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골프장 개발사업에 한창인 라미드그룹이 공사비 미지급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공사 중인 천안 골드힐CC 현장의 일부 시공업체는 “자재비도 못 받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계열사인 라마다서울호텔의 인건비 미지급 사건 이후 재차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이 가중됐다.
라미드그룹은 호텔과 골프장 건설·운영 전문으로 지난 1988년 호텔빅토리아를 개관 후 호텔 미란다, 라마다 송도호텔, 라마다 서울호텔, 양평TPC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총 120홀 규모의 골프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천안 골드힐CC(18홀) 개발에 나섰다.
“못 받았다”
경찰 조사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라미드그룹의 골프 사업 분야 계열사인 ㈜버드우드는 지난해 11월 A사와 천안 골드힐CC 클럽하우스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약 13억5800만원으로 확인됐다. 계약서에는 ‘선급금 10~20%와 현장 자재 반입 시 30%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도 눈에 띄었다.
A사 측에 따르면 착공 시기는 지난해 12월19일로 정했으나,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타절되면서 대금 지급이 수개월 동안 미뤄져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4월 A사의 협력사인 B사가 하청을 이어받았고, 계약금에 10% 정도에 해당하는 1억6500여만원을 받아 첫 삽을 떴다.
수개월간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서 약 6억원을 지출한 B사 측은 인건비, 자재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라미드그룹 측은 공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할 뿐, ‘현장 자재 반입 시 30% 현금 지급’ 조건을 불이행해 B사에 손실을 낳고 있다.
B사 외에 참여한 전기 설계, 중장비 업체 등 다수의 용역업체도 총 7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현장에는 ‘문병욱 회장님 돈 좀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까지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관해 라미드그룹 측은 “기존에 예상한 것보다 공사비가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판단됐기에 조정하는 과정서 지급이 미뤄진 것”이라며 “일부 공사비를 지급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초 A사에 집행한 공사비를 B사가 내려받아야 했는데, 계약이 해지되면서 A사가 공사비를 B사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기에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반면, B사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A사와 우리가 추가로 지출한 비용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힐CC 클럽하우스 공사대금 지급 거부
“도급업체 간 문제…우리도 피해자” 발뺌
현재 라미드그룹 측은 공사비 미지급에 관해 “도급업체 간의 문제이기에 억울하다”고 재차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천안 골드힐CC 담당자는 천안서북경찰서에 출석해 공사비 미지급 혐의 등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조사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비 미지급 혐의는 사실과 다르다”며 “라미드그룹은 정상적으로 공사비를 집행했지만, 하청을 맡은 시공사 간의 거래가 투명하기 이뤄지지 않으면서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경찰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할 전망이다.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문 회장은 2002년 10월부터 1년 동안 골프장 공사 현장서 건축자재 납품 대금을 정상 결제한 것처럼 꾸며 73억여원을 가로채는 등 회사 자금 1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8년 3월 기소됐다. 이후 2011년 대법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또 10억원의 세금포탈 및 회사 자금 13억원을 횡령한 혐의,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과 공모해 정치권에 3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0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공사비 미지급 혐의를 받는 라미드그룹에 따가운 시선은 당분간 사라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22년 폐업한 라미드그룹의 계열사 라마다서울호텔이 파견직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았던 사건이 재조명되면서다. 당시 미지급 사태에 대해 문 회장의 지시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충격을 안겼다.
“정상 집행”
책임 미루기
지난 2019년 10월 라마다서울호텔에 파견 인력을 제공하는 업체서 근무한 직원들은 1년여간 용역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4성급 호텔 라마다서울호텔은 청소나 요리, 연회장 관리 인력의 대부분이 외부 업체서 파견받은 직원들로 채웠다.
사실상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직원은 주말만 해도 100여명에 달했다.
