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대담> ‘야당 원로’ 황우여 비상 대책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5.26 13:11:32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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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빨리 신인에게 대표 맡겨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빨리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에게 지원을 요청해 후광을 빌리라”는 조언을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선 “덮으면 덮은 것 같아도 덮어지지 않는다”면서 “선정을 베풀어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으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어당팔(어수룩해도 당수가 8단)’이라는 별명을 가진 새누리당 황우여 전 대표는 온화한 미소와 말투 속, 날카로운 정치적 대응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요시사>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현 정국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황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근황은?

▲정치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원래 상임고문은 현안 관련 역할을 맡지 않는데, 지난 대선 이후 정국 혼란 때 여러 역할을 맡았다. 제가 일선에 있을 때와 달라져서 후배 정치인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는 걸 느꼈다. 여야 모두 힘든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얼마나 더 안타깝고 힘드시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틀에서 정치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는 원래 법조인으로, 제 천직이자 본업을 하면서 후배 변호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지난 2024년 인천 연수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는?

▲저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인천 연수에서 4회 당선됐는데, 당시에는 인천 연수구가 분구되지 않았다. 지난 2024년에는 당으로부터 “연수갑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승연 전 대통령실 정무2비서관이 연수갑에서 3회 낙선한 후 당헌·당규상 다시 출마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저한테까지 연락이 왔다.

그런데 제 가족을 포함해 저를 아끼는 분들은 제게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은 우리 당이나 저 개인에게나 좋지 않고, 갑작스러운 선거 준비도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저도 처음부터 후배 중에서 좋은 분을 찾아 출마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도 연수구에 정이 들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젊은 거주자들이 많이 늘어서 옛날 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정치는 이식하듯이 되는 게 아니다. 지역과 적어도 2~3년 이상 같이 희로애락을 나눠야 한다.

-최근 10여년 동안 보수 정당에서 임기를 무사히 마친 마지막 당 대표로 기억되고 있다. 연이은 보수 정당 수장의 중도 퇴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제가 행운을 누렸다. 당 대표를 맡았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당이 아주 탄탄했다.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등 뚜렷한 지도자들 덕분에 중심이 딱 잡혀 있어서 대표를 맡기 아주 편했다.

저는 약 5~6회 선거를 치렀다. 다 무난히 실패하지 않은 선거였기에 구태여 대표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 제 개인의 영역이라기보다 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대표와 2년 동안 안정적인 정치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국민의힘에선 혼란이 발생할 때마다 황 전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겼다. 어려울 때마다 황 전 대표를 찾는 이유가 뭔지 자평한다면?

▲저는 원래 잘 움직이지 않는데 당에 꾸준하게 부침이 많았다. 그래서 당을 안 떠났고, 계파에 잘 휩쓸리지 않으면서 중심을 잡고 지냈던 제게 연락한 것 같다. 정치는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욕심이 앞서면 일을 망친다. 사심을 버리고 일해야 뭔가 보인다. 제가 일을 맡으면 대체로 다들 협조해 주면서 일이 풀렸다. 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24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 당시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거부했다. ‘관리형’이란 말과 ‘비상’이란 말이 모순인가?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 유고 시 당의 명령을 받아 대표직을 수행한다. 빨리 안정을 되찾으려면 당무를 한시도 그만둘 수 없다. 따라서 당이 힘차고 건전하게 잘 운영되도록 조치하는 게 비상대책위원장의 기본 업무다.

