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검, 방첩사 정조준 막전막후

12·3 10개월 전부터 준비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국군방첩사령부를 정조준했다. 2024년 초부터 12·3 내란을 준비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핵심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다. ‘전투 편성’ 방안 마련을 지시한 뒤 한미 연합연습에서 계엄 상황 시 수사·체포·호송 훈련을 직접 사열한 정황이 포착돼 종합특검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12·3 내란·외환에 대한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의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타깃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다.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내란을 준비한 정황을 발견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작성하지 않는 이례적 문건까지 언급돼 과거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마무리하지 못한 내용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투 편성안
보고서 작성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초 방첩사 간부에게 작전계획과 전투 편성 구체화를 지시했다. 전투 편성은 군사용어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부대에 임무를 부여하고 지휘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고블록(소대·분대)’이 없는 방첩사가 특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를 위한 조처로 해석된다.

방첩사와 달리 타 군 조직은 전시에 소대·분대 등 단위로 구체적인 임무와 역할이 주어져 있지만 방첩사는 그렇지 않다. 2024년까지 방첩사는 ‘비상계엄 때 수사단이 출동한다’는 모호한 계획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계엄 발령 시 합수부 편성, 조치 훈련, 전투 편성(초안)’ 등 보고서를 작성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방첩사는 실제 2024년 3월 한미 합동 연습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led)’ 훈련 당시 작성한 보고서대로 연습했다. 방첩·수사·계엄 합동수사본부가 조직별로 임무를 진행하다가 계엄 선포 상황 메시지가 전달되면 합수본을 편성하는 방식이었다.

합수본에 편성된 방첩사 부대원들은 각각 수사·체포·호송 역할을 담당했다. 방첩사는 연습하던 대로 12·3 내란 때 주요 정치인 체포 및 구금 임무를 하달받았다. 종합특검팀이 방첩사가 2024년 초부터 계엄 선포를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유다.

여 전 사령관은 훈련 때 부대원들이 모인 연병장에 나와 직접 사열(군부대 점검 및 검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여 전 사령관은 ‘계엄이 발생하면 합수부가 팀워크를 미리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급했다고 한다. 이후 여 전 사령관은 편성된 부대원의 역할과 계엄 때 지참할 장비 등을 점검했다.

여 전 사령관 부임 전까지 계엄 때 방첩사의 전투 편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돼있지 않았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의 방첩사는 계엄을 대비한 각 부대원의 임무 수행 연습이 아닌 보안점검·지원 업무 위주였다. 구체적으로 훈련 때 군사비밀이나 대외비 관리를 소홀히 하는 사례를 적발하는 일이 방첩사의 주 임무였다. 방첩사 내에서도 2024년 3월 계엄 대비 전투 편성 훈련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여, 2024년 초 없던 작전 계획 구체화 지시
보고서까지 만들어 한미 합동 연습 때 훈련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여 전 사령관 부임(2023년 11월) 직후부터 계엄 대비 계획 작성과 훈련 등을 했다고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4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방첩사가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했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결재한 ‘계엄 합동수사본부 운영계획’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다른 기관에서 파견된 대규모 인력이 합수부로 이동해 물리적으로 집결시킨다는 내용이다. 방첩사와 군사경찰, 경찰 등 각 기관이 제자리에서 수사하고 합수부와는 통신망만 유지하도록 하는 기존 ‘전시 비문’과는 정반대의 모델이다.

종합특검팀은 해당 문건을 윤씨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당시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2월19일 1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내란 결심·준비 시점’을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판단했는데, 종합특검팀은 내란 준비 시기를 해당 문건이 작성·결재된 같은 해 2월로 앞당겨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앞서 언급한 한미 합동 연습이 12·3 내란을 위한 리허설이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방첩사는 조직 개편과 장비 확보도 진행했다. 방첩사는 같은 해 5월 소수 인원에 불과했던 방첩수사단을, 갑자기 장성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평시 체포 수요는 거의 없는 부대인데도 포승줄, 두건, 수갑 등이 포함된 ‘출동 키트’를 대량 구매해 배포했다.

이례적
훈련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체결한 수사 협력 MOU 역시, 전시 수사 인력을 파견받기 위한 명분이었다는 게 종합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철진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들어왔다.

