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 김창민 감독 집단 린치’ 마약 파는 구리단지파 정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5.06 15:36:15
  • 호수 1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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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배우도 엮인 ‘마약 카르텔의 굴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고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사건이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으로 번졌다. 사건 현장에 동석했던 조모씨가 스스로 “조폭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조씨가 남자 배우 K씨 마약 사건에 언급된 마약 유통책 김모씨와 함께 ‘구리단지파’ 조직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고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 이어 11월7일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뒤 사건을 불구속 송치했다. 유족 측은 초동대응부터 처벌 과정까지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부실 수사”
유족 분통

핵심은 가해자 일행의 정체다. 유튜버 카라큘라가 “일행 세 명 중 조직폭력배 활동을 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현장에 동석한 조모씨가 “제가 활동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후 유족 측은 공개 사과 방식 자체가 2차 가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연루 여부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진은 앞서 2024년 배우 K씨 마약 사건의 ‘상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모씨가 텔레그램 ‘니코시채널’을 통해 필로폰 유통에 가담한 정황을 보도했다. 전주 출신 1995년생 김씨는 조씨와 함께 경기도 구리시에서 활동한 ‘구리단지파’ 조직원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4년 텔레그램 기반 마약 유통 조직에 가담해 이른바 ‘드로퍼’ 역할을 수행한 김씨에 대해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필로폰 300g을 운반한 정황과 함께 휴대전화·PC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까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같은 해 4월27일 충남 천안시 천안대로 인근 산책로 수로 부근에서 텔레그램 니코시 채널을 운영하는 ‘마약 상선’ H씨의 지시를 받고 땅속에 숨겨진 필로폰 300g을 수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해당 필로폰이 판매 목적이었던 것으로 의심했다.

확보된 수사보고서 및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은 지난 2024년 5월21일 구리단지파 사무실인 경기 구리시 경춘로 OOO 소재 오피스텔 OOO호에서 피의자 김씨와 측근을 상대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의 신체와 소지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1대를 확보했고, 이후 남양주시 소재 김씨의 주거지까지 추가 수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앞서 붙잡힌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00g 중 100g을 빼돌려 판매하지 않고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록에는 김씨의 전과 내용도 포함됐다. 김씨는 지난 2019년 2월 의정부지검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 외 범죄경력이 총 14건이나 있는 중범죄자에 해당한다. 

폭행 가해자 알고 보니 조직원?
동석자 조모씨 과거 마약 사건

경찰은 주거지에서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PC 본체, 노트북 등을 확보한 뒤 “범죄 사실과 연관된 전자정보 존재 여부 확인을 위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전자기기를 반출했다고 기재했다.

영장에는 압수 대상 물품으로 휴대전화, PC, 태블릿 등에 저장된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텔레그램·트위터·인스타그램 대화 내용, 메모장, 사진첩, 동영상 자료 등이 포함됐다. 또 마약 매매 관련 장부와 범죄수익금, 가상화폐 자료까지 압수 대상으로 적시됐다.

수사기관은 김씨를 K 배우 마약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특정했다. 체포영장에 따르면 김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텔레그램 마약류 판매채널 ‘니코시채널’에 접속해 판매책과 공모한 뒤 운반책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경찰은 김씨가 필로폰을 독자적으로 판매하려 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서에는 “피의자가 판매책과의 약속을 어기고 수거한 필로폰 상당량을 은닉한 채 잠적한 형태를 보면, 범죄수익을 독식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미 또 다른 마약 판매조직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필로폰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하며 추가 공범 및 범죄수익 추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관련 통장과 가상화폐 자료까지 압수 대상으로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텔레그램 마약 사건 특성상 투약과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소변과 모발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영장 신청서에는 “현재까지 검거된 다수 피의자들이 마약 매매 후 투약 사실까지 자백했고, 주거지에서 투약 도구가 발견된 사례가 많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 측근이자 제보자에 따르면, 김씨가 김 감독 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조씨를 선배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씨가 김씨에게 ‘마약수사대가 구리단지파 사무실 근처에 잠복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라며 “구리단지파 사무실 건물주가 먼저 경찰이 잠복하고 있다는 것을 조씨에게 전달했다. 이렇게 보면 해당 지역 경찰들이 마치 구리단지파를 보호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약 파는
MZ 조폭들

구리단지파 조직원 조씨는 김씨의 마약 사건에서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앞서 김 감독 폭행사건 피의자들을 구속하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겨 부실 수사 의혹을 받은 상황과 흡사하다.

