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마리가 작가 김두례의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색채와 기억, 그리고 감각의 고고학을 탐구하는 김두례의 회화 세계를 조명한다.
김두례의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는 갤러리마리가 오랫동안 준비한 전시다. 원래 이번 전시는 아버지 김영태 화백과 딸 김두례가 함께하는 부녀전으로, ‘DNA of Colors-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로 두 작가의 색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자리로 기획됐다. 하지만 올해 100세를 앞둔 김 화백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대신 갤러리마리는 김두례의 세계에 먼저 들어서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각인된 기억
김두례의 색은 기억과 감각에서 온다. 어릴 적 몸에 덮은 이불의 온기, 손끝으로 더듬던 조각보의 결, 그리고 설명할 수 없이 오래 남아 있는 붉은색의 기억 등이 각인된 것이다. 각인된 기억은 무의식 속에 응축돼 마침내 회화적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김두례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형태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던 시절, 그의 시선은 바깥을 향해 있었다. 그 방향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거치며 그리는 회화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회화로 서서히 바뀌었다.
김두례는 “실제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많지 않다”라고 했다. 이 문장은 그의 작업 전체를 관통한다. 그의 회화는 단순한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기억이 색으로 재구성된 시간의 구조다.
끝내 벗어날 수 없는
벗어나고 싶지 않은
김두례의 화면은 색면의 단순한 병치가 아니다. 조각보처럼 분할되고 이어지는 구성 속에 하나의 리듬이 흐른다. 한국적 감각과 서구적 추상이 충돌하지 않고 물처럼 공존하는 리듬이다. 미국 추상표현주의가 색을 통해 숭고와 명상을 추구했다면 김두례의 색은 더 개인적이고 동시에 더 집단적인 차원에서 기억과 정서를 호출한다.
형태는 걷히고 구성은 절제되며 색은 점점 단순해진다. 단순함은 비움이 아니라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정제다. 오직 감정과 에너지의 흐름만이 남는 자리에 한국 전통의 오방색이 등장한다. 청․백․적․흑․황 등의 5가지 색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니다. 기억과 시간,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이 스며든 내면의 색이다.
반복해서 돌아오는 붉은색은 단순한 색채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감각이 몸에 각인된 흔적이며 작가가 끝내 벗어날 수 없는, 또 벗어나고 싶지 않은 하나의 정체성이다. 그의 색은 감정의 확장이자 의식의 확장이다.
내면의 색
토마스 소코로브스키 앤디 워홀 미술관 관장은 “김두례는 뛰어난 색채 표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치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헬렌 프랭컨탤러, 그리고 리처드 디벤콘, 알 헬드와 같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들을 반영해 캔버스 위에서 한국의 고유한 색채 영역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붓놀림은 서구 세계의 단색 추상화가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그만의 세계와 모든 구석에 잠복할 수 있는 정신성을 엿보게 한다. 쉽게 잊힐 수 없는 경이로운 자연의 인상에 대한 김두례만의 해석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자료·사진= 갤러리마리
<jsjang@ilyosisa.co.kr>
[김두례는?]
▲조선대 미술대학 졸업(1979)
▲개인전
Galerie an der Pinakothek der Moderne(2024)
DIE Galerie(2023)
Galleri Norballe(2021)
갤러리마리(2021)
롯데겔러리(2020) 외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