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정원 남편 연루 주가조작 ‘리니언시 1호’ 사건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5.14 17:42:25
  • 호수 1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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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전’ 주인공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가조작 사건이 현직 경찰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시세조종 사건으로 시작됐던 수사가 “주가조작 세력의 뒤를 경찰이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찰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직접 보도자료까지 배포할 정도로 이례적인 규모의 사건이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 신고 감면)’ 제도를 활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약 3개월 만에 시세조종 조직의 구조와 자금 흐름, 경찰 상대 청탁 정황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주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30억원의 주인이자, 투자자로 알려진 차모씨가 자진 신고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시세조종 리니언시 1호’ 사건으로 지칭했다.

자진 신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자칭 영화 <작전> 실제 모델이라고 주장해 온 시세조종 전문가 김모씨(이하, 작전주 김씨)가 기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대신증권 부장 출신 전모씨,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모씨, 전직 축구선수 김모씨까지 가세한 조직형 범행이었다. 김씨는 과거 승부조작을 주도해 선수직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 특정 종목을 타깃으로 삼아 차명계좌와 대포폰, 현금 30억원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섰다. 검찰은 실제로 현금 30억원이 담긴 캐리어가 대신증권 사무실로 전달되는 장면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 주식 거래를 둘러싸고 30억원대 현금 이동과 차명계좌 운용, 반대매매, 투자금 반환 분쟁 등이 얽힌 정황이 담긴 내부 조사 자료가 확인됐다.

지난 3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현금 전달부터 다수 명의 계좌 개설, 투자자문사와의 주식 양수도 계약, 수십억원대 자금 이동, 이후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재돼있다.

본지가 확보한 ‘조사 기초자료’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노원역 인근 한 카페에서 차모씨는 “코스닥 상장사 씨유박스 만기 전환사채(CB) 70억원을 인수할 수 있으며, 20억원 상당의 권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구조가 변경되며 70억원 전체 인수가 아닌 일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차씨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논의는 듀오백 주식 거래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차씨는 “듀오백 2대 주주가 보유한 200만주를 주당 2700원, 총 54억원에 인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54억원 규모 인수 자금과 별도로 30억원의 주식 매수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기록됐다.

차씨의 지인 문모씨는 2024년 8월경부터 김씨의 사무실을 오가며 관련 정보를 듣고 있었다.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보통주 200만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실제 현금 이동은 같은 달 27일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료에는 지난해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서 전직 야구선수 김모씨와 문씨가 대신증권 전 부장 전모씨 및 작전주 김씨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고 기재돼있다. 형태는 ‘여행용 슈트케이스 및 쇼핑백’으로 적시됐다.

자금을 4인 명의 계좌로 나눠 입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텔레그램을 통해 계약자 4인의 명의로 전씨에게 일체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파일이 전달됐으며, 작전주 김씨의 부인 송씨·양정원의 사촌동생 김모씨와 소모씨, 그리고 이모씨 등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도 이들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적혀 있다.

30억 중 7억만 돌려받은 현금 주인 폭로
반대매매 발생 후 투자금 손배소로 번져

자료에는 “대신증권에서는 현금 보관이 불가능하다고 해 작전주 김씨가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후 자금은 금융기관을 통해 입고됐다.

지난 2025년 1월3일 새마을금고 영등포본동지점에서 차명주 A씨의 명의로 현금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문씨에게 은행 입고 사실을 전달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본격적인 계약은 지난 1월14일 진행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날 방배동 스타벅스에서 앨터스투자자문과 계약을 위한 사전 미팅이 진행됐다. 당시 최초 54억원 지급 계획과 관련해 양정원 남편 이씨가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고, 30억원 중 일부 자금으로 앨터스투자자문이 보유한 듀오백 주식 150만주를 우선 계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앨터스투자자문 사무실에서는 150만주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자료에는 4명의 차명주 명의로 각각 37만5000주씩 계약이 진행됐다. 이씨는 양정원 사촌동생 소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야구선수 김씨는 차씨의 부인 송씨 대리인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적혀 있다. 계약 상대방은 앨터스투자자문 회장 유영근이다.

이 과정에서 보유 주식 수량이 부족해 추가 매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계약 체결일은 2025년 1월15일 자로 작성됐다. 또 앨터스투자자문 고객 4인이 보유한 총 49만5000주에 대해 차명주 A씨와 별도의 양수도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정리돼있다.

