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사법 신뢰 제고와 상고법원 설치 반대

대법관 증원 및 상고법원 설치는 불가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한다고 정한다. 헌법 제102조는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

미국 및 유럽의 대법관 정수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대법관 및 각급 법원 법관의 정수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제111조 2항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정수인 9인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미국 헌법은 하나의 최고재판소를 둔다고 정하고 200여년 전부터 헌법이 위임한 재판소 법에 따라 9명의 연방대법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관은 14명이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9명이다. 그러나 대법원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처리한다. 현재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는 9명의 연방대법관으로 구성돼있고 일본은 15인의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일반사건과 헌법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법원 제도를 채택하면서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현재 128명의 대법관, 프랑스는 129명, 이탈리아는 250명, 오스트리아 50명, 스페인 70여명, 스위스 및 네덜란드는 30여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다고 한다. 법관의 정수에 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 특히 상고 사건이 폭주하므로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양론이 갈리고 있다.


대법관, 증원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지방법원 단독사건의 제2심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항소심을 맡고 있지만 최종심인 상고심은 반드시 대법원이 돼야 한다.

대법원 상고사건은 연간 4만여건이며 대법관 1인당 처리 건수는 3000건 이상으로 봐야 한다. 이 사건을 모두 대법관들이 실질적으로 연구 및 변론을 거쳐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상당수 사건이 심리도 하지 않고 판결 이유도 쓰지 않은 채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정수를 수십에서 수백명으로 과증원하는 것은 권력기관 상호 간의 균형상 어려운 데다 고위공무원 양산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있으리라고 본다.

사법부의 법관 현황

2014년에 개정된 판사정원법에 따르면 현재 판사 정원은 3214명이다. 2022년 판사 정원 370명을 늘리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으며, 검사 정원도 2292명에 묶여 있다.

연간 4만건 이상에 이르는 대법원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해 제1심과 2심의 재판심리가 더욱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법관이 아닌 하급심 판사의 증원과 재판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판사 1명이 판결하는 민사 단독사건 1심을 마무리하는 데 2018년에는 4∼6개월이 걸렸으나 2023년에는 14개월로 늘어날 정도로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또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의 수적 증가와 동시에 법관의 질적 향상이나 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법관의 경우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우수 성적자를 임명한다. 임용 후에는 젊은 시절에 국가고시 합격의 자랑스러운 소년등과의 추억 속에 안주하게 되고, 더 이상 공부할 기회도 없어져 날이 갈수록 법률 지식이 쇠퇴해가고 자신의 실력과 판결 경험을 과신하며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법관은 지방법원 배석판사, 단독판사, 부장판사, 고등법원 배석판사, 부장판사, 법원장 등의 직급을 순차적으로 승진·승급해 간다. 그러나 이 과정서 제대로 된 법관 보충 교육 과정이 전혀 없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아닌 ‘원님 재판’으로 퇴색해 간다.

능률이 떨어지고 노쇠해 재판 내용이 부실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다. 사법부가 독립한다고 해서 실력배양의 의무마저 독립할 수는 없다. 국가공무원은 임용 이후에도 누구나 부단한 교육과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명을 다해야 한다. 공무원의 교육은 국가가 담당하며 독학에만 맡길 수 없다.

공무원 교육의 모범이 되는 국군 장교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사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소대장급 소위에 임관되면 소위-중위 과정서 초등군사반(OBC) 교육을 3개월간 받는다. 대위가 되면 중대장이 되므로 고등군사반(OAC) 교육을 6개월간 받는다.

소령, 중령이 되면 대대장 또는 연대 참모 역할을 하기 위해 육군대학 1년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다. 대령이 되면 국방대학원서 1년 과정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연대장, 사단 참모, 사단장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보습교육을 받는다.

삼권분립 이론과 사법부 위상

근대 민주국가가 대두하면서 국가 구성의 원리로서 국가권력(통치권)을 입법·행정·사법 삼권으로 나누고 각 권력을 독립된 기관 즉 국회·정부·법원이 분장하도록 했다.

이때 헌법학자들은 지혜를 발휘해 입법부는 민주국가 원리에 따라 국민을 대표한 대의원들로 구성하고, 행정부는 군주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1인의 대통령이 국가 행정조직 전반을 지휘하도록 했다.

사법부는 귀족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회 동의를 받은 소수의 법률전문가를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도록 한 것이 미국 헌법의 균형적 조직원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법부 역시 국가 통치기관의 하나이므로 행정부 장관이나 입법부의 지도자들과 같은 권위와 지위가 부여돼야 한다. 그래서 대법관은 장관급의 예우를 받으면서 사법부를 이끄는 것이다.

1·2심 법관, 재판연구관 증원으로 타개해야


우리나라 법관도 단독판사, 지법 부장판사, 고법 부장판사로 진출할 때 단계별로 소송지휘와 법률지식 보강을 위해 국가가 보충 교육을 해 실력을 갖춘 법관에 의한 격조 높고 신속한 재판이 1·2심서 이뤄지도록 해 상고법원의 재판 부담이 경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상고사건 폭주로 인해 처리할 상고법원을 설치하고 상고법원 판사를 대법원장이 임명하자는 주장도 있다.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대법원에 따르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또는 그에 준해’ 대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상당한 사건은 대법원서 심판하고 나머지는 상고법원 사건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고법원이 만들어질 경우, 대법원서 재판받지 못하고 상고법원서 재판받는 사람은 대법원서 재판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또 국민 대표가 아닌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의 판사를 임명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국민주권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 고등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3심제가 아닌 4심제가 되어 헌법에도 위반된다. 왜냐면 상고법원 설치안에 의하면, 상고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 위반 또는 대법원 판례 위반 사유가 있을 때는 대법원 특별상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심제가 되면 재판을 받는 국민은 크나큰 재정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면 최소 50명서 100명의 상고심 법관이 필요한데 여기에 재판 연구 인력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추가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실정상 상고법원 설치는 그 이익보다는 폐해가 더 크고 그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헌법 질서하에서의 대법관의 방만한 증원도 삼가야 한다. 현재 사건의 폭주로 어려움을 겪는 대법원은 1·2심 재판의 내실화와 재판연구관의 대폭 증원, 심리불속행 제도의 합리적 운용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심리불속행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선 하급 법원의 법관을 증원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채용해 1·2심서 최대한 오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통합 필요

나아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1987년 창설된 이래 중요한 인권 문제, 조세 문제, 노동문제, 선거구 조정, 전직 대통령의 형사 공소시효 연장, 대통령의 탄핵 기각 및 인용 등 정치 문제서도 큰 발자취를 남겨 왔으나 사건의 분량이 9인 재판관에게 크게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앞으로는 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을 전부 관할하는 국가 최고재판소를 설치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하고 14인의 대법관, 9인의 헌법재판관을 하나로 흡수하면 대국적 견지서 판례와 법률해석의 통일을 기할 수 있고 국가 운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헌법이 개정된다면 탄핵심판권은 국회 상원으로 이관하고 헌법 소송사건과 모든 일반사건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한 최고재판소서 관장하게 돼야 한다. 이때 대법관의 총수를 23인으로 할 것인지 17인 정도로 할 것인지는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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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