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없는 학교’ 현장체험학습 기피 실태

김밥도 설렘도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봄철이면 당연하게 여겨지던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운동장에 줄지어 선 관광버스도, 들뜬 표정으로 도시락을 챙기는 아이들도 예전만큼 보기 어려워졌다. 현장체험학습이 ‘교육 활동’보다 ‘사고 책임’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서 학교는 체험학습을 하나 둘 포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다시 살아나는 듯했던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다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이 취소·축소되며, 숙박형 체험학습은 사실상 사라지는 분위기다.

그리운 풍경
점점 사라져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했거나 계획 중인 서울 초·중·고교는 전체 1331곳 가운데 407곳(31%)에 그쳤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흐름이 이어지던 2023년 86%(1150곳), 2024년 74%(984곳), 2025년 58%(773곳)과 비교하면 가파른 감소세다.

수학여행 등 숙박형 체험학습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숙박형 체험학습을 계획한 서울 지역 학교는 전체의 18% 수준인 242곳에 불과했다. 초등학교는 특히 더 낮았다. 서울 초등학교 가운데 숙박형 체험학습을 계획한 곳은 3% 수준에 그쳤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안 가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는 재작년부터 모든 학년의 현장체험학습을 사실상 중단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외 체험학습 여부를 두고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아예 ‘교내 프로그램 진행 여부’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대신 교내 안전체험 프로그램과 학급별 활동으로 학사일정을 대체했다. 울산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울산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지 않은 초등학교는 76곳이었다.

올해 역시 68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일부 학교는 학급별로 따로 체험학습을 진행하거나, 안전체험관 등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은 기관 방문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학교 단위 현장체험학습 대신 학급별 소규모 활동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학교 차원의 대규모 이동 대신 담임교사 재량에 따라 가까운 기관을 방문하는 수준으로 축소했다. 체험학습을 가더라도 최대한 통제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려는 것이다.

특히 학년이 낮을수록 미실시 비율이 높았다. 일부 학교는 체험학습 자체를 취소하고 학교로 찾아오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있다.

‘속초 사고’ 이후 달라진 학교 분위기
초등학교 10곳 중 4곳 “체험학습 취소”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망사고 이후다. 당시 강원 춘천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속초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사고는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던 과정에서 한 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 이후 검찰은 버스 기사뿐 아니라 담임교사와 보조 인솔 교사까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교사들이 학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버스가 임시 정차 상태였던 만큼 차량 이동 가능성 역시 예측 가능했다고 봤다.

반면 보조교사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학생 안전관리와 관련한 명확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판결은 교육 현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버스 기사 과실로 발생한 사고인데 왜 담임교사까지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이후 항소심에서는 일부 판단이 달라졌다.

2심 재판부는 담임교사의 업무상 과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사망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교사에게 전적으로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집행유예는 유지되지 않았고, 교사는 교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교육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사들은 “결국 유죄는 유죄”라는 반응을 보였다. 선고유예로 교직 유지가 가능해졌다고 해도, 법원이 교사의 형사 책임 자체를 인정했다는 점이 현장에 더 큰 메시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실제 판결 이후 교사 커뮤니티와 교원단체 게시판에는 “이제 누가 현장체험학습을 가려고 하겠느냐” “사고 한번이면 전과자가 될 수 있다” “교사는 교육자가 아니라 잠재적 피고인 취급을 받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속초 사고 이후에도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졌다. 지난 1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인솔 교사들에게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체험활동 도중 선착장 인근 바다에 빠져 숨졌는데, 재판부는 교사들이 충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나친 요구
과도한 책임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 수십명을 인솔하는 상황에서 모든 돌발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초등교사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학생들, 신호등, 차량 흐름까지 동시에 봐야 한다”며 “교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모든 변수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들이 갑자기 뛰어나가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교사 개인의 과실 여부부터 따지는 구조 자체가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특히 이런 판결이 반복되면서 학교 현장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사고가 났을 때 형사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 지역 학교들 사이에서는 ‘버스를 오래 타는 일정’ 자체를 줄이는 분위기다. 경기 오산의 한 초등학교는 이미 체험학습 버스와 입장권 예약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갑작스럽게 계획을 철회했다. 위약금 부담 가능성까지 있었지만 학교 측은 결국 체험학습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들 사이에서 ‘괜히 갔다가 문제 생기면 어쩌냐’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화성의 한 초등학교 역시 외부 지역 체험학습 대신 학교 주변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한 장소를 다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버스 이동이나 장거리 일정 자체를 위험 요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밀 학교일수록 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충남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많은 학교들을 중심으로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학사일정에서 빼기도 했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들은 체험학습을 편성하지 않은 반면, 비교적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이동과 안전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타리 안
오직 공부만

특히 저학년일수록 체험학습 기피 현상은 더 뚜렷했다. 돌발 행동 가능성이 높고 통제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1학년 전체 체험학습을 아예 취소하거나 교내 행사로 대체하기도 했다.

