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너도나도 대법원? 상고법원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법치국가다. 법치국가란, 국가 작용이 법에 근거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법으로 보호되는 국가를 말한다.

소송과 사법

법치국가서 입법은 헌법에 구속되고 행정과 사법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된다. 국민은 헌법에 근거해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법치행정으로 보호받으며 법적 분쟁서 사법으로부터 구제받는다. 이처럼 국가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법적 분쟁으로 다투게 되면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한다. 이런 분쟁해결절차 중에서 사법절차를 소송이라고 한다.

국민이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청구권을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제5장에는 법원, 제6장에는 헌법재판소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일반소송을 담당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송을 담당하고 있어서, 국민의 법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주로 기능하게 된다.


헌법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위임하고 있으며,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

우리나라는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로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인 국회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이렇게 입법부의 구성원과 행정부의 수반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법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의 구성원들은 누구도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는다.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주권에 기초하는 민주적 법치국가서 국민에 있다.

그래서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이런 점에서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고 헌법은 법관 자격의 법정주의를 채택하면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법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외의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법관의 임명과 관련해 다른 국가조직과 달리 직접 명문으로 규정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사법권의 독립을 명시해 내·외부로부터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헌법이 입법, 행정과 달리 사법의 독립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은 재판청구권을 행사(소송)해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법치국가의 핵심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사법의 독립은 국민의 소송 청구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법원의 법적 분쟁서 중립을 유지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심급제도와 공정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해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

그런데 재판청구권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한다. 또 헌법은 형사재판의 경우,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바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법원이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법원조직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법원을 대법원과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으로 조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도 기본적으로 1심은 지방법원, 2심은 고등법원, 3심은 대법원으로 규정해 심급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심급제도는 헌법엔 명문 규정이 없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소송서 기본적으로 삼심제를 채택하다 보니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더구나 복잡 다양화되는 사회, 입법 및 법적 분쟁의 증가로 인해 법원 업무는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법원과 법관 수를 늘리는 데엔 한계가 있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대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은 4만6231건이다. 법원 구조를 보면 하급심서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법원 수가 줄어들고 상고를 담당하는 최고법원은 대법원이다.

상고가 많아질수록 대법원의 업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법의 주 기능이 재판인데 과도한 업무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결국 소송 건수가 증가할수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법원에 민사사건이 접수되면 5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송촉진법도 형사사건이 기소되면 6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규정들은 소송의 폭증과 법원의 구조적 한계 등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민사소송법 제199조에 대해 훈시규정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재판의 신속성 지수서 상위에 속한다.


그런데도 소송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법원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사법의 규모에 비해 소송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방법도 소송의 홍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상당수 소송이 삼심까지 간다는 점에서 현 상황서 대법원의 업무 가중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

상고법원의 필요성

헌법재판소는 재판청구권과 대법원서 재판받을 권리가 포함되지 않으며, 한 번 이상의 재판을 받으면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고 봤다. 헌법이 최고법원을 대법원으로 하면서 각급 법원을 법률로 규정하라고 한 것은 삼심제를 기본으로 하는 심급제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모든 법적 분쟁서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이해관계서 법적 분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회의 입법까지 급증하면서 법안의 홍수로 이어지는 소송의 홍수는 국가공동체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증가하는 소송과 대법원서 최종심을 받으려는 소송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건의 내용과 규모에 따라 심급을 조정하고 소송을 촉진하거나 특별법원을 신설하는 등의 방법은 한계가 있다. 재판청구권을 행사해 권리를 최대한 구제받겠다는 국민의 요구는 현 법원구조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그동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고심서 심리불속행제도의 도입 ▲미국처럼 상고허가제 도입 의견도 제기됐다. 이외에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고 상고심을 빠르게 처리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고, 하급심을 강화하기 위해 법관의 수를 대폭 증원하자는 안도 있었다.

대법원의 재판적체와 업무 과중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왔고 이 중에 일부가 도입됐지만, 문제 해결은 되지 않은 채 갈수록 사건은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의 증원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증원한다고 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상고심을 관장할 법원(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상고법원이 설치된다고 해도 대법원의 헌법상 지위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상고심을 관장하면서 사전심사를 통해 대법원으로 이송하는 사건의 범위를 정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삼심제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재판청구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처럼 한번 이상 법원으로부터 판단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그렇지만 공정재판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재판청구권의 최대한 보장이란 점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 사건이 폭주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관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고법원이 도입된다고 해도 대법원이 정책법원의 역할만 한다는 것도 아니며, 모든 상고심을 대법원이 관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헌법 제110조 제2항을 보면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서 관할한다고 해 평등원칙의 위배를 지적할 수는 있다.

군사법원의 상고법원을 대법원으로 한 것은 군사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한 헌법의 결정이지, 이를 일반법원과 형평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법원의 구성과 조직은 국가의 상황에 대응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민주화 과정서 권리의식이 강하게 형성됐다. 사회발전에 따른 법적 분쟁도 많아지고 삼심제를 원하는 국민이 많은 이상 상고법원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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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