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전쟁 끝나도 지휘권 놓지 않는 미국

2029년 한국 전작권 전환, 한미동맹은 어디로 가나

1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핵추진잠수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다. 특히 전작권 문제는 단순한 군사 기술 협의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안보 구조의 본질, 더 나아가 미국이 20세기 이후 세계를 어떻게 관리해 왔는가와 연결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전작권을 단순히 “우리 군대를 누가 지휘하느냐”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거대한 국제질서의 문제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거의 모든 주요 전쟁에서 연합군 체제를 만들었고, 전쟁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작전지휘권 역시 미국이 유지했다는 점이다.

한국만의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은 왜 전쟁 이후에도 지휘권을 놓지 않았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군사력은 단지 병력 숫자가 아니라 ‘지휘 체계’ 자체이기 때문이다. 병사보다 중요한 것은 명령 체계이며,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동맹군 간 지휘 불일치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 원칙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유럽에 미원정군(AEF)을 파병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전 지휘 체계를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유럽과 태평양 전선 모두 미국이 연합군 핵심 지휘권을 장악했다. 냉전 이후 NATO,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국적군 형태였지만 핵심 지휘 체계는 항상 미국 중심이었다.

1950년 7월14일, 한국전쟁 초기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이양했다. 당시 북한군 남침으로 서울이 함락되고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던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부산 교두보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었다. 국가 생존 자체가 모든 판단보다 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이후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제가 만들어졌고, 미국 중심의 한미연합 방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한반도는 미국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지금의 체계가 본격화됐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며, 전시 상황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의 연합 전력을 통합 지휘하고 있다.

다만 변화도 있었다. 1994년 12월1일 한국은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했다. 즉 평상시에는 한국군을 한국군 스스로 지휘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군사 주권 회복 측면에서 상징성이 매우 컸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한미연합사 체계 아래에서 행사된다. 그래서 지금 한국은 ‘평시는 한국군, 전시는 연합사 체계’라는 독특한 이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한국만의 특수 사례는 아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곳곳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사실상 ‘세계 안보 운영자’ 역할을 맡아왔다. 유럽에서는 NATO를 만들었고, 일본·독일·한국을 냉전 방어선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특히 미국은 동맹국 방어를 단순 지원이 아니라 자국 전략 질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NATO다. NATO는 다국적군 체제지만 실제 핵심 군사 지휘는 미국 중심으로 운영된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은 사실상 항상 미군 장성이 맡아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핵무기·위성·전략폭격기·항공모함·군수 체계를 미국이 통합 운영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병력 숫자보다 ‘지휘 네트워크’를 패권 유지의 핵심으로 관리해 온 셈이다.

