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인 없는 쌍방울 수상한 브로커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15:00:10
  • 호수 1492호
  • 댓글 0개

헐값에 나도는 계열사 지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거래정지에 이어 무상감자에 나섰던 쌍방울 그룹이 30%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려는 모양새다. 자신을 M&A(기업인수) 브로커라고 소개한 A씨는 모 건설사 대표 B씨를 찾아와 “쌍방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보유한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합계 지분 34.23%를 현금 30억원에 인수해달라”고 제안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쌍방울의 지분 매각 시도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낼 수 있으나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폐 위기
순출 끊나

문제는 쌍방울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 구조라는 점이다. 이들은 ‘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제이준코스메틱→광림→쌍방울’로 연결돼있다.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쌍방울은 비비안(코스피)의 3.85%(1Q24 분기보고서 기준)와 퓨처코어(코스닥)의 지분 22.16%를 갖고 있다.

광림(코스닥)은 퓨처코어의 38.23%와 비비안의 지분 13.46%(1Q24 분기보고서 기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이준코스메틱은 광림의 지분 15.92%를, 아이오케이컴퍼니도 광림의 지분 8.18%를 갖고 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또 제이준코스메틱의 지분 26.05%를 갖고 있다.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지분을 총 34.23%를 보유한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지분 17.92%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모아가 보유하고 있다.


디모아의 지분 30.16%는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비비안이 보유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태다.

현재 쌍방울 측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려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브로커 A씨는 건설사 대표 B씨에게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지분 총 34.23%가 380억원인데, 현금 30억원에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돕겠다”며 “380억원에 인수한 것처럼 공시할 예정이니 걱정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안부수(아시아태평양교류협회 회장)가 지시한 내용이며, 그가 30억원의 현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부수가 필요로 한 30억원에 대해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내게 안부수가 말하길 국내 옥류관 유치 등 대북사업을 위해 쌍방울이 투자한 돈이 30억원 정도”라며 “30억원을 김성태 측에 돌려줘야 옥류관 사업을 재개하든, 스핀오프할 수 있다 말했고, 넉넉잡아 38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목서 스핀오프라는 의미는 안부수가 옥류관 사업의 지분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로부터 재매입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취재진이 A씨가 언급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안부수에게 직접 전화와 문자를 보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쌍방울 그룹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안부수씨는 쌍방울 그룹사의 주식을 거래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더구나 380억원 가치의 주식을 30억원에 그것도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브로커 A씨의 말이 상식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다. 해당 내용은 일개 브로커의 상식 밖의 행위로 보이고 솔직히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안부수 지시?
거미줄처럼 엮인 순환출자 구조 보니···


쌍방울 대표 김 전 회장과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안부수는 불법 대북송금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김 전 회장(기업인)-이화영 간의 뇌물공여, 안부수 개인의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월 안부수는 재판서 대북송금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앞서 안부수는 지난 2022년 11월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증거은닉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듬해 5월23일, 1심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안부수는 지난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김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중국과 북한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총 21만여달러(약 2억7000만원) 및 180만 위안(약 3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8∼2019년 경기도의 대북 지원사업 보조금 및 쌍방울 등 기업 기부금으로 받은 돈 12억여원과 쌍방울 등 기업 기부금 4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개를 은닉하도록 하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북한 그림을 숨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대북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노동당에 5억원이나 넘는 금액을 임의로 지급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19일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징역 4년형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은 “경기도와 쌍방울로부터 받은 지원금과 후원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점, 그 돈이 12억5000만원에 이르는 데다가 변제하지 못한 점, 전용된 자금을 불법적으로 북한에 전달한 점, 출처가 불명확한 그림을 은닉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안 회장은 최후진술서 “사회에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제 불찰로 이런 일이 생겼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속죄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재판부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실시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보석 조건으로 김 전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이는 지난 2월3일 법정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신청한 보석이었다. 

김성태
재판은?

지난 5월14일, 변론 종결됐으며, 지난달 12일 선고공판서 징역 2년6개월형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으로 유죄 판결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에 정해진 범죄이기에 동조 제3항에 따라 2개로 분리선고된 주문이며,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7일,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본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에 같은 달 18일 김 전 회장도 항소했다.


김 전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쌍방울 주식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쌍방울은 주식 98%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22일 공시했다.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쌍방울의 발행 주식은 감자 전 2억6259만2129주에서 감자 후 525만1843주로 줄어든다. 자본금도 감자 전 1312억9606만4500원에서 26억2592만1500원으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월23일이다. 감자 방식은 기명식 보통주 5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 병합하는 형태다.

