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MB '뻔뻔한 대응' 논란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06 16: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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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탄핵 거론되는데 꽃게잡이 어선 걱정이나~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4·11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하야와 탄핵을 거론하며 총공세를 펼쳤고 여당마저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명 발표는커녕 역공을 펼치며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총선 후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며 이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뻔뻔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한 이 대통령의 대응을 살펴봤다.

한 마디 반론조차 안 해,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
대선정국까지 이어갈 사건 파장에 촉각 곤두세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자료가 폭로된 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순 공황상태에 빠졌다. 정권이 이대로 침몰할지 모른다는 공포감도 감지됐다.

야당 공세에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해온 청와대가 이번에는 끝장을 보자는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선거 개입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대한 대응을 자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KBS 새노조가 제기한 불법사찰 문건으로 청와대와 이 대통령은 벼랑 끝에 몰렸고 급기야 야당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고 나섰다.


낯 두꺼운 MB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자 청와대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홍보·민정라인을 중심으로 밤늦게까지 사찰문건 2619건에 대한 분석에 매달렸고 새누리당마저 권재진 법무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최금락 홍보수석은 기자들이 거의 없는 휴일이었음에도 춘추관을 찾아 이를 직접 발표했다.

하지만 반성과 다짐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지원관실 자료 2600건 가운데 2200건, 80%는 참여정부에서 작성됐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참여정부 시절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지원관실의 전신)에서도 김영환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역공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사찰 의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면서 화살을 피했고, 야당에 대해선 ‘너나 나나 똑같은 놈이다’라고 해 물타기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원관실 2200건’은 경찰청의 단순 감찰자료였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총선에서 그렇게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관측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만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의 사과보다 진실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 입을 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서민금융 정책과 핵안보 정상회의 성과를 소개하는데 그쳤다.

이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자를 접견한 자리에서는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덕담을 건넸고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서해 꽃게잡이 어선이 걱정된다”고 했다고 한다.

국민들과 정치권에서는 책임을 요구하며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시점에 태평스럽게도 꽃게잡이만 운운한 것이다.

 다만 지난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정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정치 공세를 펼치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민주통합당이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폭로를 멈추지 않을 경우 추가 폭로를 통해 맞불까지 놓겠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응은 없을 전망이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진상 규명을 위해 총선 후 국회청문회를 열어 이 대통령과 박근혜 선대위원장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선언해 총선 후 대대적 청문회 정국을 예고했다.

박선숙 사무총장은 “민간인 불법 사찰은 본질적으로 TK 특정 지역과 특권, 반칙 세력의 조직적 범죄행위”라며 “누가 그 범죄를 계획하고 시행하고 은폐하고 다시금 무마하고 은폐를 시도하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우선 이 대통령에 대해 “이 대통령은 민간인 사찰을 자행한 조직을 만들도록 지시했는지, 사찰 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민간인 사찰이 드러났던 2년 전 그런 범죄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는지 답변해야 한다”고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우려는 이유를 밝혔다.

MB 꽃게사랑?

하지만 이 대통령은 침묵하면서 장막 뒤로 물러나 있고, 홍보수석을 ‘참여정부 저격수’로 앞세우기만 했다. 여야가 모두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최소한의 언급도 없다.

정치권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는 건 지난 4년 동안 무수히 반복해온 것이라 새삼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민간인 사찰 문제는 뒷돈을 주고받는 그간의 부패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가권력이 정치목적을 달성하려 권력기관을 이용해 민간인들의 뒤를 캤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모든 것을 걸고 진실 규명에 주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계산만 난무하고 사찰에 대한 분노나 반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사찰 건을 대선정국까지 끌고 갈 방안이라 남은 2012년 동안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사상초유의 사태인 ‘민간인 사찰’ 사건이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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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