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이버안보 전략자문회의 필요

정부 차원의 정예 화이트 해커 양성 긴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가 사이버공간을 통해서 작동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사이버공간의 효용에 대한 인식이 커갈수록 사이버공간에 의존해 파생될 위험에 대한 이해와 투자 또한 꾸준히 증가해 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사이버공간에 대한 위험 대응은 크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안전 대응과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안보 대응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사이버 안전 대응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불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시민이나 기업 등의 자유로운 활동에 영향을 미쳐 중요 이익이나 기타 주변적 이익에 피해를 유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대응 활동을 말하며, 주로 개인과 기업 차원의 조치와 경찰 등 수사기관의 대응 임무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피해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그 영향이 국지적이거나 또는 국가의 핵심 임무 중단에 끼치는 영향이 비교적 작은 수준의 사이버 위험들이 여기에 속한다.

북한이 체제경쟁 승리 위해 사용하는 수단

그러나 사이버안보 대응은 적대적 의도를 가진 국가나 거대조직이 우리 국가 기능에 영향을 미쳐 생존적 또는 사활적 이익에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대응 활동을 말한다.


전자와 구분해 이것을 사이버전 대응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주로 군이 중심이 된 대응 임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북한 위협의 본체인 사이버 공격 의도 분석을 기반으로 사이버안보와 헌법적 가치의 관계서 우리의 생존적이고 사활적인 이익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근 80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안보 갈등은 남쪽에 자유민주주의, 북쪽에 공산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나타난 체제경쟁이 그 본래의 모습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북한의 군사 위협은 이 체제경쟁 승리를 위한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안보 위협을 이해하려면 군사를 넘어서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고, 사이버안보 위협 또한 북한이 체제경쟁 승리를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북한의 사이버 위협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선택한 공산주의 체제는 정부 수립 후 1978년까지 우리의 자유민주시장경제 체제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높았다. 이것이 김일성이 정권을 유지한 가장 중요한 명분이었고 따라서 이 시기 북한은 체제 선전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GDP는 북한의 50배를 넘어섰고 우리가 선택한 자유민주 체제는 그 수월성을 이미 증명했다. 그러므로 북한 정권에게 우리의 번영이 북한 정권의 지배 논리를 무력화시키는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위협이란 본래 의도와 능력으로 구성되므로 공격 의도가 없는 단순 능력은 위협이 아니다. 남한의 첨단 군사력이 북한 정권에 위협이 아닌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 북침 의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민주 번영은 의도와 상관없이 북한 정권 존립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리게 하는 결정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남북한이 전쟁을 방지하고 서로 번영하는 것을 평화라고 생각하며 북한도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원하는 평화는 그것이 아니다. 남한의 번영이야말로 북한 정권에게는 치명적 위협이고 오히려 남한 번영을 중단시키는 모든 행위가 그들이 바라는 평화다. 어쩌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리의 번영을 중단시키는 것을 넘어 초기화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시각서 바라보면 북한이 준비하는 단기전이란 바로 이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시장경제 엔진의 가동을 저하하거나 붕괴시키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행하는 모든 행동의 목적이고 의도다.

피해 예측·복원력 대응으로 정책 전환

정보화시대 성취의 결과로 우리의 자유민주시장경제 엔진은 사이버공간 안에 대부분이 놓여 있는 만큼 북한이 국가 능력을 여기에 집중해서 투사하려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안전 차원이 아닌, 안보 차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단지 우리의 컴퓨터나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우리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기 위한 인지적, 물리적 표적에 대한 다양한 행위들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 핵 도발을 회피하기 위해 남한이 아니라 북한 상공서 핵을 폭발시키면 대전 이북의 대한민국 사이버공간이 순식간에 붕괴하고 이에 따라 대한민국이 북한이 원하는 과거로 초기화될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6년 전에 이를 언급했고 올해 들어서는 미사일은 공중폭발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한 바 있다. 어쩌면 북한의 대남 적화 전쟁은 우리의 사이버공간 붕괴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 개별 표적에 대한 직간접적인 공격 의도나 행위가 진정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알아채는 능력과 주체가 우리에게 너무도 부족하다는 데 있다. 사실 우리에게 전시에 사이버공간을 방어할 책임 주체는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4월 한미 사이버안보 동맹이 체결되면서 전시 우리의 사이버공간은 한미 연합 사이버 전력으로 방어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군은 이 책무에 대해서 준비가 부족하며 향후 미국과의 협력 방향성과 목적 설정에도 이 책무에 대한 고려에 있어 아직도 부족함이 엿보인다.

