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너도나도 대법원? 상고법원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법치국가다. 법치국가란, 국가 작용이 법에 근거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법으로 보호되는 국가를 말한다.

소송과 사법

법치국가서 입법은 헌법에 구속되고 행정과 사법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된다. 국민은 헌법에 근거해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법치행정으로 보호받으며 법적 분쟁서 사법으로부터 구제받는다. 이처럼 국가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규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법적 분쟁으로 다투게 되면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한다. 이런 분쟁해결절차 중에서 사법절차를 소송이라고 한다.

국민이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헌법은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청구권을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사법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제5장에는 법원, 제6장에는 헌법재판소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일반소송을 담당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송을 담당하고 있어서, 국민의 법률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주로 기능하게 된다.


헌법은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권을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위임하고 있으며,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

우리나라는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로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인 국회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이렇게 입법부의 구성원과 행정부의 수반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법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권의 구성원들은 누구도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는다.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주권에 기초하는 민주적 법치국가서 국민에 있다.

그래서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이런 점에서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고 헌법은 법관 자격의 법정주의를 채택하면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법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외의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법관의 임명과 관련해 다른 국가조직과 달리 직접 명문으로 규정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사법권의 독립을 명시해 내·외부로부터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헌법이 입법, 행정과 달리 사법의 독립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은 재판청구권을 행사(소송)해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법치국가의 핵심은 국민의 권리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사법의 독립은 국민의 소송 청구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법원의 법적 분쟁서 중립을 유지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

심급제도와 공정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해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

그런데 재판청구권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한다. 또 헌법은 형사재판의 경우,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바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법원이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조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법원조직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법원을 대법원과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으로 조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도 기본적으로 1심은 지방법원, 2심은 고등법원, 3심은 대법원으로 규정해 심급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심급제도는 헌법엔 명문 규정이 없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소송서 기본적으로 삼심제를 채택하다 보니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더구나 복잡 다양화되는 사회, 입법 및 법적 분쟁의 증가로 인해 법원 업무는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법원과 법관 수를 늘리는 데엔 한계가 있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대법원에 접수된 본안 사건은 4만6231건이다. 법원 구조를 보면 하급심서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법원 수가 줄어들고 상고를 담당하는 최고법원은 대법원이다.

상고가 많아질수록 대법원의 업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법의 주 기능이 재판인데 과도한 업무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결국 소송 건수가 증가할수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 민사소송법 제199조는 법원에 민사사건이 접수되면 5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송촉진법도 형사사건이 기소되면 6개월 이내에 종국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규정들은 소송의 폭증과 법원의 구조적 한계 등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민사소송법 제199조에 대해 훈시규정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재판의 신속성 지수서 상위에 속한다.


그런데도 소송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법원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사법의 규모에 비해 소송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방법도 소송의 홍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상당수 소송이 삼심까지 간다는 점에서 현 상황서 대법원의 업무 가중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

상고법원의 필요성

헌법재판소는 재판청구권과 대법원서 재판받을 권리가 포함되지 않으며, 한 번 이상의 재판을 받으면 재판청구권이 보장된다고 봤다. 헌법이 최고법원을 대법원으로 하면서 각급 법원을 법률로 규정하라고 한 것은 삼심제를 기본으로 하는 심급제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모든 법적 분쟁서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이해관계서 법적 분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회의 입법까지 급증하면서 법안의 홍수로 이어지는 소송의 홍수는 국가공동체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증가하는 소송과 대법원서 최종심을 받으려는 소송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건의 내용과 규모에 따라 심급을 조정하고 소송을 촉진하거나 특별법원을 신설하는 등의 방법은 한계가 있다. 재판청구권을 행사해 권리를 최대한 구제받겠다는 국민의 요구는 현 법원구조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그동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고심서 심리불속행제도의 도입 ▲미국처럼 상고허가제 도입 의견도 제기됐다. 이외에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고 상고심을 빠르게 처리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고, 하급심을 강화하기 위해 법관의 수를 대폭 증원하자는 안도 있었다.

대법원의 재판적체와 업무 과중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왔고 이 중에 일부가 도입됐지만, 문제 해결은 되지 않은 채 갈수록 사건은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의 증원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증원한다고 해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상고심을 관장할 법원(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상고법원이 설치된다고 해도 대법원의 헌법상 지위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상고심을 관장하면서 사전심사를 통해 대법원으로 이송하는 사건의 범위를 정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삼심제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재판청구권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처럼 한번 이상 법원으로부터 판단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그렇지만 공정재판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재판청구권의 최대한 보장이란 점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에 사건이 폭주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관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고법원이 도입된다고 해도 대법원이 정책법원의 역할만 한다는 것도 아니며, 모든 상고심을 대법원이 관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헌법 제110조 제2항을 보면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서 관할한다고 해 평등원칙의 위배를 지적할 수는 있다.

군사법원의 상고법원을 대법원으로 한 것은 군사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한 헌법의 결정이지, 이를 일반법원과 형평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법원의 구성과 조직은 국가의 상황에 대응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오랜 민주화 과정서 권리의식이 강하게 형성됐다. 사회발전에 따른 법적 분쟁도 많아지고 삼심제를 원하는 국민이 많은 이상 상고법원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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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