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문병욱 회장이…’ 라미드그룹 공사비 미지급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9.26 07:59:12
  • 호수 1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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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등장…이번엔 천안 골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골프장 개발사업에 한창인 라미드그룹이 공사비 미지급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공사 중인 천안 골드힐CC 현장의 일부 시공업체는 “자재비도 못 받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계열사인 라마다서울호텔의 인건비 미지급 사건 이후 재차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이 가중됐다.

라미드그룹은 호텔과 골프장 건설·운영 전문으로 지난 1988년 호텔빅토리아를 개관 후 호텔 미란다, 라마다 송도호텔, 라마다 서울호텔, 양평TPC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총 120홀 규모의 골프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천안 골드힐CC(18홀) 개발에 나섰다. 

“못 받았다”
경찰 조사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라미드그룹의 골프 사업 분야 계열사인 ㈜버드우드는 지난해 11월 A사와 천안 골드힐CC 클럽하우스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약 13억5800만원으로 확인됐다. 계약서에는 ‘선급금 10~20%와 현장 자재 반입 시 30%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도 눈에 띄었다. 

A사 측에 따르면 착공 시기는 지난해 12월19일로 정했으나,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타절되면서 대금 지급이 수개월 동안 미뤄져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4월 A사의 협력사인 B사가 하청을 이어받았고, 계약금에 10% 정도에 해당하는 1억6500여만원을 받아 첫 삽을 떴다.

수개월간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서 약 6억원을 지출한 B사 측은 인건비, 자재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라미드그룹 측은 공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할 뿐, ‘현장 자재 반입 시 30% 현금 지급’ 조건을 불이행해 B사에 손실을 낳고 있다. 


B사 외에 참여한 전기 설계, 중장비 업체 등 다수의 용역업체도 총 7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현장에는 ‘문병욱 회장님 돈 좀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까지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관해 라미드그룹 측은 “기존에 예상한 것보다 공사비가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판단됐기에 조정하는 과정서 지급이 미뤄진 것”이라며 “일부 공사비를 지급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초 A사에 집행한 공사비를 B사가 내려받아야 했는데, 계약이 해지되면서 A사가 공사비를 B사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기에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반면, B사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A사와 우리가 추가로 지출한 비용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힐CC 클럽하우스 공사대금 지급 거부
“도급업체 간 문제…우리도 피해자” 발뺌

현재 라미드그룹 측은 공사비 미지급에 관해 “도급업체 간의 문제이기에 억울하다”고 재차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천안 골드힐CC 담당자는 천안서북경찰서에 출석해 공사비 미지급 혐의 등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조사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비 미지급 혐의는 사실과 다르다”며 “라미드그룹은 정상적으로 공사비를 집행했지만, 하청을 맡은 시공사 간의 거래가 투명하기 이뤄지지 않으면서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할 전망이다.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문 회장은 2002년 10월부터 1년 동안 골프장 공사 현장서 건축자재 납품 대금을 정상 결제한 것처럼 꾸며 73억여원을 가로채는 등 회사 자금 1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8년 3월 기소됐다. 이후 2011년 대법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또 10억원의 세금포탈 및 회사 자금 13억원을 횡령한 혐의,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과 공모해 정치권에 3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0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공사비 미지급 혐의를 받는 라미드그룹에 따가운 시선은 당분간 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22년 폐업한 라미드그룹의 계열사 라마다서울호텔이 파견직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사건이 재조명되면서다. 당시 미지급 사태에 대해 문 회장의 지시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충격을 안겼다.

“정상 집행”
책임 미루기

지난 2019년 10월 라마다서울호텔에 파견 인력을 제공하는 업체서 근무한 직원들은 1년여간 용역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4성급 호텔 라마다서울호텔은 청소나 요리, 연회장 관리 인력의 대부분이 외부 업체서 파견받은 직원들로 채웠다.

사실상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직원은 주말만 해도 100여명에 달했다.

