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북 도발에 직접 대처할 시점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남북한 간에 공용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용어들이 날벼락 맞듯이 사라지고 있다. ‘평화’와 ‘통일’이란 단어에 사용금지령이 내려졌다. 한 핏줄을 나눈 ‘민족’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도 사라진다. 남북한을 통틀어 지칭하는 ‘삼천리’라는 말도 없어진다.

김정은 발언 배경

김정은이 지난 연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와 지난 1월15일의 최고인민회의, 그리고 2월8일의 북한 건군절 행사에서 곧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단호한 어조의 연설로 이상의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남조선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입에 올리면서 윤석열정부를 비난했다. ‘남녘 땅’ ‘남조선’이라는 말도 쓰임이 끝났다.

김정은은 건군절 행사 때 “얼마 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 짓고 한국 괴뢰 족속들은 우리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며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평정, 합병하기로 한 것은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의 애국가의 첫 구절인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서 ‘삼천리’를 빼고 그 구절을 ‘이 땅에’로 바꿨다. 남북한은 전혀 별개의 민족, 별개의 국가기 때문에 남한 땅도 평화적 방법 아닌 군사적 합병 대상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한 일본학자는 “이는 전쟁 선언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체제 보전을 위한 통일 거부선언”이라며 “남북한이 1민족 2국가로서 적대적으로 공존하겠다는 뜻 같다”고 해석했다.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헌법에 반영되면서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연방제 통일이나 평화통일 3대 기본 원칙도 사라졌다.

강도 높은 도발 예고론

6‧15 선언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사라졌다. ‘조평통’이나 ‘한민전’ 같은 단어는 앞으로 북한의 대남방송서 듣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해체 예정인 탓이다. 김정은은 선출된 지도자도 아니고 유훈 통치로 세습한 독재자인데 전임자의 유훈을 이렇게 맘대로 지워도 탈이 없을까?

김정은의 최근 발언을 두고 평가가 다양하다. 미국학자들 가운데는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 예고로 보기도 하고 도발은 있지만 고강도 아닌 저강도 위협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김정은 발언을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거나 윤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남북 간의 긴장 수준을 높인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미국의 로버트 칼린과 지크프리트 해커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봐줄 것으로 전망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의 전력이 분산되는 상황을 이용해 고강도 도발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이 남한에 대해 핵 공격 시 지구상에서 북한을 없애겠다고 강력 경고했지만, 김정은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은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물론 이들의 견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이 시기에 꼭 떠들어 대고 싶은 말을 오히려 대변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랠프 코라는 달리 접근한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서 러시아 푸틴이 자국 안보가 위태로워지면 핵을 사용하겠다는 엄포 한마디로 서방 측이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공격 수준을 저하했으며 이 때문에 전시 중인데도 모스크바에 포탄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도 결코 ‘지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큰 교훈을 얻었고 그(김정은)도 유사한 도발을 자행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상의 두 견해는 모두 정세분석을 통해 도출된 추론일 뿐 뒷받침할 현장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저강도 도발 가능성

일각에선 전면전이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으레 있었던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전략 안보연구소 빅터 차 한국 석좌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평소보다 도발 수준이 375% 더 높았다.

한편 수미 테리는 이 같은 고강도 도발 주장에 대해 “주장을 뒷받침할 현장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대남 발언을 통해 평화통일 노선을 완전히 버렸다는 점 ▲현재 시점서 꼭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확증은 없는 점을 들어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수미 테리도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포격 도발을 계속해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비록 저강도 도발을 가해올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이 과잉 대응 시 확전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모든 도발에는 치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루스 베넷도 김정은은 핵 무력 사용 시 북한을 없애겠다는 미국의 경고를 두려워하면서 전면 도발은 물론, 고강도 도발도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상 도발의 유형을 열전과 완전히 나누어 분석하면서 한국에서는 제3의 유형 도발로 외형은 열전 같지만, 실제는 완전하게 전개되는 형태를 예상했다.

