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기획 - 우리 30대는 지금…> ⑥바뀌는 생존 전략

  • 조유담 기자 ydcho@ilyosisa.co.kr
  • 등록 2026.05.27 07:36:58
  • 호수 15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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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너는 너’ 각자도생 종착지는?

[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더 이상 하나의 정답을 따라가지 않는 시대에 대한민국 30대의 생존 전략은 평생직장 대신 해외 이민과 공무원 시험, 창업과 N잡으로 흩어지고 있다. 고용 불안과 연금·주거 위기 속에서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현재의 30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됐다.

과거 대한민국의 30대는 비교적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승진과 결혼,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삶이 하나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30대는 더 이상 같은 궤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희미해졌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된 취업난과 채용 축소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경로에서 이탈하거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3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탈하거나
모색하거나

실제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30대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 255만5000명 중 청년층은 42만8000명으로 2020년 44만8000명 이후 최대치였으며, 30대는 30만9000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다수가 중소기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이탈한 뒤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력직으로 나타났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력직 채용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 경력직끼리 하는 경쟁이 지배적”이라며 “청년층에 이어 이제 경력직의 ‘쉬었음’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 역시 30대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30대의 삶과 커리어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 해외 워킹홀리데이와 유학에 도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퇴근 후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N잡러’의 삶을 택한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찾아 움직이는 시대가 된 셈이다.

최근 30대 사이에서는 워킹홀리데이, 해외 취업, 해외 취업 이민, 해외 유학 등을 선택하며 국내 노동시장을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30대의 워킹홀리데이 급증세는 통계로도 명확히 증명된다.

지난 2020년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로 떠난 30대는 523명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인 2024년에는 2095명으로 무려 4배가량 폭증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전 세계 곳곳으로 떠난 전체 참가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20년 9%에서 2024년 13%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워킹홀리데이 신청 가능 나이 또한 지속적으로 상향돼 대만, 덴마크,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34, 35세까지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20대 초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워킹홀리데이 시장의 중심축이 30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이른바 ‘워홀러’들의 나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조기 퇴사’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기업 신입 사원의 16.1%가 입사 후 단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취업 관문을 뚫고도 6명 중 1명은 첫해에 사표를 던지는 셈이다.

하나의 정답 따라가지 않는 시대
취업? 창업? N잡? 커리어 재설계

중소·중견기업의 조기 퇴사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워킹홀리데이 전문 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이전 세대보다 퇴사를 훨씬 유연하고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로 리프레시와 언어 습득, 해외 정착의 기회를 동시에 노리는 30대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해외 취업 이민’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내리는 30대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A(32)씨는 “최근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호주 간호 유학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갈까’ 진지하게 고민해 유학원 상담도 받아봤다”고 전했다. 이어 “유학 비용을 생각하면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지만 워라밸이나 앞으로의 삶을 고려했을 때 취업 이민을 목표로 유학에 도전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이민 국가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족 직업군’이다. 현지 정착과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높은 용접, 전기·설비, 자동차 정비 같은 숙련 기술직이나 간호사, 보육교사, IT 엔지니어 분야로 유학 또는 취업에 도전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려는 3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의 치열한 경쟁과 굳어버린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기술의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30대의 ‘엑시트(Exit)’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은 30대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이미 쌓은 경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시 신입의 자리로 들어가거나 수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안정성의 대명사로 꼽히는 공직 사회로 발길을 돌리는 30대의 행렬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시험 30대 지원자 비율은 36.9%로, 준비생 5명 중 2명이 30대인 셈이다. 30대 지원자는 2021년 30.6% 이후 매년 상승해 지원자 평균 연령 또한 2024년 30.4세로 처음 30대에 진입한 뒤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30.9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직 9급 경쟁률은 2012년 72.1대 1로 하락한 뒤 하락세를 보이며 2024년 21.8대 1까지 내려왔다. 이는 1992년 19.3대 1 이후 32년 만의 최저치였으나 2년 전부터 상황은 변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AI 확산으로 인해 전문직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커지는 점도 공무원 인기 반등의 이유로 꼽힌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30대도 근로소득의 가치 하락을 체감하며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 9월 기업 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최근 직장인 5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49.5%가 “2026년 업무 및 고용 환경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유턴

