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평소에 라면을 얼마나 자주 드시나요?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의 집계 결과 ‘연간 1인당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로 1위 베트남에 이어 한국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라면의 시작은 과연 언제일까요?
바로 1963년 9월15일 출시된 삼양라면입니다.
당시 식량난이 극심했을 때 10원에 판매된 삼양라면은 점차 판매량을 늘려가며 그 시절 ‘국민 라면’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그런 삼양을 따라 농심 등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죠.
그렇지만 삼양이 1970년대까지 국내시장 점유율을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89년 11월3일,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익명의 투서가 날아들었습니다.
몇몇 식품회사에서 미국에서는 비식용으로 구분되는 공업용 우지(소기름)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검찰은 삼양식품,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 부산유지 등 5개 식품 회사 대표를 입건했습니다.
비누나 윤활유 원료로 사용하는 공업용 수입 소기름이 음식 제조에 쓰였다 판단했고, 이는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바로 우지 파동(牛脂波動)입니다.
검찰에서 기업 이름이 공개되자, 언론은 연일 보도에 나섰고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지며 불매 운동과 해당 기업들의 제품을 불신하게 됐습니다.
당시 삼양식품 측은 20년 전부터 정부의 동물성 지방 보급 차원에서 우지 사용을 권장했으며, 우지 사용은 식품위생법상 검사에서 적격으로 인정받았다고 항변했습니다.
정부 또한 우지 사용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심에서 부분 유죄 판결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됐던 우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지는 소를 도살할 때 지방조직에서 채취되는 기름입니다.
미국은 이를 16개의 등급으로 분류하며 1등급만 식용으로 인정하고 있죠.
여기서 해당 기업들은 2~3등급의 우지를 수입,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1등급이 아니기에 식용 용도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죠.
과연 그럴까요?
당장 삼양이 라면을 받아오기 위해 기술을 전수해 준 일본에서도 현재까지 우지(소기름), 돈지(돼지기름), 팜유(식물기름)를 섞어서 라면을 제조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우지는 문제가 된 한국의 우지와 같은 등급이고요.
2~3등급은 비식용으로 분류됐을 뿐, 정제한다면 식용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하고 있죠.
그럼 정제하지 않고 사용했기에 문제가 됐던 걸까요?
검찰은 실제 위해인자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인체 위해성 또한 증명하지 못했음에도 문제라고 발표했던 겁니다.
너무 많은 언론 보도가 흘러나왔고, 이를 믿은 소비자들이 들고 일어났던 거죠.
그러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1. 미국 정부나 판매업자들은 이 사건 우지가 식품제조에 사용될 것임을 잘 알고 있어 산화방지제나 색소를 투입하지 않았다.
2. 수출 시 담당 검열관이 배에 싣기 전, 해당 탱크의 청결 여부를 조사하는 등 이 사건 우지에 대한 위생상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3. 보건사회부 산하 검역소의 식품검사와 농림수산부의 축산물 검역을 받은 다음, 다시 이를 정제해 비로소 식품원료로 사용했다.
따라서 위법이라 판단할 수 없기에, 대법원에서 1997년 8월26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약 8년의 시간이 흘러간 뒤였죠.
당시 삼양은 라면 100만박스 이상 폐기 처분, 3000여명의 직원 중 1000여명이 이직, 시장 점유율 10%대로 추락, 천문학적인 손실에 더해 우지가 아닌 팜유로 바꿔야했습니다.
어려움을 딛고 다시 급성장한 삼양은 최근 신제품 라면을 출시했습니다.
한국에서 최초로 라면을 출시한 1963년도를 딴 ‘삼양 1963’은 우지 파동이 일어났던 11월3일을 출시일로 정했습니다.
36년이 지났어도 언급할 만큼 뼈아픈 과거였던 거겠죠.
우지 파동, 쓰레기 만두, 대왕 카스테라 논란 등 한번씩 일어나고 있는 식품 관련 사건들.
음식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당연히 엄격하고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을까요?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 정부의 규제·감독, 언론의 정확한 정보 전달, 소비자의 비판적 시각이 모든 것이 균형있게 유지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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