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윤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기대와 우려

지금 한국 정치는 교착상태에 빠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가야 할 길은 9만리인데 한 발짝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국이라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진국으로 커버린 국가에서 국민이 언제까지 이런 후진 정치의 답답함을 인내하고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때로는 이러다가 무슨 변고라도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능률의 추락은 물론이고 헌정 중단까지 우려해야 하는 단계다. 지난 4월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 ‘혹시나’ 하며 기대했지만, 협치의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이태원법을 여야 협의 끝에 수정해 통과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였는데, 바로 그날 그 자리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특검법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 속에 일방적으로 통과됨으로써 협치 기대는 ‘3일몽(夢)’으로 끝났다.

‘3일몽’으로 끝난 협치


사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4·10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자, 언론에서는 여야 협치를 위한 영수회담을 연일 압박했고 윤 대통령은 패장(敗將)의 처지에서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먼저 전화를 걸어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제의했다. 좀 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면 사전에 치밀한 조율을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즉, 협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정식들을 만들어 합의해 놓고 만났다면 이처럼 싱겁게 끝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우선 범법자로서 경원의 대상이었던 ‘기피(忌避) 프레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고 국가 원수와 독대함으로써 이미지와 위상 제고의 효과도 거뒀다.

이것은 그가 이른바 사법 악재의 벽을 뚫기 위한 돌파구 역할로 생각한 게 아니었냐는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오도 가도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수십년의 징역형을 받을지도 모르는 사법 악재를 짊어진 이 대표가 사법부의 시계와 촌각을 다투는, 숨 막히는 경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망으로부터 필사의 탈출을 해야 하는 절박함이 존재하는 이 대표 처지에 지난 4·10 총선의 대승은 생명수와 같은 선물이었다. 만약 총선서 대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일단 패배의 책임으로 대표 자리서 물러났을 것이며 그 이후의 행보는 보나마나였을 것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법원 판결로 난처해질 수 있는 처지지만 총선 효과는 직간접으로 수사와 재판서 유리한 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있다.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작금의 현실서 부정하기는 더 어렵다.


그 효과 덕분인지 총선 이후 그에게 긍정적인 전망이 늘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만 해도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 ▲성남FC 3자 뇌물 사건 ▲위증교사 ▲선거법 위반 등이 있고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건 등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경과를 점치기 어렵다.

또 설령 재판서 징역형이 나온다고 해도 이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2심까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불구속 상태에 있는 현실을 볼 때 그가 2027년 대선 전에 대법원 확정판결로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사태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불투명한 입지 벗으려 조기 대선 속셈

이는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전례가 있으므로 더욱 사법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이처럼 아슬아슬하고 불투명한 입지를 벗어나 대선 레이스에 나가려면 사법절차를 최대한 늦추는 한편, 탄핵이든 뭐든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정권을 조기 종식해 대선을 치르려는 속셈인 듯하다.

이 같은 정치 셈법 때문에 윤 대통령이 바라고 언론이 독촉했던 협치는 이뤄지기 어렵다. 물론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어떻게든 협치를 통해 국정 성과를 내야 하겠지만 이런 정치 구조상 그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다.

심지어 그를 적극 옹호해 왔던 보수 언론들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지지도가 계속 하락하고 여당 내 분열로 국정 동력이 바닥난다면, 차라리 차기 대선을 앞당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국회서 절대 과반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당수가 정권에 협조하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 야권 전체를 통합해 탄핵 및 개헌선인 200석을 채우려는 노력과 함께 현재 보유 중인 190여석의 위력으로 원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윤정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입법과 조치를 강행할 것이다.

원외에선 박근혜를 하야시켰을 때 위력을 발휘한 촛불시위 등 대대적인 대중 동원과 선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진 사퇴를 압박할 수도 있다.

이 과정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국민여론인 만큼 민생현안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협치의 제스처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도 열매는 자신들의 마당에 떨어지게끔 유도할 것이다.

윤 대통령, 개헌으로 탈출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칠 경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선 ▲개헌을 통한 사태 수습 ▲야당 추천 총리에게 실권을 맡기는 방안 ▲거국내각 구성 등 여러 가지 안이 등장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박영선 총리설도 이 같은 발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헌은 이른바 87체제의 종식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맞물려 새로운 차원의 여야 대타협을 가져올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정치적 ‘데드록’ 앞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경직적인 제도인 대통령책임제 대신 수시로 책임정치를 수행할 수 있는 내각책임제나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고 국회도 대통령 불신임을 할 수 있는 제도 등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좌우지간 현재의 헌법 체제가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 여론이 다수일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치 위기의 탈출구로서 모색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윤정부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심기일전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베스트일 것이다. 그러나 절대 과반수를 가진 이재명 민주당의 강공 앞에서 집권여당은 중구난방, 지리멸렬한 모습이고 상대에게 두려움을 안겨줄 투쟁력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저 정도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약세만 노출하고 있다. 이는 전술 전략과 정치력의 문제보단 체질의 문제가 더 심각해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검찰 라인을 보강했다고 하나 그 정도로 정권 방어가 가능할까 의문이다.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를 민감한 특검법 처리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권 붕괴선’이 200명이니 8명만 이탈해도 사달이 날 수 있는데, 정부여당은 총선 후유증 극복은 물론 전열 정비조차 헤매고 있다.


함락 직전의 남한산성처럼 내부 갑론을박과 잡음으로 시끄럽기만 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살기 위해서는 먼저 앞장서서 싸울 전투력과 지도력이 있는 장수‘(將帥)’을 정해야 한다. 한동훈은 비록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국민의힘의 장수감이다.

인사·이권 둘러싼 부패비리 사건 경계해야

실제로 그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역선택 적용 제외). 역사적으로 유력 대권주자를 보유하지 못한 정당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위 당권 및 대권주자인 한동훈을 막으려는 세력이 만만치 않은데 그간의 한국 정치사를 보더라도 부질없는 행동이며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다.

김영삼·김대중도 그들을 제거하려는 막강한 세력이 있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주로 윤 대통령 측에 있다는 것은 다수 언론의 분석으로 보도됐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이라는 집권 세력의 사실상 투톱을 향한 타격 거리가, 뻔한 책임론 하나로 당내 공방까지 벌이는 이유가 과연 무엇이냐는 점이다.

정치 경험이 많은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한동훈의 책임은 비대위원장을 사임한 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책임론 공방이 가져올 파국적 악영향을 걱정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면한 해결책은 윤 대통령이 불과 2년 후면 닥쳐올 차기 대권 레이스를 앞두고 재집권을 위해 어떤 구도를 짜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권서 이미 형성돼있는 주자들을 제치고 다른 대안을 만들어 차기 대선서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동훈 두 사람이 빨리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에는 ‘시간과 기회’라는 절대적 요인이 있어 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건강한 당정관계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 갈등이 당을 분열시켜 탄핵정국을 만들 수도 있다.

또 집권 후반기를 맞은 대통령 주변에 정치, 인사, 이권 등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야심가와 음모가들을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도 집권 후반기에 인사나 이권을 둘러싼 부패 비리 사건이 터져 정권을 흔들었던 사례는 다수 있었다.

가뜩이나 취약한 여소야대 국면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 바로 차기 대선 패배나 정권의 존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상한 경계와 단호한 결단이 필수적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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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