이어 대선후보·당 대표 등을 선출하는 과정은 그를 기반으로 올라타는 상층부의 일이다. 기초가 없으면 상층부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또 국민의힘 당헌에는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상 대권을 주게 돼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위기를 빨리 타개하라는 의미다. 그저 관리만 하는 역할은 사무총장이 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관리할 선거관리위원장직을 맡았다.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 선출 직후 새벽에 후보 교체 시도가 이뤄졌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계약할 때는 문구가 중요한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중진 간에 단일화라는 말을 다르게 해석했던 것 같다. 김 후보는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하거나, 최소한 나와 다른 적격자가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당내 일부는 당내 대선후보가 결승전을 하는 토너먼트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당헌·당규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저는 한덕수 전 총리가 다른 당에 입당하신 후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마지막 조언을 했다. 김 전 후보로서는 많은 기탁금을 내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 환호를 받으면서 대선후보가 된 것이었는데 그 자리를 흔들어 낙마시키면 당원과 국민 모두 용납하지 않는다. 저는 우리 당 대선후보가 선출됐을 때 제 임무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가 아닌 김 전 후보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김 전 후보가 국민 중 약 41%의 지지를 받은 우리 대선후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지명도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검증된 거의 유일한 자원이니 활용해야 한다. 저는 옳다고 본다. 다만 장 대표도 국민과 우리 당원이 뽑은 대표다.

“당 대표는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보면 안 돼”
“한 선당후사 정신 있을 것…국민 보기 안 좋아”

그러니 그를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장 대표에게도 빨리 공동 선대위를 구성해 중심을 맡겨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김 전 후보에게 명예 선대위원장을 맡겨 그 후광을 빌리고, 여러 지원을 하는 게 좋다. 김 전 후보가 대표를 대신하는 것은 할 수도 없고 본인도 원치 않을 것이다.

-당시의 혼란상은 장 대표 체제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가 국민을 넘어설 순 없는데, 당원의 의사도 중요하다. 특히 야당일 때는 국민·당원의 의사와 틈이 생기면 안 된다. 태양과 달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불빛은 국민과 당원이다. 그들과 괴리가 생기면 큰일 난다. 장 대표는 늘 민심과 당심을 살펴야 하고, 가슴 깊이 받아들여서 함께 가야 한다. 그런데 민심과 당심은 늘 요동친다. 장 대표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되면 당 복귀를 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주 곤란한 일이 생겼다. 당 대표를 지낸 제 얘기를 하겠다. 저는 인천 연수구에 뼈를 묻으려고 했는데 지난 2016년 총선을 약 20일 앞두고 (당에서) 제게 인천 서구을로 가라고 했다. 동료나 지지자들은 가지 말고 차라리 무소속으로 연수구에 출마하라고 조언했다.

저도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당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서구을로 옮겼다. 내가 조금 상황이 안 좋다고 당의 명령을 거부하면 내 모든 근거가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매듭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서구을로 갔다. 국민과 당원은 당 대표를 지낸 분을 다 바라보고 있다. 당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그분에게 아직 선당후사 정신이 살아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를 고려해서 조화롭게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보기에는 모양이 아주 안 좋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김종인 선거관리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에는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대표가 뼈아프게 일리 있는 얘기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도부는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약체였다. 한 전 대표나 장 대표도 예전 같으면 한창 사랑받고 성장하면서 차근차근 하위 당직부터 밟고 올라오셔야 할 분들이다. 원래는 선배들이 포진해서 어려운 일을 해 나가야 하는데 갑자기 중책을 맡아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이후 국민의힘은 누가 해도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누구의 책임이고 공과를 논하기 전에 다시 체계를 잡아 동고동락하는 협업을 예상하는 체제를 잡았으면 좋겠다. 탄핵 정국 등으로 갈등이 심해진 후로 양 진영 모두 중립적이고 깨끗한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서 신인을 데려온다.

그런데 저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노마식도라는 말을 했다. 어려울 때는 늙은 말이 갈 길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에는 경험 많은 분들이 계신다. 영국에서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토론한 후 좋은 안을 만들어 대표에게 넘기는 식으로 당을 운영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을 때는 원로들이 물러나 아주 깨끗하고 깔끔한 신인에게 대표를 맡기되, 중진 선배들이 주변에 포진해 뒷받침한다. 그러면 이 대표가 걱정하는 일은 더는 안 일어나리라 생각한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시절 경험과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 경험을 통해 국민의힘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되찾을 방법을 조언한다면?

