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인 없는 쌍방울 수상한 브로커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15:00:10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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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나도는 계열사 지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거래정지에 이어 무상감자에 나섰던 쌍방울 그룹이 30%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려는 모양새다. 자신을 M&A(기업인수) 브로커라고 소개한 A씨는 모 건설사 대표 B씨를 찾아와 “쌍방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보유한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합계 지분 34.23%를 현금 30억원에 인수해달라”고 제안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쌍방울의 지분 매각 시도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낼 수 있으나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폐 위기
순출 끊나

문제는 쌍방울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 구조라는 점이다. 이들은 ‘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제이준코스메틱→광림→쌍방울’로 연결돼있다.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쌍방울은 비비안(코스피)의 3.85%(1Q24 분기보고서 기준)와 퓨처코어(코스닥)의 지분 22.16%를 갖고 있다.

광림(코스닥)은 퓨처코어의 38.23%와 비비안의 지분 13.46%(1Q24 분기보고서 기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이준코스메틱은 광림의 지분 15.92%를, 아이오케이컴퍼니도 광림의 지분 8.18%를 갖고 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또 제이준코스메틱의 지분 26.05%를 갖고 있다.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지분을 총 34.23%를 보유한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지분 17.92%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모아가 보유하고 있다.


디모아의 지분 30.16%는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비비안이 보유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태다.

현재 쌍방울 측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려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브로커 A씨는 건설사 대표 B씨에게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지분 총 34.23%가 380억원인데, 현금 30억원에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돕겠다”며 “380억원에 인수한 것처럼 공시할 예정이니 걱정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안부수(아시아태평양교류협회 회장)가 지시한 내용이며, 그가 30억원의 현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부수가 필요로 한 30억원에 대해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내게 안부수가 말하길 국내 옥류관 유치 등 대북사업을 위해 쌍방울이 투자한 돈이 30억원 정도”라며 “30억원을 김성태 측에 돌려줘야 옥류관 사업을 재개하든, 스핀오프할 수 있다 말했고, 넉넉잡아 38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목서 스핀오프라는 의미는 안부수가 옥류관 사업의 지분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로부터 재매입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취재진이 A씨가 언급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안부수에게 직접 전화와 문자를 보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쌍방울 그룹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안부수씨는 쌍방울 그룹사의 주식을 거래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더구나 380억원 가치의 주식을 30억원에 그것도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브로커 A씨의 말이 상식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다. 해당 내용은 일개 브로커의 상식 밖의 행위로 보이고 솔직히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안부수 지시?
거미줄처럼 엮인 순환출자 구조 보니···


쌍방울 대표 김 전 회장과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안부수는 불법 대북송금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김 전 회장(기업인)-이화영 간의 뇌물공여, 안부수 개인의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월 안부수는 재판서 대북송금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앞서 안부수는 지난 2022년 11월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증거은닉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듬해 5월23일, 1심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안부수는 지난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김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중국과 북한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총 21만여달러(약 2억7000만원) 및 180만 위안(약 3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8∼2019년 경기도의 대북 지원사업 보조금 및 쌍방울 등 기업 기부금으로 받은 돈 12억여원과 쌍방울 등 기업 기부금 4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개를 은닉하도록 하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북한 그림을 숨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대북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노동당에 5억원이나 넘는 금액을 임의로 지급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19일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징역 4년형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은 “경기도와 쌍방울로부터 받은 지원금과 후원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점, 그 돈이 12억5000만원에 이르는 데다가 변제하지 못한 점, 전용된 자금을 불법적으로 북한에 전달한 점, 출처가 불명확한 그림을 은닉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안 회장은 최후진술서 “사회에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제 불찰로 이런 일이 생겼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속죄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재판부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실시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보석 조건으로 김 전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이는 지난 2월3일 법정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신청한 보석이었다. 

김성태
재판은?

지난 5월14일, 변론 종결됐으며, 지난달 12일 선고공판서 징역 2년6개월형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으로 유죄 판결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에 정해진 범죄이기에 동조 제3항에 따라 2개로 분리선고된 주문이며,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7일,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본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에 같은 달 18일 김 전 회장도 항소했다.


김 전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쌍방울 주식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쌍방울은 주식 98%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22일 공시했다.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쌍방울의 발행 주식은 감자 전 2억6259만2129주에서 감자 후 525만1843주로 줄어든다. 자본금도 감자 전 1312억9606만4500원에서 26억2592만1500원으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월23일이다. 감자 방식은 기명식 보통주 5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 병합하는 형태다.

