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격전지를 가다> 세 번째 리턴매치 ‘평창군수’

나란히 1승1패, 이번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의 시선이 6·3 지방선거에 쏠렸다. 6·3 조기 대선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수비에 나선 여권과 역전승을 기대하는 야권, 그리고 틈새를 뚫으려는 군소 정당의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비상계엄과 정권 퇴진으로 격랑의 시간을 보낸 유권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주요 격전지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강원특별자치도에 위치한 평창군 선거가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왕기 후보와 국민의힘 심재국 후보 간 양강 대결로 압축되면서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세 번째 리턴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두 사람은 두 번의 선거에서 각각 1승1패를 기록했다. 평창군수 지방선거가 양당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이유기도 하다.

외나무다리

평창군은 보수 정당 지지층이 두텁지만 인물론 또한 강하게 작용한다. 정권에 따라 군수가 바뀌는 치열한 격전지로, 민주당이 여권 프리미엄을 내세울 때마다 근접한 차이로 승리하는 경우가 있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 같은 특징은 역대 선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민선 7대 군수선거는 한왕기 후보와 심재국 후보가 처음으로 겨룬 선거다. 당시 6대 평창군수였던 심 후보는 재선에 도전했으며 그의 대항마로는 평창군보건의료 원장을 지낸 한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개표 결과 한 후보가 50.04%를 득표해 심 후보(49.95%)를 0.09%p로 제쳤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1년 차인 점과 더불어 그동안 쌓인 유권자들의 불만이 ‘현역 심판론’으로 분출됐다고 해석했다.

2022년 치러진 민선 8대 군수선거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고, 심 후보가 한 후보와 20%p 차이를 벌리며 승리했다. 24표 차이로 승리했던 한 후보가 4953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것이다.

이렇듯 민심이 요동치는 것은 불균등한 지역 발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교통망이 복잡한 북부권과, 이에 비해 발전이 더딘 남부권의 차별 심리가 반영된 셈이다.

2018년 치러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치 역시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두 사람의 세 번째 리턴매치인 만큼 평창 민심이 잘 반영된 촘촘한 공약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지난 7일 개소식을 열고 본격 출마 채비를 마쳤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지면 평창의 미래가 지고 모두가 진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결의를 다지고 있다”며 화려한 정책보다 ‘군민의 삶을 바꾸는 진심 어린 실천’에 중점을 맞췄다.

민주당 우상호 강원도지사 예비후보도 개소식에 자리해 한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지난 선거서 ‘24표’ 간발의 차로 당선
들쑥날쑥 민심, 미미한 ‘프리미엄’ 효과

우 후보는 “중앙정부와 도지사, 평창군수가 손발이 맞아야 평창이 발전할 수 있다”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평창은 강원도 내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인 만큼 추진력 있고 일 잘하는 한왕기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경제부지사를 지낸 맹성규 의원은 “추진력과 군민을 향한 진정성을 고루 갖춘 유일한 후보”라고 평가했다.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에 지역구를 둔 허영 의원은 영상 축사를 통해 “한 후보의 34년 공직 생활과 민선 7기 군수 시절 보여준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평창의 일꾼으로 맘껏 뛸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도 같은 날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었다. 사업의 연속성을 내세우며 “지난 시간 검증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중단 없는 평창 발전을 반드시 이어가겠다”라는 게 심 후보 캠프의 핵심 메시지다.

심 후보는 “평창은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군민과 함께 현장에서 답을 찾고,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발전을 만들어 왔다. 이번 선거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더 평창의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 후보는 2018년 2월 치러진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등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 경험을 앞세웠다. 당시 평창올림픽은 평창군을 비롯해 강릉시와 정선군에서 열렸는데, 2038년 개최될 동계올림픽은 평창에서 홀로 대회를 소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심 후보 측은 이미 마련된 올림픽 시설을 활용하되, 빙상경기장을 신설해 평창군이 주도하는 ‘독자 올림픽’을 완성해 올림픽 유산을 미래 세대까지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강조하듯 심 후보는 평창 동계올림픽 재추진을 염원하며 자전거로 세계일주 중인 김영교 전 평창영월정선축협 조합장을 만나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한 “난 중앙정부와 평창 잇는 가교”
심 “다시 한번 동계 스포츠 도시로”

이 밖에도 심 후보는 출산부터 대학 졸업까지 지원을 약속하는 ‘다키워드림’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제시했다. 평창의 뿌리 산업인 농·축산·임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미래농업 육성 로드맵 구축도 약속했다.

한 후보는 “화려한 정책보다 군민 삶을 바꾸는 진심 어린 실천”을 강조하며 자신이 평창군과 중앙정부를 연결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런 한 후보의 핵심 공약은 서울대학교와 협업을 통한 ‘그린 바이오 농업 산업단지’ 조성이다. 한 후보는 “그린 바이오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겠다”며 “활력 넘치는 평창의 경제 기적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전했다.