▲국민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드려야 한다. 첫 번째는 빈부격차에 대한 답이다. AI와 로봇이 창출하는 부의 양은 모든 사람이 쓰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국민이 어떻게 그 부의 혜택을 받아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지가 미래의 가장 큰 의제가 될 것 같다. 아울러 보수의 관점에서 국가·사회·가정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지향적인 보수가 될 수 있다.

“국민 신임 얻으려면 빈부 격차·국제 정세 답해야”
“이,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 되면 국민이 구할 것”

두 번째는 험악한 국제정세에 대한 답이다. 우리가 어떤 국가상을 가지고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국제적 지위를 창출할지 등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이나 콘라트 아데나워 전 독일 총리의 EEC(유럽 경제 공동체)·EU(유럽 연합) 같은 구상을 보여줘야 한다.

단결해서 여당과 싸우자거나 누굴 배척하고 누굴 받아들이는 지엽적·정략적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국민께 분명한 길을 보여드리면서 그 길에 동참하도록 보수를 집결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보수의 실체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에 다 뺏길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느덧 취임 후 1년을 넘겼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직은 임기 초라 국민의 기대가 매우 크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전쟁이 아직 안 끝나 군사·외교·경제적 긴장이 여전하다. 그래서 국민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시기에 사심을 버리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뒤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삼권분립 훼손 등 지나친 독단이다. 국민 앞에서 자만하면 안 된다. 자만하면 국민은 아주 매섭게 비판하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최근엔 사법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법부는 말이 없지만, 사법부가 흔들리면 무신불립이다.

국민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아니라 사법부를 믿는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법원에 가면 올바른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보장이 돼야 한다. 할아버지가 계셔야 손주들이 싸우더라도 그 그늘 아래서 화해하듯이, 사법부는 국가의 마지막 울타리다. 그 울타리 안에서 모든 걸 해 나가고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울타리를 소홀히 하면 불안해진다. 그러니 이 대통령은 이제부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아주 깊이 마음에 새기셔서 잘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옛 사법 리스크 관련 공소를 취소하려고 하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우라’는 법의 격언이 있다. 정면으로 처리해야 한다. 잘못된 게 있다면 국민이 용서할 수 있도록 선정을 베풀어, 임기 후에도 국민이 아끼는 대통령으로 물러나면 된다. 그러면 국민이 그 대통령을 구하고 보복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좋다. 덮으면 덮은 것 같아도 덮어지지 않는다.

또 정치인에게는 법의 심판보다 더 무서운 국민과 역사의 심판이 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서신다는 생각으로 국정에 전념하면서 그 심판에 맡기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오히려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다.

-최근엔 잦아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 간 갈등설이 불거졌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 대통령제의 문제는 대통령 당선 이후 모든 관심이 차기 대통령에게 쏠린다는 점이다. 당은 차기 대통령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5년이 금방 간다. 벌써 1년이 지났고 각종 선거가 이어지며, 관심은 차기 대통령에게 쏠린다.

두 사람의 갈등은 그 현상의 일각이고 두 사람이 나아가는 지향점이 조금 다른 것으로 안다. 당내 건전한 의견 양립일 수도 있다. 덮는다고 덮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발전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섭섭하셨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랬기에 정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 갈등과 양립이 없으면 정권 재창출은 근본적으로 어렵다.

-국민의힘의 혼란을 지켜보며 속 썩이고 있을 당원·지지자들에게 남길 이야기가 있다면?

▲국민이 먼저다. 당원은 국민 중에서 나오고, 당원을 통해 당이 나오며, 지도자 역시 당에서 나온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그러니 당원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해 주셔야 한다. 당원들이 투표를 안 하실까 봐 걱정이다. 당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투표해 주셔서 당원의 의사를 분명히 해 주셔야 한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정당 정치를 잘 발전시켜 왔다. 그 자부심을 토대로 당을 살리고 국민을 설득해 주시길 바란다. 또 지도자들을 야단치면서 방향도 제시해 주셔야 한다. 그렇게 당원 중심의 당이 돼야 하는데, 많이 힘내시길 부탁드린다.

-창간 30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와 독자들에게 축하와 덕담 한마디.