쌍방울은 감자 사유로 “자본잠식을 해소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누적 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으로 회계상 손실을 털어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들고 주주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무상감자가 실시되면 주가가 급락한다.

현재 쌍방울은 주식 거래만 중단된 상황인 만큼, 무상감자를 택할 수 있다. 감자를 통해 쌍방울의 자본금이 대폭 줄어들면 자본잠식서 벗어나게 된다.

쌍방울은 지난해 4월에도 무상감자에 나섰던 바 있다. 당시 쌍방울은 보통주 95%의 무상감자를 발표하면서 보통주 20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쌍방울의 주가는 18% 가까이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주주총회 정족수 부족으로 지난해 추진된 무상감자는 부결됐다. 이후 쌍방울은 김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인해 지난해 7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으나 한국거래소가 오는 12월22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가까스로 상장 자체는 유지될 수 있었다.


납입 예고
그 주체는?

이에 쌍방울은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 차례 무산된 무상감자에 다시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쌍방울 5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1주만 보유하게 되며 이로 인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무상감자는 쌍방울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광림서도 이뤄졌다. 건설현장과 전기공사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장차’ 사업이 주력인 광림은 지난달 12일, 96.6%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명식 보통주 3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이다.

무상감자로 광림의 발행 주식은 감자 전 9070만6696주서 302만3556주로 감소하고 자본금은 감자 전 453억5335만원서 15억1178만원으로 줄게 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월2일이다. 광림도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으로 상장폐지 조치를 받았기에 이뤄진 조치다.

순환출자 구조의 불건전성으로 인해 주가도 요동쳤다. 쌍방울 소액 주주들은 감자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 쌍방울 소액주주는 네이버 종목토론방에 글을 올려 “감자를 해도 적당히 해야지. 50:1은 말이 안 된다”며 “차라리 파산해서 배당받는 게 더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쌍방울, 광림의 상장폐지 혹은 무상감자 조치로 쌍방울 계열사마저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8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아이오케이가 발행한 대규모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이하 CB)를 둘러싼 움직임도 있다. 감자에 이은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콜옵션 기간 연장과 손바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수익 실현을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다만 차익 실현 과정서 총 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주가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380억짜리 주식을 30억에 외상 거래?
브로커 “김성태에게 30억 줘야 한다”

아울러 최근 주가 급반등의 요인이 된 대규모 자금 조달과 관련, 납입을 예고한 주체가 의구심을 자아냈다. 납입 주체는 자본잠식 상태인 명동의 한 대부업체로, 그간 여러 코스닥 상장사의 ‘머니게임’에 관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초 18회차 CB는 지난 2022년 4월에 총 200억원 규모로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과 미래산업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이후 쌍방울 그룹이 미래산업을 매각하면서 미래산업이 들고 있던 100억원 규모의 CB는 또 다른 계열사인 광림이 보유하게 됐다.

이 CB는 지난달 말부터 손바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보유해 온 비비안은 지난달 28일 돌연 아이오케이 18회차 CB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고수익이 가능한 상황서 이뤄진 결정이다.

광림 역시 지난달 8일에 아이오케이 CB를 처분했다. 하지만 광림과 비비안 모두 매각 대상을 밝히지 않았고, 아이오케이 역시 관련 지분 공시를 하지 않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다수의 주체를 상대로 이른바 ‘쪼개기 매각’에 나섰다고 봤다. 이 경우 5%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다.

현재 아이오케이 재무구조도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253억원으로 지난 2021년 776억원 대비 3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32억원으로 20억원가량 줄었고, 결손금은 1000억원이 넘는다.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224억원, 216억원이고, 올해 1분기 순손실은 29억원을 기록했다.

쌍방울과 KH그룹의 CB 거래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KH그룹 계열사인 KH필룩스가 쌍방울 계열사 광림으로부터 CB 투자금을 회수한 직후 쌍방울의 또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컴퍼니 CB에 투자하는 등 복잡한 CB 거래를 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지난달 10일 50억원 규모의 제22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은 케이비비조합으로, 케이비비조합의 최대주주는 KH필룩스(지분율 69.99%)다.

악화된
재무구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사업 다각화에 따른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아이오케이는 공시를 통해 “CB 발행은 회사 경영상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자(KH필룩스)의 납입 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인 자금조달의 형태”라며 “기업가치 회복과 거래 재개를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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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