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신고 영화관으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아파트를 선택하는 패러다임이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아파트가 자산가치 척도인 ‘입지’와 ‘가격’이라는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최근 수요자들은 그 안에서 어떤 일상을 보낼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주거 경험’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고려하고 있다.

이른바 슬리퍼를 신고도 모든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슬세권’ 트렌드가 아파트 단지 내부로 수렴하면서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 경쟁력에 있어 핵심적인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집인지보다 그 안에서 어떤 삶을 누릴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슬세권’
트렌드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 평면과 입지의 차별성이 상향 평준화되며 커뮤니티가 사실상 마지막 경쟁 요소이자 체감 가능한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단지 내에서 제공되는 생활의 질이 곧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근간에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절정에 이르렀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주거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집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운동, 업무, 교육, 문화활동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재택근무의 보편화와 1~2인 가구의 급증은 커뮤니티 시설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좁은 개인 공간의 한계를 공용 커뮤니티라는 ‘확장된 거실’로 보완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특히 맞벌이 가구 증가와 함께 ‘시간 절약형 주거’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며 외부 이동 없이 단지 내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완결형 구조가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파트 선택 기준 ‘커뮤니티’
체감 가능 차별화 포인트 부각

실제 희림건축·알투코리아·한국갤럽이 발표한 ‘2025~2026 부동산 트렌드’ 조사 결과는 이런 변화를 수치로 증명한다. 주택 결정 시 가장 고려하는 특화 요소로 ‘커뮤니티 시설’을 꼽은 응답자가 34%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이점으로 주목받아 왔던 역세권(22%)을 큰 차이로 앞질렀다.

소비자들이 ‘어디에 사느냐’ 못지않게 ‘그 안에서 어떻게 사느냐’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 및 입주 중인 단지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시설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기존의 피트니스 센터와 골프연습장 같은 기초 시설을 넘어 스크린골프장, GX룸, 수영장, 사우나 등 체육시설은 더욱 대형화·고급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공유 오피스와 스터디룸, 독서실, 키즈카페, 게스트룸, 실버룸 등 생활 밀착형 시설이 대거 확충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지 내 영화관, 카페형 라운지, 코워킹 스페이스 등 복합 문화공간 개념까지 도입되며 아파트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일부 하이엔드 단지에서는 호텔식 로비와 라운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입주민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고층부에 조망권을 활용한 스카이라운지를 조성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스카이 커뮤니티’는 프리미엄 단지를 상징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 상징
필수적인 요소

커뮤니티 시설의 수준 차이는 실제 시장 데이터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단순히 입지가 좋다고 해서 집값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커뮤니티가 우수한 단지가 주변 시세를 견인하는 리딩 단지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강남이라는 상급 입지에 더해 조식·중식·석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식당, 스카이브리지 카페, 전용 상영관 등의 시설로 주목받기도 했다.

서울 외곽권에서도 커뮤니티 경쟁력이 부각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들어서는 ‘래미안 엘라비네’는 골프연습장과 북라이브러리, 사우나, 피트니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스카이 커뮤니티를 적용하며 주목받고 있다. 해당 단지는 마곡지구와 인접한 입지에 더해 생활형 커뮤니티를 강화하며 서남권 신축 아파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광명 ‘철산역자이’는 단지 내 수영장을 비롯한 대형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해 상품성을 강화했으며, 오산 ‘세교 우미린 레이크시티’ 역시 실내 수영장과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를 도입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방에서는 대구 수성구 ‘수성범어W’가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로 눈길을 끌었다. 해당 단지는 스카이라운지와 피트니스,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춘 하이엔드 단지로 수요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충북 청주 흥덕구 일대 ‘힐스테이트 청주센트럴2차’는 체육시설과 생활형 커뮤니티를 갖춘 대단지 아파트로 주목받기도 했다.

