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북 도발에 직접 대처할 시점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남북한 간에 공용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용어들이 날벼락 맞듯이 사라지고 있다. ‘평화’와 ‘통일’이란 단어에 사용금지령이 내려졌다. 한 핏줄을 나눈 ‘민족’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표현도 사라진다. 남북한을 통틀어 지칭하는 ‘삼천리’라는 말도 없어진다.

김정은 발언 배경

김정은이 지난 연말,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와 지난 1월15일의 최고인민회의, 그리고 2월8일의 북한 건군절 행사에서 곧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단호한 어조의 연설로 이상의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앞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남조선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입에 올리면서 윤석열정부를 비난했다. ‘남녘 땅’ ‘남조선’이라는 말도 쓰임이 끝났다.

김정은은 건군절 행사 때 “얼마 전 우리 당과 정부가 우리 민족의 분단사와 대결사를 총화 짓고 한국 괴뢰 족속들은 우리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며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평정, 합병하기로 한 것은 우리 국가의 장래를 위해 천만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그들의 애국가의 첫 구절인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서 ‘삼천리’를 빼고 그 구절을 ‘이 땅에’로 바꿨다. 남북한은 전혀 별개의 민족, 별개의 국가기 때문에 남한 땅도 평화적 방법 아닌 군사적 합병 대상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한 일본학자는 “이는 전쟁 선언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체제 보전을 위한 통일 거부선언”이라며 “남북한이 1민족 2국가로서 적대적으로 공존하겠다는 뜻 같다”고 해석했다.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헌법에 반영되면서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연방제 통일이나 평화통일 3대 기본 원칙도 사라졌다.

강도 높은 도발 예고론

6‧15 선언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사라졌다. ‘조평통’이나 ‘한민전’ 같은 단어는 앞으로 북한의 대남방송서 듣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해체 예정인 탓이다. 김정은은 선출된 지도자도 아니고 유훈 통치로 세습한 독재자인데 전임자의 유훈을 이렇게 맘대로 지워도 탈이 없을까?

김정은의 최근 발언을 두고 평가가 다양하다. 미국학자들 가운데는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 예고로 보기도 하고 도발은 있지만 고강도 아닌 저강도 위협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김정은 발언을 북한 체제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거나 윤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남북 간의 긴장 수준을 높인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미국의 로버트 칼린과 지크프리트 해커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봐줄 것으로 전망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의 전력이 분산되는 상황을 이용해 고강도 도발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들은 미국이 남한에 대해 핵 공격 시 지구상에서 북한을 없애겠다고 강력 경고했지만, 김정은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은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물론 이들의 견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이 시기에 꼭 떠들어 대고 싶은 말을 오히려 대변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랠프 코라는 달리 접근한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서 러시아 푸틴이 자국 안보가 위태로워지면 핵을 사용하겠다는 엄포 한마디로 서방 측이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공격 수준을 저하했으며 이 때문에 전시 중인데도 모스크바에 포탄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도 결코 ‘지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큰 교훈을 얻었고 그(김정은)도 유사한 도발을 자행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상의 두 견해는 모두 정세분석을 통해 도출된 추론일 뿐 뒷받침할 현장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저강도 도발 가능성

일각에선 전면전이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으레 있었던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전략 안보연구소 빅터 차 한국 석좌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는 평소보다 도발 수준이 375% 더 높았다.

한편 수미 테리는 이 같은 고강도 도발 주장에 대해 “주장을 뒷받침할 현장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대남 발언을 통해 평화통일 노선을 완전히 버렸다는 점 ▲현재 시점서 꼭 전쟁을 바라고 있다는 확증은 없는 점을 들어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수미 테리도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포격 도발을 계속해 긴장의 강도를 높이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비록 저강도 도발을 가해올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이 과잉 대응 시 확전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모든 도발에는 치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루스 베넷도 김정은은 핵 무력 사용 시 북한을 없애겠다는 미국의 경고를 두려워하면서 전면 도발은 물론, 고강도 도발도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상 도발의 유형을 열전과 완전히 나누어 분석하면서 한국에서는 제3의 유형 도발로 외형은 열전 같지만, 실제는 완전하게 전개되는 형태를 예상했다.

