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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월04일 17시29분

기업

마르지 않는 곳간 삼표 황태자 회사 실체

‘다재다능’ 견고한 승계 지렛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표그룹이 조만간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장의 아들이 소유한 계열사가 핵심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다방면에서 쓰임새가 돋보인다.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 역할은 물론이고, 지배력을 보완해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삼표그룹은 지주회사인 ㈜삼표를 필두로 다수의 사업회사가 속해 있는 기업집단이다. ㈜삼표가 나머지 사업회사를 관장하는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오너 일가는 ㈜삼표에 대한 확실한 지배력을 기반으로 그룹 전반을 통솔한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 지분 65.99%를 보유한 최대주주, 정 회장의 아들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은 지분율 11.34%로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쏠쏠한
쓰임새

그렇다고 모든 계열사가 ㈜삼표 휘하에 포진한 건 아니다. ㈜삼표의 영향력 밖에 있는 오너 가족회사 ‘에스피네이처’가 대표적이다.

2004년 설립된 에스피네이처는 콘크리트·시멘트 재료인 골재와 슬래그 및 철스크랩 수집·가공 사업을 전개 중이다. ‘대원’에서 인적분할을 거쳐 2013년 11월 설립된 골재업체 ‘신대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2017년 삼표기초소재, 2019년 경한·네비엔 등 알짜 그룹사들을 연이어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삼표그룹은 에스피네이처를 중심에 둔 계열사 통합 작업으로 사업구조 효율화를 꾀한 모양새다. 삼표기초소재는 슬래그파우더와 골재, 플라이애쉬를 생산하고, 네비엔과 경한은 철스크랩 가공 사업을 영위한다. 이 세 기업이 합쳐지면서 사업 부문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었다.


에스피네이처에 대한 정 사장의 지배력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정 사장은 에스피네이처 지분 71.9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사실상 정 사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자기주식 3.57% 제외한 나머지 지분 24.48%는 정 회장 및 두 딸인 지선·지윤씨가 보유 중이다.

덩치를 키운 에스피네이처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매출 6730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2, 17.0% 증가했다.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독자적인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피네이처는 ▲에스피에스엔에이 ▲에스피환경 ▲홍명산업 ▲베스트엔지니어링 ▲대원그린 ▲삼척이앤씨 ▲코스처 등 총 7개 법인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에스피네이처 종속회사들은 대체로 수익성이 양호한 모습이다. 대원그린을 제외한 나머지 법인은 지난해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특히 에스피에스엔에이와 에스피환경은 126원, 4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익잉여금도 충분히 쌓인 상태다. 2020년 말 기준 957억원이었던 에스피네이처의 이익잉여금은 1년 새 1943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대됐다. 꾸준한 순이익 창출과 상환우선주 발행에 따른 자본잉여금 780억원이 이익잉여금으로 전입된 데 따른 변동이다. 

넉넉한 이익잉여금은 현금배당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에스피네이처가 정 사장에게 건네는 배당금의 활용도를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스피네이처가 실시하는 현금배당이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처럼 인식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에스피네이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진짜 이유는 이 회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향후 정 사장이 아버지가 보유한 주식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필요한 실탄을 에스피네이처가 제공해주는 양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덩치 키우고 따박따박 배당 잔치
후계자 주머니 채우는 든든한 우군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에스피네이처는 2021회계연도에 보통주 1주당 622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보통주 총배당금은 120억원(중간배당 19억원, 결산배당으로 101억원)으로, 전년(총배당금 125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2014년 이후 8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한 에스피네이처는 최근 들어 배당 규모를 키우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40억원대를 밑돌던 현금배당은 2019년 100억원에 육박하더니, 급기야 최근 2년 사이에는 120억원을 웃돌았다.


정 사장은 현금배당 규모 확대의 최대 수혜자다. 에스피네이처 최대주주인 정 사장은 보유 주식에 따라 지난해 9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챙겼다. 2019년(72억원), 2020년(94억원)과 합하면 최근 3년간 수령한 배당금만 255억원에 이른다.

뭘 해도
꽃놀이패

승계 구도가 본격화되면 에스피네이처의 또다른 쓰임새가 부각될 수 있다. 두 갈래로 나뉜 지배구조의 일원화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정 사장이 그룹에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표의 지분이 필요하다. 현재 정 사장이 쥐고 있는 ㈜삼표 지분이 11.34%에 불과한 만큼, 정 회장이 보유한 65.99%를 흡수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가장 유력한 주식 확보 시나리오는 에스피네이처와 ㈜삼표의 합병이다. 에스피네이처의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삼표와 합치고, ㈜삼표 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다. 

해당 시나리오는 에스피네이처가 사업회사 세 곳을 합병한 이후 주목받았다. 2018년 말 기준 1825억원이었던 에스피네이처의 총자본은 네비엔과 경한을 흡수한 직후 4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매출 역시 2564억원에서 통합 후 552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보유한 ㈜삼표 주식을 에스피네이처가 직접 매입해 지배구조의 최상단으로 올라서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 경우 정 사장은 상속 혹은 증여에 따르는 부담을 최소한 채 승계 작업을 끝낼 수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2020년 ㈜삼표의 2대 주주로 급부상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정 회장은 ㈜삼표 지분 81.90%를 보유했지만, 이듬해 에스피네이처가 삼표 주식을 취득한 시기에는 지분율이 15.91%p 하락했다.

㈜삼표 2대 주주였던 정 사장은 지분율이 2.74%p 감소하면서 3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충분한 재무 여력은 에스피네이처를 중심에 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부채질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위 획득을 위해서는 ▲총자산 5000억원 이상 ▲지주비율 50% 이상 ▲자회사 및 손자회사 주식보유 지분율 규제(상장 20%, 비상장 40%) 등 갖춰야 할 요건이 상당하다.

통상 가장 갖추기 까다로운 조건은 총자산 기준치(5000억원 이상)인데, 에스피네이처는 이 기준을 넉넉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에스피네이처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총자산은 6427억원이다. 이익잉여금만 해도 2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추가 주식 매입 확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다.

물론 정 회장이 지니고 있는 지주사 주식을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른 방식의 차이일 뿐, 삼표그룹이 정 사장을 중심으로 승계 절차를 밟는 건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친환경 사업
넉넉한 여력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머지않아 속도를 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1977년생인 정 사장은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고, 2006년 삼표그룹 과장으로 입사했다. 2013년 삼표기초소재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선 바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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