숙박형 체험학습 대신 도보 이동이 가능한 근거리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학교 내부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체험학습 대신 강당이나 체육관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한 프로그램으로 학사일정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예전에는 학생들을 모아 어떻게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사고를 줄일지부터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사들에게는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큰 부담이다. 체험처 선정, 사전 답사, 버스 계약, 보험 가입, 안전 계획서 작성, 학부모 동의서, 안전교육 자료 준비, 비상 연락망 구축, 안전 요원 배치, 일정표 관리, 식사 및 숙소 확인 등 대부분의 행정 절차를 교사가 직접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를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개정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은 교직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어디까지 해야 안전조치를 다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교육부가 배포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에는 교통 안전, 식사, 화재 예방, 시설 점검 등 수십개 항목의 체크리스트가 포함돼있다. 활동 유형에 따라 점검 항목은 80~90개 가까이 늘어나기도 한다. 교사들은 “기준이 구체화될수록 오히려 나중에 책임을 따질 근거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교사들의 부담이 커진 건 최근 들어 학부모 민원의 양상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도 한몫했다. 예전에는 일정이나 준비물 정도를 문의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체험학습 과정 전반을 실시간으로 관리·감시하려는 학부모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사고 한번이면 교사는 전과자”
책임·민원·행정 부담에 급감

실제 한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왜 제주도가 아니라 서울로 가느냐” “왜 1박2일만 가느냐”는 민원이 제기됐다.

현장체험학습 직전 “아이 도시락을 교사가 직접 준비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한 교사는 “출발 직전에 학부모 전화가 와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며 “결국 내가 먹으려고 산 김밥을 학생에게 주고 나는 점심을 굶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체험학습 비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학부모가 중학교의 수학여행 안내문을 공개했는데. 강원도로 떠나는 2박3일 일정에 1인당 60만6000원이 책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는 우등버스 이용료, 숙박비, 식비, 체험 프로그램 비용 등이 포함돼있었다.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학여행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 “예전에는 훨씬 저렴했다” “학교가 리베이트를 챙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은 “현재 수학여행 구조를 전혀 몰라 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현재 수학여행은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여행사를 선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진행된다. 교사 개인이 비용 구조를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학생·학부모 요구 수준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유스호스텔 단체 숙박이나 대형 식당 백반 형태 식사는 학부모 만족을 얻기 어려워졌고, 상대적으로 쾌적한 숙소와 식사, 체험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왜 4인실이냐” “왜 리조트 수준이 아니냐” “식단이 부실하다” 등의 민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교사들은 “요구 수준은 계속 높아지는데, 적은 비용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장에서는 “안전하게 가는 방법”보다 “아예 가지 않는 선택”이 가장 리스크 없는 선택이 됐다.