자존심 건
특화 설계

커뮤니티 시설에 차별화를 도모한 주요 단지는 분양시장과 가격 부분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약 100m 높이의 스카이브리지와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점을 경쟁력으로 어필해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평택 ‘호반써밋 고덕신도시 3차’는 공공택지 내 공급과 함께 다양한 생활형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점이 부각되며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2.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북 전주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은 단지 내 다양한 생활·여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평균 85.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비수도권 청약시장에서도 높은 수요 집중을 보여줬다.

같은 지역 내 전주 ‘에코시티 더샵 4차’도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 스터디 라운지 등 학습·생활 특화 커뮤니티를 도입해 1순위 청약에서 191.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방시장에서도 커뮤니티 경쟁력이 흥행 요소로 작용했음을 입증했다. 경남 창원에 공급된 ‘창원 센트럴 아이파크’는 스카이라운지와 대형 커뮤니티 시설 등을 앞세워 1순위 청약에서 평균 70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요가 집중됐다.

건설사들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커뮤니티 특화 설계’를 브랜드 자존심을 건 전쟁터로 삼고 있다. 과거 조경이나 외관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공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대표적으로 입주민 맞춤형 주거 서비스 ‘H 컬처클럽’을 도입해 커뮤니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단지 내 영화관과 도서관, 피트니스, 수영장 등 대형 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전문 업체와 협업해 북큐레이션, 운동 프로그램,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지 내서 대부분 생활
‘확장된 거실’ 수요↑

DL이앤씨는 ‘C2하우스’를 통해 커뮤니티와 주거 공간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입주민의 생활 패턴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커뮤니티 역시 업무·교육·여가 기능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확장형 주거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만의 프리미엄 조식 서비스를 비롯해 사물인터넷 기반의 통합 플랫폼을 통해 커뮤니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입주민 전용 애플리케이션 ‘홈닉’을 통해 커뮤니티 시설 예약과 이용 관리가 가능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생활 패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견 건설사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에서 밀리는 중견사들은 대형사 못지않은 수영장이나 대규모 도서관을 전면에 내세워 청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패턴 분석
프로그램

업계에서는 커뮤니티 경쟁력이 향후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단지 내에서 제공되는 생활 경험과 서비스의 질이 수요자의 선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입주민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 인프라’로 기능하며 단지의 브랜드 가치와 자산가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에서는 커뮤니티의 구성과 운영 수준이 단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에는 커뮤니티가 지역 사회와 연결되는 거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공유오피스, 문화공간, 교육시설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돼 아파트는 일정 부분 외부와 소통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앞으로는 전문 운영사와 연계해 커뮤니티의 질을 유지하는 경쟁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입주민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커뮤니티 시설을 극대화한 분양 단지.

▲안양 에버포레 자연& e편한세상= DL이앤씨는 경기 안양 동안구 관양동에 ‘안양 에버포레 자연& e편한세상’을 분양한다. 단지는 총 2개 블록, 지하 2층~지상 최고 18층, 9개동 총 404가구로 구성된다. 전용 타입별 가구 수는 A1블록은 ▲95㎡A 32가구 ▲95㎡B 6가구 ▲95㎡C 10가구 ▲95㎡D 12가구 등 60가구, A2블록은 ▲84㎡A 72가구 ▲84㎡B 70가구 ▲84㎡C 51가구 ▲84㎡D 151가구 등 344가구로 구성된다.

해당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로는 피트니스, 라운지카페, 멀티룸, 게스트하우스 등 입주민의 여가를 위한 다양한 공간이 블록별로 상이하게 조성될 예정이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맞춤 플랫폼 ‘C2 하우스’ 혁신 설계와 e편한세상의 프리미엄 조경 브랜드인 ‘드포엠(dePoem)’을 적용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 BS한양과 제일건설은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P2패키지 사업으로 조성되는 ‘고덕국제신도시 수자인풍경채 1·2단지’를 분양한다. 고덕국제신도시 2개 블록에 2개 단지, 총 1126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1단지는 지하 2층~지상 25층, 총 670가구 규모로, 2단지는 지하 2층~지상 23층, 총 456가구로 조성된다.

