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대 경찰국장 김순호

현판 걸었지만…깜깜한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정부가 경찰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지 석 달 만이다. 군부정권 이후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생기게 됐다. 초대 경찰국장에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 안팎 반발이 거센 가운데, 경찰국 언행 하나하나에 매서운 눈초리가 따라다니는 탓이다. 

초대 경찰국장 자리는 비(非) 경찰대 출신이 꿰찼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했던 김순호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이 낙점됐다. 김 국장은 1963년생으로, 광주광역시 출신이다.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해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사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9년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란 속
신설 강행 

2011년 총경으로 승진해 ▲울산 지방경찰청 생활안전 과장 ▲경찰청 감찰담당관·교육정책담당관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장 ▲서울 방배경찰서장 ▲경찰청 보안과장을 역임했다.

2017년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에는 ▲광주 광산경찰서장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기남부경찰청 경무부장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을 지냈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을 맡던 중 부름을 받았다. 김 국장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겸하고 있었다.


김 국장의 경찰 내부 평판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품이 온화하고 업무처리가 섬세하다는 평이다. 행정안전부가 김국장의 성정에 기대 경찰국 제도 ‘연착륙’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국은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 등 개별 법률이 구체적으로 명시한 행안부 장관의 책임과 권한 수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 임용 제청 권한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지난 1일 “역대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 통제 시스템을 통해 경찰 관련 국정운영을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 16명이 정원이다. 현재 직원 16명 중 12명이 경찰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사지원과는 일선 직원까지 모두 경찰 출신 인력으로 채워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 인력은 추후 업무 수요를 반영해 더 추가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는 경찰 출신 직원이 전체 비율 80% 이상을 구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3과 과장 중 2명이 경찰 인사다. 인사지원과장에는 고시 출신 총경 방유진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이, 자치경찰지원과장에는 경찰대 출신 총경 우지완 경찰청 자치경찰담당관이 배치됐다. 총괄지원과장에는 행안부 사회조직과장 출신인 임철언 부이사관이 보임됐다.

아울러 경찰국은 경찰청과 가까운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다. 경찰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같은 날 행안부는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시행했다. 제정 규칙에 따르면 국무위원을 겸하는 장관은 소속 청에서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사전 승인한다.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를 받는다.

소속 청과의 원활한 협업 아래 경찰·소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국의 서울청사 입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경찰국의 첫 업무로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경무관·총경 승진 인사 검토 작업이 유력하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무관 이상의 고위직에 일반직 출신 비중을 20%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총경 승진은 대상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경무관 전보 인사를 마치면 바로 총경 승진 대상자들을 살피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반직 출신이 경무관 이상 직급의 20%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아래 직급인 총경·경정·경감부터 착실히 쌓여 나가야 하니, 첫 총경 승진 인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채’ 출신 전 국수본 안보수사국장
인력 대거 동원했지만…여전한 반발

일각에서는 김 국장과 경찰국이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국은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경찰국 신설을 향한 일선 경찰 구성원의 반발도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 경찰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유례없이 큰 반발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총경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선 경찰들은 릴레이 삭발·단식 투쟁·삼보일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렇듯 경찰이 정부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역사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행안부의 깔끔하지 못한 뒷수습이 반발을 키우기도 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 다른 서장들이 감찰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이 장관이 ‘쿠데타 발언’으로 기름을 부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4일, 전날 회의를 두고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음에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 지역을 비우고 모였던 하나회 12·12 쿠데타에 준하는 것이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맹폭했다.

이 장관은 ‘해당 회의는 국가공무원법상의 단순한 징계 사유를 넘어 형사 범죄 사건’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남겨 빈축을 샀다. 한 차례 해명한 뒤에도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 가운데 업무를 시작한 김 국장은 경찰국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경찰 동료들께서 염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잘 알아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경찰국이 어떤 일을 하는지 중간중간 진행되는 것들을 언론과 경찰 동료들에게 말씀드려서 오류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적극 엄호
결사반대