추억 없는
학교 생활

정부는 최근에서야 체험학습 위축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교사 면책 범위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와 관련해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들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이 추억과 사회성 경험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이동하고 생활하면서 배우는 게 분명 있는데 그런 경험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안전을 이유로 모든 활동을 접는 게 맞는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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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미리 보는 민주당 당권 경쟁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린다. 6월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걸쳐져 있지만 당의 시선은 벌써 8월을 향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입성한 사람, 공천에서 밀린 사람,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 등 변수도 수십 가지다. 당권을 쥐기 위한 ‘비공식’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직후 곧바로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1년을 평가할 시험대인 동시에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점인 셈이다. 그 누구도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돌고 있다. 현직인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김용민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무대로 물밑에선 각자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차기 당권 경쟁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안갯속 연임 가도 이정부 1대 지도부를 이끈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박찬대 후보와의 2파전 대결 끝에 61.7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의원 누적 투표 결과에선 정 후보가 46.91%로, 53.09%를 얻은 박 후보에게 약 7%p 뒤처진 만큼 압도적인 당심으로 선발됐다는 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 대표는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1인1표제 등 당권 강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던 당시 정 대표가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무리해 추진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연임의 이응(ㅇ)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돕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행보를 가속하는 모습이 마치 전당대회 전초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정 대표는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해 전체 권리당원의 30%가 분포된 호남 지역을 순회했다.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당원과의 접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얼굴 도장을 찍는 효과를 얻었다. 당내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정 대표가 정치적 위상을 굳히고 대표 연임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특히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청(친 정청래)계가 잇따라 공천을 받은 만큼 세 늘리기에 주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정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박수현 전 의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평소 정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원택·민형배 의원도 각각 전북도지사 후보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지방선거 덕을 톡톡히 봤으나 과거 행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서 ‘클린 공천’을 자신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그를 향한 원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먼저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를 기존 이승훈 변호사에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으로 교체한 사건이다. 이 변호사가 과거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여론을 의식해 후보를 교체했는데, 자신과 유사한 변호 이력을 지닌 다른 후보가 다른 지역에 공천되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고 친명(친 이재명) 강득구 최고위원은 농성장을 찾아 “정말 4무 공천이 맞나”라며 정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1년 사이 늘어난 적수 정청래 연임 가능성은? 재선에 도전하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현금 살포’ 의혹으로 제명 처리됐다. 윤리 감찰을 지시한 정 대표에게 분노를 느낀 김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북도지사 선거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가 있다”며 “제가 작년 전당대회 때부터 정 대표와 다른 노선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저를 제명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진행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좌초도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정 대표는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친명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앞장서서 합당에 반대했다. 그는 “조기 합당은 민주당의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당 제한은 최고위를 패싱한 정 대표의 개인적 제안”이라며 “지금도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진보 진영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 대표를 향한 원성과 혁신당을 배척하려는 의도를 가진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권력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청래 연임파와 반청(반 정청래)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서로를 방해하려고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 총리는 “당 대표직에 로망이 있다”고 말해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직접적인 물음에는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 총리는 최근 여당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만나 국정과제 필수 입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는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이주희 원내대변인 및 원내부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총리께선 123개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필수 입법안 신속 처리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의 원내대표단이 함께 심기일전해 국정 운영의 강력한 원군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개혁 끝 관리 시작? 김 총리가 정 대표의 맞수로 떠오른 이유는 그가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섬세한 관리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가 청와대와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탓에 당정 갈등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당원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차기 대표는 정부와 합이 잘 맞는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선거 기여도가 낮은 탓에 등판 시기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국을 누비며 솔선수범한 정 대표와 달리 김 총리는 선거 승리 공을 가져갈 명분을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승리를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반감만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정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에 의해 과거사가 ‘파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작년 6월 공직자 청문회 당시 김 총리는 재산 형성과 학위 취득, 군 복무 및 금전 거래 의혹 등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시기는 이정부 출범 극초기 단계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엄호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패막이 되어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원조 터줏대감인 송영길 전 대표도 변수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그는 최근 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송 후보는 정 대표를 향한 견제구를 날렸다. 연수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해 “정 대표가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등 차기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공천 받기 전 정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송 후보는 “직접 전혀 전화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 대표께서 당원이 주인된 당을 만들겠다고 1인1표제까지 만들지 않았나. (따라서) 정 대표가 (공천을) 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자신의 출마가 정 대표의 배려 덕분이 아닌 당원들의 호응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국회 복귀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당선되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여러 가지로 무엇이 필요할지 상의하겠다”며 “당의 역할이든 정부에서의 역할이든 (이 대통령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제 개인의 정치 프로그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라고 밝혔다. 사방에서 “혹시 나도?” 송 후보가 민주당의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지원하는 것이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단계’인지를 묻는 말에는 “그것보다는 정 대표나 저나 마찬가지로 전체 승리가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뛰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김용민 의원의 존재감도 급부상했다. 김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사법개혁 논의 등을 주도해 온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 종료와 동시에 보완수사권을 띄워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된다면, 강경 성향인 정 대표에 이어 본인도 겨뤄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의원은 ‘당권 도전설’을 부인했으나 검찰개혁 공을 앞세워 ‘개혁 당 대표’ 기류를 이어간다면 전당대회 역시 하나의 선택권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을 향한 여권 내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김 의원이 추미애 의원과 함께 중수청법 입법을 앞두고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안을 엎는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은 건 당원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국회의장직에서 퇴임한 우원식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그동안 우 의원은 여권 의원들과 친밀한 행보를 보이며 유독 평판 관리에 힘 써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두고 우 의원의 다음 스텝이 당 대표가 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퇴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우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하지 못하면 제 인생에 굉장히 큰 후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서 절차적 걸림돌을 해소했고, 단계적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넓어졌다”며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의원은 향후 역할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당원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지내겠다”고 언급했다. ‘친명 주도권’ 다시 쥐고 싶어도… 전대 판 가를 최종 종착지 ‘전북’ 하남갑에 출마한 이광재 전 의원도 후보군에 올랐지만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등 다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에 헌신할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지금은 중앙 정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하남을 확실하게 모델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 이 후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는 당원은 물론 민주당 의원까지 그의 선당후사 정신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당의 요구에 따라 험지에 몸을 던졌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김진태 지사에게 패배했고, 2년 뒤 22대 총선에선 20년 넘게 살아 온 종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에게 양보했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평택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의 뜻에 따라 하남으로 향했다. 선당후사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적재적소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가를 변수는 전북이다. 전북은 정 대표의 판단하에 후보가 교체된 곳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 등 주요 격전지에서 선전하더라도 전북에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정 대표의 책임론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 대표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면 그의 대척점에 선 이들이 유리해지는 만큼, 전북이 ‘민주당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후보는 연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이어가며 전북 선거를 당권 문제로 확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김관영이 이기면 사퇴한다”며 “(내가 당선된 뒤) 사퇴를 안 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다른 분이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를 사퇴시키고 싶으면, 당 대표로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으면 이번에 김관영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묘연한 텃밭 민심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됐다. 비공식 후보와 비공식 일정만 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낙관론으로 보일 수 있어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당대회의 ‘전’자도 못 꺼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두고 저마다 공을 가져가려고 할 텐데 정 대표는 본인의 것으로, 나머지 주자들은 이 대통령의 것으로 나누려고 할 것”이라며 “국정 안정 기조와 내란 청산 기조 두 개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