실제로 자금 이체도 이뤄졌다. 같은 해 1월15일 A씨는 150만주 계약금 명목으로 각 5062만5000원씩 총 2억250만원을 앨터스투자자문에 송금했다. 같은 날 49만5000주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총 1억3365만원도 지급됐다. 세부 내역에는 B씨 3만5000주 945만원, C씨 8만주 2160만원, D씨 15만주 4050만원, E씨 23만주 6210만원 등이 기재됐다.

이들의 수법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 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배수 계좌주는 전 축구선수 김씨로 알려졌다.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을 반복하며 듀오백 주가는 단기간 급등했다. 1900원대였던 주식은 장중 4000원 이상까지 치솟았고, 거래량도 최대 400배 가까이 폭증했다. 검찰은 이들이 최소 2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세조종 거래를 벌여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월17일에는 대신증권 차명주 김씨의 계좌에서 양정원에게 2억원이 송금됐고, 같은 날 소씨 계좌에서는 문씨에게 1억원이 송금됐다. 이후에도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후 주가 흐름과 반대매매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는 2025년 3월경 반대매매가 발생했다고 기재돼있다. 이후 차씨가 30억원 반환을 요구했고, 이씨 측은 듀오백 인수 구조와 120억원 규모 코인 자금, 향후 주가 목표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히 자료에는 “목표가 8000원”, “최종적으로 1만7000원”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자료에는 차씨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뚜렷한 줄기 나왔는데 놓아준 경찰?
유착 정황 포착···인적 쇄신으로 끝?

실제로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로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제보에 따르면, “이씨 측에서 차씨에게 반환한 현금은 7억원가량”이라며 “23억을 못 돌려받으면서 차씨가 반환을 요구하면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 내부 감사도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5월 대신증권 감사실에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으며, 전씨에 대해 정직 6개월 조치가 내려졌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자료 마지막 부분에는 차씨가 대신증권 외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이자 양정원의 남편 이씨가 서울 강남권 경찰 관계자들에게 각종 형사사건 무마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가 과거 양정원이 연루된 사기 사건 해결을 부탁하며 현직 경찰관들에게 향응과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공소 사실에는 경찰관들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제공하고 금품까지 건넨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선상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강남경찰서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은 강남서의 수사·형사과 인력을 전원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수사라인 교체는 강남서 소속 송 모 경감이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오후 상반기 경정급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강남서 신임 수사 1과장 자리에는 경북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손재만 경정이, 수사 2·3과장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전입해 온 유민재·채명철 경정이 맡는다. 형사 라인의 경우 1과장에는 김원삼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1과장이, 2과장에는 염태진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이 각각 자리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착 의혹과 관련 강남권 수사 부사에서 경정·경감급에 대한 근무 기강을 포함한 내부 평가를 고려해 순환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서 수사 라인 물갈이는 2019년 ‘버닝썬’ 사태 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강남서는 최근 강남권 외 경찰서 수사 경력자 등을 지원 조건으로 하는 ‘수사·형사과 보직 공모’를 경찰 내부적으로 공고했다. 경감을 대상으로 한 두 자릿수 모집이다.

버닝썬 후
최대 물갈이

공고에 따르면 팀원·팀장을 구분해서 모집하지만 강남권 경찰서 5곳(강남·서초·송파·방배·수서) 이외 26개 관서에서 근무 중인 경감이어야 한다는 게 필수 조건으로 내걸렸다.

