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상학계에서는 날씨의 장기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현대 기상학의 거장 에드워드 로렌즈의 ‘나비 효과’가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탓이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한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키듯 사소한 변수가 결과에 크나큰 차이를 불러일으킨다는 이 이론은, 날씨의 중장기 예측을 카오스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치부할 때 저자는 어떻게든 카오스 속에서 ‘예측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간 기상학에서는 초기 조건, 즉 지금 이 순간의 대기 상태에 민감하게 의존해 날씨를 예측해 왔다면, 저자는 해수면 온도와 육지, 적설 면적 같은 경계조건이 대기와 상호작용하며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관점은 계절 단위의 평균 기후를 예측하는 ‘역학 계절 예측’의 가능성을 열어냈다. 지난한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은 끝에 10억마리 나비의 날갯짓에 대항할 힘을 찾아낸 것이다.
인도의 시골 마을 미르다에서 나고 자라며 비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두 눈으로 봐온 저자에게 계절 예측은 숙명에 가까웠다. 계절 예측이 향상되면 농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힘든 시기를 내다보아 파종 일정을 조정하고 재배 작물을 변경하는 등 날씨에 덜 휘둘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절 예측은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에 미리 대비하고, 날씨에 따라 창궐하는 감염병을 예상해 대응하며, 시기와 지역에 따라 적절한 파종 작물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향상하며 기후 앞에서 취약한 이웃의 목숨을 구하는 희망의 과학인 셈이다.
날씨는 인류 역사 이래 언제나 중요한 화두였지만, 20세기 초중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그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되었다. 전쟁은 역설적이게도 기상 관측과 예측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발했고 이는 오늘날 기상학과 기후학의 토대를 이루었다.
저자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는 기상학과 기후학의 발전사를 몸소 살아낸 인물이다. 기상학이 기후학으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그의 삶은 현대 기상학·기후학의 역사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컴퓨터 기반 기상 예측을 이끈 줄 차니, 나비 효과로 알려진 카오스 이론을 기상학에 도입한 에드워드 로렌즈, 기후 모델로 지구온난화 과정을 설명해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나베 슈쿠로 등과 교류한 과학사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한 시대의 과학적 성취가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책은 날씨와 기후의 차이, 계절의 형성 원리, 구름과 천둥·번개, 기후 모델의 작동 방식 등 ‘날씨와 기후의 과학’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무시무시하고 반복적이면서 변덕스럽고 필연적이며 불가’하다는 공통점으로 우리의 존재를 거울처럼 비추는 기상과 기후를 하나의 체계로서 깊이 있게 이해하게끔 돕는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지금 이 두 학문의 의의는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과학이 어떻게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앎이 서로를 돌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행위임을 일깨운다. “기후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필독서(조천호)”라고 할 만하다.
<webmaster@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