▲30년은 성인에서 지성인이 되는 나이다. 30년을 지켜온 언론이라면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게 오래가기가 쉽지 않다. 30년 동안 해오신 노고를 치하하고, 이용범 회장을 비롯한 모든 분의 정론직필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 주간 신문은 사안을 집중적으로 잘 다루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잘해 주시길 바라고, 특별 대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며 영광으로 생각한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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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김민석 당권 도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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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몰고 온 ‘책임론 후폭풍’과 당권 경쟁이 맞물린 탓이다.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민석 국무총리가 곧바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의 복귀는 단순한 정치 행보가 아닌 당의 체질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꾸겠다는 일종의 기획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함에 따라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도 공식화됐다. 이재명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그는 “제 다음 임무는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고 이정부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었던 몸 풀기 김 총리는 한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시사한 만큼 당원 주권과 민심을 앞세워 존재감 키우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후보자 지명 직후 김 총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에 돌아가 이재명정부의 시대정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 저는 대통령님께 총리직 사임과 민주당 복귀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으로 ‘대한민국의 황금시대’를 제시했다. 김 총리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은 우리 역사의 골든 에이지, 즉 황금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뉴딜 시대, 스웨덴의 복지국가 건설 시대처럼 대한민국을 대체 불가의 선도 국가로 우뚝 세우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그 첫 문을 열고 있다. K-민주주의 부활, 코스피 1만 임박, 글로벌 AI 허브 추진, 한류 열풍. 이 모두가 K-황금시대의 징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능한 여당, 유능한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총리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을 확고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민주당 백만 당원의 사명”이라며 “국정 성공·총선 승리·연속 집권의 3대 과제를 달성하려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거머쥔 강력한 실용 연합 민주당이 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과 당원 주권 강화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가진 집권 민주당의 각성과 긴장,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김대중에서 노무현, 문재인을 거쳐 이재명에 이르는 민주당 역사의 교훈은, 당정 일체와 민생 실용 확장 노선만이 성공과 연속의 길이란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는 거대 여당의 고삐는 물론 2028년 총선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17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 총리를 민주당에 투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지도부의 지방선거 결과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차기 총선 또한 정 대표 체제로 치른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다음 목표 유능한 민주당 만들기” 이미 계산 끝난 권력 투쟁 플랜 이 대통령이 직접 김 총리를 언급해 ‘김민석 투입설’을 뒷받침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 대해 “이제는 또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여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언급한 것.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김 총리의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해도 적정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이정부의 첫 번째 총리로 내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회복을 진두지휘한 김 총리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 1년 이정부의 성과는 사실상 김 총리의 성과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8월 전당대회는 사실상 ‘정청래 심판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심판론과 청와대에 맞서는 정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당정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격전지를 탈환하지 못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선거 운동 초반만 하더라도 ‘15대 1 압승’ 등 민주당이 낙관에 젖은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당 역시 책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내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우리 당은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며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청 갈등, 조국혁신당 합당 무산 등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 대표와 각을 세우며 친명(친 이재명) 입장을 대변해 왔던 인물이다.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정 대표를 향해 사퇴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호남 지역의) 일반적인 여론을 들어보면 ‘정청래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며 “당 대표 연임 반대 운동을 하겠다. 이 시각부터 당 대표에서 끌어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날을 세웠다. 사면초가 정청래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직접 묻는 듯한 발언도 지도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승패는 판단 주체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이겨야 하는 곳에서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국민들의 경고”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전국적인 승리”라고 자평한 것과 달리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제사가 끝난 뒤 먹고 즐기고 놀 생각만 하면 되겠느냐”며 “마음을 내려놓고 겸손한 자세로 죽을 힘을 다하는 것과 딴마음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고 2~3일은 저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집권당일 때와 야당일 때는 대응 양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 성찰할 것은 성찰하겠다고 공과를 냉철히 진단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대체 불가 대한민국, 대체 불가 대통령의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며 “당정청 간 원 팀, 원 보이스를 더욱 강화해서 일 잘하는 지방정부와 함께 일 잘하는 이정부의 성공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의 한 발언이었다. 