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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27일 17시35분

사회


“뚜뚜루 뚜뚜” '아기상어' 제작사의 기막힌 도둑질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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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던 애들이라 저작권 몰라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는 저작권 보호가 취약한 나라에 해당한다. 영화계나 애니메이션, 게임계의 스토리 작가들에 대한 크레딧 갈취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유독 작가들에 대한 기득권의 횡포가 극심하다. 유아를 대상으로 에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스마트 스터디도 예외는 아니다. 공들여 쓴 작품의 크레딧을 빼앗고 치졸한 방식으로 3년여간 법정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는 아기상어 뚜뚜루 뚜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는 물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노래는 ‘아기상어’다. 미국 구전 동요를 모티브로 만든 이 노래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했다. 

‘뚜뚜루 
뚜뚜∼’

‘아기 상어’ 제작사로 잘 알려진 스마트 스터디. 별을 이용해 초능력을 사용하는 캐릭터인 핑크퐁을 필두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TV시리즈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과거 <핑크퐁 원더스타>),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우주 대탐험>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스마트 스터디 유튜브 채널 ‘핑크퐁(인기 동요·동화)’는 구독자 928만명, 누적 조회수는 55억뷰를 넘는다. 유튜브 북미 채널은 2020년 11월 구독자 4000만명을 넘어섰고, 당시 인기를 모은 ‘Sing & Dance(싱앤댄스)’는 70억뷰를 넘겼다. 

싱앤댄스는 빌보드 핫100에서 최장 기간 1위를 한 미국 가수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SITO)를 제치고 유튜브 조회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핑크퐁’의 월간 유튜브 채널 수익만 29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BTS를 보유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예상 수입인 16억원과 블랙핑크의 월간 예상 수입인 27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영화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우주 대탐험>은 넷플릭스 내 콘텐츠 중 전 세계 많이 본 순위 5위까지 올라갔다. 남녀노소 누구나 들으면 흥이 나는 ‘아기 상어’ 노래까지 삽입되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스마트 스터디는 <핑크퐁> 시리즈가 혁신적인 성공을 이루면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각종 미디어가 스마트 스터디의 성공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스터디의 기념비적인 업적은 한 작가의 기획부터 출발한다. 2016년 1월 윤성제 작가는 스마트 스터디에서 ‘핑크퐁’ 채용 공고를 보고 구인한다. 1월31일 면접 당시 윤 작가는 핑크퐁과 관련된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윤 작가에 따르면 면접을 볼 당시에만 하더라도 스마트 스터디에는 핑크퐁 캐릭터의 디자인 초안 외에는 애니메이션 내용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전무했다. 

윤 작가가 확인한 자료는 핑크퐁으로 보이는 한 캐릭터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착지하는 몇 초짜리의 인서트 영상이 전부였다. 

윤 작가는 면접을 위해 핑크퐁의 성격과 각종 동물을 기반으로 구축한 친구 캐릭터와 관계도, 작품의 기획 의도와 세계관 및 전체적인 플롯을 준비했다. 면접 당시 윤 작가는 준비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것에 이어 핑크퐁이 가슴에 있는 별을 이용해 초능력으로 친구들을 변화시키는 설정을 강조했다. 

<핑크퐁> 공전의 히트 친 스마트 스터디
기업가치 1조 ‘유니콘 기업’ 무지한 꼼수 

면접부터 각종 설정을 연구한 윤 작가는 이내 스마트 스터디와 계약 체결 후 집필에 돌입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글보다 그림이 더 중요한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작성되는데, 장소나 캐릭터 등 어떤 부분에서도 준비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작가는 “극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그림이 없으면 작품을 쓰기 어렵다고 회사에 말했다. 핑크퐁을 제외한 모든 것에 미흡했다. 몇 달에 걸쳐 한두 장씩 배경 그림이 나왔다”며 “스마트 스터디는 애니메이션에 기초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을 하기 위해 모든 걸 내가 만들었고, 당사가 검토한 뒤 수정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이 몇 분짜리 영상인지, 장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매우 기초적인 설정도 결정되지 않았었다. 스마트 스터디가 제시한 것은 ‘유치원생들도 볼 수 있을 정도’가 전부였다.