이어 “우리 경찰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게 소명을 다해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청문회준비단장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기에(윤 후보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경찰조직을 끌어가려 하는지 알고 있다”며 “(윤 후보자가)행안부 장관님이 어떻게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원할지도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의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엄호사격’도 계속 이어졌다. 이 장관은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저와 경찰국은 폭넓은 소통을 통해 공감을 확대할 것”이라며 “경찰관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경찰국을 방문해 “경찰국 출범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방해라고까지 할지도 모르겠을 수많은 난관을 겪고 출범했다”며 “경찰국에는 입직 경로는 없고 하나의 경찰, 국민을 위한 경찰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직원들에게 “여러분이 경찰국 초대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다 같이 노력하길 바란다”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논란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내부의 반발도 여전한데다, 야당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2일 경찰청을 찾아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법령·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제기해왔는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예산편성권을 갖고 스스로 치안정책을 수립하는 독립 국가기관이다. 경찰업무와 경찰행정 제반 문제의 처리기준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은 이날 “치안행정의 적법성 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경찰국 설치 등 제도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헌법에 근거하는 경찰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를 촘촘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법성을 회복할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는 논의 중”이라며 “검토 결과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부연했다.

2차전 예고
‘옥신각신’

더불어민주당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정애 ‘윤석열정권 경찰장악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첫 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기보다 국민의힘 당무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적 반대가 많은 경찰국 신설을 꺼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장악대책위원회는 앞서 민주당이 원내 설치했던 태스크포스 ‘경찰장악처치대책단’을 격상한 조직이다.

이어 한 위원장은 이 장관이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2018년 11월30일 행안부 장관이 국가경찰위원회를 합의제 기관으로 명시했고 법제처는 이를 귀속력 있는 의결기관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경찰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한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조직법을 위반한 행안부 장관에게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절차적·법률적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단 4일로 줄였다”며 “정부조직법 제34조의 행안부 장관의 사무엔 치안이 빠져 있다. 이는 역사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 발언을 종합하면 행정부 장관은 해당 법률에 따라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정부혁신 ▲지방자치제도 ▲선거·국민투표의 지원 이외에도 수많은 업무를 관장한다. 하지만 ‘치안’ 관련 업무는 명시돼있지 않다는 게 발언의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종철 열사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 열사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물고문에 의해 질식사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내부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뺀 것은 박종철 열사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1987년 6월항쟁 당시 국민적인 합의였다”며 경찰국 신설을 에둘러 비판했다.

야, 정치 공세 확대 “국회서 총력 저지” 
대통령실 “치안본부 부활? 프레임 공세”

반면 대통령실은 경찰국 신설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라는 비판에 ‘프레임 공격’이라고 응수했다.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당이)‘전두환식이다’ ‘치안본부다’ 이런 프레임을 걸어서 새 정부의 경찰 행정사무 개혁안과 국민소통을 차단시켜 버린다”며 “그걸 우리는 프레임 공격이라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강 수석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권한은 굉장히 비대해졌다”며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의 권한이나 권력이 커졌을 때는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경찰국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없앴고, 또 비대해진 경찰행정의 사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현행법에 따라 행안부 등에서 그런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가 결코 경찰의 독립성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 일부 오해가 있거나, 또는 부족한 이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민주당은 이달부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경찰공무원법 등을 개정하고 권한쟁의심판 청구·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단계적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실효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정부부처의 한 고문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대화에서 “권한쟁의심판 등은 빨라도 1년, 길게는 3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재판부가 현 정부 방침에 제동 거는 문제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짙은 탓에 단기간에 논란을 정리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 법을 봐도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은 포함돼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찰국 신설이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OX 문제라기보단 세모 정도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는 여론 향방도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여론 지지를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왔다. 앞서 경찰직장협의회는 단식과 삭발,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했다. 또 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저지를 위한 시민 입법청원을 오는 7일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달 릴레이 삭발식을 이끈 김연식 전 경남청 직장협의회 회장은 “경찰국이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미 신설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거리 투쟁 등을 지속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절차적으로 타당한지 차분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시험대에

그러면서 “특히 행안부는 경찰 제도발전위원회를 또 신설해 추가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라며 “이 또한 경찰국처럼 졸속으로 꾸려져 운영될 수 있다는 비판이 큰 만큼 하나하나 지켜보며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찰국 반대 입법청원을 진행 중이다. 당초 목표 인원이었던 10만명을 서명 첫날 돌파했다. 현재 서명한 총인원은 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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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