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55)과거에 머무는 빨간 체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11.06 09:22:51
  • 호수 1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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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말이 나온 김에 나라꽃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북조선의 국화를 우리는 대개 진달래로 알고 있는데 뜬소문이 아닌가 싶다. 아마 소월이 노래한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으로 인한 영향일 수도 있고, 남한 사람들 역시 진달래를 좋아해 맘속으로 은근히 우리 민족의 꽃이라 느끼다가 무심결에 당연히 진달래라고 지레짐작해 버렸기 때문인지 모른다. 

김일성의 꽃

섭섭하게 진달래는 아직 한 번도 나라꽃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그저 우리 마음속에 피어 있을 뿐. 북한의 국화는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무궁화였다고 한다. 그 후 목란으로 바뀌었는데 여기엔 일화가 있다. 

1964년, 김일성 주석은 황해도의 산길에서 함박꽃나무를 보곤 ‘아름답고 향기도 좋으며 생활력이 강해 꽃 가운데 왕’이라는 이유로 목란(나무에 피는 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국화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꽃보다 더 귀중하게 대접받는 꽃이 있으니 바로 김일성화이다. 

무궁화에도 세뇌성은 들어 있을 것이다. 영원 무궁한 꽃, 성인 군자와 같은 품격, 인의예지신의 5덕을 지닌 꽃 중의 꽃….

한 송이의 꽃에 너무나 거창한 상징들이 가득 들어 있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누가 그 덕목들을 꽃에 넣어 놓았을까? 아마 민중들의 가슴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온 느낌이기보다 양반 유학자들의 관념적 소망이 반영돼있는 게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며 자만하지 않고 겸허한 자태이다. 길을 가다가 문득 그 꽃을 있는 그대로 보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 궁금하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어차피 통일 나라꽃을 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땐 남북의 지도층 인사 몇 명이 앉아 결정할 게 아니라, 무궁화든 목란이든 진달래든 또 다른 어떤 꽃이든, 아무런 세뇌 없이 온 민중이 정녕 사랑하는 꽃을 통일 국화로 삼아야 하리라. 나라 노래를 통일하는 건 좀 쉬워 보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3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남한의 애국가와 북조선 애국가는 초등생이 봐도 꽤 유치하고 구태의연해서 부르기가 싱겁다.

새로운 통일 애국가는 활력이 넘치고 홍익인간의 정신이 현대적으로 잘 표현된 노래라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아리랑을 활용해도 좋으리라. 

나라 이름과 국기를 통일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다. 건국의 이념뿐만 아니라 아집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한민국. 이름은 그렇게 지어 놓고 과연 정말 인민과 민중이 주인으로서 생활하는 나라였는지, 뒤돌아보며 모두 함께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세뇌, 우상화와 신격화, 우민화, 특권층의 향락과 독재, 민중들의 억울한 고난과 죽음은 이 순간에도 남북 양 체제에서 뻔히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자본주의의 악과 공산주의의 죄를 이 땅에서 동시에 몰아내고, 진정한 자유와 민주가 생동하는 새로운 나라에 어울리는 이름….

순우리말로 지어도 좋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코리아도 괜찮겠지만, 다만 이번에야말로 꼭 국민의 뜻을 받들어 공명정대하게 정해야 하리라. 국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꽃 가운데 왕’ 이유로 목란 국화로 삼아
공산주의 통제 가장 고도화된 도시 평양

태극과 주역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나 작은 별을 넣어 놓은 붉은 깃발은 둘 다 너무 철학 사상적이고 이념 편향적이다.

별은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창공에 뜬 별 같지 않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차라리 보름달과 해님과 무지개를 잘 활용하여 우리 한민족 민중의 아름다운 꿈을 형상화하는 게 필요할 듯싶다. 

태극기엔 심오한 우주의 철리가 깃들어 있어 아깝긴 하되 꼭 고집할 일은 아니다. 국기엔 지식인의 철학보다 국민의 소망이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태극의 모양을 두고 삼팔선 같다느니 빨갱이와 파랭이 같다느니 하는 소리도 솔직히 마음에 걸린다. 물론 그 때문에 이렇게 분단돼 싸우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북조선 인공기는 우선 우리 민족의 심성에 맞지 않는다. 고정된 심성이 따로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으나 아무리 봐도 친밀감이 들지 않고 어색한 느낌이다.

내포된 뜻은 차치하고 디자인 자체가 한민족의 예술적 감각을 구현하고 있지 않다. 구 소련의 스탈린이 만들어 준 것이라는 풍문이 사실인지 유언비어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걸 통일 국가의 깃발로 삼느니 그냥 순수의 상징인 하얀 천을 푸른 하늘 아래 펄럭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민중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을 그 기폭에 수놓을 수 있도록…. 또는 쌍무지개나 색동저고리 문양을 잘 활용하면 통일국의 멋진 국기가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남북통일을 말하기 전에 각자 지역감정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이건 함께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남한의 경우 해묵은 경상도와 전라도 간의 반목은 이제 꽤 누그러든 성싶은데, 다른 지역 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 다툼이 벌어진다.

북조선의 상황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잘 모르긴 해도 아마 속으로 곪아 더 심할 수도 있다.

아무리 일당 독재 체제로 일사불란하게 다스린다고 해도 도리어 그 때문에 지역 간 불평등이 고착화됐다는 불평·불만도 나온다. 

서울을 자본주의적 자유가 가장 방만한 도시라고 한다면 평양은 공산주의적 통제가 가장 고도화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서울처럼 알짜배기는 모두 몰려 있는 건 비슷하나 그곳엔 아무나 제 맘대로 가서 살 순 없기에 불만이 더욱 속으로 깊어질 것 같다.

물론 서울도 아무나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일단 자신이 선택할 가능성은 주어졌으니 설령 죽을지언정 불평하긴 어렵다. 

어색한 인공기

하긴 서울의 지나친 방만함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평양의 엄격한 통제를 좋아하는 사람 또한 존재하리라.

어쨌든 유람하러 온 평양 사람이 얄미워 묻지 마 식의 살인이 벌어지기도 한다니 북쪽 지역감정의 깊은 억하심정을 추측할 만하다.

더구나 수도 평양뿐만 아니라 남포, 함흥, 신의주 등등 모든 도시 또한 공화국 권력의 선별에 의해 차등 배치돼 살아가는 판국이므로 소외된 인민들은 옛 조선시대의 백성들처럼 속으로 붉은 울음을 울지 않겠는가.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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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