윤 작가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핑크퐁이 아이들의 일상과 가깝길 바랐으며 그 의도가 작품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동이 많은 현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숨바꼭질이나 숨은그림찾기 등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장면을 넣었으며, 같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수 있도록 뮤지컬 장면을 매회 넣었다”며 “애니메이션 자체가 혼자 외로울 수 있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핑크퐁 원더스타>와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를 보면 친구를 만나는 과정에서 여러 캐릭터가 각종 놀이를 즐긴다. 이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며 핑크퐁의 능력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기쁜 캐릭터들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윤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이 만들어진 셈이다. 

수개월에 걸쳐 집필한 윤 작가의 70여편의 시나리오 중 26편의 에피소드가 채택됐다. 이외에 이른바‘ 스페어 시나리오’라 불리는 에피소드 등 총 70여편의 대본을 스마트 스터디에 넘겼다. 

수개월 후 윤 작가가 쓴 핑크퐁이 <핑크퐁 원더스타>라는 제목의 TV 시리즈로 제작돼 KBS2에서 방영됐다. 스토리와 대사 등 각본의 90% 이상을 윤 작가가 집필했지만, 크레딧에서 그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 스터디는 크레딧에 이름이 빠진 것에 항의하는 윤 작가에게 “집필 작품과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된 작품은 다른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애니메이션
기초도 몰라

스마트 스터디는 KBS2에서 방영한 <핑크퐁 원더스타>의 각본 크레딧에 Kacey Arnold(케시 아놀드), Tom Caltabiano(톰 칼타비아노), 김근영, 이주현, Zachary Foster(재커리 포스터) 등을 올렸다.

윤 작가에 따르면 김근영 작가는 전체가 아닌 부분 계약을 했으며, 이주현은 에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총괄 팀장이었다. <핑크퐁> 시리즈를 총괄했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는 게 윤 작가의 주장이다. 

윤 작가는 “이주현 팀장은 시나리오를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며 “이 팀장은 <핑크퐁>이 성공한 이후 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 작가들은 윤 작가가 집필하는 동안 협업을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톰 칼타비아노는 TV프로그램 관련 시상식인 미국 에미상 시나리오 부문 수상자다.

윤 작가는 “해외 시장을 노리기 위해 수상 경력이 있는 외국 작가의 이름을 도용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천박한 사대주의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그램에 외국 작가가 크레딧에 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긴 윤 작가는 톰 칼타비아노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내 ‘당신이 <핑크퐁 시네마콘서트:우주 대탐험>을  집필한 것이 맞냐’고 질문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 작가는 “그는 내가 보낸 메일을 모두 읽었다. 본인이 썼으면 썼다고 하면 될 일인데, 절대 답을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핑크퐁 원더스타>가 공전의 히트를 친 뒤 스마트 스터디는 이름을 바꿔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를 26부작으로 제작, KBS1에서 시즌2 형태로 방영했다.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도 만들었다. 

윤 작가는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나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는 내가 집필한 에피소드 중 채택되지 않은 50여편 중 일부를 발췌해서 만든 작품”이라며 “특히 영화의 경우에는 아기 상어 노래를 삽입하고, 상어를 우주 생명체로 설정하는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핑크퐁이 우주 탐험을 하는 에피소드도 내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작품에도 윤 작가의 이름은 빠져있다. 특히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의 각본은 Tom이라고만 쓰여있다. 한국인이라면 성에 해당하는 세컨드 네임이 생략된 것. Tom이라는 필명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매우 특수한 경우다. 

천박한
사대주의

윤 작가와 스마트 스터디 간에 체결한 계약서의 저작재산권 양도 부분에 “발주품의 모든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은 ‘갑’(스마트 스터디)이 대금 지급을 완료했을 때 ‘갑’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한다”고 쓰여 있다.

또 “‘을’은 ‘갑’의 발주품의 사용 및 발주품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의 작성과 이용에 대한 어떠한 저작인격권도 행사하지 않는다”고도 작성돼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윤 작가가 쓴 70여 편의 시나리오 모두 스마트 스터디에 이전된다. 하지만 크레딧은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크레딧 여부는 아무리 계약서에 양도된다고 합의했을 때도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70여편의 에피소드로 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크레딧은 분명하게 윤 작가가 작성한 것으로 표기해야 한다.

