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선전포고 없이 이란 전역에 연합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혁명수비대 수뇌부가 궤멸됐으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협에 놓이면서 세계 원유시장이 요동쳤다.
제4차 중동 전쟁 이후 가장 거대하고 위험한 전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번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구조적 사태로 번지고 있다. 전쟁 기간이 한 달을 넘어선 지금, 각국의 득실을 냉정하게 따져봤다.
전략 불일치
▲미국 - 전략적 승리인가, 또 다른 수렁인가= 표면적으로 미국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처럼 보인다. 수십년간 중동의 불안 요인이었던 이란 신정 정권의 수뇌부를 제거하고 핵 개발을 저지하는 데 군사적으로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 결전을 장담했고 초기 작전은 예상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단기전을 장담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이란은 여전히 건재하고 세계 경제 불안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쟁 시작 이후 유가는 40% 이상 상승했으며 이란의 보복을 위한 미사일이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강타하면서 주변국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전쟁 명분의 부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억제를 군사 공격의 명분으로 들었는데, 이는 이라크 전쟁 때와 유사한 대목이다. 실제로 IAEA 사무총장은 이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의 증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발언했고, 미국의 자체 정보보고서 역시 이란의 핵무장 주장이 근거가 부족하다고 시사했다.
'이라크 WMD 데자뷔'라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전쟁의 출구도 불분명하다. 미국은 협상으로 출구를 모색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이란을 파괴한다는 두 개의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협상판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으로 인해 미국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것은 외교적 실책이다.
▲이스라엘 - 전술적 성공, 전략적 불안= 이스라엘에 이번 전쟁은 오랜 숙원사업의 연장선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함께 국방 장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총참모장 등이 모두 사망하는 전례없는 수준의 성과를 거뒀고 이란의 핵 시설과 미사일 생산기반을 대거 무력화했다.
정치적 맥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지율이 위태로운 네타냐후 입장에서 이란을 공격하는 것이 정국을 전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으며, 실제로 이스라엘 내부에서 공습 결정은 큰 지지를 받았다. 전쟁이 국내정치의 탈출구로 활용된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점점 이란 미사일 요격에 실패하는 빈도가 늘고 있고, 장기전으로 갈 경우 이전의 중동 전쟁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란의 체제 변화와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새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일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집트가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화해했다가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당한 전례를 이란 지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이란 - 체제는 무너졌지만 끝나지 않았다= 단기 성적표로는 이란이 가장 큰 패자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다수의 고위 관료들이 사망하고 핵 시설과 군사전력이 대규모 파괴됐으며, 민간시설에서도 수천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1979년 혁명 이후 유지해 온 신정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적 타격도 막심하다. 이미 미국의 제재와 인플레이션으로 취약했던 이란 경제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인프라 피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풍과 국제 고립 가속화가 겹치며 회복 불능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을 단순한 패자로 규정하기는 이르다. 이란은 500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과 약 2000대의 드론을 발사하며 중동 전역의 미군기지를 강타했고 이는 미국이 상정한 ‘신속한 종전’ 시나리오를 무너뜨렸다. 이란이 버티면 버틸수록 협상에서의 레버리지는 역설적으로 높아진다.
▲기타 국가 - 소용돌이에 휩쓸린 주변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전쟁의 은밀한 수혜자 중 하나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 최대의 라이벌인 이란을 미국의 손을 빌려 대신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에게 이란 공격을 촉구하는 전화를 여러 차례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유가 상승도 단기 수익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미사일 타격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안보 불안이라는 위험도 감수하게 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략적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이는 동안 우크라이나 전선과 대만 해협에서의 서방 집중력이 분산되는 효과를 누린다. 다만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불안은 이들 경제에도 부담이다.
중동 주변국들인 요르단, 카타르, UAE, 바레인 등은 원치 않는 전쟁에 휩쓸리게 됐다. 미군 기지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이로인한 경제적·외교적 손실은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 됐다.
▲종합 전망 - 협상의 계절이 오고 있다= 전쟁 한 달을 넘긴 지금, 국면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개전 후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 간 첫 직접 대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트럼프는 경제적 충격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고 이란은 체제 붕괴의 벼랑 끝에서 협상카드가 필요하다.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휴전 가능성이 나오자 이스라엘은 오히려 공습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휴전 선언 이전에 이란에 치명타를 입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가 갈리는 이 균열은 향후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협상 지렛대
역사는 반복된다. 이라크 전쟁이 ‘자유의 이름’으로 시작돼 중동 질서를 수십년간 불안정하게 만들었듯, ‘장대한 분노의 이름’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도 단기 군사적 성과와 장기 지역안정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면 또 다른 혼돈의 씨앗이 될 것이다. 불꽃은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문제는 누가 그것을 끌 의지와 능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다.
<bmw47@nate.com>
[박민우는?]
▲육군사관학교 47기
▲전 제2군단 부군단장
▲한성대 정책학 박사
▲현 명지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