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사법 신뢰 제고와 상고법원 설치 반대

대법관 증원 및 상고법원 설치는 불가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한다고 정한다. 헌법 제102조는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

미국 및 유럽의 대법관 정수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대법관 및 각급 법원 법관의 정수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헌법 제111조 2항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정수인 9인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미국 헌법은 하나의 최고재판소를 둔다고 정하고 200여년 전부터 헌법이 위임한 재판소 법에 따라 9명의 연방대법관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관은 14명이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9명이다. 그러나 대법원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처리한다. 현재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는 9명의 연방대법관으로 구성돼있고 일본은 15인의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일반사건과 헌법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법원 제도를 채택하면서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현재 128명의 대법관, 프랑스는 129명, 이탈리아는 250명, 오스트리아 50명, 스페인 70여명, 스위스 및 네덜란드는 30여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다고 한다. 법관의 정수에 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 특히 상고 사건이 폭주하므로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양론이 갈리고 있다.


대법관, 증원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지방법원 단독사건의 제2심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항소심을 맡고 있지만 최종심인 상고심은 반드시 대법원이 돼야 한다.

대법원 상고사건은 연간 4만여건이며 대법관 1인당 처리 건수는 3000건 이상으로 봐야 한다. 이 사건을 모두 대법관들이 실질적으로 연구 및 변론을 거쳐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상당수 사건이 심리도 하지 않고 판결 이유도 쓰지 않은 채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고 있다.

하지만, 대법관 정수를 수십에서 수백명으로 과증원하는 것은 권력기관 상호 간의 균형상 어려운 데다 고위공무원 양산에 대한 국민적 저항도 있으리라고 본다.

사법부의 법관 현황

2014년에 개정된 판사정원법에 따르면 현재 판사 정원은 3214명이다. 2022년 판사 정원 370명을 늘리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으며, 검사 정원도 2292명에 묶여 있다.

연간 4만건 이상에 이르는 대법원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해 제1심과 2심의 재판심리가 더욱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법관이 아닌 하급심 판사의 증원과 재판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판사 1명이 판결하는 민사 단독사건 1심을 마무리하는 데 2018년에는 4∼6개월이 걸렸으나 2023년에는 14개월로 늘어날 정도로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또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의 수적 증가와 동시에 법관의 질적 향상이나 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법관의 경우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우수 성적자를 임명한다. 임용 후에는 젊은 시절에 국가고시 합격의 자랑스러운 소년등과의 추억 속에 안주하게 되고, 더 이상 공부할 기회도 없어져 날이 갈수록 법률 지식이 쇠퇴해가고 자신의 실력과 판결 경험을 과신하며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법관은 지방법원 배석판사, 단독판사, 부장판사, 고등법원 배석판사, 부장판사, 법원장 등의 직급을 순차적으로 승진·승급해 간다. 그러나 이 과정서 제대로 된 법관 보충 교육 과정이 전혀 없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아닌 ‘원님 재판’으로 퇴색해 간다.

능률이 떨어지고 노쇠해 재판 내용이 부실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다. 사법부가 독립한다고 해서 실력배양의 의무마저 독립할 수는 없다. 국가공무원은 임용 이후에도 누구나 부단한 교육과 모습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명을 다해야 한다. 공무원의 교육은 국가가 담당하며 독학에만 맡길 수 없다.

공무원 교육의 모범이 되는 국군 장교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자. 사관학교 등을 졸업하고 소대장급 소위에 임관되면 소위-중위 과정서 초등군사반(OBC) 교육을 3개월간 받는다. 대위가 되면 중대장이 되므로 고등군사반(OAC) 교육을 6개월간 받는다.

소령, 중령이 되면 대대장 또는 연대 참모 역할을 하기 위해 육군대학 1년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다. 대령이 되면 국방대학원서 1년 과정의 교육을 받음으로써 연대장, 사단 참모, 사단장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보습교육을 받는다.

삼권분립 이론과 사법부 위상

근대 민주국가가 대두하면서 국가 구성의 원리로서 국가권력(통치권)을 입법·행정·사법 삼권으로 나누고 각 권력을 독립된 기관 즉 국회·정부·법원이 분장하도록 했다.

이때 헌법학자들은 지혜를 발휘해 입법부는 민주국가 원리에 따라 국민을 대표한 대의원들로 구성하고, 행정부는 군주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1인의 대통령이 국가 행정조직 전반을 지휘하도록 했다.

사법부는 귀족국가의 원리에 따라 국회 동의를 받은 소수의 법률전문가를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도록 한 것이 미국 헌법의 균형적 조직원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법부 역시 국가 통치기관의 하나이므로 행정부 장관이나 입법부의 지도자들과 같은 권위와 지위가 부여돼야 한다. 그래서 대법관은 장관급의 예우를 받으면서 사법부를 이끄는 것이다.

1·2심 법관, 재판연구관 증원으로 타개해야


우리나라 법관도 단독판사, 지법 부장판사, 고법 부장판사로 진출할 때 단계별로 소송지휘와 법률지식 보강을 위해 국가가 보충 교육을 해 실력을 갖춘 법관에 의한 격조 높고 신속한 재판이 1·2심서 이뤄지도록 해 상고법원의 재판 부담이 경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상고사건 폭주로 인해 처리할 상고법원을 설치하고 상고법원 판사를 대법원장이 임명하자는 주장도 있다.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대법원에 따르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또는 그에 준해’ 대법원이 심판하는 것이 상당한 사건은 대법원서 심판하고 나머지는 상고법원 사건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만약 상고법원이 만들어질 경우, 대법원서 재판받지 못하고 상고법원서 재판받는 사람은 대법원서 재판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또 국민 대표가 아닌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의 판사를 임명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국민주권 원칙에도 위반된다.

또 고등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3심제가 아닌 4심제가 되어 헌법에도 위반된다. 왜냐면 상고법원 설치안에 의하면, 상고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 위반 또는 대법원 판례 위반 사유가 있을 때는 대법원 특별상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4심제가 되면 재판을 받는 국민은 크나큰 재정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게다가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면 최소 50명서 100명의 상고심 법관이 필요한데 여기에 재판 연구 인력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추가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실정상 상고법원 설치는 그 이익보다는 폐해가 더 크고 그 필요성도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헌법 질서하에서의 대법관의 방만한 증원도 삼가야 한다. 현재 사건의 폭주로 어려움을 겪는 대법원은 1·2심 재판의 내실화와 재판연구관의 대폭 증원, 심리불속행 제도의 합리적 운용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심리불속행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선 하급 법원의 법관을 증원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채용해 1·2심서 최대한 오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통합 필요

나아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1987년 창설된 이래 중요한 인권 문제, 조세 문제, 노동문제, 선거구 조정, 전직 대통령의 형사 공소시효 연장, 대통령의 탄핵 기각 및 인용 등 정치 문제서도 큰 발자취를 남겨 왔으나 사건의 분량이 9인 재판관에게 크게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앞으로는 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을 전부 관할하는 국가 최고재판소를 설치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하고 14인의 대법관, 9인의 헌법재판관을 하나로 흡수하면 대국적 견지서 판례와 법률해석의 통일을 기할 수 있고 국가 운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헌법이 개정된다면 탄핵심판권은 국회 상원으로 이관하고 헌법 소송사건과 모든 일반사건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합한 최고재판소서 관장하게 돼야 한다. 이때 대법관의 총수를 23인으로 할 것인지 17인 정도로 할 것인지는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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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