단지의 커뮤니티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구성됐다. 피트니스·골프연습장 등 운동시설과 함께 공유 오피스(1단지)·작은도서관·주민카페가 마련된다. 각 단지에는 잔디광장과 테마숲·수경 시설이 어우러진 대형 중앙광장이 조성되고, 순환 산책로도 마련해 쾌적함을 더했다.

▲메트로시티 자산 데시앙= 태영건설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 일원에 공급하는 대단지인 ‘메트로시티 자산 데시앙’을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3층, 총 12개동, 125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59~84㎡, 73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된다.

단지는 피트니스 센터와 실내 스크린 테니스장, 실내 골프연습장, 탁구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비롯해 사우나(남·여), 프라이빗 영화관, 뮤직 스튜디오 및 노래방 등 문화·여가 공간이 함께 조성된다. 여기에 스터디룸과 카페형 도서관 등 학습 공간과 맘스클럽, 키즈플레이 등 육아 특화 시설 및 생활 편의를 높이는 부대시설도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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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5대 1로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접전 지역에서 일부 성과를 거둘 경우, 귀속을 놓고 다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축으로 이기든 지든 아비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6·3 지방선거 판세 분석에 대해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전북 등 광역자치단체 6곳을 접전 지역으로 지목했다. 이어 전남·광주·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제주 등 10곳을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라고 지목했다. 펼쳐질 삼국지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지율 상승 기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영남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며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도 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민주당이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15대 1로 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망이 결정적으로 깨진 변곡점은 일명 ‘조작 기소 특검법’으로 알려진 새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내 불법·조작 의혹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조작 기소 특검법’은 이 법안의 통칭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범위에는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대거 포함된다. 아울러 ▲수사 기간 최장 180일·준비 기간 포함 200일 안팎 ▲파견 검사 30명 ▲특별 수사관 150명 등 최대 규모로 구성된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특검의 판단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에 안 가는 사람은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라며 “이 대통령은 최고 존엄 넘버 2라도 되고 싶은 거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여전히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릴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오 후보 등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오 후보는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고, 유세 동선을 다르게 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판세는 민주당에서도 최소한 ‘보수의 활성화’를 인정해야 할 정도로 경합으로 바뀐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작 기소 특검법 논란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정한 보수 결집…원인은 이 공소 취소? 무조건 버틸 장…비결은 벙커가 된 최고위원회의 정치사회학·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급격한 제도 변화나 가치 의제를 추진할 때 반대 성향의 유권자가 이에 반발해 결집하는 현상을 백래시 효과라고 설명한다. ‘15대 1’이란 승패 예측이 공공연하게 거론된 것에 대한 반감도 이 백래시 효과에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민주당은 행정권·입법권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견제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각지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중도층이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도 그렇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STI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권자 1701명을 상대로 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을 활용 조사해 지난 14일 밝힌 유권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3.3%였다. 반대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4.1%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8.9%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23.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100% RDD 방식을 활용한 ARS 여론조사를 진행해 지난 13일 밝힌 결과에서도, “국정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1.5%였다. 반대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1%였다. 중도층에서는 국정 지원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가 54.8%로 집계됐고, 정권견제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는 36.8%로 확인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으로서는 애초 거론됐던 압도적 참패 예상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접전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자체의 호감도 상승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사이익 접전 양상 그런데 정치인은 정치적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귀인 오류 혹은 자기 기여 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잘못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정치인은 대체로 승리·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의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는 타인·상황·언론 등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귀인 오류는 곧바로 프레이밍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프레임 설정’이라고 한다. 프레이밍은 특정 사안의 일부 측면을 선택적으로 부각해 대중의 해석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정당 내부 권력투쟁에서는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공로·책임 구도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은 현재의 접전 양상을 자신의 당권 유지 및 장악 시도의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가 지원 유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해선 “선거 이후에도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거나 장 대표가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경우, 그는 향후 정치적 밑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강경 보수 노선을 앞세워 선거를 지휘했다가 참패 후 당 중심에서 밀려난 사례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거론된다. 이후 부정선거론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황 전 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평택을에 출마했지만,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초반 지지율에 머무르는 등 뚜렷하게 두드러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놓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버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가 붕괴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기준은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최고위원회의에는 김민수·김재원·조광한 등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 하는 강경 보수 성향 최고위원들이 포진해 있다. 