그는 “야당이 야당다울 때 지지하고 여당이 여당다울 때 국민은 항상 선택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곧 하늘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친명계의 공분을 샀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밝히며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당원에 대한 도리”라며 정 대표를 겨누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문진석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 언어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우리 당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직격했으며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김유정 전 의원은 “이런 이야기는 사실은 야당이 하는 얘기다. ‘해보자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기다렸다” 광폭 행보 민주당이 내전을 벌이는 동안 김 총리는 전방위로 보폭을 넓혔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흘간의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했는데, 통상 환송 행사에 매번 참석하던 정 대표 대신 김 총리가 나타나면서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정부 출범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매번 자리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빠지고 김 총리가 등장하면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사안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서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 국무총리의 참석은 장기간 순방 일정 수행에 따른 내각 차원의 업무지시 및 당부사항 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호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권리당원 3분의 1이 분포한 호남은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앞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 대표가 가장 많이 찾은 곳 역시 전북이다. 김 총리는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을 찾아 “지금은 다시 긴장하고 혁신해야 하는 시기”라며 “호남이 지방 주도 성장과 케이(K) 황금시대를 만드는 데 있어 중심이자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다시 해석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치 백수 18년 동안 전국을 유람해 보니 전북 익산이 그렇게 좋더라.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얼마 전 익산에 조그마한 집을 하나 구했다”고 말해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밝히기도 했다. 거세지는 ‘심판론’ 휘청이는 지도부 “권리당원 잡아라” 앞다퉈 호남으로 김 총리는 ‘유능한 민주당’을 앞세워 여의도 내 스킨십도 늘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조정식 신임 국회의장을 만나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대만큼 입법의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당의 입법 추진에 대한 아쉬움 표현했다. 앞서 이 대통령 역시 입법 속도를 지적한 만큼 이정부 하반기에는 당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 적임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국회의장은 김 총리에 대해 “이정부의 집권 플랜을 설계하고 1기 내각을 이끌면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으로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춘 중진 의원으로서, 향후 국회 복귀 시 우리 국회와 정치가 한발 더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친명계의 환영 속 복귀 준비를 마친 김 총리가 ‘이재명 후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정부 출범 이후 김 총리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에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현재 김 총리의 체급은 이 대통령이 키워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24년 김 총리가 최고위원 도전을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당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그를 많이 도와줬다. 라이브 방송에서 ‘김민석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는 말 한마디에 1위를 굳히던 정봉주 전 의원을 꺾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궈낸 결과물로 당원을 설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당권 신경전이 날카로운 만큼 정 대표와 김 총리의 표심 끌어안기 행보 역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대표를 향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당은 일촉즉발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김 전 부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쨌든 간에 지방선거를 패배했다. 사실상 패배하고 나서 거기에 대한 정리를 하는 게 우리 집권여당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집행부(행정부)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거기에 대한 괴리감이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에서는 1년간 열심히 청와대에서 일한 집행부에게 다소의 불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 지도부를 저격했다. 친명계 총공격 ‘이 대통령이 김 총리의 리더십을 칭찬한 것이 차기 당권에 대한 명심이라는 해석’이라는 질문에는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덕담과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 김 총리가 확정적으로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결정은 안 하셨지만, 세간에서 그렇게 다 해석하는 모습에서 조금 힘을 실어주기 위한 덕담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저는 볼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잠룡, 송영길 행보는? 보궐선거를 통해 인천 연수갑에 당선된 송영길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그는 호남을 돌며 김 총리와 마찬가지로 핵심 인사와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 송 의원은 자신의 역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정청래 대표의 거취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지난 9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정부 2년 차, 더 과감한 개혁이다’ 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청 관계는 같이 공동 운명체로 책임지는 것”이라며 “정당은 국민 눈높이나 민심을 잘 반영할 존재로서 민심이 관료 사회에 갇혀있지 않게 대통령을 설득하고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서로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는 전당대회가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포용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불필요한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긴밀한 신뢰로 협력해 개혁을 추동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며 “모든 개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권여당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