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주 교수의 우리 병원은 지금…> 대형병원 쏠림과 응급실 비극 정교한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

2026.09.15 09:20:16 호수 1601호

구급 환자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실 뺑뺑이’ 소식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이 현상은 지방의 경증 외래 환자마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려드는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역 환자 유출이 지방 병원의 경영난을 가속하고, 수익성이 낮은 응급의료나 필수 의료 인프라의 위축으로 이어진 결과가 응급실 뺑뺑이다.

대형병원은 고난도 중증·입원 진료에 집중하고, 동네 의원은 외래 및 만성질환 관리를 전담한다는 동일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의료수가 체계와 환자 관리 방식의 차이가 한국과 일본 간에 판이한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 행정적 형식과 경제적 부담을 병행하고 있다. 요양급여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의 의뢰서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손쉽게 발급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매스컴 노출이 잦은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적절하지 않은 발걸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전원 갈 병원의 선택을 오로지 환자의 주관적 선호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환자를 직접 진료한 1차 의료기관 의사가 의학적 필요성에 입각해 판단하고, 전원 갈 병원의 의료진과 사전에 직접 소통해 의뢰하는 문지기(gatekeeper) 기능을 구축해야 한다.

환자의 질환 상태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환자의 안전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가 대형병원에 진입한 이후에 발생한다. 외래 환자 수가 수익과 직결되는 체계하에서, 상태가 호전되거나 경증인 환자를 적극 회송할, 대형병원에의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 실손의료보험 때문에 가격 인상을 통한 이용 억제 효과가 부실한 것은 환자의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정교한 경제적 유인 설계를 통해 의료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대형병원의 고난도 중증 입원 진료에는 높은 수가를 보상하는 대신, 경증 재진 환자 진료에 대한 보상은 대폭 낮췄다. 병원 스스로가 경증 환자를 의원으로 돌려보내도록 구조적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회송 권고를 거부하는 환자에게는 별도의 특별요금을 부과해 명확한 비용 신호를 전달한다. 병원과 환자 양측 모두에 경제적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가 자율적 작동을 유도한 셈이다.

유명무실한 의뢰서 제도가 지속되는 한, 전원 보내는 의사는 진료 경로 설계에 개입하지 못한다. 환자의 선택권을 무제한으로 보장한 결과가 의료전달체계와 응급의료체계를 동시에 무너뜨렸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참여 주체들의 행동을 바꾸는 정교한 유인 설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환자를 대리해 의사와 의사가 직접 소통하는 협의 전원 체계를 정착시키려면 전원을 의뢰하는 의사, 환자를 전원 받는 대형병원 의사, 그리고 절차에 따르는 환자 3자 모두에게 보상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아울러 대형병원이 중증 입원 진료에만 전념해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중증 및 필수 의료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또 실손보험의 과도한 보전 구조를 손질해 환자가 비용 부담을 올바르게 인지하게 해야 한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책임을 환자의 비합리적 의료 소비 욕망 탓으로만 돌려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대형병원이 경증 환자를 1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낼 경제적 이유를 갖고, 1차 의사가 전문성에 기반해 최선의 진료 경로를 제시하며, 환자 역시 합리적인 비용 신호에 따라 최적의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수가 체계, 진료 의뢰 및 회송망, 실손보험 제도의 3대 톱니바퀴를 유기적으로 맞물려 개편하는 것이 붕괴해 버린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근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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