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와 여론조작에 대한 올바른 이해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출마자들의 후보 적합도, 지지도 등을 묻는 여론조사가 늘어나면서 유권자들의 전화기는 쉴 틈이 없지만 여론조사의 정확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 또 조사기관 자체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과거 ‘여론’ 또는 ‘민심’은 정치인이나 지식인의 주장을 통해, 또 일부 정부기관의 민심 동향 분석을 통해 제한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후, 특히 1990년대 말부터 언론사의 정기조사가 활성화되면서부터 여론조사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보여주는 공식적 지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나 정당의 지지도는 물론, 주요 정치적 사건이나 정부의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다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여론조사가 가지는 영향력과 위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당연히 비판과 견제도 늘어나게 된다. 역대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각층서 여론조사나 조사기관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에 1997년에는 공직선거법상 관련 규제 조항이 신설되고, 2014년에 이르러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가 설치돼 선거 및 정치 관련 여론조사 전반 과정을 심의하고 규제하게 됐다.

공직선거 후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낙후된 정치행태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는 주요 국가 중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엔 우선 국내 정치문화와 실태를 살펴볼 수 있다. 즉 여론조사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거나, 또 부적절한 여론조사를 통해 돈을 벌려는 혼탁한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또 승패 지상주의도 지적되는 문제다. 실제 우리 정당들이 공직선거 후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은 주요 국가서 예를 찾기 힘든 낙후된 정치행태 중 하나다. 또 여론조사를 조작해서라도 경선 또는 선거서 이기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또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투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한 규제를 끌어낸 배경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밴드왜건’ (어떤 선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그 선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효과) 현상으로 대표되는 여론조사의 큰 영향력 가설은 국내외서 학술적으로 검증된 ‘정설’이 아니다.

밴드왜건 현상 관련 연구 결과는 대체로 유동층을 중심으로 그런 현상이 제한적이고 우발적인 수준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수준서 정리된다. 또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후보를 지지하게 되는지, 반대로 지는 후보를 지지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일관된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권자의 투표 행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선유 경향 (Predispositions)’이 더 주목받는다. 선유 경향이란 개인의 출신 지역, 성별, 연령은 물론 학력과 소득수준과 같은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개개인들이 이미 일찍부터 가지고 있는 신념 체계나 가치관 등을 말한다.

지역감정이나 반공 및 민주화 세대 구분 등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위기는 이미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사회적 토론 차원서 유용하고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에 관한 관심 또는 문제 제기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논리나 현실을 반영해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즉 여론조사는 학술적이고 전문적 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분야로, 여론조사 전반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이 단편적 수준의 주장으로는 제대로 된 비판이 쉽지 않다.

22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지도자의 여론조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은 이를 통해 국민의 생각을 읽고 무엇보다 ‘합의(consensus)’를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바람직한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거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이 같은 여론을 그대로 좇아서도 안 되며, 무시해서도 안 된다.

즉 그때부터 지도자, 지식인, 언론인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사실 정치지도자나 정당의 지지율, 또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다면 이보다 더 국정운영에 큰 힘이 되는 것도 없다.

또 지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지도자가 하고 싶은 일, 또 해야 할 일을 훨씬 더 많이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국민의 합의 또는 동의가 부족한데도 어떤 정책 등을 밀어붙이게 되면, 결국 독주나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하려는 일 그 자체가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를 돌이켜 봐도 여론조사 때문에 국정을 망친 대통령보다는 오히려 ‘여론조사’가 가리키는 위기 징후를 무시하거나, 국민을 비난하다가 정권 자체가 위기에 몰린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점에서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국민의 생각을 읽고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는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지도자들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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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