현재까지 K씨 등에게 마약을 유통한 마약 상선은 양은이파 출신 H씨로 알려졌다. 상선은 보안 유지를 주력으로 삼는 ‘니코시’ 등 마약 판매 채널을 개설해 김씨와 같은 ‘드로퍼’(운반책)를 모집하고, 필로폰 등을 산속에 숨겨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로 2024년 4월 구리단지파 조직원 김씨와 최씨, 유씨, 정씨 등은 ‘니코시’에서 H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300g(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유통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구리단지파의 우두머리들은 전북 전주에서 활동한 ‘월드컵파’ 출신 40~50대들로 구성됐다. 구리단지파 부두목 이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김씨가)전주에 친구 4명을 데리고 올라와 열심히 활동하는 야무진 친구”라며 “요즘 누가 식구 생활(조폭 활동)하려고 뛰어들겠나. 사고는 치고 다녀도 마약 팔았다는 얘긴 처음 듣는다. 조폭이 마약 팔았다고 하면 이 바닥에서 끝인데…”라고 잘라 말했다.

구리단지파 우두머리의 주장과 달리 김씨의 마약 유통 혐의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밖에 김씨는 H씨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마약을 수거한 뒤 은밀한 장소에 다시 숨기는 역할도 했고, 그 대가로 건당 일정액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지인들로 구성된 판매책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매수자들에게 마약류를 판매하기로 공모했다. 통상 100g당 1000만~2000만원의 수익금을 상선으로부터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를 특정한 근거는 니코시 마약 채널 운영자들의 증언도 뒷받침됐다.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니코시 채널은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곳으로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필로폰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범죄자들도 수출 과정에서 니코시 채널을 광고 매체로 악용한다.

필리핀 외국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제보자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니코시채널)”이라며 취재진에 해당 채널을 처음 소개했다. 니코시 채널의 운영자는 당초 10여명 정도였으나, 절반 이상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된 운영진들은 조사 과정에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김씨를 비롯한 드라퍼들의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긴 것이다.

K 배우 사건
재조명 왜?

상선 H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한 제보자는 “원래 H는 조양은의 총애를 받던 양은이파 식구”라며 “마약 밀수 혐의가 있는 조양은과 깊게 연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은이파에서 파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씨는 이태원에 동성애자 등 연예인들과 어울렸고, K씨와 만나 함께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하는 H는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과거 마약 유통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 최근에는 경찰에 적발된 바 없다. 자신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을뿐더러 양은이파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약 조직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H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태원에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팔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사는 일반인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H와 연인 관계였던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H는 박왕열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마약왕이라고 주장했다”며 “마약 도매업자들 사이서 H와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마약 판매를 수치스럽게 생각한 조폭들이 경제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대놓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K씨에게 마약을 팔았다고 광고하는 H를 비롯한 상선들이 조폭들의 자금줄로 변모한 셈이다.

한편, 김 감독 사망 사건 피의자들이 ‘(김 감독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무차별 폭행했다’는 취지로 나눈 통화 녹음을 검찰이 확보했다. 앞서 피의자 이모씨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3대만 때렸을 뿐이지, 의식을 잃을 줄 몰랐다”고 한 발언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전담수사팀은 이 통화 녹음을 바탕으로 피의자들이 폭행 당시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던 걸로 보고, 지난 3월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반복적이고 강한 외력에 의해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는 법의학 감정 결과도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야산에 묻은 필로폰 300g 꿀꺽
경기 북부권 유통 조직원 증언

피해자 김 감독은 40세 남성으로 2025년 10월20일 새벽, 발달장애(자폐가 있는)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그러다가 식사 도중 오전 1시 10분경 가해자 일행이 먼저 낸 소음 등 문제로 김 감독이 조용히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테이블에 있던 이씨를 비롯한 일당들과 결국 시비가 붙었고, 사각지대로 끌고 가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주먹으로 가격을 당해 바닥에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뇌출혈 증세가 확인됐다.

김 감독을 직접 폭행한 이씨는 앞서 기각된 2차 구속영장에 첨부된 범죄사실에 ‘김 감독을 주먹으로 10여차례 폭행하고 쓰러진 김 감독의 얼굴을 발로 10여차례 짓밟거나 걷어찼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입건된 이씨의 일행 A씨는 식당 내부에서 김 감독에게 헤드락을 걸었던 인물로, 식당 밖 폭행사건 발생 당시 김 감독의 옷을 잡고 끌고 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기록과 김 감독의 의료기록을 살펴본 뒤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김 감독의 아들의 진술과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이씨의 일행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피의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압수한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거쳐 지난 3월24일 피의자 2명에 대한 피의자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전피의자심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 피의자들의 혐의 상당성과 구속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며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김 감독이 폭행 뒤 병원 이송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고, 현장 대응과 수사 판단 전반이 미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 전담 조사팀이 꾸려진 만큼, 단순 상해치사 사건이 아니라 조직폭력배 연루 사건으로 재구성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전담팀
재점검 나서

유족 측은 “가해자들이 조폭 출신이라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왔는데도 왜 경찰 수사에서는 이 부분이 핵심으로 다뤄지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김창민 감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돼있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 사건의 본질은 한 식당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넘어섰다. K씨 마약 유통 조직원과 같은 구리 폭력조직 계열 인물이 현장에 있었고,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까지 제기된 이상, 수사의 초점은 ‘누가 때렸나’에서 ‘왜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나’로 옮겨가고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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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