그는 이후 준장으로 진급한 뒤 방첩사 기획관리실장을 맡았다. 방첩사 기획관리실은 부대원 인사와 부대 작전 계획 수립·시행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작전계획 중 하나로 비상계엄 선포 시 구성되는 합수본 설치·운영 업무도 관장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김 전 보좌관이 ▲방첩사 기획관리실장 직책을 맡은 지 약 3개월 만에 ▲비상계엄 선포 때나 구성되는 합수본 운영 계획 문건 작성에 관여하면서 ▲이례적인 내용이 포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기존 합수부 운영 계획과는 다른 병력 운용 내용이 문건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그간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합수본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검경 등 정보·수사기관들의 업무를 조정·통제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그런데 문제의 문건에는 사정 기관과 군 주요 병과에서 방첩사로 인원을 대거 파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종합특검팀은 12·3 내란 당시 방첩사 합수부 운영 계획이 제대로 실현됐다면, 400명 정도의 인력이 방첩사로 집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방첩사가 이번 내란에서 합동체포조를 편성해 국회로 출동시켰던 만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대규모 파견 인력까지 확보하려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보좌관은 윤석열씨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8일 전인 2024년 11월25일 인사를 통해 김 전 장관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내란 당시 김 전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합동참모본부 결심지원실에서 윤씨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막지 못한 김 전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수사 성과
아직 제로

김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16일 윤씨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몇 명이나 투입했느냐’고 묻고, 김 전 장관이 ‘500여명’이라고 답하자, 윤씨가 ‘거 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 보냈어야지. 이제 어떡할 거야’라고 물은 것이 맞냐”는 검찰 질문에 “들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보좌관은 내란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인 윤씨 등의 ‘2차 계엄’ 준비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윤씨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 뒤인 2024년 12월4일 오전 1~2시 합참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서 “다시 걸면 된다”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 등 2차 계엄을 시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종합특검팀은 그를 전투통제실 상황의 주요 목격자로 보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향후 김 전 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두 의혹 모두를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방첩사의 비상계엄 준비 의혹과 관련해 문건 작성 경위와 여 전 사령관 등 윗선의 지시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종합특검팀의 내란·외환 수사에 이제야 속도가 붙기 시작했지만 성과는 아직 제로에 수렴한다.

지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25일 출범한 종합특검은 이날까지 70일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특검팀의 1차 활동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며, 30일씩 두 차례 활동 연장이 가능해 최장 150일간 수사할 수 있다. 종합특검팀이 사실상 반환점을 돌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합특검팀의 1호 인지 사건은 합동참모본부 지휘부의 12·3 내란 동조 의혹이었다. 지난 3월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합참 지휘부를 입건하면서 수사에 나섰지만, 한 달여가 지나서야 이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종합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피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전시 비문’과 정반대 모델” 진술 확보
특검 내부는 잇단 구설수 “수사에 찬물”

지난달에는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으로 대검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번에는 피의자를 윤씨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으로 특정했다. 다만 이들이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경위 등에 관해선 영장에 ‘불상의 방법’이라고 기재했다.

종합특검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군방첩사령부 블랙리스트 의혹, 해양경찰청 내란 가담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신병 확보나 공소 제기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종합특검 안팎에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권창영 특검은 ‘계엄을 뿌리 뽑으려면 특별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3년은 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종합특검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 특검과 만나 이 같은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특검보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코너에 출연해 수사 관련 사항을 언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권영빈 특검보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 사건을 맡으면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과거 그가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을 변호했다는 이력이 드러나면서 담당 특검보가 교체됐다.

최근에는 종합특검팀의 특별수사관 A씨가 자신의 SNS에 피의자 진술조서를 촬영한 사진 등을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수사관 임명장, 권 특검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올린 뒤 “수사관 관점에서 수사 경력을 쌓으면 형사 사건 전문성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합특검팀은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 조치했다.

법조계에선 특검 제도가 한계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정 기관이 부패하거나 정권과 유착해 제대로 된 사실 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발동하게 한다는 게 특검 제도의 취지다.

드러나는
타임라인

과거 3대 특검팀에 이어 출범하다 보니 수사 역량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대 특검팀 관계자는 “공소 유지 때문에 특검팀 수사기한이 종료돼도 수십명은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경찰이나 검찰 두 기관 모두 일 잘하는 수사관과 엘리트 인재 유출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파견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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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