독일 역시 냉전 시기 수십만명 규모의 미군이 장기 주둔했다. 당시 미국은 서독을 단순 동맹국이 아니라 소련을 막는 유럽 방어선의 핵심 기지로 봤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은 한국처럼 전작권 구조는 아니지만,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미일동맹 체계 속 미국 전략 자산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특히 오키나와·요코스카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미국은 다국적군을 조직했지만 실질적인 작전 통제는 미국이 맡았다. 이것은 단순한 패권 의식이 아니라 미국 군사 시스템 자체의 특징과 관련 있다. 미군은 정보·정찰·위성·미사일 방어·공중전·군수 지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 운영한다. 미국 입장에서 지휘권을 넘긴다는 것은 그 네트워크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한국의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흔히 “주권 국가인데 왜 아직 미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실제로 전작권 환수는 군사 주권 회복 차원에서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세계적으로도 자국 군대 전시 지휘권을 외국과 공동 운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반면 현실 안보 논리도 존재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변수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안보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까지 연결되며 동북아 전체 긴장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와 전략 자산, 정보 체계가 여전히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강하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담겨 있다. 첫째, 한국군이 연합 방위를 주도할 군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안정적인 안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결국 단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미는 IOC(기본운용능력) → FOC(완전운용능력) → FMC(완전임무수행능력)라는 3단계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전 수준의 지휘·작전 능력을 더 정밀하게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11월4일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2026년 FOC 검증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전작권 전환 논의가 실무 검증 단계로 깊숙이 들어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중요한 발언이 등장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2029 회계연도 2분기 이전까지 조건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준으로는 사실상 오는 2029년 1분기 이전 전작권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모호하게만 거론되던 전환 시점이 처음으로 구체적 숫자와 함께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처음으로 미군 수뇌부가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조건 충족 시 전환”이라는 원칙만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실상 시간표 논의 단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작권 논쟁이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제 협상 국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많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그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전작권을 넘기고 빠지는 구조’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정보·정찰·핵우산·우주·사이버 체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동맹 구조를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대규모 지상군 중심의 냉전형 주둔보다 공군·해군·미사일·정보전 중심의 ‘유연한 주둔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일본·괌·필리핀·호주까지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즉 미래 동맹은 숫자보다 네트워크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안보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안규백 장관의 방미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의전 방문이 아니라, 사실상 ‘전작권 이후 시대의 한미동맹’을 조율하는 첫 시험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향후 10년 한미 군사 협력 방향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방미에서 안 장관이 해야 할 일은 첫째, 전작권 전환의 ‘속도’보다 ‘조건’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 일정이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다. 한국군이 북핵·미사일 위협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연합 지휘 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자칫 정치 상황에 쫓기면 안보 불안 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추진잠수함 문제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측에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을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단순 도입 여부를 넘어 기술 이전 범위와 운용 체계까지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 무기가 아니라 한국 해군의 전략 반경 자체를 바꾸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셋째,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 구조를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경우, 미군은 어떤 방식으로 정보·정찰·우주·사이버·핵우산 체계를 연결할 것인지 사전에 구조를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환 직후 지휘 공백과 전략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누가 지휘하느냐’보다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넷째, 미국 의회와의 관계 강화다. 이번 일정에는 미 상원 군사위원장과 해양력소위원장 면담도 포함돼있다. 미국 안보 정책은 백악관뿐 아니라 의회 예산과 전략 승인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의회 내 초당적 한미동맹 지지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정권교체와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도 동맹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응 방향은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서로 반대 개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종종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면 반미로 몰리고, 반대로 동맹 강화를 말하면 종속 논란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 안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누가 위냐 아래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어떤 역할을 분담하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한국군 주도 체계 강화 + 미국 전략 자산 연동 유지’라는 이중 구조에 가깝다. 즉 지휘권은 한국군이 갖되, 핵우산·위성·정보·우주·사이버 분야에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다. 미래 동맹은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형 네트워크 동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작권 논쟁은 “미국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느 수준까지 스스로 전쟁을 책임질 수 있느냐”다. 미국은 이제 한국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중국·북한·러시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그 변화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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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가득한 보완수사권 폐지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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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70년 넘게 유지된 우리나라 형사제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때부터 힘을 키워온 경찰은 이번 개정안으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경찰은 국민의 질문에 답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을 믿을 수 있나?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제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갖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72년 만에 가장 큰 사법체계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격변하는 형사제도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78명 가운데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오는 10월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이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사건 기록 열람‧등사 권한도 부여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해 온 검찰개혁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 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데, 공소청 검사는 공소 제기와 재판 유지만 맡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청와대에서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날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 10명 중 6명 반대 여당 주도 본회의 통과 이 대통령은 거부권 대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라고도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국무회의 의결 등 법안 공포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경찰’이 놓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깨지면서 경찰에 실리기 시작한 힘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라는 견제 기능을 남겨둘지를 두고 진통이 상당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만큼 경찰에 집중되는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완수사권은 그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실제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압도적으로 반대가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62.5%가 ‘검찰에 보완수사 권한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1.8%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53.8%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을 기록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73.1%로 가장 높았고 서울 64.7%, 호남권에서도 59.9%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녀노소, 지지 정당,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쪽에 손을 든 것이다. 존치 의견 우세해도… 존치 찬성자들은 경찰의 수사 능력을 의심했다. 검찰보다는 경찰이 국민과의 접점이 더 넓은 상황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감도 없지 않았다. 장윤기 사건은 지난 5월 광주 광산구 월계동 남부대학교 인근에서 장윤기가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내용이다. 이 여고생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남학생도 크게 다쳤다. 장윤기와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지면서 ‘묻지마 범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윤기 사건에 경찰인 그의 아버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윤기의 부친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가 사건에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장윤기의 아버지가 아들의 방에서 없앤 리얼돌은 성범죄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여겨졌다. 10대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보완수사권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라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김씨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긴급 간담회에 참석했다. 피해자들 나섰지만… 김씨는 “세금을 내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왜 그들(범죄자)을 보호하고 감싸려고 하는지, 죄를 짓지 않은 피해자는 잘 모르겠다”며 “변호사와 검사도 반대하고 경찰도 난리 나고 피해자도 반대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도 피해받는 피해자에 대한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전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하진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에 집중되는 거대한 권한을 걱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경찰이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는데 ‘앞으로 안전할 걸까’라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경찰 스스로 책임 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높은 책임감으로, 높은 윤리 의식으로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범죄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또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 비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에 관한 비리를 저지르면 국민이나 피해자로서는 내 사건을 저렇게 망가뜨려서 가해자, 피해자를 뒤집어 놓으면 자살하고 싶을 정도가 됐는데, 담당 경찰은 감봉 몇 개월하고 또 딴 데 가서 수사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엄청난 힘” 우려하면서도 거부권 요구에 “심각하지 않아” 이어 “(경찰이) 증거를 숨기고 없애 버리고 내 사건을 뒤집어서 반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엄중함을 갖고 있냐. 전 자신이 없다”며 “수사와 관련된 비리나 비위에 대해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수사상의 비위가 발생하면 최소 해임, 파면 등의 조치를, 아니면 아예 영구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는 등의 엄중한 책임을 언급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수사의 전 과정을 맡게 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전국 시‧도 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이 참석한 지휘부 회상회의를 열었다. 형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장 수사관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개정 내용을 집중 교육하고 보강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검토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나왔다. 유 직무대행은 “국민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와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포함한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의 유일한 지향점은 국민이며 기준은 오직 법과 원칙”이라며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 속에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신 의심 극복되나 이 대통령의 당부,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일이 몰려 과부하가 걸린 부분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수사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