또 미국의 <정보판단서>(NIE) 최신판을 근거로 김정은은 패망할 최악의 궁지가 아니라면 핵 무력을 사용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2011년 권력을 세습하면서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적 비전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실현에 완전히 실패했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서둘렀으나 그것으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또 경제 총량서 북한을 50배 이상 앞서가는 한국의 존재는 항상 북한 정권유지에 엄청난 부담이 돼왔고 평화통일의 뜻도“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를 의미할진대 차라리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북한 사회에 미칠 남한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2022년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만들고 남한 사회의 문화를 받아들인 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는데 이는 한국 문화가 북한 체제 변화에 미칠 영향에 매우 민감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제유지론

또 지난해 ‘평양 문화어보호법’도 개정, 한국의 MZ세대들이 흔히 쓰는 ‘오빠’ ’자기‘ 같은 표현을 북한 청소년들이 쓰지 못하도록 강력 단속하는 것도 김정은의 민감도를 잘 나타내는 것이고,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적인 것’을 연상시키는 모든 용어를 일상서 없애 나가기로 작심했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자기 생부인 김정일이 주창했다는 ‘우리 민족 제일주의’마저 폐기했다. 이는 체제의 절박한 위기를 말한다.

앞서 인용한 일본 학자는 “남북한이 핏줄을 같이 나눈 민족이라는 사실이 전술 핵무기의 선제 사용 공론화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정은 발언의 핵심은 남한의 영향력이 북한 사회에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비대칭적 힘’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정권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서 동족 부정, 평화통일 거부, 남북한의 별개 국가화’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한때 문재인정권의 대북 노선을 지지했던 학자들은 윤정부가 9‧19 선언의 일부를 배제하자 북한이 전부를 무효화시킨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윤정부의 강경정책이 남북대화를 막고 긴장감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담대한 구상’으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응할 것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반면, 김정은은 9‧19 선언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모든 선언이나 합의를 전면 무효화시켰다.

문재인의 판문점 선언을 포함해 모든 합의가 무효 처리됐는데도 무슨 헛소리를 떠드는가. 우리는 이제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제 장기목표는 될 수 있지만 더 이상 단기목표는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거부하고 기존 결의를 무시하는 한 대북제재는 더 이상 현실적 정책이 될 수 없다.

윤석열정부의 강경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서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서 오는 식량과 석유 에너지로 급한 갈증을 풀고, 수출 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다 공장들도 움직인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미사일 도발은 멈추지 않는다.

도발의 본질은 북한 정권 지키기다. 러시아의 협력을 받더라도 북한 정권은 체제의 대외 개방을 서두르지 않으면 내부의 고질화된 부정부패 때문에 다시금 빈곤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체제개혁보다는 그에게 익숙한 안보 위기 조성으로 정권을 지키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다. 이제 한국은 상황 논리상 북한의 모든 도발에 직접 대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마지막으로 미군의 해외 전쟁 개입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한국을 철통같이 방어하고 핵 무력에 대한 확장억제를 누차 다짐하지만, 한반도서의 확전은 피하려 하며 김정은은 이 같은 회피심리를 악용하기 때문에 이제 국가안보의 책임은 우리가 맡아야 한다.

미국의 안킷 판다 카네기연구소 핵 전문가는 한국이 개발에 성공한 정밀성 높은 미사일 방어망이야말로 최선의 북핵 대처라고 평가하면서 방산 분야에 역점을 둘 것을 강조한다. 북한의 모든 도발 지점에 가장 정밀한 원점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 이상의 핵 안보 대책은 없다는 것이다.

작금이야말로 우린 세계랭킹 10위만큼의 경제력과 방산 능력을 자주국방 능력으로 급전시킬 때다. 동시에 대내적으로 ▲대북 동조세력에 대한 철저한 발본색원 ▲북한 내부에 자유화의 물결 투입 ▲한국의 문화 능력의 대북 침투 강화 ▲핵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적 공세’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북한서 없어지는 모든 용어를 되살리면서 우리 주도의 통일역사를 도모하는 길이 아닐까?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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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