 벌어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서울에서의 패배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이기고도 웃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실상 패배’라는 아쉬운 탄식이 나왔다. 심지어 이 대통령조차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부동산이 표심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이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등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9일에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다주택자가 누리고 있던 사실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의 글도 썼다.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1만 시대를 바라볼 정도로 폭등했다. 어떤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이틀이면 장을 말아 올리는 역대급 ‘불장’에 개미들은 빚을 내서까지 진입했다. 6만 표로 당락 갈려 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경제의 가장 기본으로 알려진 수요-공급의 원리다. 이정부의 정책도 그 방향으로 설계돼있다. 다주택자를 옥죈 것도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려는 의도였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수요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매물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고 수요는 많아졌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너도나도 빨리 집을 사려고 달려든 것이다. 매물이 줄어드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집값은 올랐다. 매매 시장의 움직임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고 세입자는 ‘날벼락’을 맞았다. 동시에 월세가 폭등했다. 집을 사기엔 호가가 너무 높았고 세입자로 살기에도 팍팍해졌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구조였다. 20~30대의 상황은 더 암울했다. 근로소득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대출은 막아둔 상태였고, 대출이 된다 해도 서울에 집을 사기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시세가 높아졌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만진 이들은 20~30대가 아니었다. 주식 폭등도 영향 적었다 한 주식 투자자는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는 모두가 돈을 버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나도 돈을 벌 것으로 생각해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실제 인생을 바꿀 정도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은 대부분 상급지로 이사 간다. 이미 상대적으로 상급지에 사는 사람이 최상급지로 가는 거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정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은 자치구는 25개 중 10곳이다. 정 후보는 15곳에서 이기고도 승리하지 못한 셈이다. 오 시장이 이긴 자치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크게 상승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송파‧광진‧영등포‧양천‧강동‧동작‧중‧용산‧서초‧강남구에서 정 후보에 앞섰다. 이 중 서초와 강남을 제외한 8개 지역구는 이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구 중 성동‧마포구만 빼고 오 시장이 이긴 지역이 일치하는 것이다. 성동구는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부동산 표심’이 당락을 갈랐다고 봐도 될 정도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자산 투표 경향이 결과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산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집이나 주식 등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비중이 큰 강남권이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정부가 출범 이후 내놓은 대출 규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다주택자 압박, 보유세 개편 시사 등의 정책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구가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들의 표심이 오 시장에게 집중되면서 정 후보는 석패했다. 집값에 반응한 선택 많았다 이, 취임 1주년서 “정상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선거에는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서 눌러 놓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평했다.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임대를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오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세 매물의 급격한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그대로 오 “참사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어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고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참사’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