이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수사 과정에서 그가 평소 친분이 있던 경찰청 소속 A 경정을 통해 당시 강남서 수사1과 팀장이던 송 경감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고,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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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6·3 후폭풍’ 표심 가른 당락 결정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나왔으니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다. 여야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상황이라 외부보다는 내부가 더 시끌벅적한 모양새다. 여당을 견제하면서 야당을 심판한 민심의 절묘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지방선거를 뒤흔든 두 이슈, 주식과 부동산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광역단체장 12 대 4.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시‧도지사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5대 12(당시 17개 시‧도)로 완패했던 4년 전 지방선거 결과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문제는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이번 지방선거를 민주당의 완승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모든 선거에서 가장 핵심 지역인 서울을 빼앗겼다. 이긴 것도 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우선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을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맞는 선거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1년여 동안 60%대를 상회했다. 말 그대로 민주당이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실제 선거 초기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싹쓸이’를 예견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15 대 1, 16 대 0 등의 결과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달랐다. 민주당이 12곳에서 승리해 표면상으로는 국민의힘을 압도했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보수 궤멸 얘기까지 나왔던 국민의힘은 텃밭을 지키고 서울도 수성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19 대 95(무소속 13)로 선방했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국민의힘이 마냥 졌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1.15%p, 표 차로 따지면 6만여표였다.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의 정 후보는 이 대통령의 ‘샤라웃’을 받은 이른바 ‘명픽’으로 불렸다.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한다’는 내용으로 정 후보를 언급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수직 상승했다. 정 후보는 박주민 의원, 전현희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잔뼈가 굵은 의원을 상대로 한 경선에서 이겼다.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힘 오 시장과 크게 벌어졌다. 20%p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장 당선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광역단체장 12곳 이기고도 서울 내주면서 ‘반쪽 승리’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 것은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였다. 오 시장과의 격차가 줄기 시작했고 선거가 임박해서는 오차범위 이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사전투표를 거쳐 본투표 당일 오후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됐다. 방송 3사는 정 후보 51.4%, 오 시장 46%로 민주당이 무난하게 서울을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오 시장의 신승이었다. 서울 송파구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부실 선거’ 논란까지 벌어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서울에서의 패배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이기고도 웃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사실상 패배’라는 아쉬운 탄식이 나왔다. 심지어 이 대통령조차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두고 부동산이 표심을 갈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이 오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부동산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등 정부가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9일에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다주택자가 누리고 있던 사실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거둬들이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내용의 글도 썼다.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묶여 있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1만 시대를 바라볼 정도로 폭등했다. 어떤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이틀이면 장을 말아 올리는 역대급 ‘불장’에 개미들은 빚을 내서까지 진입했다. 6만 표로 당락 갈려 반면 부동산 시장은 크게 휘청였다.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경제의 가장 기본으로 알려진 수요-공급의 원리다. 이정부의 정책도 그 방향으로 설계돼있다. 다주택자를 옥죈 것도 시장에 매물을 공급하려는 의도였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를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수요를 억제하려는 노력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매물은 예상만큼 나오지 않았고 수요는 많아졌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너도나도 빨리 집을 사려고 달려든 것이다. 매물이 줄어드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집값은 올랐다. 매매 시장의 움직임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고 세입자는 ‘날벼락’을 맞았다. 동시에 월세가 폭등했다. 집을 사기엔 호가가 너무 높았고 세입자로 살기에도 팍팍해졌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구조였다. 20~30대의 상황은 더 암울했다. 근로소득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대출은 막아둔 상태였고, 대출이 된다 해도 서울에 집을 사기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시세가 높아졌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로,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만진 이들은 20~30대가 아니었다. 주식 폭등도 영향 적었다 한 주식 투자자는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는 모두가 돈을 버는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나도 돈을 벌 것으로 생각해 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실제 인생을 바꿀 정도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번 사람들은 대부분 상급지로 이사 간다. 이미 상대적으로 상급지에 사는 사람이 최상급지로 가는 거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정 후보보다 표를 많이 받은 자치구는 25개 중 10곳이다. 정 후보는 15곳에서 이기고도 승리하지 못한 셈이다. 오 시장이 이긴 자치구에는 공통점이 있다. 집값이 크게 상승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송파‧광진‧영등포‧양천‧강동‧동작‧중‧용산‧서초‧강남구에서 정 후보에 앞섰다. 이 중 서초와 강남을 제외한 8개 지역구는 이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10개 지역구 중 성동‧마포구만 빼고 오 시장이 이긴 지역이 일치하는 것이다. 성동구는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곳이다.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부동산 표심’이 당락을 갈랐다고 봐도 될 정도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자산 투표 경향이 결과에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자산투표는 유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집이나 주식 등과 관련한 경제적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현상을 뜻한다. 부동산 비중이 큰 강남권이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정부가 출범 이후 내놓은 대출 규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다주택자 압박, 보유세 개편 시사 등의 정책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구가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들의 표심이 오 시장에게 집중되면서 정 후보는 석패했다. 집값에 반응한 선택 많았다 이, 취임 1주년서 “정상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 부담을 늘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투기용으로 가진 것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선거에는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이 차라리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1월부터 구두 개입을 통해서 눌러 놓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폭등했을 것”이라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자평했다. 공급 대책에 대해서는 “임대를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이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의 것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오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전세 매물의 급격한 감소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해 ‘정상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그대로 오 “참사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어떤 시대적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고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참사’의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