고용에 불안감을 느끼는 직장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년층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희망퇴직 연령까지 38세까지 내려오며 고용 불안이 확대되자, 회사를 벗어난 ‘나’의 생존법을 고민하는 30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에서 정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조직에서 배운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창업을 하나의 생존법으로 찾고 있다. 실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5일 마감된 ‘모두의 창업’ 신청자 중 30대는 25.7%로 33.2% 20대에 이어 가장 높았다. 신속 심사 결과, 1차 합격자 130명 중 30대가 54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대 이하와 40대(각 29명, 22.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창업이나 기술 자격증 취득을 통한 커리어 재설계를 넘어, 퇴근 후나 주말을 활용해 다각도로 소득원을 분산하는 ‘N잡’으로 시선을 돌리는 30대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N잡’을 택해 부업을 병행하는 이유는 ‘경제적 자유’다. 하나의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만으로는 미래 자산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수입원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직장생활과 스마트 스토어 운영을 병행 중인 B(37)씨는 “매일 저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월급보다 스마트 스토어 수익이 많아지면 퇴사할 생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30대 월평균 부업 수익은 69만원으로, 판매‧매장 관리는 16.8%, 블로거 및 SNS 크리에이터는 1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업을 병행하는 상용·임시근로자는 40만440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한 6670명으로 나타났다.

30대 부업자는 7만9602명으로 전년도 6만8102명보다 16.8% 늘어난 1만1500명으로, 모든 고용 형태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상용근로자 부업자는 4만9134명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일용근로자는 4239명으로 148% 급증했다. 자영업 부업자도 1만2013명으로 8.3% 늘었다.

분화되는
삶의 경로

20대 부업자는 6만1611명에서 4만6051명으로, 40대 부업자는 11만631명에서 12만7204명으로 각각 지난해에 비해 25.3%, 13.1% 감소세를 보인 것에 비해 30대는 오히려 부업 인구가 크게 늘어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0대의 순자산이 2억506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어들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순자산이 감소한 계층이라는 점이 높은 부업 증가율 원인을 고스란히 설명해 준다.

부업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는 생활비 부담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본업 소득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30대 중심으로 부업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일거리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직장인을 포함한 부업자들은 추가 수익 확보가 가장 큰 이유라고 응답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지출 증가 속도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용근로자까지 부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30대는 주거와 양육의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이기에 부업 확산이 더욱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취업난이나 경기침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의 30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직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가 조직에 오래 남아 안정적인 삶을 구축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여겼다면, 지금의 30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을 견디는 동시에 개인의 만족과 삶의 질, 자기다운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초년생의 일상과 직장생활에 대한 세대별(IMF세대, 낀세대, Z세대) 비교 연구 (김동심·주경희, 2024)>에 따르면 1993, 1994년생을 기준으로 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30대는 민주주의와 경제자본주의를 중시하는 부모 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높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개인의 행복을 조직이나 집단보다 더 중시하며,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에 가깝다. 또 직업 만족도에 있어 성취, 이타, 개인 지향, 신체활동, 다양성 지표를 1983, 1984년생에 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밖으로 향하는 편안한 삶
실패의 책임은 개인의 몫으로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에 맞는 일을 원한다는 의미다. 30대 후반은 이런 가치관과 현실의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세대다. 실무와 관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조직의 허리’로 불리며 Z세대 후배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실적 압박과 성과 책임을 떠안는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은 장기적인 안전망이 되어주지 못한다.

지금의 30대는 하나의 길만 따라가지 않는다. 중간에 회사를 떠나 해외로 이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험에 도전하거나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부업과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 구조를 다양화한다. 삶의 경로가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있다.

특정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커리어를 설계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AI와 자동화 시대에 더 적합한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 취업과 기술 기반 이민, 디지털 창업 등은 과거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하나의 직업만으로 평생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다양한 수입 구조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30대에게 과거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금처럼 살아서는 30년 뒤를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과 초고령화, 부동산 시장 변화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커리어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 국정성과보고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은 기금 수익률을 4.5%로 가정할 경우 2064년, 1% 포인트 올린 5.5%로 가정하면 2071년으로 예상된다. 현재 30대는 2064년이면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진입한다. 과거 세대처럼 직장과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기 어려운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처럼 집 한 채가 노후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가 본격화될 미래에는 지역 간 부동산 격차가 더욱 극단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30대가 보여주는 커리어 다변화와 각자도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다가올 노후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핵심은 결국
생활비 부담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커리어 재설계를 반복해야 하는 삶 또한 개인에게 큰 피로와 불안을 안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목하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과 동시에 실패의 책임 또한 개인에게 더욱 강하게 전가되고 있다. 평생직장은 사라졌지만, 이를 대체할 사회적 안전망과 새로운 경력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현재의 30대는 더 많은 자유와 선택지를 얻은 대신, 그 선택의 위험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세대가 된 셈이다.

