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격전지를 가다> 범여권 혼란의 늪 ‘평택을’

외나무다리서 만난 악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의도의 시선이 6·3 지방선거에 쏠렸다. 6·3 조기 대선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수비에 나선 여권과 역전승을 기대하는 야권, 그리고 틈새를 뚫으려는 군소 정당의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비상계엄과 정권 퇴진으로 격랑의 시간을 보낸 유권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주요 격전지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평택시는 외지인과 토박이의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역이다. 송탄 미군 부대와 외곽지 농촌이 있어 보수 정당 지지세가 우세한 지역이었으나, 반도체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노동자 수가 늘어나 진보 진영에도 ‘해볼 만한 지역’이 됐다.

그 탓에 보궐인 평택을에 후보가 난립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용남 후보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러시

평택시는 정치 흐름에 따라 표가 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윤석열 심판론’이 작용한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평택 지역구 세 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이번 평택을 재보궐선거 역시 탄핵 여파와 여권 프리미엄에 힘입어 진보 정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지난 3월 일찌감치 이곳에서 터를 닦았다. 김 대표는 평택을 향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축소판과 같은 도시”라며 “단순한 선언을 넘어 시민들의 삶 속에 실질적인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뒤이어 혁신당 조국 대표가 이곳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 도시’ 평택에는 이제 ‘국가대표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 제로’ 실현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동안 조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대해 “험지로 가겠다” “내가 나가야만 국민의힘을 이길 수 있는 지역에 출마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평택, 안산, 부산 등 여러 선택지를 열어뒀고, 고심 끝에 평택을을 선택한 것이다.

한 혁신당 관계자 역시 “귀책 사유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지역인 동시에 국민의힘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고, 또 혁신당에 험지가 아닌 지역을 추리다 보니 평택을이 최종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김재연 후보는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답이 고작 제가 당의 명운을 걸고 뛰고 있는 이곳 평택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진보당 터 잡고 조국이 흔들고
민주당 참전까지…단숨에 격전지

김재연 후보는 “며칠 전부터 언론인들이 사실 여부를 물어올 때마다, 저는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조국이라는 정치인의 상식과 양당이 맺어온 신의를 믿었기 때문”이라며 “어제까지도 저는 조국 대표님의 동지애를 의심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치가 이토록 비정하게 신의를 밟고 올라서는 아수라장이어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 후보가 평택을을 ‘험지’라고 한 것에 반박했다. 김재연 후보는 “대표님은 (평택을 출마 당시)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내세워왔는데, 지금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진보 단일 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하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김재연 후보와 조 후보의 설전이 오가는 사이 민주당은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을 대항마로 내세웠다. 혁신당은 귀책 사유를 물어 민주당이 평택을에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으나 ‘전 지역 전략공천’ 기조를 꺾지 않았다.

민주당 김용남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국민의힘, 개혁신당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한 이력을 가졌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공보단 상임공보특보를 맡는 등 보수 계열 정당에서 정치 인생을 보냈지만 지난해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당적을 바꿨다.

민주당은 김용남 후보를 전략공천한 배경에 대해 “합리적·개혁적 보수의 대표 인사”라며 “진영을 뛰어넘는 폭넓은 지지 기반으로 험지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높은 본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저격수’ 김용남 이번에는?
모두가 꼿꼿…막판 단일화 변수

김용남 후보는 ‘조국 저격수’로도 알려졌다. 지난 2019년에 자유한국당에서 꾸린 ‘조국 태스크포스(TF)’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조 후보의 사모펀드 의혹을 폭로한 것. 이처럼 악연으로 얽힌 두 사람이 평택을에서 다시 마주하면서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전략공천 다음 날 조 후보를 향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겠다”면서도 조 대표의 과거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재차 언급했고, 이에 조 대표는 “허위 사실을 지금 다시 꺼낸다면 저는 반격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조 후보도 김용남 후보의 약점을 건드렸다. 조 후보는 한 유튜브를 통해 “박근혜정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옹호한 것,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세금 낭비라고 하고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그 전날 광화문 집회 용산으로의 행진이라 한 것 등 3가지에 대해 국민께 해명하시라”며 남을 저격하기 전 경솔했던 과거 자신의 발언을 돌아보라고 꼬집었다.

후보 간의 네거티브 공세가 길어질수록 평택 시민의 피로감도 높아지게 된다.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누구 하나 굽히지 않으면서 범여권 표가 세 갈래로 찢어질 위기에 처했다.

진보당은 연일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으나 민주당과 혁신당은 당장 선거 연대에 선을 그은 상태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이름으로 승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으며 혁신당도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승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보당은 ‘선거연대 공식 대화기구 구성’을 제안했으나 민주당과 혁신당 측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기만 하다.

김용남·조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출사표를 던진 황교안·김재연 역시 악연이다. 2013년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통합진보당 해체에 앞장서면서 비례대표였던 김재연 후보가 의원직을 잃었기 때문이다.

평택의 일꾼

서로가 대척점에 선 만큼 선거를 지켜보는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평택 현안을 놓고 겨뤄야 할 재보궐선거가 정치인들의 체급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오히려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평택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개통이나 미군기지 이전 등 해묵은 현안이 즐비한 곳이다. 따라서 평택을 재보선은 유명세를 등에 업고 치르는 ‘인기투표’가 아니라 누가 지역 과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지로 승부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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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