당시 이 호텔에 인력을 제공한 업체 4곳은 2018년부터 용역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라마다서울호텔에 인력을 공급한 C 업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건비가 5000만원이 발생했는데, 호텔에선 한 달 만에 1000만원만 줬다”고 주장했다. 그다음 달에도 일부 임금만 지급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라마다서울호텔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문 회장이 결재를 미뤄 지급을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회장이 아르바이트 직원의 식사 시간을 빼고 임금을 계산하라 지시했고, 출퇴근 입력기가 고장 났는데도 기록이 없으니 돈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라마다서울호텔의 ‘임금체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외주업체 관계자는 “라마다서울호텔과 계약한 업체들은 예전부터 100% 인건비를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례로 2000만원의 용역비가 발생하면 1500만원만 먼저 지급하고, 돈이 없으니 1500만원만 받고 일하거나 아니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이었다. 이미 계약했고, 인원이 투입된 상황에 계약 해지가 어려운 영세한 도급업체 상황을 악용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까도 까도
양파 같은


도급업체에 대한 갑질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도 갑질이 자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호텔 직원은 연차와 대휴를 포기하는 각서를 써야 월급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직원은 요구하는 지시사항에 조금 늦게 되면 급여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마다호텔 측은 “임금 정산 방식의 차이로 지급이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악화에 시달린 탓일까? 라마다서울호텔은 낯뜨거운 흑역사를 뒤로한 채 지난 1986년 뉴월드호텔로 개관한 후 37년 만인 지난 2021년 폐업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라마다서울호텔은 2021년 12월31일자로 폐업 신고를 했다. 당시 라마다서울호텔 관계자는 “호텔 매각은 아니고,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일환으로 문을 닫게 됐다”며 “기존 직원들은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권고사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라마다서울호텔을 비롯한 골프장 등 계열사를 운영하는 라미드관광의 지난해 매출액은 254억4461만원으로 폐업 직전인 2020년 235억3300만원과 비교해 지난해 8.1%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54억7190만원으로 2020년 70억54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2.4%가량 줄었다. 

문 회장은 수년간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문제적 회장님’의 표본이었다. 지난 2011년에는 대법원서 12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문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우희 판사는 지난 2018년 8월7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문 회장에게 징역 1년에 벌금 4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알바비 미지급, 탈세, 성매매···
온갖 구설 휘말려 “여전하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문 회장의 동생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라미드관광주식회사는 벌금 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문 이사장(동생)이 주장하는 것처럼 범행 모의 과정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순차적 의사로 결합했다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며 “성매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고 부수적으로 하더라도 계속하면 성매매알선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유흥주점이 성매매를 손님들에게 알선하고 그 장소로 호텔을 이용한 건 호텔 직원의 묵인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문 이사장은 징역형을 포함해 다수의 전과가 있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지난 2021년 초에 열린 항소심서 징역 6개월에 벌금 5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문 회장은 2002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 호텔 지하 2~3층에 자리 잡은 룸살롱을 유흥업소 사장 박모씨와 공동 운영했다. 문 회장은 박씨와 지분을 50%씩 갖고 ‘바지 사장’을 내세워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기로 약정했다.

이 룸살롱은 매장 면적이 축구장 3분의 1 크기인 2269㎡에 이르고 월 임대료가 7300만원에 달했던 초대형 업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룸살롱 직원들은 매일 호텔 객실 10~50개를 미리 확보한 후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과 여성 종업원을 룸살롱서 호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안내했다.

성매매 알선 사건으로 지난 2013년 말 기소된 문 회장은 이날 1심 선고까지 무려 3년8개월이 걸려, 선고 지연을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문 회장이 7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봤지만 이 판사는 부당이득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징금을 따로 부과하지는 않았다.

목욕탕으로
자수성가

문 회장은 동네 목욕탕으로 사업을 시작해 호텔과 레저시설을 인수하며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한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 캠프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에 수천만원을 건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구설에 올랐지만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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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