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ADHD 폭증의 이면

강남 애들 먹는 공부 잘하는 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ADHD 환자가 폭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중 10대 환자 수는 9만명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ADHD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문난 ADHD 치료제에 원인이 있었다.

최근 교실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시험 기간이면 책상 위에는 에너지음료나 커피는 필수다. 하지만 카페인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고 있다. 성적과 집중력, 체력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이 점점 ‘약의 힘’에 기대기 시작한 것이다.

비의료적 목적

최근 치료 목적이 아닌데도 의료용 마약류를 경험한 청소년이 흡연 경험 청소년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일탈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담배보다, 성과와 효율을 위한 약물이 더 깊숙하게 교실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는 ADHD 치료제와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 의료용 마약류를 비의료적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평생 한번이라도 흡연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4.2%)보다 높은 수치다. 오남용 약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ADHD 치료제였다.

최근 6개월 내 비의료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한 청소년 중 24.4%가 ADHD 치료제를 복용했다고 답했다. 식욕억제제(20.0%), 수면제(13.3%), 항불안제(13.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23.1%는 한 달 평균 20회 이상 약을 사용했다고 답해 1회성이 아닌 중독 수준의 단계에 접어든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DHD 치료제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왜곡돼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수험생 카페 등에서는 “시험 기간에 효과 봤다” “집중력이 확실히 올라간다”는 후기성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ADHD 치료제를 판매한다는 게시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ADHD 치료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확산됐다. 온라인 맘카페와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다” “시험 기간에 효과를 봤다”는 식의 후기들이 퍼지면서 ADHD 치료제가 일종의 학습 보조 수단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학군지에서는 학원 강사나 주변 학부모 권유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명 중 1명 “비의료 목적 복용”
병원 돌며 처방받고 텔레그램 거래

ADHD 진료 환자와 처방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ADHD 진료 환자는 2020년 7만9248명에서 지난해 26만251명으로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 역시 461억원에서 1909억원으로 314% 급증했다. 특히 10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10대 ADHD 환자는 9만4000여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이점은 ADHD 치료제의 처방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 이른바 ‘학군지’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강남 3구는 수년째 ADHD 치료제 처방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ADHD 치료제가 한동안 품절 대란이 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ADHD 치료제 자체를 문제시하는 시선에는 선을 긋고 있다. ADHD는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고, 전문의 진단과 처방 아래 약물을 복용할 경우 상당수 환자에게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 목적을 벗어난 오남용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병원을 돌며 약을 처방받고, 온라인에서는 불법 유통까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ADHD 치료제를 ‘집중력 강화’ ‘수험생 영양제’ ‘공부 잘되는 약’ 등으로 홍보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텔레그램과 오픈채팅방으로 구매자를 유도한 뒤 직접 거래를 진행하는 방식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능 전 온라인 쇼핑몰과 SNS를 집중 점검한 결과 ADHD 치료제를 불법 판매·광고한 게시글만 700건 넘게 적발됐다. 판매 글에는 “시험 기간 효과 좋다” “당일 배송 가능” “집중력 향상” 등의 문구가 버젓이 사용됐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청소년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청소년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음 알게 된 경로로 유튜브·SNS·텔레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을 꼽았다. 온라인 환경이 약물 정보와 구매 창구 역할까지 동시에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ADHD 치료제는 일반 불법 마약과 달리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낮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향정신성의약품임에도 “병원 약이니까 괜찮다” “남들도 먹는다”는 식으로 위험성이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 기간 효과 봤다” ‘약발’ 공부
부유층 엄마들 입소문에 품절 대란까지

식약처 역시 최근 온라인 유통 증가를 심각하게 보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식약처는 ADHD 치료제 불법 판매 게시글을 추적하고 있으며, 오남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에만 수십곳의 의료기관이 과다 처방 의심으로 수사가 의뢰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자들이 계정을 수시로 바꾸고 텔레그램 등 익명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다, 병원 처방이라는 ‘합법 경로’가 존재해 일반 마약류보다 추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ADHD 치료제 오남용 현상을 학생들의 일탈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소년 약물 의존 현상 뒤에는 과열된 입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더 오래, 더 집중해서, 더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이 학생들을 점점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들 사이에서 카페인 섭취는 이미 보편적이다. 시험 기간이면 에너지 음료와 커피를 찾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잠을 줄이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청소년 61.2%는 최근 6개월 동안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달에 10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도 10.8%에 달했다.

특히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에서 두드러졌다. 카페인을 찾는 이유로는 ‘시험공부나 과제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ADHD 치료제 오남용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욕망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학생들을 약물로 향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특히 약물이 ‘자기관리 수단’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점을 우려한다. 성적은 물론 체형과 집중력, 체력까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이 점점 약물에 대한 심리적 경계선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오남용 현상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금의 현상이 단순한 약물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휴식은 점점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버티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강해질수록 아이들은 더 빠르고 강한 방법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