초연결 사회로 진전되면서 이제 정보기술(IT) 시스템의 위험관리가 더 어려워졌으며 비용이 증가되고 피해의 규모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국가 행정망 오류 사건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인프라는 외부 공격에 의해서뿐 아니라 잠복한 적 또는 자체 소프트적 충돌과 오류로 인해 커다란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이버 대응은 이제 단순한 침해 대응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침해 대응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노력을 투자한다고 모든 것이 방어되지 않는다. 컴퓨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따라서 공격표면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방어밀도는 더욱 얇아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은 이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으며 이제 모두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사이버 대응을 위한 국가정책 목표는 침해 대응이 아닌, 피해를 예측하고 최소화하는 복원력 대응으로 전환돼야 한다.


얼마나 빨리 핵심 기능이 허용하는 임계수준의 서비스로 복원될 수 있도록 준비됐느냐가 핵심적 의제가 돼야 한다. 전시에 사이버 작전은 네트워크 침해 방어가 아니라 침해로 인해 야기되는 국가와 군 핵심 기능의 임무 지속성을 보장하는 복원력 구현에 있다.

그런데도 군 사이버 조직은 이 임무를 개발하지 못한 채로 700여명이 근무하는 국방부 네트워크 담장 하나를 무려 1000여명이 지키며 또 하나의 거대 기마무사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사이버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꾸준하게 증가돼왔다. 정부는 화이트 해커를 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위해서도 투자를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안보는 적의 의도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사이버안보 전략자문회의 필요

사이버 인력 10만 양병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고 수준의 정예 인력 100명을 양성하고 지속해서 지원하는 정책적 지도력에 있다. 이제 사이버 대응은 자국의 인력양성만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글로벌 차원의 인력 동원 능력이 필요하게 됐다.

따라서 인력양성은 이제 우리의 인력 소요 충족 차원이 아닌, 글로벌 안보협력과 비즈니스 차원으로 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서 미국이 1주일 만에 전 세계 해커를 동원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우리 인력양성 정책에 어떤 변화도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사이버 대응은 사건 대응 차원의 노력이 대부분이었다. 경보하고 출동해서 불을 끄는 차원의 사건 대응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오면서 그동안 놓친 것 또한 너무 많았다.

평시 여러 부서로 나눠 진행되는 사건 대응이 아니라 전시를 대비한 국가안보 차원의 사이버 대응을 위해 이제  과업은 대통령의 통치 과업으로 수행돼야 한다. 어느 부처가 다른 부처를 통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가를 결정하려 우리는 이미 10여년을 허비했다.

사이버안보는 어느 한 부처가 다른 부처를 통제해서는 안 되는 통치 과업이며 대통령의 전략지침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 직속의 사이버안보 전략 자문회의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서 대통령의 사이버안보 전략지침이 제공되고 대통령의 힘으로 각 부처서 전략이 이행돼야 한다.

기술자 의존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시에 국가 기능 지속을 위한 전략적 포석을 고민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 그룹을 모으고 활용하며 또 이들의 능력이 지속 발전될 수 있도록 정권과 무관하게 그 운영은 지속돼야 한다.

사이버안보는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시장경제를 지키는 일이기에 우리 모두의 생존적 사활적 이익이 걸린 과업이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은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다. 과거 경험과 지식은 중요하나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기에 오직 도전만이 기회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 도전을 허용토록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회라는 국가의 지성뿐이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