<yd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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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김민석 당권 도전 막전막후

‘2인자’ 김민석 당권 도전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몰고 온 ‘책임론 후폭풍’과 당권 경쟁이 맞물린 탓이다.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민석 국무총리가 곧바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의 복귀는 단순한 정치 행보가 아닌 당의 체질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꾸겠다는 일종의 기획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함에 따라 김민석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도 공식화됐다. 이재명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그는 “제 다음 임무는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고 이정부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길었던 몸 풀기 김 총리는 한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시사한 만큼 당원 주권과 민심을 앞세워 존재감 키우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후보자 지명 직후 김 총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당에 돌아가 이재명정부의 시대정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 저는 대통령님께 총리직 사임과 민주당 복귀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으로 ‘대한민국의 황금시대’를 제시했다. 김 총리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은 우리 역사의 골든 에이지, 즉 황금시대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뉴딜 시대, 스웨덴의 복지국가 건설 시대처럼 대한민국을 대체 불가의 선도 국가로 우뚝 세우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그 첫 문을 열고 있다. K-민주주의 부활, 코스피 1만 임박, 글로벌 AI 허브 추진, 한류 열풍. 이 모두가 K-황금시대의 징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능한 여당, 유능한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총리는 “이정부의 시대정신을 확고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자 민주당 백만 당원의 사명”이라며 “국정 성공·총선 승리·연속 집권의 3대 과제를 달성하려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거머쥔 강력한 실용 연합 민주당이 돼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과 당원 주권 강화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가진 집권 민주당의 각성과 긴장,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김대중에서 노무현, 문재인을 거쳐 이재명에 이르는 민주당 역사의 교훈은, 당정 일체와 민생 실용 확장 노선만이 성공과 연속의 길이란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는 거대 여당의 고삐는 물론 2028년 총선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17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 총리를 민주당에 투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지도부의 지방선거 결과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차기 총선 또한 정 대표 체제로 치른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다음 목표 유능한 민주당 만들기” 이미 계산 끝난 권력 투쟁 플랜 이 대통령이 직접 김 총리를 언급해 ‘김민석 투입설’을 뒷받침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 대해 “이제는 또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여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언급한 것.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김 총리의 정말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해도 적정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이정부의 첫 번째 총리로 내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회복을 진두지휘한 김 총리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난 1년 이정부의 성과는 사실상 김 총리의 성과라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8월 전당대회는 사실상 ‘정청래 심판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심판론과 청와대에 맞서는 정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당정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 부산, 대구 등 주요 격전지를 탈환하지 못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선거 운동 초반만 하더라도 ‘15대 1 압승’ 등 민주당이 낙관에 젖은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당 역시 책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내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우리 당은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며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청 갈등, 조국혁신당 합당 무산 등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 대표와 각을 세우며 친명(친 이재명) 입장을 대변해 왔던 인물이다.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정 대표를 향해 사퇴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호남 지역의) 일반적인 여론을 들어보면 ‘정청래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며 “당 대표 연임 반대 운동을 하겠다. 이 시각부터 당 대표에서 끌어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날을 세웠다. 사면초가 정청래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직접 묻는 듯한 발언도 지도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승패는 판단 주체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이겨야 하는 곳에서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국민들의 경고”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전국적인 승리”라고 자평한 것과 달리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이 여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제사가 끝난 뒤 먹고 즐기고 놀 생각만 하면 되겠느냐”며 “마음을 내려놓고 겸손한 자세로 죽을 힘을 다하는 것과 딴마음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고 2~3일은 저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면서도 민주당을 향해 “집권당일 때와 야당일 때는 대응 양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 성찰할 것은 성찰하겠다고 공과를 냉철히 진단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대체 불가 대한민국, 대체 불가 대통령의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며 “당정청 간 원 팀, 원 보이스를 더욱 강화해서 일 잘하는 지방정부와 함께 일 잘하는 이정부의 성공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의 한 발언이었다. 