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핵무장론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북한의 핵전략은 김정은 집권 10년을 기점으로 양적인 변화를 거쳐 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질적인 정책 변화의 핵심은 ‘핵의 선제 사용’이다.

2022년 4월 조선인민군 창설 90주년 기념식서 군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선제 핵 공격 가능이라는 북한판 ‘핵 독트린’을 선언했다.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해 파문을 일으켰다.

모든 정책은 최종적으로 법령으로 발표하는 것이 북한의 독특한 통치 방식이다. 핵심 이익을 수호하지 못하는 5대 상황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선제 사용한다는 핵 무력 법령은 북핵 보유가 정책적 기술적으로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핵 선제 사용의 법제화 전략

김정은의 표현대로 100년의 제재에도 비핵화는 불가능할 것일까? 야금야금 목표에 도달한 핵 무력 법령화를 통한 핵무기 보유 ‘기정사실화’ 전략의 저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전략이다. 향후 평양은 워싱턴과의 협상서 비핵화는 국내법상 불가하다는 명분을 축적했다. 핵무기 사용 문턱을 확 낮춤에 따라 비핵화의 문턱은 비례해서 높아지는 만큼 2019년 하노이 협상서 무합의의 원인이었던 부분 핵 보유 전략은 더욱 공고화될 것이다.


둘째,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이다. 현재 2016년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 중에서 북한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민생 관련 11건의 대북 제재다.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서 이 중 영변의 비핵화를 조건으로 5건의 해제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부분 제재 해제는 제재 전체를 무력화시킨다며 북한 전체 시설의 비핵화를 요구하며 거부했고 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반발해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 경수로를 제공받기로 한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1994년)로 재가입하는 등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다가 2003년 NPT 최종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은 핵 무력 법령으로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지속적 모색할 것이다.

셋째,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공론화시키는 전략이다. 핵무기 사용의 5대 조건은 김정은이 결심하면 사실상 선제 사용할 수 있는 고무줄 기준이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한미의 확장 억제전략이 가동되면 핵무기 사용을 구체적으로 위협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핵무기가 억제 수단에서 공격 수단으로 전환한 냉엄한 현실을 체감하는 양상이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 핵무기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미치광이 전략인 ‘광인 이론’을 전개할 위기 상황을 수시로 조성할 것이다.

“우리는 최강의 핵 강국 중 하나, 다른 나라가 개입하면 경험한 적이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푸틴의 핵 위협 이론을 벤치마킹할 것이다. 향후 북한의 다양한 핵무기와 투발 수단인 신형 미사일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자주 등장할 것이다.

북한의 남한 영토 완정 선언: 두 국가론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16일, 중국의 시진핑 3연임을 위한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자 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압력에 의해 법제화라는‘말 폭탄’ 성격의 핵 도발 수위 조절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중국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북한 관리 차원서 2022년 9월 단둥-신의주 간 교역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2020년 8월 열차 운행을 중단했으나 경제난으로 2022년 1월 운행을 재개했다.

하지만 건국 이래 대동란이란 코로나19 발생으로 다시 중단했으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중국에 열차 운행 재개를 요청했고 교역이 재개됐다. 열차 재개와 핵 개발 수위 조절 카드를 교환한 것이다.

갑진년 시작과 함께 김정은의 기괴한 행태가 시작됐다. 고체연료에 의한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IRBM) 발사 등 군사적 도발과 함께 제1 적대국 선언, 남한 영토 점령, 평정 및 수복 등의 헌법 명기 등을 거론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통일, 화해, 동족, 삼천리, 금수강산, 자주, 평화통일 및 민족대단결 등 과거 평양서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할 때 단골로 끄집어냈던 감성적 표현과 용어의 삭제를 지시했다.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서 9번째 핵무기 보유국이 됐고 1월 들어 북한의 군사도발은 급가속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미 본토와 괌 기지, 한국 등을 겨냥하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핵 어뢰 등을 연쇄적으로 발사했다.

또 지난 1월24일 서해, 28일 동해에 이어 30일 등 연속 3차례에 걸쳐 서해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순항미사일(SLCM)을 쏴올렸다. 온갖 종류의 미사일 고도화와 핵 추진 잠수함 개발로 한미 양국을 위협해 협상력을 높이거나 기습적으로 도발하려는 전술이다.

