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경찰서 툭하면 물갈이, 왜?

고인물 갈았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강남경찰서가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전국 경찰서 중 단연 최고라 해도 좋을 수준의 악명이다. 영향력에 있어서는 자타 공인 손에 꼽힐 정도의 경찰서가 왜 이렇게 자주 논란의 중심에 놓이는 걸까?

서울 강남경찰서의 관할 구역 내에는 연예기획사, 대기업, 벤처기업 본사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강남이라는 지역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상당하기에 덩달아 경찰서도 영향력이 강해졌다.

승진 코스

문제는 강남경찰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다. 강남경찰서는 경찰 내에서 고속 승진 코스로 꼽힌다. 2019년 기준 역대 강남경찰서장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치안감 이상으로 승진했다. 치안감은 치안총감, 치안정감 다음 계급으로 경찰 전체 11개 계급 중 3번째에 자리한다.

피라미드 구조의 경찰 계급제 안에서 치안감까지 올라가려면 바늘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 바늘구멍을 뚫은 인물들이 강남경찰서에 다수 포진돼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강남경찰서에 대한 인식을 물으면 대다수 국민이 ‘비리의 온상’이라고 말할 듯하다. 2018년 말 ‘버닝썬 게이트’로 얻은 악명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있고 그 이후로도 굵직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

2018년 11월 말 강남의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계와 유흥가가 얽힌 대형 추문으로 번졌다. 클럽과 경찰서의 유착 의혹, 마약 투약 및 탈세 의혹, 성매매 및 성접대 의혹에 불법 촬영물 제작‧유포 의혹까지 불거졌다.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 일부는 수사를 받았고 은퇴 수순을 밟았다.

이 버닝썬 게이트에서 클럽과 경찰서의 유착 의혹이 제기될 당시 언급된 곳이 바로 강남경찰서다. 클럽 버닝썬은 강남경찰서 관할 내에 위치한다. 당시 강남경찰서는 클럽 측과 유착해 성폭력 및 마약 사건 등을 조직적으로 묵인‧무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하던 한 경찰이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빅뱅 전 멤버 승리에게 ‘경찰총장’이라 불리며 이들의 범죄를 무마해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강남경찰서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광역수사대로 사건이 이첩되는 굴욕을 겪었다. 서울경찰청은 2019년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강남경찰서 직원 852명 가운데 152명(17.8%)을 전출시켰고 당시 강남경찰서장은 대기 발령 조치했다.

이를 계기로 강남경찰서는 당시 제1호 특별 인사관리구역(경찰의 비리 발생 위험도가 높은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를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강남경찰서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금품을 받고 특정 사건의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강남경찰서 수사 1‧2과는 필라테스 강사 출신 방송인 양정원씨가 2024년 한 프랜차이즈 필라테스 학원의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고소당한 사건을 맡았다.

양씨는 그동안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인물로, 점주들은 양씨의 상세 프로필과 학원 운영 비법을 공유하겠다는 내용의 가맹 모집 홍보물에 속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가맹본부가 예상 수익을 부풀려 홍보하고 필라테스 기구도 시중가보다 고가로 공급해 사기성 피해를 봤다며, 여기에 양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씨는 “광고모델만 했을 뿐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강남경찰서는 양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 조사한 후 2024년 12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은 양씨의 남편 이모씨가 당시 수사 1과 팀장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수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버닝썬 게이트 이후 ‘비리 온상’
사람 갈고 조직 개편에도 의구심

양씨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은 강남경찰서의 수사‧형사 라인 전원 물갈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지난 12일 서울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경정급 정기 인사를 발령했다. 강남경찰서 수사 1과장은 경북청에서 전입해 온 손재만 경정이, 수사 2‧3과장은 경기남부청에서 전입해온 유민재‧채명철 경정이 각각 맡게 됐다.

형사 라인도 강서경찰서 형사 1과장이 강남경찰서 1과장으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2과장으로 전격 교체됐다.

앞서 국가수사본부는 강남경찰서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순환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강남경찰서에서 발생한 유착 의혹과 관련해서 강남권 수사 부서 경정‧경감급에 대한 근무 기간을 포함한 여러 가지 내부 평가를 고려해 순환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순환 인사를 실시한 후 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인사에 주기적으로 적용할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 개편으로 강남경찰서가 ‘고인 물’을 밀어냈지만 대대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크게 드러났을 뿐 강남경찰서에서 시작된 비리‧비위‧무능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는 것이다.

버닝썬 게이트 이전에도 강남경찰서에서는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일정 금액을 상납받다가 경찰서장 등이 직위 해제되는 일이 있었고, 안마시술소 업주에게 단속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도 돈을 받은 경찰관이 적발돼 중징계를 받는 사건도 일어났다.

사건 처리에 있어서도 입길에 오른 전적이 있다. 영화 <그놈 목소리>의 실제 사건인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도 강남경찰서의 수사 소홀로 영구 미제가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 방송인 박나래 사건을 수사 중이던 강남경찰서 관계자가 퇴직 후 박씨의 사건을 맡은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 됐다.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니저 폭행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박씨를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가 피의자를 대리하는 로펌에 재취업한 것이다. 재취업한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재직 당시 구체적인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고 로펌으로 옮긴 뒤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해 충돌 문제, 수사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월에는 강남경찰서가 보관 중이던 2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2021년 수사 중 비트코인 22개를 임의로 제출받은 뒤 강남경찰서 전용 콜드월렛에 전송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청의 ‘통합 증거물 관리지침’에 따르면, 수사 중 확보한 가상자산 압수물은 경찰서의 콜드월렛으로 전송받아 보관해야 한다.

악명만 남아

비트코인이 유출된 시점은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되는데 강남경찰서는 이를 4년이나 지난 뒤에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40대 남성 2명을 검거해 조사했다. 비트코인을 빼돌린 인물들이 경찰관이라는 의혹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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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