김병인 작가 조합 대표는 “저작인격권은 천부인권에 해당한다. 이게 법적으로 허용이 된다는 건 인신매매를 허용한다는 문구에 동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작가에게 시나리오 집필을 인정하는 크레딧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이것마저 뺏는 건 남의 자식을 도둑질 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스마트 스터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 작가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다. 윤 작가가 쓴 시나리오와 무관한 작품이라고만 일관했다. 

윤 작가는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10월 소송을 시작한 지 벌써 3년 차다. 아직 1심조차 판결이 나지 않았다. 윤 작가는 스마트 스터디가 3년 동안 지속해서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윤 작가는 “스마트 스터디는 법원에서 요구한 자료를 안 내거나 조작했다. 외국인 작가 계약서 번역문을 내라고 하는데 내지 않았다. 외국인 작가 계약서에는 ‘Polishig(폴리싱)’이라고 쓰여있었다. 이는 ‘윤색’을 의미한다. 각본 계약을 한 것이 아닌 것”이라며 “외국어로 작성된 문서에는 번역문을 붙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277조도 어겼다. 법원의 기본적인 요구도 무시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핑크퐁>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내라고 했을 때는, 자신들이 가진 시나리오 일부를 삭제하거나 생략하는 방식, 또는 원본이 아닌 성우용 시나리오를 제공했다”며 “올바르게 자료를 제출하면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시간을 끌기 위해 이러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스터디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문화계에 뿌리 뽑혀야 할 적폐라는 주장이 나온다.

영화계 역시 작가들의 크레딧을 뺏는 행위가 빈번하게 있었다. 계약서에 독소조항을 넣거나, 아이디어만 훔치는 방식, 계약한 대로 이행했음에도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제작자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표준계약서 작성’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점차 바뀌는 추세지만, 여전히 악습에 젖은 제작자들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시나리오 집필 전무한 팀장 크레딧 훔쳐”
“법원 상대로도 이상한 꼼수…습관적이다”

김 대표는 “영화계의 작가들도 여전히 적폐에 시달리고 있다. 힘 있는 작가들은 분명한 대우를 받지만, 힘이 없고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은 기득권의 횡포에 놀아난다”고 말했다. 

그나마 영화계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계는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이 더 중요한 작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며, 게임계는 회사 직원이 작성한 글을 바탕으로 게임이 제작되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에니메이션 제작자는 “아무래도 그림이 더 중요한 영상물이다 보니 그림에 따라 시나리오가 자주 교체되는 특성이 있고, 작가가 쓴 시나리오가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계약할 때 작가에 불이익이 되는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것이라 추측된다”며 “그럼에도 작가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영상이 시리즈를 맞이할 수도 있는데, 작가 대우가 좋아야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 스터디는 게임 ‘몬스터 슈퍼 리그’ ‘젤리킹’ ‘타마고 몬스터즈 리턴즈’ 등을 제작한 게임 회사였다. ‘아기상어’와 <핑크퐁> 시리즈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행위를 하는 건 게임 산업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또한 스마트 스터디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아기상어’도 서구 사회에서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동요를 표절한 곡으로 알려졌다. 비록 구전 동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저작권 문제에서는 벗어났지만, 대중의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요가 아니었다면 스마트 스터디의 행위는 일반적인 표절 시비와 다를 바 없다.

표절과 크레딧 갈취 등 여러 부분에서 기업의 이기심이 드러나면서 이승규 부사장이 tvN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 게시판에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치고는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다. 

