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냉전 외교의 마지막 뒷정리

지난 2월14일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교부는 뉴욕 현지시각 오전 8시에 맞춰 “우리나라와 쿠바가 미국 뉴욕서 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소식을 듣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이 가는 쿠바와 외교관계가 아직 없었나? 하는 반응도 있고, 쿠바를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으로 인식하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로써 우리는 전 세계 193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게 됐고, 유엔 회원국 중 유일하게 시리아만이 미수교국으로 남았다.

시리아는 13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어 다른 나라와의 수교에 신경쓸 상황이 아니므로, 사실상 우리는 모든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게 된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뒤늦게 온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독특한 국가

지난 60년간 국제사회서 쿠바라는 작은 국가가 여러 계기에 관심을 받아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우선 쿠바의 지리적 특성, 즉 미국과의 근접성이 고려돼야 한다. 미국 플로리다 남단의 키웨스트 제도서 쿠바까지는 90마일, 즉 145km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목포서 제주까지의 거리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쿠바는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인들은 쿠바를 생각하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흔히 떠올린다.

1963년 말 암살되기까지 3년이 채 안되는 케네디의 임기 중에는 공산 혁명정부가 출범한 쿠바와 관련된 큰 사건이 많았다. 1961년 피그만 침공 사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황당하기까지 한 피그만 침공 계획을 진보적 성향의 케네디 대통령이 승인한 것도, 현대사에서 가장 핵전쟁에 가까웠던 위기로 평가받는 쿠바 미사일 위기에 강력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모두 미국과 쿠바의 지리적 근접성을 생각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은 당시 쿠바서 소련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 동부의 주요 도시에 5분 이내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콜럼버스가 1492년 쿠바섬을 발견한 후 쿠바는 거의 400년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이 시기에도 쿠바는 미국과의 교류가 많았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한 것도 쿠바 아바나항에 정박한 미국 군함의 폭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서 승리함으로써 쿠바와 필리핀 등을 양도받았다. 쿠바는 1902년 독립해 공화국을 수립했으나, 법과 제도에 의해 미국의 간섭을 받는 의존적 관계가 됐다. 쿠바 영토 남동부의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는 이때부터 조약에 의해 미국 측에 영구 임대돼 현재도 사용 중이다.

쿠바 독립 후 50년간 선거 또는 쿠데타로 정권이 몇 번 교체됐으나, 사회 전반의 부패와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해졌다. 1952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티스타 대통령 시절, 독재와 부패는 극에 달했다.


쿠바 경제는 사탕수수 산업뿐 아니라 관광, 도박 등 모든 분야서 미국 기업이 장악했고, 심지어 마피아 같은 미국 조직폭력단체의 온상이 됐다. 바티스타정부는 시민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가난에 시달리는 일반 국민은 독재 정부와 미국 기업을 한통속으로 보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피델 카스트로를 중심으로 한 혁명세력이 6년간의 내전 끝에 1959년 바티스타정권을 쓰러뜨림으로써 끝나게 됐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인터뷰서 바티스타정권의 독재와 부패를 용인한 미국의 정책이 쿠바 내의 경제적 식민주의와 착취를 가능하게 했다고 언급함으로써 카스트로 집권에 미국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쿠바가 혁명 후 미국 기업 소유 자산과 농장 등을 국유화하자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계속 중인 대쿠바 제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외국에 대한 제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쿠바와의 교역 금지가 주된 내용이며, 식품과 의약품만 엄격한 조건으로 쿠바로 수출할 수 있는데 현재 연간 2억불 정도 규모다.

쿠바는 유엔의 제재 대상은 아니며, 유엔은 오히려 미국의 쿠바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총회 결의를 매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오바마 대통령 당시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있었으나, 트럼프 집권 후 다시 강화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북한과의 관계

현시점서 북한과 쿠바는 각각 아시아와 중남미서 유일하게 공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두 나라는 특히 반미주의(anti-Americanism)라는 공동 노선하에 각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유엔 등 국제무대서 핵 문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몇 안되는 우방국 중 하나가 쿠바다. 양국 간 인적교류도 활발하다.

쿠바 혁명 직후인 1960년 체 게바라의 북한 방문을 시작으로 1986년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방북, 2018년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방북이 있었다.

북한도 2015년 리수용 외무상 방문을 포함 주요 인사의 쿠바 방문이 계속됐다. 카스트로는 김일성이 10만정의 소총을 쿠바에 무상 제공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쿠바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1988 서울올림픽에 불참한 7개국 중 하나였다.

2016년 카스트로 사망 시에는 북한이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설정하기도 했다. 또, 2013년 북한 청천강호 사건으로 쿠바가 전투기와 무기 수리라는 명목으로 북한에 무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북 제재 하에서도 양국 간 군사협력이 유지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공산주의 혁명 이전의 쿠바는 1949년 한국을 국가로 승인하는 등 친한 국가였다. 그러나 1959년 혁명으로 관계가 단절됐고, 남북한이 대결 외교를 벌인 냉전시대 내내 관계가 악화됐다. 1990년 냉전 종식 후 한국은 쿠바에 외교관계 수립 필요성을 제시하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은 특히 2000년 이후 강화돼 이만섭 국회의장(2001년), 윤병세 외교부 장관(2016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2018년)의 방문 등 여러 차례 쿠바의 문을 두드렸다.

한·쿠바 수교가 갖는 의미

이번 한·쿠바 수교 발표는 뉴욕의 양국 유엔대표부 간에 쿠바 측이 긍정적 입장을 전해온 지 1주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외교관계 수립은 발표 때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게 관례다.

특히 쿠바는 북한의 저항 등을 살펴 더욱 보안 유지 속에 신속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우리 외교부 장관의 쿠바 방문 전후에 북한은 외무상, 당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의 쿠바 방문을 통해 견제 외교활동을 해왔던 게 주지의 사실이다.

끝으로, 한·쿠바 수교가 우리 외교와 한반도 상황에 대해 갖는 의미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한국으로서는 정부 수립 후 1990년대까지 40여년간 지속됐던 냉전 외교가 최종적으로 정리됐다는 의미가 있다. 쿠바가 그간 우리와 수교하지 못한 것은 카스트로와 김일성 시대부터 내려오는 북한 지도층과의 특수 관계 때문이었는데, 이제 국제사회서 마지막 남은 북한의 형제 국가도 결국 실리를 택하게 된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물론 충격이 클 것이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을 대변해 준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우방인 쿠바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북측으로서도 손해이므로 쿠바에 대한 강한 반발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둘째, 한국과 쿠바 양국이 갖는 실질적 이익도 있다. 쿠바의 처지에서는 이번 수교 결정에 경제적 고려가 중요했다고 본다. 장기간 미국의 경제 제재 하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과의 경제교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쿠바에 대한 수출은 1400만불, 수입은 700만불로 경제 관계가 크지 않음을 고려할 때 잠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카리브해 국가 중 비교적 인구가 많고 국토가 넓은 쿠바가 앞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미국의 제재가 해제되면 포괄적인 관계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외교와 한반도에 대해 갖는 함의가 있다고 본다. 한국은 이제 사실상 세계 모든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게 됐으므로 본격적으로 외교의 내실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 형식적인 관계가 아닌 실질적이면서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추구하는 외교관계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교가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경우, 앞으로 쿠바가 변화를 통해 경제적 발전과 국민의 자유를 높이게 되면 북한의 변화와 개방을 위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가능해진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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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