그는 “야당이 야당다울 때 지지하고 여당이 여당다울 때 국민은 항상 선택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곧 하늘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친명계의 공분을 샀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밝히며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당원에 대한 도리”라며 정 대표를 겨누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문진석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 언어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우리 당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직격했으며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김유정 전 의원은 “이런 이야기는 사실은 야당이 하는 얘기다. ‘해보자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기다렸다” 광폭 행보 민주당이 내전을 벌이는 동안 김 총리는 전방위로 보폭을 넓혔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흘간의 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했는데, 통상 환송 행사에 매번 참석하던 정 대표 대신 김 총리가 나타나면서 이목을 끌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정부 출범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매번 자리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빠지고 김 총리가 등장하면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사안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서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 국무총리의 참석은 장기간 순방 일정 수행에 따른 내각 차원의 업무지시 및 당부사항 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호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권리당원 3분의 1이 분포한 호남은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앞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 대표가 가장 많이 찾은 곳 역시 전북이다. 김 총리는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을 찾아 “지금은 다시 긴장하고 혁신해야 하는 시기”라며 “호남이 지방 주도 성장과 케이(K) 황금시대를 만드는 데 있어 중심이자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다시 해석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치 백수 18년 동안 전국을 유람해 보니 전북 익산이 그렇게 좋더라.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얼마 전 익산에 조그마한 집을 하나 구했다”고 말해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밝히기도 했다. 거세지는 ‘심판론’ 휘청이는 지도부 “권리당원 잡아라” 앞다퉈 호남으로 김 총리는 ‘유능한 민주당’을 앞세워 여의도 내 스킨십도 늘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조정식 신임 국회의장을 만나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대만큼 입법의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당의 입법 추진에 대한 아쉬움 표현했다. 앞서 이 대통령 역시 입법 속도를 지적한 만큼 이정부 하반기에는 당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 적임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 국회의장은 김 총리에 대해 “이정부의 집권 플랜을 설계하고 1기 내각을 이끌면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으로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춘 중진 의원으로서, 향후 국회 복귀 시 우리 국회와 정치가 한발 더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친명계의 환영 속 복귀 준비를 마친 김 총리가 ‘이재명 후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정부 출범 이후 김 총리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에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현재 김 총리의 체급은 이 대통령이 키워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24년 김 총리가 최고위원 도전을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당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그를 많이 도와줬다. 라이브 방송에서 ‘김민석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는 말 한마디에 1위를 굳히던 정봉주 전 의원을 꺾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일궈낸 결과물로 당원을 설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당권 신경전이 날카로운 만큼 정 대표와 김 총리의 표심 끌어안기 행보 역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대표를 향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압박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당은 일촉즉발의 상태에 접어들었다. 김 전 부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쨌든 간에 지방선거를 패배했다. 사실상 패배하고 나서 거기에 대한 정리를 하는 게 우리 집권여당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집행부(행정부)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거기에 대한 괴리감이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에서는 1년간 열심히 청와대에서 일한 집행부에게 다소의 불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 지도부를 저격했다. 친명계 총공격 ‘이 대통령이 김 총리의 리더십을 칭찬한 것이 차기 당권에 대한 명심이라는 해석’이라는 질문에는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덕담과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 김 총리가 확정적으로 대표에 도전하겠다는 결정은 안 하셨지만, 세간에서 그렇게 다 해석하는 모습에서 조금 힘을 실어주기 위한 덕담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저는 볼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잠룡, 송영길 행보는? 보궐선거를 통해 인천 연수갑에 당선된 송영길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그는 호남을 돌며 김 총리와 마찬가지로 핵심 인사와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 송 의원은 자신의 역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정청래 대표의 거취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지난 9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정부 2년 차, 더 과감한 개혁이다’ 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청 관계는 같이 공동 운명체로 책임지는 것”이라며 “정당은 국민 눈높이나 민심을 잘 반영할 존재로서 민심이 관료 사회에 갇혀있지 않게 대통령을 설득하고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서로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는 전당대회가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포용과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불필요한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긴밀한 신뢰로 협력해 개혁을 추동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며 “모든 개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권여당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