강경 보수 성향과 거리가 멀면서도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닌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출마했다. 지방선거 출마 등에 따른 최고위원 궐위는 비대위 전환이 아닌 보궐선거로 처리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장 대표 체제를 흔들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로 무너졌던 지도부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였다. 당시에는 한 전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론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이겨내지 못해 지도부가 무너졌다. 3명의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는 한 당시와 같은 지도부 붕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최고위원회의는 장 대표의 벙커가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지더라도 최고위원회의는 내부 참호전을 치를 요새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끝나지 않은 내부 전쟁 오 후보는 5선을 위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1차 공천 마감 시한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장 대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혁신 선대위 구성 등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는 공천을 신청하면서도 장 대표 등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한때 5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과거 폭행 전과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거주 만 18세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해 진행한 후 지난 22일 공개한 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1.7%의 지지를 얻었고, 오 후보는 41.6%의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혼전 양상이 거듭되고 있어서 두 후보 간 승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오 후보는 아직 정 후보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얻지는 못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혁신 선대위를 요구하는 등 장 대표와 대립각을 내세울 때 당락을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장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장 대표의 벙커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도층에 대한 설득력을 앞세워 여론을 조성한 후 대외적 압박에 나서는 형태로 장 대표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승리하면, 오 후보가 한국 정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정치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여당 자유민주당과 각외 협력을 하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에서의 강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오사카 부지사를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국민중심당을 창당해 일시적으로 당 대표를 겸임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모델은 광역자치단체장 권력을 기반으로 중앙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요시무라 대표의 오사카 부지사가 가능하다. 심 전 지사는 자신이 도지사를 맡았던 충남을 기반으로 지역 정당을 창당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 친윤(친 윤석열)계도, 친한계도 아니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돼 당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면, 국민의힘의 변화와 쇄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대립각 유지하는 오…당락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 한, 지면 정계 은퇴? 이겨도 쉽지 않을 국힘 복귀 하지만 구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 갈등 조정 자체가 오 후보에겐 새로운 시험대가 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이 당의 얼굴이 돼 당무 전면에 나선 사례는 앞서 언급한 심 전 지사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일시적이었다. 따라서 오 후보로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면, 자신은 당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장 대표 체제 붕괴를 압박한 후 대리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파견하는 간접 지배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오 후보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의 향후 행보는 장 대표 체제의 외부 압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전 대표도 최근에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북구갑 지역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38.2%의 지지를 얻었다. 하 후보는 34%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23.3%의 지지를 얻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는 등 필연적으로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박 후보와 양분해야 했다. 따라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하 후보로부터 일정 부분 빼앗아오지 못하면, 낙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 전 대표를 둘러싼 정계 은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한 전 대표의 몸값은 급상승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당 복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가 여전히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몸값이 급상승한 한 전 대표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정치학에서 말하는 ‘양면 게임’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한편으로는 부산 북갑 유권자를 상대로 당선 경쟁을 벌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 복귀와 당권 경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전 대표의 근본적인 정치적 목표는 국민의힘 복귀·당권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전장에서 승리한 직후 곧바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단기 결전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참호전 양상의 지루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내부인 아닌 내부인’으로서 공천권·징계권 등 국민의힘 내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한 전 대표로서는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신당 창당 혹은 국민의힘 내부 변화 관망 등 선택지를 검토하면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일부 보수 성향 매체의 강한 두둔을 업고 있지만, 그들은 국민의힘 밖에 있다. 밖에서 미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한 전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장 대표 체제 안으로 곧장 흡수되기 어렵다. 따라서 양측의 충돌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아비규환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는 통합형 리더십 부재가 거론됐다. 6·3 지방선거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성과가 오히려 공로 다툼과 분열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버틸 가능성이 큰 장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기든 지든 이어질 아비규환을 피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