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고성준 기자](http://www.ilyosisa.co.kr/data/photos/20240624/art_17180720916879_728317.jpg)
윤석열정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던 지난 4월, 22대 총선서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이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동안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역대 정부 최초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이 확정되면서 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책무 외에 내각 총괄과 국가 개혁 수행상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에 집권 후반기 국정 수행 방향 및 해법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야당 대승으로 끝난 지난 4월의 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중간 신임투표 성격이 강했다. 임기 후반기 대통령의 정책 입지는 더 좁아지고, 대통령 정책에 대한 저항은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해 국정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중 제일 많다. 탕평인사,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쇄신을 주문하는 기사들도 넘쳐난다. 대통령 국정기조의 근본적 전환과 쇄신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고, 국정 성과를 내서 국민들로부터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이번 총선 이후 윤정부는 최소한의 국정운영을 위해 야당에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제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국가 존망조차 위태로울 것이란 위기의식도 갖게 됐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수행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어떤 쇄신과 변혁을 해야 국민의 마음을 다시 살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국정운영 가치의 전환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국정운영 구조의 변혁에 대한 것이다.
첫째, 윤 대통령 집권 후반기 주요 정책 결정과 국정운영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새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윤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운영 원칙을 ‘실용과 국익’에 맞추고 ‘자유와 공정의 가치’를 중심에 뒀다.
민주주의란 국민에 의한 통치를 그 수단과 방법으로 하면서도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국정 체계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우리 헌법서 말하고 있는 민주주의 정부는 사익이 공익을 침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공직자와 국민 모두 정의, 공공복리, 평등, 공익 등의 보편적인 공공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할 책임을 져야 한다.
윤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유와 공정을 앞에 두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체제에 기반을 두고 국정운영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중요하다.
그런데 국정운영의 시장성 및 능률성 확보는 기업서의 그것처럼 쉽지 않고, 주요 정책 결정은 경제적 합리성보다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역학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국정 운영상 공개성과 민주성을 높이면서 국민의 다양한 이익이 골고루 행정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정 가치로서 형평성을 강화하고, 정책의 공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국정 목표체계를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
둘째, 집권 후반기에는 대통령 스스로 ‘내가 다 챙겨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국내 헌법이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곤 있지만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처럼 국회의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작은 대통령제 국가다. 작은 대통령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종종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로 분류된다.
참 아이러니하다. 왜 그럴까? 대통령의 권력장악 후 이를 사유화하거나, 헌법의 기본원칙들을 무시하면서 국민이 대통령을 제왕처럼 인식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서 제왕적 대통령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한 결점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 1인 플레이 중심의 국정운영이 관례처럼 굳어진 탓이다.
대통령에게는 임기라는 시간적 한계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 개인적인 시간과 능력의 한계도 존재한다. 대통령 혼자만으로 국정 모두를 이끌 수 없는 데다, 그런 운영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에 대한 과도 권한 및 권력 집중으로부터 탈피해 국무총리에게 과감한 권한 위임을 실천해야 한다. 즉, 대통령 스스로 헌법상 국무총리제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분담하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혜와 용기를 기대하며 민주화 이후 우리가 경험했던 총 22명의 국무총리들 중 책임 총리로서 총리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사는 고작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 사람은 노무현정부 시절 1년10개월 동안 직을 수행하면서 대통령 중심 국정운영의 틀을 혁신적으로 전환했던 이해찬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이명박정부 마지막 2년6개월 동안 직을 수행했던 김황식이었다.
명재상이었지만 대통령과 국정 분담의 수준까지는 못 갔다는 평가를 받는 김 전 총리를 제외하면 민주화 이후 한국의 책임 총리는 이해찬 전 총리 정도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책임총리제는 말은 쉽지만 실행에 옮기기 매우 어려운 정치개념이다.
그렇다 해도 윤정부는 국정운영 효율화를 위해 국무총리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해 국정 시스템 내부서 협력과 소통 거버넌스가 작동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분점정부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대통령은 국무총리의 제도적 위상과 권한을 최대치로 활용해야 한다.
그 대신 대통령은 국가의 장기 비전 및 실현 목적 등의 국정과제를 챙기고, 주요 공약들을 추진하며 국민통합과 통일·외교·국방·통상 등에 몰두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거의 모든 업무는 각부 정책 조정과 직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돼있고, 소속 행정위원회와 자문위원회의 채널을 통한 처리가 강조되므로 대통령은 각종 위원회 운영에 있어 독자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서 무엇보다 윤 대통령에겐 각별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 추후 윤정부는 국민 신뢰 및 국정운영의 수월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대통령의 목표 추진체계를 조정해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견인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 국무총리의 제도적 위상을 적극 활용해 과감한 권한 위임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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