당시 이 호텔에 인력을 제공한 업체 4곳은 2018년부터 용역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라마다서울호텔에 인력을 공급한 C 업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건비가 5000만원이 발생했는데, 호텔에선 한 달 만에 1000만원만 줬다”고 주장했다. 그다음 달에도 일부 임금만 지급하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라마다서울호텔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문 회장이 결재를 미뤄 지급을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회장이 아르바이트 직원의 식사 시간을 빼고 임금을 계산하라 지시했고, 출퇴근 입력기가 고장 났는데도 기록이 없으니 돈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라마다서울호텔의 ‘임금체불’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외주업체 관계자는 “라마다서울호텔과 계약한 업체들은 예전부터 100% 인건비를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례로 2000만원의 용역비가 발생하면 1500만원만 먼저 지급하고, 돈이 없으니 1500만원만 받고 일하거나 아니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이었다. 이미 계약했고, 인원이 투입된 상황에 계약 해지가 어려운 영세한 도급업체 상황을 악용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까도 까도
양파 같은
도급업체에 대한 갑질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도 갑질이 자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호텔 직원은 연차와 대휴를 포기하는 각서를 써야 월급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고, 또 다른 직원은 요구하는 지시사항에 조금 늦게 되면 급여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마다호텔 측은 “임금 정산 방식의 차이로 지급이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악화에 시달린 탓일까? 라마다서울호텔은 낯뜨거운 흑역사를 뒤로한 채 지난 1986년 뉴월드호텔로 개관한 후 37년 만인 지난 2021년 폐업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라마다서울호텔은 2021년 12월31일자로 폐업 신고를 했다. 당시 라마다서울호텔 관계자는 “호텔 매각은 아니고,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일환으로 문을 닫게 됐다”며 “기존 직원들은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권고사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라마다서울호텔을 비롯한 골프장 등 계열사를 운영하는 라미드관광의 지난해 매출액은 254억4461만원으로 폐업 직전인 2020년 235억3300만원과 비교해 지난해 8.1%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54억7190만원으로 2020년 70억54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2.4%가량 줄었다.
문 회장은 수년간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문제적 회장님’의 표본이었다. 지난 2011년에는 대법원서 12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문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우희 판사는 지난 2018년 8월7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문 회장에게 징역 1년에 벌금 4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알바비 미지급, 탈세, 성매매···
온갖 구설 휘말려 “여전하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문 회장의 동생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라미드관광주식회사는 벌금 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사는 “문 이사장(동생)이 주장하는 것처럼 범행 모의 과정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순차적 의사로 결합했다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며 “성매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고 부수적으로 하더라도 계속하면 성매매알선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유흥주점이 성매매를 손님들에게 알선하고 그 장소로 호텔을 이용한 건 호텔 직원의 묵인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문 이사장은 징역형을 포함해 다수의 전과가 있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지난 2021년 초에 열린 항소심서 징역 6개월에 벌금 5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문 회장은 2002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 호텔 지하 2~3층에 자리 잡은 룸살롱을 유흥업소 사장 박모씨와 공동 운영했다. 문 회장은 박씨와 지분을 50%씩 갖고 ‘바지 사장’을 내세워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기로 약정했다.
이 룸살롱은 매장 면적이 축구장 3분의 1 크기인 2269㎡에 이르고 월 임대료가 7300만원에 달했던 초대형 업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룸살롱 직원들은 매일 호텔 객실 10~50개를 미리 확보한 후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과 여성 종업원을 룸살롱서 호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안내했다.
성매매 알선 사건으로 지난 2013년 말 기소된 문 회장은 이날 1심 선고까지 무려 3년8개월이 걸려, 선고 지연을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문 회장이 7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봤지만 이 판사는 부당이득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징금을 따로 부과하지는 않았다.
목욕탕으로
자수성가
문 회장은 동네 목욕탕으로 사업을 시작해 호텔과 레저시설을 인수하며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한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 캠프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에 수천만원을 건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구설에 올랐지만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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