또 미국의 <정보판단서>(NIE) 최신판을 근거로 김정은은 패망할 최악의 궁지가 아니라면 핵 무력을 사용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2011년 권력을 세습하면서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적 비전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실현에 완전히 실패했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서둘렀으나 그것으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또 경제 총량서 북한을 50배 이상 앞서가는 한국의 존재는 항상 북한 정권유지에 엄청난 부담이 돼왔고 평화통일의 뜻도“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를 의미할진대 차라리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북한 사회에 미칠 남한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2022년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만들고 남한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인 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는데 이는 한국 문화가 북한 체제 변화에 미칠 영향에 매우 민감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제유지론

또 지난해 ‘평양 문화어보호법’도 개정, 한국의 MZ세대들이 흔히 쓰는 ‘오빠’ ’자기‘ 같은 표현을 북한 청소년들이 쓰지 못하도록 강력 단속하는 것도 김정은의 민감도를 잘 나타내는 것이고,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적인 것’을 연상시키는 모든 용어를 일상서 없애 나가기로 작심했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자기 생부인 김정일이 주창했다는 ‘우리 민족 제일주의’마저 폐기했다. 이는 체제의 절박한 위기를 말한다.

앞서 인용한 일본 학자는 “남북한이 핏줄을 같이 나눈 민족이라는 사실이 전술 핵무기의 선제 사용 공론화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정은 발언의 핵심은 남한의 영향력이 북한 사회에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비대칭적 힘’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정권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서 동족 부정, 평화통일 거부, 남북한의 별개 국가화’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한때 문재인정권의 대북 노선을 지지했던 학자들은 윤정부가 9‧19 선언의 일부를 배제하자 북한이 전부를 무효화시킨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윤정부의 강경정책이 남북대화를 막고 긴장감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담대한 구상’으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응할 것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반면, 김정은은 9‧19 선언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모든 선언이나 합의를 전면 무효화시켰다.

문재인의 판문점 선언을 포함해 모든 합의가 무효 처리됐는데도 무슨 헛소리를 떠드는가. 우리는 이제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장기목표는 될 수 있지만 더 이상 단기목표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기존 결의를 무시하는 한 대북제재는 더 이상 현실적 정책이 될 수 없다.

윤석열정부의 강경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서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서 오는 식량과 석유 에너지로 급한 갈증을 풀고, 수출 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다 공장들도 움직인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미사일 도발은 멈추지 않는다.

도발의 본질은 북한 정권 지키기다. 러시아의 협력을 받더라도 북한 정권은 체제의 대외 개방을 서두르지 않으면 내부의 고질화된 부정부패 때문에 다시금 빈곤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체제개혁보다는 그에게 익숙한 안보 위기 조성으로 정권을 지키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다. 이제 한국은 상황 논리상 북한의 모든 도발에 직접 대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지막으로 미군의 해외 전쟁 개입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한국을 철통같이 방어하고 핵 무력에 대한 확장억제를 누차 다짐하지만, 한반도서의 확전은 피하려 하며 김정은은 이 같은 회피심리를 악용하기 때문에 이제 국가안보의 책임은 우리가 맡아야 한다.

미국의 안킷 판다 카네기연구소 핵 전문가는 한국이 개발에 성공한 정밀성 높은 미사일 방어망이야말로 최선의 북핵 대처라고 평가하면서 방산 분야에 역점을 둘 것을 강조한다. 북한의 모든 도발 지점에 가장 정밀한 원점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 이상의 핵 안보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작금이야말로 우린 세계랭킹 10위만큼의 경제력과 방산 능력을 자주국방 능력으로 급전시킬 때다. 동시에 대내적으로 ▲대북 동조세력에 대한 철저한 발본색원 ▲북한 내부에 자유화의 물결 투입 ▲한국의 문화 능력의 대북 침투 강화 ▲핵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적 공세’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북한서 없어지는 모든 용어를 되살리면서 우리 주도의 통일역사를 도모하는 길이 아닐까?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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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