평양 군부는 디젤엔진을 사용한 전술핵 잠수함 개발에 이어 핵추진 전략핵잠수함 건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월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업의 집행 방안에 대한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2021년 핵추진 잠수함 개발 방침을 공개한 후 3년 만에 구체적인 건조 방안, 일정 등을 확정해 본격 건조에 나선다는 예고다. 3월 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대규모 무기 제공을 대가로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 소형 원자로 기술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재래식 무기는 우세, 핵무기는 비대칭

전쟁 발발 후 70년이 지나면서 남북한 간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2024년 세계 군사력평가 순위서 한국은 5위에 올랐다. 반면 북한은 36위를 기록했다. 전쟁 수행 능력에서 남한의 경제력은 북한의 물자 동원 능력을 압도한다.

국방예산 항목서 한국은 약 53조원으로 11위, 북한은 4.6조원으로 58위다. 여기까지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력 평가 전문 민간업체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 평가는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재래식 무기에서는 남한이 앞서지만, 핵무기를 포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핵무기의 비대칭성(asymmetric)은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시킨다. 한미동맹의 확장 억제 전략으로 북한군의 핵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는 우리 안보가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직면해야 하는 도전이다.

지난달 5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 독자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민간 학술단체의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북핵 위협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인 체감을 반영한다.

북한 전문 한 학술원이 발표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 상황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2.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 가운데 핵무장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21.4%, 필요한 편이라는 응답은 51.4%였다. 국민은 북핵 위협이 실존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1500만여명이 거주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비무장지대서 매우 근접해 있다는 것도 심각한 안보 취약 요인이다.

1960년 12월18일 미국 연방 원자력 연구위원회와 각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특보(特報)를 냈다. 익명의 작은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 나라는 이스라엘이라고 지목했다. 보도는 건설 현장이 찍힌 여러장의 사진과 함께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소련 정찰기가 현장을 촬영했으며, 소련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의 개입을 요청했다. 벤구리온 이스라엘 총리는 국회서 네게브 사막에 건설 중인 연구용 원자로는 오직 평화적인 목적으로 설계됐다고 핵무기 개발 계획을 부인하고 미국을 설득했다.


2년여의 논란 끝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핵개발 총책인 시몬 페레스를 백악관으로 불렀다. 케네디 대통령은 핵무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의도는 무엇이냐?고 페레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페레스는 “각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동서 핵무기를 처음으로 꺼내 드는 쪽이 절대로 저희는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케네디는 답변에 만족했는지 혹은 체념했는지 핵 문제를 더 거론하지 않고 면담이 끝났다(<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시몬 페레스, 2017).

그가 은유적으로 시인한 핵무기 개발의 사실은 당시 이스라엘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핵무기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페레스의 ‘핵 모호성(NCND)’ 입장은 이스라엘의 공식적인 핵 정책이 됐다.

이스라엘의 핵 모호성 전략 벤치마킹

페레스는 1956년부터 프랑스 정부를 집요하게 설득해 이듬해 여름 파리서 비밀 핵 개발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원자로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의 총리가 선거로 계속 바뀌는 과정서 협약이 파기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가 있었다.

페레스는 협약이 파기됨과 동시에 내용이 공개돼 프랑스가 이스라엘 핵개발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아랍 전체가 프랑스를 적대시할 것이라고 설득과 압박을 가했다. 마침내 프랑스는 예루살렘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는 핵 기술의 원천을 제공한 파리는 역설적으로 중동 국가를 앞세워 돌파했고 핵 모호성 전략으로 워싱턴의 반대를 무마시켰다.

페레스는 주변 국가들이 특정 국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정복 의지와 군사력 우위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는 디모나의 핵시설은 주변 국가들에 군사력 비교를 어렵게 만들어 전면적인 공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유는커녕 물조차 없는 척박한 이스라엘 모래땅에 원자력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중차대한 과업이라고 주변을 설득했다. 페레스가 핵 개발을 구상했을 때 모사드와 같은 정보기관은 소련의 개입을 의식해서 반대했다.

과학자와 기술자는 맨땅서 터무니없는 계획이라고 반발했고 경제관료들은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미래를 조망한 벤구리온 총리는 젊은 애국자의 충정을 수용했고 지지했다.

페레스는 10번의 장관, 3번의 총리나 대통령으로 이스라엘에 봉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맺은 공로로 199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핵개발 추진 막전 막후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이 예기치 않게 흘러갈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한반도의 상황은 물론 다르고 우리는 유대 시오니즘 네트워크도 없다. 10개월도 안 남은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방위비 부담금을 5배 올리고 북핵 보유에 대해 타협도 가능하다는 소문이다.

2만8500여명의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미국 국방수권법이 2026년에도 합의될지 미지수다. 4월 워싱턴 선언의 확장 억제가 요동칠 수 있는 만큼 북핵 대응서 시몬 페레스의 핵무장론 선견지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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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