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Summit ⓒ뉴시스](http://www.ilyosisa.co.kr/data/photos/20240520/art_17155747147182_0b7e45.jpg)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45년간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대 사회주의 계획경제 간 체제경쟁은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로 자유세계와 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나면서 탈냉전시대를 열었다.
탈냉전 속 국제질서 변화
전후 세계질서는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및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행정/세계무역기구(GATT/ WTO)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제도에 기초해 미국이 경제력과 달러의 힘으로 유지비용을 감당함으로써 가능했다.
최대 수혜국도 미국이었으므로 유지될 수 있었다.
탈냉전의 단극체제인 국제질서는 이 같은 자유주의의 국제 경제체제와 안보 질서가 진영을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경을 초월해 가장 효율적인 재화와 노동력을 결합하고, 전 세계를 생산 기지화하는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 자국을 중심으로 독일, 일본 및 신흥국인 중국 사이에 국제적 분업구조를 구축했다.
이 시기에 미국과 서방은 IMF와 세계은행을 동원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을 시작하면서 러시아를 미국 주도의 단일 국제체제로 편입시키면 세계질서가 안정화될 것으로 봤다.
외부 용역 확산으로 노동자가 실업에 직면하게 되는 미국 경제구조의 양극화를 초래했으며, 탈냉전 후기에 이르러서는 쇠락한 산업단지 지역(제조업 사양화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미국 백인 중산층의 상실감으로 이어져 트럼프의 보호주의 등장의 배경이 됐다.
이 시기를 거쳐 국제사회 현상은 국가자본주의나 권위주의적 독재가 결합된 중국과 같은 독특한 모델과 중동지역과 같은 ‘비 자유민주주의’가 나타났다. 러시아에선 급속한 민주화의 여파와 시장경제 도입의 실패로 경제침체와 정치적 불안, 부정부패 권위주의 독재가 대두됐다.
1999년 푸틴 등장 이후에는 원자재 가격상승과 애국주의를 배경으로 국제사회서의 대국주의 영향력 회복을 꾀하고 있다. 이질적 파트너인 중국의 등장은 미국 주도의 ‘규범 기반 국제질서’ 약화와 중상주의 등장을 가속시켰다.
2010년경부터는 중국과 분업구조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시점이 도래하면서 중국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중국은 미국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이끌기에는 너무 큰 경제로 성장했다.
2022년 2월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에 결정적인 지정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변곡점이 됐다. 국제법을 위반해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과 영토 획득을 기도했다는 점에서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며, 이는 제국주의로의 회귀와 같다. 또 이미 악화해져 온 유엔 시스템의 무력화가 가속됐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책임진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기능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마비됐으며, 상임이사국이 당사국이 된 분쟁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임을 보여줬다.
국제질서 변곡점, 러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유럽과 서유럽으로부터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영향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대 전환점이 됐다. 푸틴의 의도와는 달리 핀란드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 스웨덴의 가입도 결정됐다.
아시아에서는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대만 남중국해, 한반도 등 아시아서의 무력 사용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이란은 중동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새로운 중동 질서 형성에 중국과 러시아의 필수적 파트너가 됐으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은 이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
북·중·러도 동북아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무기 소모 전황은 같은 해 9월,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시 북한 무기와 러시아 군사기술 거래 가능성 등 새로운 형태의 안보 지형 변화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세계는 공급망 조정을 통해 경제와 기술이 안보와 불가분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국제관계의 패러다임이 전통 안보로부터 경제안보로 확실히 전환됐다.
동북아는 중국이 일본의 경제 규모를 추월한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세력 전이를 보인다. 대만해협서의 긴장 고조와 북한의 핵 무력과 미사일 능력 증대로 가장 불안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아베정권 출범 이후 재구축된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기초로 중국과의 새로운 균형에 대처하고 보통 국가화를 통한 안보 역량 강화를 외교·안보 정책 도전으로 설정하면서 현실감을 되찾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지역서 일본의 군사 안보 역할 증대가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한일 관계는 탈냉전 시기 분출한 한미·미일 체제 내에서의 민족주의 표출과 역사 갈등 표면화로 갈등을 겪었다.
새로운 안보 환경 속에서 윤석열정부와 기시다정부가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복원함으로써 동북아지역서의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이뤘다.
북·중·러는 근본적으로 동북아의 현상 변화를 추구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자유주의 동맹국이 부과하는 체제와 처벌에 대한 공포를 공유하며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과 체제 확보라는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미·중 사이의 완충지대서 벗어나 중·러와의 결속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국제질서가 새로이 형성되는 과정서 관점과 좌표를 정립하고 유연하고 능숙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오늘날의 국제질서 불안정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설명할 수 없다. 통상 ‘안보’ ‘경제’ 기술을 포괄하는 다층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국제 거버넌스의 악화와 주도국의 자기중심주의, 이에 대한 중소국의 불만·불안의 축적으로부터 나온 것이므로 해법도 다층적이며 복합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급격한 세력 전이의 현장 동북아
새로운 국제질서는 규범에 기반한 질서로서 국제사회 구성원에 최적의 경제 및 안보 공공재를 제공하는 공정한 국제협약으로 복귀돼야 하며, 모든 이해상관자를 포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이어야 한다.
또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강대국 협조의 실현과 상징으로서 미국과 중국은 우선 유럽과 중동이 당면한 2개의 전쟁이 국제법과 규범에 의한 평화적 해결 원칙과 주권 영토적 일체성 침해에 대한 엄중한 처벌 원칙에 따라 종결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경제 관계의 상호의존성 무기화는 공멸을 가져올 뿐이므로 첨단기술과 상품, 핵심 광물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중 간 위험 경감 정책은 균형점을 찾아 안정화돼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서 미국 지배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구현돼야 하며, 중국의 강압 조치와 전랑 외교는 억제돼야 한다.
다자주의 복원도 시급한 과제로서 기후변화, 국제보건 비상 상태 등에 대한 지구적 대응을 위한 원칙의 합의가 긴요하다. 중국은 다자체제 형성 과정서 의제와 규범 설정에 불가결한 이해상관자며, 새로운 제도에 적극 편입돼야 한다.
끝으로 대만해협, 북한 및 남중국해를 포함하는 인도·태평양지역서의 미·중 간 경제와 행동 양식 형성이 향후 새로운 국제질서의 양태와 성격을 결정할 것이므로 이 지역서의 미·중 간 관리된 전략경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중 간 보호 난간과 신뢰 구축 메커니즘 설치, 직접적인 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김명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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