한 후보는 공정한 기회도 약속했다. 그는 “평창은 8개 읍·면이 함께 살아야 한다. 어느 읍·면에 살아도 공정한 군정을 만들겠다”며 “농업은 소득 안정 구조로, 관광은 순환 체류 경제로, 숲과 에너지는 주민소득과 생활비 절감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평창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마을로 버텨온 곳”이라며 “농민이 제값 받는 구조를 만들고 관광은 리조트 안에서 끝나지 않게 읍·면 상권으로 돌려놓겠다. 숲과 에너지는 갈등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비를 줄이는 상생의 길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해묵은 평창군의 지역 사업을 ‘누가’ 얼마나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지다. 앞서 평창군번영회는 지난달 24일 정기회를 열고 한 후보와 심 후보를 각각 초청해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표심 어디로?

정책건의서에서 제천과 평창을 잇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비롯해 평창군민 1인당 연간 2회 20만원씩 총 4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금당계곡 트레킹코스 개발 ▲장평∼대화 도로 확·포장 등 4건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날 김종수 평창군번영회장은 “군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한 요구를 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해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누가 평택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인지를 두고 유권자의 심판만이 남아 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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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투표용지가 없다니…’ 초유의 사태 후폭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가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후폭풍이 따라온다. 이긴 쪽은 동력을 얻고 진 쪽은 수습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행보가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이 지방선거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출범 1년(4일)을 앞두고 치러졌다. 선거 자체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취지로 치러지는 만큼 여야는 결과에 사활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등에서 싹쓸이로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견제’를 외치며 맞섰다. 누구 손도 안 들어줘 민심은 절묘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16개 시‧도 중 12곳에서 이겼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압승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채 1% 차이도 나지 않게 석패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도 졌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산 북구갑에서 의석을 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초반 전패를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울을 수성했고 텃밭인 대구에서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이겼다.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도 ‘어부지리’지만 의석 하나를 건졌다. 민주당으로선 이겨도 찜찜한, 국민의힘은 졌지만 미묘하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제 여야는 물론 이재명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을 마주해야 한다. 여야 모두 ‘완벽하게 이겼다, 혹은 졌다’는 결과를 받아든 게 아니기에 후폭풍은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권 싸움을 시작할 것이고, 보수 궤멸 직전에 간신히 살아남은 국민의힘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후폭풍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후폭풍의 크기는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신뢰성 문제까지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초대형 태풍급이다. 선거에서 심판 역할을 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 지난 3일 지방선거 본투표 중에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라는 선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투표소 한 군데가 아니라 십수 군데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관위는 사태를 인지한 후 투표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에 한해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소쿠리 이어 투표지가 없다? 부정선거 논란에 불 질렀다 하지만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동시에 소식을 접한 시민과 유튜버 등이 투표소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선관위 관계자와 시민 사이에 대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데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박빙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개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투표도 동시에 이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야는 물론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서울 지역 내에서 비교적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으로 확인되자 당력을 집중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표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표를 멈추고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선관위에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선거를 다시 치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선관위 역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빙에서 불 질렀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이상능 선관위 선거1국장은 “이런 사례가 과거 선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송파구의 경우 전체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몇 표 차이로 선거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재수 선거관리정책실장은 “저희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소송 절차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 0시께 긴급 위원회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또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일어났던 ‘선관위발’ 논란이 ‘파묘’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소쿠리 투표’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촉발된 논란이다. 지난 조기 대선 때도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받은 채 식사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선관위의 행태는 일부 극우층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논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본투표에 앞서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등 부정선거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데, 선관위 관련 논란도 그 근거로 언급하고 있다. 재선거까지 나왔지만… 부정선거 논란을 차단해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의심만 제공하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사정이 반복되는 부실 선거의 배경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언론이 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176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육아휴직이 1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질병 휴직 30명, 가족 돌봄 휴직 11명, 해외 동반 휴직 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이른바 3대 전국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선관위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2022년 5월 기준 선관위 휴직자 수는 218명으로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3월에는 대선, 6월에는 지방선거가 각각 치러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치러진 지난해에도 선거를 한 달 앞둔 5월 기준 휴직자는 1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선관위도 선거 기간에는 휴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리는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 등은 강제로 제한할 수 없으니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인력 공백을 막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하지만 앞서 선관위 내부에서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크게 불거지면서 이마저도 미덥지 못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불거지고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 등으로 지적을 받는 와중에도 선관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내세워 ‘지금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선관위를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정을 할 수 없으면 외력이라도 가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막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구설 불거지는데… 자정은커녕 외부 감사도 안 돼 2023년 5월 당시 선관위 사무총장,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의 자녀가 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특혜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빠 찬스’ 논란의 시발점이다. 이후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에 착수했다. 그러자 선관위는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2월 헌재는 “이 사건 직무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 선관위의 독립적 업무 수행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에 기재된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행정부 내부의 통제장치로서의 성격”인 만큼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국회, 법원, 헌재와 같이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 배경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업무를 들었다.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 기구인 선관위를 직무감찰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 배제가 곧바로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의 인정으로 호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를 대신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자체 감찰기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선관위는 자체 감찰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함으로써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 자정 기능에 기대를 건 것이다. 이번에는 고쳐질까 하지만 채용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그 이후에도 가장 본연의 업무인 선거 관리에서 계속해서 잡음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적절한 대책을 조속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제 지방선거는 끝났다. 선관위는 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