무개념
독조조항

윤 작가는 “당초 애니메이션 TV시리즈의 제목은 핑크퐁이었다. 크레딧에 대한 항의를 하면서 제목을 <핑크퐁 원더스타> <명탐정 핑크퐁과 호기>로 바꿨다. 그러면서 다른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상한 방식으로 꼼수를 부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회사가 당초 게임 회사라 매우 기초적인 저작권 개념조차 없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의 개념도 모르고, 법원도 무시하는 기업이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며 유니콘 기업의 대우를 받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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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등 노리는 검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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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의 뿌리가 검찰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는 30여년 가까이 ‘검사 윤석열’로 살아왔다. 조직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강골 검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친정의 반란일까. 검찰의 칼끝이 윤석열을 겨누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94년 9수 끝에 대구지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부산지검에서 일하던 그는 2002년 초 사표를 내고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 당시 복귀 이유로 밝힌 ‘자장면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검찰청에 왔다가 자장면 냄새를 맡고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검찰 조사실이라 생각했다는 것. 검사서 정치인으로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은 영광과 굴욕의 반복이었다. 검찰 복귀 이후 그는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눈치를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사 스타일은 그에게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2013년 10월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이 한차례 크게 뒤틀리는 일이 일어난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전 총장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허락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는 등 댓글수사를 강행했다. 이날 국감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전 총장의 ‘시그니처’ 발언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국감 스타로 떠오르는 등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맡고 있다가 한직으로 분류되는 대구고검, 대전고검에 좌천되기에 이른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후 그의 검사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정권이 교체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발탁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정부와 여당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윤 전 총장은 검찰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1년 넘게 ‘추·윤 갈등’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검찰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직무배제 조치를 당했던 윤 전 총장은 행정소송도 불사한 끝에 법원의 판결로 검찰에 돌아왔다. 고발사주 의혹 3곳서 잡아 가족·측근 동시다발 수사 하지만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지난 3월 여권이 발의를 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에 반대를 표명하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여권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세우며 중수청을 통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윤 전 총장은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후보는 선거 당일까지 검증의 잣대를 피할 수 없다. 지지율이 상위권인 유력 후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퇴임하기 전부터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였다. ‘정치 선언을 하는 순간 꺼질 거품’ ‘찻잔 속의 태풍’ 등의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 윤 전 총장은 이제 검증의 대상이 됐다. 검사 시절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 주체로 활동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과거 언행, 가족, 측근, 동료, 지인 등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모든 부분에 검증의 칼날이 가해지고 있다. 이 중 몇몇 건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 돌입한 상황. 검찰의 칼날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14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뛰어 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대검찰청 감찰부 등 총 세 곳이 같은 의혹을 두고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 등 7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검은 고소 다음날인 14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맡겼다. 공공수사1부는 정보통신범죄전담부인 형사12부 소속 검사와 대검 감찰부에 파견된 적 있는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 연구관 2명을 파견 받아 수사팀을 꾸렸다. 지지율 높은 유력 주자 최 대표 등은 윤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를 통해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한 고발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인 김건희씨와 한동훈 검사장이 합세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성명불상자는 손 검사의 지시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공안수사 전문가로 지목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지난 2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도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손 검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수처와 수사 범위가 겹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이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 사건과 관련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14일 대검이 지난해 3월 최씨 관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자료라며 A4 용지 3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경기 성남시 부동산 사기 사건 ▲최씨 분쟁 상대 정대택씨 사건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양평군 오피스텔 사기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 목록과 처리 경과 등이 담겼다. 대검은 “오보 대응 차원에서 만든 문서”라는 해명을 내놨다. 윤 전 총장 측도 대검의 해명을 인용해 “언론 등 문의에 응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주기 위해 소관부서에서 작성한 문서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 속도 내는 중 문제는 해당 문건의 존재가 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대검 사유화 의혹과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해당 문건의 성격과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 등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6일 오전 출근길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결 따라 수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전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업체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측 인사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올해 중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씨는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이모씨와 공모해 자사 주가를 조작할 당시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로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2~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한 의혹도 있다. 해당 수사팀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 수수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윤 전 서장과 관련자들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선 5개월 앞둔 시점에 전례 없는 선거개입 우려 윤 전 서장은 2017~2018년 인천의 한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인허가 로비 자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부동산 개발업자는 지난해 11월 윤 전 서장에게 정·관계 로비 자금 약 4억원을 건넸고, 전·현직 검사와 고위 공무원의 접대비를 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윤 전 서장은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윤 전 서장은 2010~2011년경 육류 수입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과 골프비 등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경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201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검 중수1부과장이던 윤 전 총장이 윤 전 서장에게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임 담당관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년 9월,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맡으며 결국 직무배제될 것을 예상했기에 다 기록에 남겼다”며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올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부에 재배당하려 하고,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었던 임 담당관을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 8일 임 담당관을 불러 11시간에 걸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 압박 대선 영향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를 두고 검찰 등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수사에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유력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수사기관들은 선거 중립 차원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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