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트럼프 집권 시 모든 게 뒤집힐까?

오는 11월5일로 예정돼있는 미국 대통령선거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아직 경선이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당에서는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것으로 이미 정리된 상황이다.

트럼프 복귀에 대한 우려

결국 2024년 대통령선거는 2020년에 서로 경쟁했던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로 치러지게 됐다. 이미 한 번씩 겪었던 바 있는 대통령이었던 탓에, 이번 선거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관심이 없을만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2016년 예상을 뒤엎고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의 상식을 뛰어넘는 정책적 충격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기대와 달리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금의 미국은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2021년 1월6일 연방의회서 벌어진 폭동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정치 양극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내전 혹은 그에 준하는 소요 사태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선 혹시라도 트럼프 복귀 시 발생할 수 있는 일련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트럼프가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과 달리 노골적으로 푸틴, 시진핑, 김정은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치인을 가깝게 여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백악관에 복귀한다면 첫날, 딱 하루 동안 독재자가 되어 국경을 봉쇄하고 화석연료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2020년 대통령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면서, 재집권할 경우 국무부·국방부는 물론, 정보기관의 관료들을 대거 숙청할 것이라는 엄포도 놓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견제를 계속하는 것 같으면서도 대만 역시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 무역을 해왔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방위비 분담 문제, 주한미군의 감축 혹은 철수 문제, 북핵 문제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도 트럼프 복귀 후 정책 변화로 피해를 볼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정말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변할까?

미국 정치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첫째, 미국 연방정부는 건국 이래 입법·행정·사법 간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면서 운영됐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순수한 의미서 대통령제를 갖춘 국가로 우리의 대통령제와는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장관으로 일할 수 있고, 대통령과 별도로 국무총리라는 직이 존재한다.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에 비해 내각제적 요인이 많은 것이고, 이 같은 행정부와 입법부 간 모호한 경계가 역설적으로 한국의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만든다는 학계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경계가 뚜렷하다.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행정명령(executiveorder)을 통해 시행할 수는 있지만, 그 영향력과 지속성은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에 미치지 못한다. 또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효한 행정명령은 사법부에 의해 제지되는 일이 흔하다.

미국 정치의 삼권분립 원칙과 연방제 관계

둘째, 미국은 연방제 국가라는 사실이다. 정치체제가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 나뉘어 있는데 주 정부의 권한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높아서 미국 땅에 실제로 50개의 다른 나라가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우리가 관광객 자격으로 미국서 경험하는 주 정부 간 차이는 서로 다른 자동차 번호판 정도에 불과하지만, 교육, 보건, 세금, 선거제도, 정부 형태 등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주 간 차이가 존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방정부 차원서 법과 정책이 바뀐다고 해도 주들이 그에 일사불란하게 따를 이유가 없는 것이 연방제도의 특징이다. 다시 말해 연방정부가 법을 개정하는 경우, 일부 주 정부는 그 법을 따르지 않은 채 저항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주들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위계질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연방정부의 입장에 주 정부들이 반드시 순응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지방자치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 정치의 삼권분립 원칙과 연방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에 연방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Act; IRA)이 좋은 예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복귀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폐지를 걱정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서 보장된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한국의 기업의 측면서 볼 땐 상당히 일리 있는 우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연방 상·하원서 단 한 명의 공화당 의원의 지지도 확보하지 못한 채, 당시 의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법이다. 게다가 공화당서 달가워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 정책, 증세, 처방한 약 가격 인하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트럼프 역시 장외서 이 법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재임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미국 연방헌법은 연방의회에 입법 권한을 명확히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연방의회를 정식으로 통과한 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깔끔하게 무효로 하려면 그 법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법을 연방의회서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지속 가능성을 걱정한다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연방의회 선거까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혹시라도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연방 상·하원 다수당이 모두 공화당이 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폐기를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 된다. 만약 연방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면, 민주당 반대 때문에 의회서 법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의 자격으로 일방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무효화하려는 행정명령을 발효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대통령이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연방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집행을 위한 행정부 차원의 시행세칙을 수정해 법을 고사시키려는 시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행정부 관료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통념과 달리 미국 행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의 의지를 정책 집행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는 흔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발효하고 싶어 했던 행정명령 중 상당수가 관료들의 반발 혹은 태업으로 인해 좌초됐다는 사실만 봐도 여실히 증명된다.

연방의회, 주 정부 포함 다차원적 로비

또 주 혹은 자신의 지역구를 대표하는 연방의원과 대통령 간 갈등의 소지도 무시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정책은 화석연료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는 공화당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 역시 지구온난화를 거짓 주장이라 믿고 있고, 그 믿음을 재임 중 파리협정서 일방적으로 탈퇴함으로써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일반적으로 트럼프 친화적인 정치인들은 친환경정책에 부정적이다.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인 대표적인 인물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봐도 트럼프와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

이들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말하면서도 한국 기업이 태양광 패널 공장을 그린 하원의원의 지역구에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적극 환영한다.

평소 그의 언사를 보면 친환경 산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지만, 공장 건설이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의 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이전 행정부의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전 행정부 시절 연방의회를 정식으로 통과한 법은 새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다.

여러 가지 우회로를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일방적인 행보는 대부분 소송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행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시행세칙을 수정해 집행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법의 내용에 적응한 주 정부 혹은 의원들이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정치인 중 아무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법이 시행되는 과정서 자신의 지역구가 이득을 본다면 이미 처지가 바뀌었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연방 행정부 차원의 로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연방의회, 주 정부, 주 의회를 모두 포함해 다차원적으로 로비를 수행한다면 대통령이 바뀐 후 혹시 있을지 모르는 후폭풍을 피할 수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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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