쌍방울은 감자 사유로 “자본잠식을 해소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누적 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으로 회계상 손실을 털어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들고 주주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무상감자가 실시되면 주가가 급락한다.

현재 쌍방울은 주식 거래만 중단된 상황인 만큼, 무상감자를 택할 수 있다. 감자를 통해 쌍방울의 자본금이 대폭 줄어들면 자본잠식서 벗어나게 된다.

쌍방울은 지난해 4월에도 무상감자에 나섰던 바 있다. 당시 쌍방울은 보통주 95%의 무상감자를 발표하면서 보통주 20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쌍방울의 주가는 18% 가까이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주주총회 정족수 부족으로 지난해 추진된 무상감자는 부결됐다. 이후 쌍방울은 김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인해 지난해 7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으나 한국거래소가 오는 12월22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가까스로 상장 자체는 유지될 수 있었다.


납입 예고
그 주체는?

이에 쌍방울은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 차례 무산된 무상감자에 다시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쌍방울 5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1주만 보유하게 되며 이로 인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무상감자는 쌍방울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광림서도 이뤄졌다. 건설현장과 전기공사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장차’ 사업이 주력인 광림은 지난달 12일, 96.6%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명식 보통주 3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이다.

무상감자로 광림의 발행 주식은 감자 전 9070만6696주서 302만3556주로 감소하고 자본금은 감자 전 453억5335만원서 15억1178만원으로 줄게 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월2일이다. 광림도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으로 상장폐지 조치를 받았기에 이뤄진 조치다.

순환출자 구조의 불건전성으로 인해 주가도 요동쳤다. 쌍방울 소액 주주들은 감자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 쌍방울 소액주주는 네이버 종목토론방에 글을 올려 “감자를 해도 적당히 해야지. 50:1은 말이 안 된다”며 “차라리 파산해서 배당받는 게 더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쌍방울, 광림의 상장폐지 혹은 무상감자 조치로 쌍방울 계열사마저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8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아이오케이가 발행한 대규모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이하 CB)를 둘러싼 움직임도 있다. 감자에 이은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콜옵션 기간 연장과 손바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수익 실현을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다만 차익 실현 과정서 총 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주가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380억짜리 주식을 30억에 외상 거래?
브로커 “김성태에게 30억 줘야 한다”

아울러 최근 주가 급반등의 요인이 된 대규모 자금 조달과 관련, 납입을 예고한 주체가 의구심을 자아냈다. 납입 주체는 자본잠식 상태인 명동의 한 대부업체로, 그간 여러 코스닥 상장사의 ‘머니게임’에 관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초 18회차 CB는 지난 2022년 4월에 총 200억원 규모로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과 미래산업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이후 쌍방울 그룹이 미래산업을 매각하면서 미래산업이 들고 있던 100억원 규모의 CB는 또 다른 계열사인 광림이 보유하게 됐다.

이 CB는 지난달 말부터 손바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보유해 온 비비안은 지난달 28일 돌연 아이오케이 18회차 CB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고수익이 가능한 상황서 이뤄진 결정이다.

광림 역시 지난달 8일에 아이오케이 CB를 처분했다. 하지만 광림과 비비안 모두 매각 대상을 밝히지 않았고, 아이오케이 역시 관련 지분 공시를 하지 않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다수의 주체를 상대로 이른바 ‘쪼개기 매각’에 나섰다고 봤다. 이 경우 5%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다.

현재 아이오케이 재무구조도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253억원으로 지난 2021년 776억원 대비 3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32억원으로 20억원가량 줄었고, 결손금은 1000억원이 넘는다.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224억원, 216억원이고, 올해 1분기 순손실은 29억원을 기록했다.

쌍방울과 KH그룹의 CB 거래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KH그룹 계열사인 KH필룩스가 쌍방울 계열사 광림으로부터 CB 투자금을 회수한 직후 쌍방울의 또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컴퍼니 CB에 투자하는 등 복잡한 CB 거래를 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지난달 10일 50억원 규모의 제22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은 케이비비조합으로, 케이비비조합의 최대주주는 KH필룩스(지분율 69.99%)다.

악화된
재무구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사업 다각화에 따른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아이오케이는 공시를 통해 “CB 발행은 회사 경영상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자(KH필룩스)의 납입 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인 자금조달의 형태”라며 “기업가치 회복과 거래 재개를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